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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학교안으로 파고든 폭력의 일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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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9 22:43 조회 7,79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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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장난’이었다고 말한다. 원래 그러고 노는데 마치 자신들의 놀이 문화를 선생
님이 몰라주는 것처럼 억울해한다. 아이들의 일상 속에 파고든 폭력의 실체는, 우려
의 눈으로 보는 어른들뿐 아니라 당사자들에도 잘 보이지 않는다. 몇 개월 전 언론은
졸업식에서 있었던 한 중학교에서의 사건을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영상을 통해 우리
에게 전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여론은 언제나 그랬듯 학교폭력이 심각한 수준에 이
르렀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냄비 언론의 열기가 사그라지면 사람들은 또 “학교
폭력이 아직도 일어나나요?”라고 물을 것이다. 학교폭력은 어느 새 언론에 나오면 있
는 것이고 안 나오면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미디어를 통해 자극적인 폭력을 접하기
에 아이들의 일상 속에 자리 잡은 폭력을 인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졸업식 사건의
가해 학생은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예전부터 내려오던 전통이고 자신들은 재수 없어
걸렸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의미를 아는가? 폭력 불감증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
리 아이들은 폭력에 대해 더욱 둔감한 세계에 살고 있으며 그들의 세계는 철저히 숨겨
져 있다는 뜻이다. 폭력을 행하는 아이들의 세계에 반성이 없다는 사실. 이보다 더 충
격적인 사실이 또 있을까?



아이들이 폭력을 폭력이라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폭력을 ‘놀이’처럼 규정하기 때
문이다. 그러나 이 놀이는 공정한 규칙에 의한 것이 아니다. 놀이 당사자 모두가 이익
을 얻기 위한 것도 아니다. 이것은 누군가의 ‘인정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이다(이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놀이의 대상이 된 아이는 관중 속에서 마음껏 아파할 수도 없다.

상처받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 게임에서 지고 ‘약자’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다른 사
람에게 고통을 주는 아이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상처를 받는 아이가 창피해하는 세
계에 아이들이 놓여 있다. 따라서 아이들은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를 괴롭
히는 생존 게임을 해야 한다. ‘약자’가 아닌 것을 증명할 길은 이 길밖에 없기 때문이
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구분할 길이 없다. 혹자
는 피해자와 가해자는 각각 성격적인 특징이 있다고 하지만 대체로 피해자와 가해자
는 집단의 구조와 집단 내 구성원의 관계 속에서 규정된다. 즉 오늘의 피해자가 내일
의 가해자가 될 수 있으며, 오늘의 가해자가 내일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다
음 사례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찾아보자.



교실에는 벌써 몇 대씩 오간 것처럼 얼굴이 벌게진 두 명의 아이가 씩씩대
고 있었다. 이 선생이 도착하자 그 사이로 납작 엎드려 도망치듯 빠져나가는
한 무리가 있었다. 5반 형민이 무리였다. ‘5반은 위층인데 우리 반 싸움을 어
떻게 알았지?’ 의심의 눈초리는 반 아이들을 향했다. 이들 중 싸움이 났으니
구경하러 오라고 광고하고 다닌 녀석이 있었을 것이다. 그 녀석이 나설 분위
기였다면 싸움을 부추긴 아이들도 있겠고, 싸움을 못 말리게 막았던 녀석들
도 있었을 터였다.

집단의 분위기 자체가 폭력적이지 않은가? 싸움의 당사자 가운데 먼저 시비를 건
아이를 가해자로 처벌하고 끝난다면, 이 교실에서 폭력은 또다시 도를 더해가며 일어
날 것이다. 현장에 있던 한 아이는 “어떻게 할 수 없어 뒤 게시판만 쳐다보았다.”라고
했다. 자기가 대상이 될까봐 애써 방관하려 한 것이다. 한번 말리려고 시도했던 아이
는 형민이 무리한테 “말리면 가만 안 둔다.”라는 협박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아
이들이 이토록 폭력적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폭력 메커니즘의 핵심은 인정욕망이다
학교폭력의 원인을 두고 개인의 기질, 가정환경, 미디어, 입시 스트레스 등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학교폭력의 현장에 서 있는 교사 개인이 이와 같은 원인을 제거하기란
불가능하다. 생각을 달리해보자. 모든 인간에게는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아
이들도 마찬가지다. 욕구는 필요가 충족되면 멈추지만 욕망은 끝이 없는 갈망이다.
아이들은 인정받기를 갈망한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은 ‘성
적’이다. ‘1등만 알아주는 세상’이라는 것을 학교는 몸소 보여주고 있다. 모범적이고
질서를 잘 지키는 아이, 반장의 지위에 있는 아이도 학교에서는 인정받는다. 이 자리
는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희소한 자원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것에 실망하지 않는
다. 또는 만족하지 않는다. 또래 관계 속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비공식적인 영역이 있
기 때문이다. 체력, 외모, 멋, 춤, 유머, 게임 실력, 힘 등으로 친구들 앞에 자신의 존재감
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다. 하나를 가졌다고 해서 멈춘다면 갈망하는 것이 아니다. 공
식적, 비공식적 영역을 모두 아우르며 인정받기를 바란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처럼 모두가 부러워하는 모범생이 되고 싶었다. 학기 초에는 정말 성실하게
일했다. 그런데도 모두들 인정해주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나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처럼
모두가 부러워하는 모범생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모범적인 친구들과 어
울렸고 그들처럼 되고 싶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나와는 무언가 달랐다. 그래서 나도 힘센 친구들처
럼 노력했다. 반장인데도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는 데 앞장섰다. 또한 힘센 친구들이 다른 친구들을 괴
롭힐 때 난 그것을 제재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 말을 들어주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나도 같은 괴롭
히는 입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어중간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학교폭력은 또래관계에서 ‘힘’으로 인정받고 싶은 아이들로부터 나타난다. 이 아
이들은 권력적인 인간관계를 추구하며 싸움, 인상주기, 게임 등을 통해 경쟁한다. 권
력 다툼의 경쟁에서 승리한 아이들은 자기가 속한 ‘강자’ 중심의 구조를 교실 안에 심
고자 할 것이다. 교실이 권력적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아이들의 질서로 평정이 되었
다면 공식적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영역은 무용지물이 된다. 또래 속에서 아이들은 오
로지 ‘힘’으로 인정받기 위해 투쟁하고, 그게 아니면 여기에서 밀려 약자가 되거나 강
자들을 지지하거나 조용히 방관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폭력을 구조화하기 위해
이들이 만들어내는 집단희생양은 학급에서 따돌림 문제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집단
희생양은 그 아이가 성향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집단에 의해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다.

만약 특별한 아이가 따돌림을 당했다가 전학이라도 간다면 또 다른 아이에게 따돌림
이 전이되는 무서운 형태가 되는 것이다. 나아가 이들은 교사의 권위를 우습게 만들
수도 있으며 교사를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로 만들 수도 있다. 교사 역시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이들 중심의 피라미드 구조는 기존의 질서를 파괴한다. 이들은 희생양을 만
들어가며 집단을 파시즘의 성향으로 공고화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드러난 사건들
속에 감추어진 아이들의 숨겨진 세계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인정욕망속에서 평화 욕망을 깨우자
교사들은 아이들의 비밀을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이들의 비밀을 들추어내
기 쉽지 않지만 무기력하게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 보통은 센 아이를 교사 편으로 지
도하면 된다고들 한다. 그러나 아이들 눈에 그런 교사는 센 아이의 권력을 인정해주
는 교사일 뿐이다. 어떤 교사는 1등을 강조하기도 한다.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도록 성
적으로 압박하면 된다는 논리다. 그렇게 되면 성적에서 낙오된 아이는 그들 사이에서
반평균을 깎아먹는 약자가 되고 말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제안하고 싶은 세 가
지 대안이 있다.

첫째, 교사 스스로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눈에 보
이지 않는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 반에는 따돌림(폭력)이 있다’
는 시선으로 학급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교사의 지도에는 사랑과 정성이 필요하지만
집단을 바라보는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접근 역시 중요하다. 학급의 의사소통 구조는
평등한가, 아이들의 놀이는 일방적이지 않은가, 소집단 내 소통이 중앙집권적인가,
소집단과 소집단 사이에 경쟁이 있는가, 학급에서 누가 무엇으로 영향력이 있는가 등
을 분석하는 연구자의 모습도 필요하다. 폭력은 폭행 외에 명예훼손, 모욕, 따돌림 등
신체 및 정신적 피해를 동반한 모든 경우라는 점을 아이들도 인식해야 하고 교사 스
스로도 잊지 말아야 한다. 놀림을 받아 고통스러워하는 아이가 있을 때 그 아이가 민
감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가해자의 입장에 서 있는 태도이다.
늘 일어날 수 있는 가설과 폭력에 대한 감수성은 아이들과 정기적인 회의와 대화를 함
으로써, 그리고 수업하는 가운데 아이들의 발언 및 쉬는 시간 놀이 모습 관찰 등을 통
해 파악할 수 있다.

둘째, 집단의 변화로 개인의 변화를 깨우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학교폭력은
학교를 매개로 한 ‘인간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다. 교사가 정성을 들여 개인을
변화시키겠다고 해서 아이들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변수를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 더
군다나 폭력이 구조화되어 있는 교실에서라면 교사는 누구를 설득할 것인가? 또한
그것이 효과적일까? 피라미드 구조의 반대는 ‘평등’ 구조이다. 모두가 ‘평등’하게, 누
구나 ‘화목’하게, 폭력 없는 ‘평화’로운 학급으로 가자고 아이들 모두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학급 구성원들의 공동목표이자 학급 구성원이 인정받는 길로 만들어
야 한다.

질서는 아이들과 함께 평등・화목・평화를 지키는 질서로서 다시 쓰이고 세
워져야 한다. 이 질서가 아이들 스스로가 만들고 지켜나가는 ‘자치’의 방식으로 이루
어진다면 아이들에게 더욱 내면화 될 수 있을 것이다. 학급의 평화라는 목표가 학급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면 학급의 갈등 상황을 공론화하여 토의해본다. 누군가의 장난
이 친구를 화나게 하여 그것이 싸움이 되었다면, 장난과 괴롭힘의 차이에 대해 논해
볼 수 있으며 주변에서 지켜본 친구들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진정한 우정을 보여주는
것인지 이야기해볼 수도 있다. 글쓰기를 하여 발표를 하거나 게시판에 공개할 수도
있고 집단 상담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하는 과정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 과정에는 강자도, 약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학급은 공동선을 향해 나아가는 질
서로서 점차 안정되어 갈 것이다.





셋째, 아이들의 인정욕망 속에서 평화욕망을 깨워야 한다.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
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것이 권력적 인간관계를 추구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학급
친구를 자신 혹은 자기 집단의 피지배 관계로 놓으면서 강한 아이로 인정받기를 바란
다면 단호하고 엄격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내면에 있는 인정욕망의 의도
와 방법을 학급의 공동선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아이들의 의도를 바꾸어 줄 수 있는 평화로운 방법이 무엇인지 연구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교사의 정성과 노력이 헛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들과 약속한 평
등, 화목, 평화로운 학급을 만들기 위한 지지부진한 과정에서 교사는 계속 자신의 길
이 맞는지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확신을 갖자. 아이들은 인정욕망의 충돌과 경
쟁의 소용돌이가 부담스럽다는 의식을 갖고 있으며 자신이 약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늘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이 점을 안다면 이 아이들 역시 평화에 대한 갈망
이 있음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평화 욕망을 믿고 부딪혀보는 실천 속에
서 새로운 희망이 보일 것이다. 이를 위해 담임교사 개인의 차원을 넘어 학년의 담임
교사들이 힘을 합치고 나아가 학교의 교사 전원이 집단화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
다.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교사들의 집단화된 노력은 집단화되어 있는 아이
들에게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의 교육현장은 학력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목표로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교사들과 아이들은 지칠 대로 지쳐있다. 성취도평가를 대비하는 일이 최우선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러나 무엇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지 잊지 말았으면 한다. 언론에서
떠들어대지 않을 뿐 늘 있어왔고 우리 학급에도 있을 폭력의 메커니즘을, 그 속에서
고통 받는 아이들을, 반성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정의의 기준을 상실한 채 방관하는
아이들을. 아이들의 삶이 왜곡되지 않도록, 아이들이 진정한 우정과 학급의 평화를
지켜내며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가꿀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여! 조금만 힘을 내주었
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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