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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아버지와 함께 꿈꾸는 학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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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2 17:15 조회 7,29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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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정 안에서 아버지의 위치회복을 외치는 시대에 맞물려학교 현장에서도 아버지의 활동참여를 독려하고 참여 행사를 늘려가고 있다.


‘가시고기’와 ‘엄마를 부탁해’
전통적으로 가정에서 아버지의 존재는 권위의 상징으로, 다가갈 수 없는 커다란 산
같은 존재이자 국가 산업 발전의 역군으로, 가정의 중요한 경제력을 책임지는 임무
를 띠어 왔다. 아버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무너지거나 쓰러지지 않을 강한 존재로 자
식들에게 인식되었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로 많은 아버지들이 명예퇴직하여 주요 능력이었던 경제
력에서 무너지기 시작했고, 2000년에는 조기유학 간 아이와 아이 뒷바라지를 위해 함
께 떠난 아내와 떨어져 지내는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는 새로운 가족이 등장하면서 아
버지들은 경제적 부담과 정서적 소외감, 건강 악화 등의 상황으로 내몰리는 불쌍한
존재가 되었다. 그 후 아버지들은 사회에서 사라져버리거나, 강력한 모성애와 경제력
으로 무장한 ‘엄마’들의 등장에 가려져 버렸다.

학교에서 아버지는 ‘태초’부터 부재하는 존재였다. 자녀 교육은 어머니 몫이라는
인식 아래 교육의 무대인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사에는 어머니가 빠짐없이 등장
한다. 학교에서도 의례적으로 학부모 상담이 필요할 경우 어머니에게 연락하는 경우
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제 가정 안에서 아버지의 위치 회복을 외치는 시대에 맞물
려 학교 현장에서도 아버지의 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참여 행사를 늘려 가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도 아버지들이 학교 시설을 방문하도록 하여 아버지들의 학교 참여
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내 아이가 공부하는 곳을 살펴봄으로써, 아버지들도 학교를
편안하게 여길 수 있도록 2008년부터 ‘아버지와 함께하는 도서관’ 프로그램을 운영
하고 있다. 다행히 학교도서관이 교장실, 교무실 및 교실과 떨어져 있는 별관에 있고,
일반 교실의 5.6배라는 넓은 공간과 시청각실, 체육관 등 다목적 시설이 인접해 있는
여러 조건 덕분에 학교라는 느낌보다 동네의 작은 도서관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었다.

아버지와 무엇을 하면 좋을까?
우리는 어머님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많이 진행해 왔다. 아니, 굳이 ‘어머니’라
고 하지 않아도 학부모 대상 학교 프로그램에는 대부분 어머니들이 참여해왔다. 그래
서 계획을 하긴 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아버
지들이 오실까?’ ‘아버지들과 무슨 활동을 할 수 있을까?’ 등등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
속을 채웠다.

전체 프로그램은 독서와 참여활동 두 가지로 나누었다. 독서는 ‘학교도서관에 왔
으니 책을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학교도서관이니 아이들
수준의 책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고, 아버지들이 읽을 만한 책은 없을 테지만 이 기회
에 아이들이 읽는 책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참여활동은 아빠, 엄마, 자녀
그리고 가정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주제를 정했다. 지역사회협의회의 도움을 얻어
준비한 강의와, 학교도서관 봉사를 도와주시는 도서관 봉사자 어머니들이 보여주는
빛그림 공연,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조작활동에 봉사자 어머니
들이 진행을 맡아주는 형태의 프로그램까지 마련했다.

행사일은 6월, 7월 수업하는 토요일 중 하루를 잡아 도서관과 도서관 옆 시청각실
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참여 대상은 오로지 아버지와 아이들이었다. 대상을 정하는
데 편모, 조부모 혹은 부모가 아닌 다른 가족과 사는 아이들이 마음에 걸린 것은 사실
이다. 소수라도 그 아이들이 받을 수 있는 상처를 생각하여 참여 대상 범위를 다시 어
머니까지 포함시킬까 하는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처음에 생각한 것처럼 ‘아버지들
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계획했으므로 이번에는 아버지들에게 기회를 드리기로 하고
신청을 받았다.

과연 나들이하기 좋은 초여름에, 아이 입학식 때 혹은 그때도 와본 적 없는 학교도
서관에 어떤 아버지들이 아이들과 책을 읽으러 올 것인가?

아버지와 함께 하는 도서관
아버지들이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마치 ‘이런 프로그램을 왜
진작 만들지 않았느냐?’라고 하듯 순식간에 150여 가족이 신청을 해왔다. 인원 제한
을 두지 않고 신청을 받았는데, 시청각실 입장 인원이 220여 명이었으니 아버지와
아이 한 명이라고 했을 때 이미 적정 인원을 넘어선 것이었다. 폭발적인 신청과 관심
에 나는 놀랍기도 했고, 그동안 본의 아니게 학교 행사에서 아버지들을 제외시킨 것
같아 미안함이 밀려왔다.

프로그램을 시작한 첫해 결국 300명이 넘는 인원을 다 받아들이기로 하고 함께 프
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공간 문제가 생겼다. 시청각실은 보조의자까지 동원
하면 어찌어찌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고 해도 학교도서관 공간이 문제였다. 우리 학
교도서관은 교실의 5.6배 크기여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300명이 넘는 인
원을 수용하기에는 부족한 크기다. 그래서 학년별 인원을 나눠 실시하는 방법을 생각
했다. 대체로 학교 프로그램 행사는 열의 있는 저학년들의 참여율이 50% 이상을 차지
하고 4~6학년 3개 학년을 합쳐도 50% 이상 참여율을 보이기 힘들기 때문에, 이번 행
사도 1~3학년과 4~6학년 두 개의 학년으로 나누어 실시하기로 하였다.



강의는 가정 안의 대화법과 자녀의 교육관련 내용을 주제로 하여 지역사회의 전문
강사가 한 시간 동안 짧은 강의를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봉사자 어머님들의 공연은 평소 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 활동한 경험을 살려 아버
지들 앞에서 그림책 읽어주기를 실시하기로 하였다. 평소에 아이들에게 책을 자주 읽
어주지 못하거나 방법을 모르는 아버지들을 위해 간접적으로 알려주기 위한 취지였다.

300여 명이 참석한 큰 공간에서 작은 그림책을 들고 읽어주기는 어려울 테니 , 미리 그림
을 하나하나 스캔하여 무대 앞의 대형 화면으로 띄우고 그림책 내용을 대본으로 만들어
다양한 음향효과를 넣어 실감나게 책을 읽어주고자 하였다. 아버지들에게 보여줄 책이
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선정하여 목소리 연기를 해줄 어머님들을 선발하고 여
러 날을 연습하도록 했다(그림책은 『돼지책』으로 선정하였다). 쑥스러워하면서도 열
심히 연습하시는 어머님들의 모습이, 다른 어떤 활동 때보다 신나고 재미나 보였다.

마지막으로 조작활동이 남아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하는 행사라는 점을 반영하
여 ‘소망 새겨 희망 달기’라는 제목을 달고, 저학년들이 안전 문제로 쉽게 참여할 수
없었던 고무지우개로 장서인 만들기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북아트를 활용하였다.

드디어 행사일. 수업이 있는 토요일이라 행사는 방과 후 오후 1시 이후에 실시하
였다. 오전에 그림책 공연 연습과 행사 준비를 마무리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
버지들의 등장을 기다렸다. 행사 시간이 가까워오자 드디어 아버지들이 편안한 옷차
림으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도서관으로 어색하게 들어오셨다. 아버지들은 몇 년 만에
오는 학교여서 감회에 젖으시는 듯, 자신의 학창시절과 다른 학교 시설에 놀라움을
느끼시는 듯 얼굴에 흐뭇한 웃음을 지으셨다. 어린 시절 추억에 잠기시는 듯도 했다.
평소 어머님들과 같이 오던 아이들은 아버지와 함께 왔다는 자체만으로 신이 난 듯 도
서관 여기저기를 다니며 아버지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아버지들과 아이들이 하나 둘 자리를 채우고 나서 프로그램 진행에 들어갔다. 그
림책 공연을 시작으로 아버지들만 자리에 남아 강의를 듣고 본격적으로 아이들과 함
께 책 읽는 시간을 가졌다. 그림책이 어디 있는지,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골라줘야 하
는지 우왕좌왕하던 아버지들은 봉사자 어머님들의 안내를 통해, 또 아이들이 책꽂이
에서 직접 선택한 책을 받아 자리를 잡고 읽기 시작했다. 저학년들은 아버지가 아이
들 옆에 앉아서, 혹은 무릎 위에 앉히거나 품에 안고 그림책을 읽어주었고, 중학년 이
상 아이들은 아버지와 나란히 앉았고, 아버지들은 자신의 학창시절 읽었던 동화책을
꺼내들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신 듯 책을 읽었다.

이후 실시한 조작활동에서 아버지들은 아이들보다 장서인을 열심히 만드는 열의
를 보였으며 북아트는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봉사자 어머
님들 중에 아버지와 아이가 모두가 참가한 가족들이 있어 학교도서관에서 가족이 함
께 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아 버 지 의 도 서 관 방 문 그 후
행사가 끝나고 참석한 아버지들에게 설문을 받았다.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장서인 만
들기, 메이킹 북, 강의와 책 읽기 순으로 호감을 표하였다. 가족 간의 대화법을 다루는
강의는 어머니들도 함께 들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버지들과 함께 했던 행사의 효과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우리 학교에서는 올해 3회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첫해 도서관을 아버지들에게 개방하고 난 뒤, 아버지들이
도서관에 방문하는 횟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어머님들은 우스갯소리로 “선생님 보러 오시나 봐요.”라고 하시
지만, 도서관에서 봉사하는 아내를 격려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싶어 하는 나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그
리고 꿈 많던 자신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기 위해 아버지들이 오는 것을 나는 안다. 오늘도 우리 도서관에는 아버지
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어색하지만 반갑게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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