본문 바로가기

상품 검색

장바구니0

특집 학교도서관을 인권배움터로! 그럼에도, 인권교육은 학교로 간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7 13:00 조회 7,213회 댓글 0건

본문

인권교육의 매력에 빠져드는 이유
인권교육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사람이 존엄성을 누리고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인권의 가치가 홀씨가 되어 널리 널리 세상에 퍼지고 튼튼히 뿌리 내리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인권이 가진 매력에 감전되고 자기 삶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아져야 한다. 나에게 인권교육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내 안에 얼마나 큰 힘이 숨겨져 있는지를 깨우쳐준다는 데 있다. 교육을 하다 보면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여도 타인과 자기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신을 학대하는 사람들, 무력감에 휩싸인 사람들, 불신과 공격성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 자기 삶을 억누르고 있는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모두가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자신을 안고 있다. 소년원에서 만난 열일곱 현경이는 몹시 주눅이 들어 있고 언어 표현도 약간 어눌해 보였다. 아버지와 오빠의 학대에 시달렸고 어머니는 현경이를 지켜줄 힘이 없었다. 당연히 학교생활도 순탄치 못했고, 교사들의 따사로운 관심과 지원도 받지 못했다. 결국 친구들의 꾐에 빠져 죄까지 뒤집어쓰고 소년원까지 오게 됐다. 자기가 경험한 폭력에 대해 털어놓는 시간, 현경이는 자기를 괴롭혔던 오빠, 아버지, 선생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맘껏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처음으로 현경이의 눈빛이 반짝거렸던 순간이었다. “아무리 얘기해봤자 우리 가족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서 나가도 예전 그대로일 거라고…….

그런데 이젠 아닌 것 같아요. 내가 달라졌으니까. 내가 힘을 갖게 됐으니까.” 소중한 나, 차별, 폭력과 악순환, 성性, 가족, 학교, 소년사법절차 등을 주제로 여덟 차례 진행된 인권교육이 끝나던 날, 현경이는 내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인권교육을 하는 맛이란 이런 것인가. 인권교육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은 공감능력을 키워준다는 데 있다. 특히 친구들과 우애를 쌓기보다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교육 구조 속에서, 성냥갑 같은 교실 안에 붙들려 다양한 관계 경험이 차단돼 있는 조건 속에서 학생들이 공감능력을 키워나가기란 쉽지 않다.

학생 간 폭력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가 이와 무관할까? 격무와 학생통제라는 의무에 시달리고 있는 교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억압은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타인과의 공감능력을 앗아간다. 그래서 인권교육은 타인과 나를 동시에 억압하고 있는 구조를 들여다보는 경험, 타인과 자신의 삶을 연결 짓는 경험을 제공하려고 애쓴다. 우리에게 어떤 권리가 있다는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거의 효과가 없다. 맥락이 사라진 지식은 휴지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각자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내 안에 얼마나 큰 힘이 숨어 있는지!
“학생들이 ‘학생도 인간이다’, ‘사육이 아닌 교육을 원한다’,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을 때 처음엔 별로 공감이 안 됐어요. 그런데 학교라는 공장 안에서 (교사인) 나도 부속품과 마찬가지구나, 나도 교육자가 아닌 조련사의 역할을 강요받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고 나니 내가 받은 상처가 학생들이 받는 상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어렴풋이 느껴지더군요.” 인권교육 연수에 참여했던 한 선생님의 고백이다. 학생들도 자기보다 못하다고 판단되는 ‘찌질이’들을 괴롭히거나 신규 여교사를 모욕함으로써 센 척하는 문화 등 다양한 사회적 장면들에 얽힌 문제들을 살펴보면서 인간의 고통에 공감하는 힘을 얻곤 한다.

인권교육은 또한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생각한 대로 표현할 줄 아는 용기를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오늘 소심한 저항을 했어요. 편의점 곳곳 상품 진열대에 최저임금이 얼마인지를 붙여 두었어요. 당신이 법에 정해진 돈도 안 주고 나 부려먹는 거 알고 있다, 이런 뜻으로. 이건 아니다 싶었는데 내 느낌이 옳았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냥 조용히 당하기만 하다 그만둘 순 없죠.”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었던 열아홉 세현이는 청소년 노동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아주 ‘소심한 저항’을 했다.

인권교육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세현이는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쥐꼬리만한 시급을 받으면서 내가 어리니까 참아야 한다, 어른에게 함부로 얘기하는 건 버릇없는 짓이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참아냈다. 그러나 인권교육을 통해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다는 것은 차별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해방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작은 용기를 내어 업주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세현이처럼 인권을 만난 학생들은 학교, 집, 거리에서 경험하는 부당한 장면들에 대해 성토하기 시작한다.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내가 이상한 생각을 갖고 있는 건가, 하고 남몰래 품어왔던 이야기들을 서투르지만 꺼내놓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질문이, 그 질문을 경청받는 경험이 사람을 성숙시키고 단단하게 만든다. 물론 몇 번의 인권교육으로 학생들이 인권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게 될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가족,각자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내 안에 얼마나 큰 힘이 숨어 있는지!

“학생들이 ‘학생도 인간이다’, ‘사육이 아닌 교육을 원한다’,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을 때 처음엔 별로 공감이 안 됐어요. 그런데 학교라는 공장 안에서 (교사인) 나도 부속품과 마찬가지구나, 나도 교육자가 아닌 조련사의 역할을 강요받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고 나니 내가 받은 상처가 학생들이 받는 상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어렴풋이 느껴지더군요.” 인권교육 연수에 참여했던 한 선생님의 고백이다. 학생들도 자기보다 못하다고 판단되는 ‘찌질이’들을 괴롭히거나 신규 여교사를 모욕함으로써 센 척하는 문화 등 다양한 사회적 장면들에 얽힌 문제들을 살펴보면서 인간의 고통에 공감하는 힘을 얻곤 한다.

인권교육은 또한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생각한 대로 표현할 줄 아는 용기를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오늘 소심한 저항을 했어요. 편의점 곳곳 상품 진열대에 최저임금이 얼마인지를 붙여 두었어요. 당신이 법에 정해진 돈도 안 주고 나 부려먹는 거 알고 있다, 이런 뜻으로. 이건 아니다 싶었는데 내 느낌이 옳았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냥 조용히 당하기만 하다 그만둘 순 없죠.”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었던 열아홉 세현이는 청소년 노동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아주 ‘소심한 저항’을 했다.

인권교육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세현이는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쥐꼬리만한 시급을 받으면서 내가 어리니까 참아야 한다, 어른에게 함부로 얘기하는 건 버릇없는 짓이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참아냈다. 그러나 인권교육을 통해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다는 것은 차별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해방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작은 용기를 내어 업주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세현이처럼 인권을 만난 학생들은 학교, 집, 거리에서 경험하는 부당한 장면들에 대해 성토하기 시작한다.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내가 이상한 생각을 갖고 있는 건가, 하고 남몰래 품어왔던 이야기들을 서투르지만 꺼내놓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질문이, 그 질문을 경청받는 경험이 사람을 성숙시키고 단단하게 만든다. 물론 몇 번의 인권교육으로 학생들이 인권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게 될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가족,각자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내 안에 얼마나 큰 힘이 숨어 있는지!

“학생들이 ‘학생도 인간이다’, ‘사육이 아닌 교육을 원한다’,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을 때 처음엔 별로 공감이 안 됐어요. 그런데 학교라는 공장 안에서 (교사인) 나도 부속품과 마찬가지구나, 나도 교육자가 아닌 조련사의 역할을 강요받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고 나니 내가 받은 상처가 학생들이 받는 상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어렴풋이 느껴지더군요.” 인권교육 연수에 참여했던 한 선생님의 고백이다. 학생들도 자기보다 못하다고 판단되는 ‘찌질이’들을 괴롭히거나 신규 여교사를 모욕함으로써 센 척하는 문화 등 다양한 사회적 장면들에 얽힌 문제들을 살펴보면서 인간의 고통에 공감하는 힘을 얻곤 한다.

인권교육은 또한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생각한 대로 표현할 줄 아는 용기를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오늘 소심한 저항을 했어요. 편의점 곳곳 상품 진열대에 최저임금이 얼마인지를 붙여 두었어요. 당신이 법에 정해진 돈도 안 주고 나 부려먹는 거 알고 있다, 이런 뜻으로. 이건 아니다 싶었는데 내 느낌이 옳았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냥 조용히 당하기만 하다 그만둘 순 없죠.”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었던 열아홉 세현이는 청소년 노동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아주 ‘소심한 저항’을 했다.

인권교육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세현이는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쥐꼬리만한 시급을 받으면서 내가 어리니까 참아야 한다, 어른에게 함부로 얘기하는 건 버릇없는 짓이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참아냈다. 그러나 인권교육을 통해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다는 것은 차별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해방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작은 용기를 내어 업주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세현이처럼 인권을 만난 학생들은 학교, 집, 거리에서 경험하는 부당한 장면들에 대해 성토하기 시작한다.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내가 이상한 생각을 갖고 있는 건가, 하고 남몰래 품어왔던 이야기들을 서투르지만 꺼내놓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질문이, 그 질문을 경청받는 경험이 사람을 성숙시키고 단단하게 만든다. 물론 몇 번의 인권교육으로 학생들이 인권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게 될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가족,각자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내 안에 얼마나 큰 힘이 숨어 있는지!

“학생들이 ‘학생도 인간이다’, ‘사육이 아닌 교육을 원한다’,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을 때 처음엔 별로 공감이 안 됐어요. 그런데 학교라는 공장 안에서 (교사인) 나도 부속품과 마찬가지구나, 나도 교육자가 아닌 조련사의 역할을 강요받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고 나니 내가 받은 상처가 학생들이 받는 상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어렴풋이 느껴지더군요.” 인권교육 연수에 참여했던 한 선생님의 고백이다. 학생들도 자기보다 못하다고 판단되는 ‘찌질이’들을 괴롭히거나 신규 여교사를 모욕함으로써 센 척하는 문화 등 다양한 사회적 장면들에 얽힌 문제들을 살펴보면서 인간의 고통에 공감하는 힘을 얻곤 한다.

인권교육은 또한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생각한 대로 표현할 줄 아는 용기를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오늘 소심한 저항을 했어요. 편의점 곳곳 상품 진열대에 최저임금이 얼마인지를 붙여 두었어요. 당신이 법에 정해진 돈도 안 주고 나 부려먹는 거 알고 있다, 이런 뜻으로. 이건 아니다 싶었는데 내 느낌이 옳았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냥 조용히 당하기만 하다 그만둘 순 없죠.”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었던 열아홉 세현이는 청소년 노동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아주 ‘소심한 저항’을 했다.

인권교육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세현이는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쥐꼬리만한 시급을 받으면서 내가 어리니까 참아야 한다, 어른에게 함부로 얘기하는 건 버릇없는 짓이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참아냈다. 그러나 인권교육을 통해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다는 것은 차별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해방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작은 용기를 내어 업주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세현이처럼 인권을 만난 학생들은 학교, 집, 거리에서 경험하는 부당한 장면들에 대해 성토하기 시작한다.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내가 이상한 생각을 갖고 있는 건가, 하고 남몰래 품어왔던 이야기들을 서투르지만 꺼내놓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질문이, 그 질문을 경청받는 경험이 사람을 성숙시키고 단단하게 만든다. 물론 몇 번의 인권교육으로 학생들이 인권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게 될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가족, 학교, 학원, 알바 장소 등 자기 삶의 현장에서 인권문제를 발견하는 힘을 갖는다면, 인권이 내게도 쓸모가 있다는 걸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인권교육은 충분히 존재 가치가 있다.

온 세상이, 학생의 삶이 바로 교과서
인권교육에는 고정된 교과서가 없다. 온 세상이, 학생들의 삶이 ‘살아 있는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강제철거로 집을 빼앗긴 학생, 부모의 학대를 받는 학생, 갑작스레 부모가 일자리를 잃은 학생, 경찰조사를 받는 도중 모욕을 당한 학생, 다문화가정 학생, 학생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문제 등 학생들의 삶 속에 온갖 인권문제가 담겨 있고 그 모두가 인권교육의 주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학교들이 학생들의 삶과 정면으로 대면하고 끌어안고 있는지, 아니 끌어안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학생들이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학교 안 인권문제를 다룰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학생들에게 폭력은 나쁘다, 친구들끼리 차별해서는 안 된다, 인권을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남의 인권을 존중해 주어라와 같은 교사들의 이야기가 학생들에게 먹히지 않는 이유는 학교 스스로 인권의 가치와 문화를 생활 속에서 일구어내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기 때문은 아닌가.

학교공간을 인권의 시선으로 진단하고 재구성하는 변화의 계기를 열어주지 않을 때, 학생들에게 인권교육은 기만적인 존재, 곧 ‘죽은 교육’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학교를 지배하고 있는 가치에는 어떤 문제가 숨어 있나, 우리 학교생활규정은 정당하고 합리적인가, 장애학생을 대하는 교사와 학생들의 태도는 차별적이지 않은가, 교과서 내용 가운데 인권을 잘못 다룬 사례는 없는가, 학교가 정한 평가 기준은 공정한가와 같은 질문을 다룰 수 있을 때, 인권교육은 비로소 살아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이 자기 상처를 드러내고 그 어떤 질문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배우는가’의 문제는 ‘어떻게 배우는가’의 문제와 결코 떨어져 있지 않다. 차별의식과 권위주의가 굳건히 자리 잡은 교실에서, 일방적 전달만 반복되는 교실에서 학생들이 자기 상처를 드러내거나 ‘허락받지 못했던 질문’을 던지거나 하면서 인권이 지닌 매력을 경험할 수는 없을 테니까. 『지각대장 존』의 작가 존 버닝햄은 “교사가 서까래에 매달린 고릴라에게 보복을 당할 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권위주의에 대해 많은 통찰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권교육을 기획하는 교사들이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를 맺을지를, 학교공간을 인권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학생인권조례를 만들고자 하는 여러 지역의 움직임은 의미가 크다. 학생들이 인권을 존중한다는 것이 뭔지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학교 구조와 문화를 재구성하는 과정이야말로 학생들에게는 인권을 맛보고 익히는, 역동적인 인권교육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학교에서 하는 인권교육은 대개 외부강사를 초빙해 일회성 대규모 강연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식으로는 인권교육이 학생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가기 어렵다. 교과수업에서, 학교도서관에서,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인권의 가치를 나누려는 교사들이 많아진다면 학교 인권교육은 조금은 더 일찍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에 인권교육 꾸러미를 풀어놓다
도서관과 학교의 차이는 무엇일까? 존 테일러 개토는 『교실의 고백』에서 “도서관은 책을 읽는 척하지 않고 정말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다,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이 함께 있다, 사서가 무엇을 읽어야 하고 어떤 순서로 읽어야 하는지 명령하지 않는다, 일정한 간격으로 종을 울려서 책 읽기를 중단하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먼저 온 독자가 원하는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지 누가 더 책을 읽을 자격이 있는지를 따지지 않는다, 좋은 독자와 나쁜 독자를 가르고 등급 매겨 사람들에게 창피를 주지 않는다.”와 같은 차이를 들었다. 그가 지적한 가장 큰 차이는 나쁜 아이들도 얼마든지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는데도 도서관에서 나쁜 행동을 하거나 총을 휘두르는 아이를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개토는 그 이유를 ‘도서관이 모든 사람들에게 차별 없이 보여주는 존경심에 대한 무의식에 따른 반응’에서 찾았다.

그렇다면 학교도서관은? 학교마다, 어떤 교사가 도서관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사정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학교 안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학교도서관이 도서관이 가진 평등성과 개방성을 잃지 않고 잘 가꿔갈 수만 있다면 학교 안 어느 곳보다도 인권교육이 자연스레 일어날 수 있는 공간임에 틀림없다. 특히 도서관 구조는 칠판을 향해 책걸상이 일렬로 배치되어 있는 전형적인 교실 구조와도 다르고, 사서교사의 경우 학생과 감정의 겨룸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만큼, 다양한 형태로 학생들과 자유롭게 인권 이야기를 펼쳐볼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던지는 질문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나 영화 자료들이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다면 더더욱 좋다. 일단 흥미를 갖게 되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학생들은 책이나 자료를 더 찾아보기 마련이니까.

인권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영화나 사진, 포스터, 시 등에 숨어 있는 인권문제를 찾아보는 방법도 가능하고, 직접 어떤 사람이 되어 그들이 학교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차별을 체험해보고 차별의 원인을 토론해볼 수도 있다. 자기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권리가 무엇인지를 그림으로 그려 ‘인권밥상’을 차려볼 수도 있고, 학교나 집 등 여러 공간에서 일어나는 인권문제를 찾아보고 ‘인권지도’를 그려볼 수도 있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를 불러내어 해결책을 찾아보는 ‘상황극’을 진행해볼 수도 있다.


평등성과 개방성을 가진 학교도서관이야말로 훌륭한 인권교육 놀이터
학생인권을 주제로 이루어지는 인권교육도 다양한 방법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상으로 학교생활규정 개정 공청회를 열어 용의복장, 학생회의 권한과 역할, 휴대전화 사용, 학생징계절차, 학교 구성원의 책임 등을 토론하면서 쟁점을 짚어보는 토론 활동도 가능하다. 한 교사는 영화 「붕대클럽」을 보고 난 다음, 각자 상처받은 경험들을 나누고 공감해주는 ‘붕대클럽’ 활동을 해보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가장 접근하기 쉬운 교육방법은 아무래도 책을 통해 인권 이야기를 나눠보는 방식일 테다.
 
그런데 독서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학생들에게 인권 관련 책을 그냥 던져주거나 읽게 하는 것으로는 인권교육의 역동이 일어나기 힘들다. 같은 책이라도 읽는 이에 따라 정반대의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윌리엄 스타이그의 『어른들은 왜 그래?』, 아스트리드 린드그린의 『삐삐 롱 스타킹』과 같은 작품에서 어른과 아이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아이의 버릇없음에 혀를 차는 이들도 있다. ‘가르침은 교사의 영혼에 거울을 들이대는 행위’라고 했다. 어떤 책을 택하든 그 책을 대하는 교사의 관점에 따라 교육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교사 스스로 인권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꾸준히 고민을 키워나가야 할 이유이다.

아무리 좋은 관점이라 하더라도 교사의 일방적 해석대로 독서를 통한 인권교육을 이끌어나가서도 곤란하다. 중요한 것은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에 대해 학생들의 관심을 어떻게 불러일으킬 것인가이다. 나는 대개 연극놀이의 형태로 책의 주인공을 직접 만나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거나 책 내용 중 흥미로운 부분을 먼저 소개해서 학습자들이 자기 삶과 연결된 점을 찾아보도록 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 다음 책을 소개해 교육에서 나눈 이야기들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볼 수 있도록 한다. 저자와의 만남과 같은 시간을 갖더라도 비슷한 절차를 먼저 거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같은 학교도서관이라고 하더라도 사정은 다양할 수 있다. 도서관 환경이나 이용 방식을 인권적으로 재구성해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학생들에겐 살아 있는 인권교육의 경험이 될 수 있다. 정보에 대한 접근권은 왜 인권인가, 도서관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는 물리적·경제적·신체적·정신적·문화적 장벽은 무엇인가, 어떤 책은 들어오고 어떤 책은 가로막히나, 이용자들이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책은 꼭 의자에 정자세로 앉아서 읽어야만 하는가, 책은 ‘읽는 것’인가 ‘하는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 던져지고 변화를 시도해본다면 도서관은 훌륭한 인권교육의 놀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덧 붙 임 인권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인권교육센터 들’이 펴낸 「인권교육 오르락내리락 고개넘기」, 『인권교육, 날다』(사람생각, 2008) 등을 참고하면 된다. 학생인권과 관련한 인권교육 토론 주제들은 『인권, 교문을 넘다』(한겨레에듀, 2011)에 세부 주제별로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목록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개인정보 이용약관 광고 및 제휴문의 instagram
Copyright © 2021 (주)학교도서관저널.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