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시,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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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만나는 우리 곁 도서관
김혜진, 김보영, 박신옥, 배은아, 이소윤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 어린이 그림책 분과
추위가 풀린 어느 날, 아직은 겨울 기운이 남은 아침, 아장아장 걷는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동네 어귀에 있는 작은도서관이다.
평생독자의 길 시작점에“ 도서관이 필요한 이유”
걸음마에 익숙해진 아이는 나들이가 마냥 즐겁다. 노래를 부르며 걷는다. 도서관 가는 길은 작은 공원과 놀이터와 산책 나온 멍멍이들이 있다. 해가 드는 도서관 앞은 고양이 두 마리가 반쯤 감은 눈을 하고 아이를 반긴다. 문은 엄마가 열어 주어야 한다. 막 출근한 사서선생님이 열어주어도 좋다. 노래를 멈추고 넙죽 인사도 한다. 이제 엄마 손을 놓고 어른이 보기엔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갈 만큼 작은 신발을 혼자 힘겹게 벗는다. 엄마가 하듯 작은 신발을 신발장에 올려 두고 방긋 웃으며 다시 엄마 손을 잡아끈다. 두리번거리며 책이 꽉 들어찬 서가 쪽으로 다가간다. 손이 닿는 칸에서 제 손에 꼭 들어맞는 책을 한 권 꺼내 바닥에 앉는다. 바닥은 따뜻하다. 무릎에 얹은 책을 펼친다. 토끼와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차례로 등장하는 책에 눈을 맞추며 아이가 웃는다. 너른 창으로 이른 봄 햇살이 든다. 아이가 또 책을 골라 읽는다. 엄마도 함께 읽는다. 아이에게 도서관은 그렇게 처음 책과 책 읽기와 나들이와 만남의 즐거움을 배우게 되는 장소다. 처음엔 그곳이 도서관인지 몰랐어도 상관없다. 이러한 도서관 나들이를 일상에서 규칙적으로 할 수 있다면 도서관이 그 자리에 계속 남아 있는 한, 엄마 손을 놓은 아이는 혼자라도 습관처럼 그곳을 찾게 될 것 같다. 그 기억만으로도 짬이 날 땐 언제나 책이 있는 그곳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평생독자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도서관이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언젠가 재미있게 책 읽었던 그곳이 도서관이었구나,
거기 일하시는 분을 ‘사서’라고 하는구나,
책을 빌릴 땐 이렇게 하는 거였구나 등을
그림책에서 확인하게 되면 좋겠다.”
어린이 도서관 예절, 이야기로 알리는 그림책들
아이가 좀더 자라 글을 막 배우기 시작할 때 도서관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본다면 그간의 일들을 정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 재미있게 책 읽었던 그곳이 도서관이었구나,
거기 일하시는 분을 ‘사서’라고 하는구나, 책을 빌릴 땐 이렇게 하는 거였구나 등을 그림책에서 확인하게 되면 좋겠다. 그런 그림책들을 20권 골라 엄선해 보았다.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그림책들은 책과 독서가 줄 수 있는 경험을 어린이 독자가 재미있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아이로서 상상이 가능한 판타지로 아주 기본적인 도서관 이용법을 이야기 속에 녹여 들려준다. 소란스러운 동물 친구들이 도서관에 찾아오는 상상을 하는 아이 이야기(『도서관에서는 모두 쉿!』)가 그런 내용이다. 도서관을 이용할 때는 책 읽는 다른 이용자들을 위해 되도록 조용해야 한다는 게 가장 기본이다. 물론 요즘 도서관은 많이 달라지긴 했어도 수다쟁이 꼬마들을 온전히 허용할 정도는 아니
다. 비난하거나 꾸짖기보다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조용히 책과 대화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 그림책에는 개구리를 도서관에 데려오는 아이도 있다(『도서관에 개구리를 데려갔어요』). 개구리뿐 아니라 반려동물을 매일 차례로 데리고 온다. 책은 당연히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걸 독자들도 알 수 있게 마무리한다. 지식정보를 담은 그림책들은 초등 중학년 이상의 아이들이 읽을 수 있겠다. 도서관을 이미 익숙하게 경험해 본 아이라면 자기가 알고 있는 도서관 이용 규칙과 문화가 실제의 것과 다르지 않은지 확인할 수 있겠다. 도서관이 낯선 어린이라면 도서관은 어떤 곳인지 차근차근 알아갈 수 있다. 조금 까다로운 설명을 그림과 함께 보는 게 정보를 효과적으로 익히게 해 줄 것이다.
어떻게 도서관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조지환, 김현미, 박혜리, 양현주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 어린이 문학 분과
AI 시대, 사람들은 챗GPT로 정보를 찾고, 터치 한 번으로 전 세계로 연결된 정보를 실시간 접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나의 검색 패턴을 분석해 ‘내가 보고 싶어 할 콘텐츠’를 눈앞에 펼쳐놓으면 ‘내가 원한 걸까?’ 인식하기도 전에 무심결에 ‘클릭’ 먼저 하는 세상. 디지털 환경의 압도적 효율 앞에 물리적 공간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도서관은 얼핏 시대 착오적 유물처럼 보인다. 혹자들은 도서관은 점점 쓸모없어질 거라고, 사서는 장차 인공지능에 대체될, 소멸 가능성이 높은 직업으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전국 도서관의 수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새로 건립된 도서관은 SNS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책을 더 많이 찾고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들도 늘어난다.
넘치는 정보에 절실해진‘ 물리적 사유의 거점’
문헌정보학자이자 도서관학의 아버지 S. R. 랑가나단은 1931년 도서관이 지켜야 할 5가지 대원칙을 발표했다. 이 중 다섯 번째 법칙은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다.” 이 원칙을 반영하듯 도서관은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이용자들의 수요와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해 왔다. 도서관은 과거 책과 자료를 보관하고 열람하는 공간, 연구하는 공간에서 시간이 지나 정보 공유의 장이자 종합 문화시설, 평생교육시설로 거듭났다. 도서관에 새로운 장소성을 부여하며 발전해 온 사회에서 도서관의 가치는 점차 확장돼 온 것이다. 어쩌면 일상의 디지털화가 심화될수록 도서관 같은 물리적 사유의 거점들이 우리 삶에 더욱 절실해지지 않을까? 디지털이 복제할 수 없는 인간의 경험과 감정의 원형이 보존된 곳, 디지털 기술이 제공할 수 없는 인간적 경험과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공간이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을 거닐며 우연히 손에 든 책 한 권이 인생의 방향키가 되고, 서가 사이를 느리게 걸으며 얻는 사색의 시간은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창의성과
“디지털 기술이 제공할 수 없는 인간적 경험과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공간이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을 거닐며 우연히 손에 든 책 한 권이
인생의 방향키가 되고… (도서관이)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회복시킬 것이다.”
자율성을 회복시킬 것이다. 어느 특정 누군가의 소유도 아니고, 그렇기에 어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곳. 누구든 자신만의 속도로 머무를 수 있는 도서관을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천국이 있다면 아마 도서관 같은 곳일 것”이라고 표현했다. 돈이 없어도 도서관에선 원하는 만큼 책을 읽을 수 있고, 원하는 책이 없다면 희망 도서 구입을 신청할 수 있다. 다른 도서관의 책을 가까운 도서관으로 가져다 주기도 한다. 도서관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선의의 마음으로 책을 내어준다. 이런 박애의 공간이 세상 또 어디에 있을까? 이런 도서관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도서관과 그 안을 지키는 사람들 이야기
여기 이런 도서관의 아름다운 가치를 가득 담은 어린이문학을 한곳에 모아 보았다. 어린이문학 속 도서관은 처음 학교도서관을 이용하는 초등학생들에게 도서관 이용 방법을
알려 주기도 하고(『단추마녀와 마법 도서관』), 도서관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우리 마을 도서관에 와 볼래?』, 『무어 사서 선생님과 어린이 도서관에 갈래요!』) 도서관의 의미와 역사를 설명해 주기도 한다(『세상을 바꾼 도서관』, 『우리 도서관의 선구자 박봉석』). 도서관을 배경으로 불의에 용감하게 맞서기도 하며(『위험한 도서관』, 『읽지 마! 도서관』, 『붕붕 도서관을 지켜주세요』) 도서관 속에서 마음껏 모험을 즐기며 책과 독서의 의미를 절로 깨우치게 한다(『귀서각』, 『브로콜리 도서관의 마녀들』, 『도서관을 훔친 아이』). 도서관은 셀 수 없는 지혜로 가득 찬,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공간이다. 돈이 없으면 식사도 문화생활도 하기 어려운 지금 이 시대에 돈이 없어도 괜찮을 유일한 공간이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공간, 도서관을 이야기하는 다음의 책들을 통해 어린이들이 도서관이 주는 사랑을 마음껏 누려 보길 바란다.
청소년과 함께 읽는 사람, 상상 질문이 있는 도서관
왕지윤, 박미연, 배미용, 이찬미, 이현애, 이혜연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 청소년 문학 분과
도서관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공공의 자산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 도서관의 의미가 퇴색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열린 지식의 공간이자, 무료로 배움을 이어갈 수 있는 민주주의의 보루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을 넘어 지역사회의 거점으로 기능하며, 고립된 개인들에게 안전한 공동체를 제공한다.
라이브러리에서 라이프러리로
특히 청소년들에게 도서관은 학교와 집 사이 제3의 공간으로서,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며 성장할 수 있는 자유로운 점이지대(漸移地帶)1)다. 이제 도서관은 책의 집합소를 뜻하는 라이브러리(library)를 넘어, 삶(life)과 결합한 라이프러리(liferary)로 변모하고 있다. 도서관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 의미를 확장하는 일은 지금 이 시대에 더욱 절실하다.
1) 서로 다른 지리적 특성을 가진 두 지역 사이에서 중간적인 현상을 나타내는 지역. 산록 지역 따위가 이에 속한다(표준국어대사전). 문화·인종·언어 등 주변 지역 특성이 포개지는 경계 지대를 뜻하기도 한다.
세상과 현실을 잇는 통로
도서관을 소재로 한 청소년문학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의 작품들은 도서관을 단지 배경으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도서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 주인공의 성장을 이끌고, 때로는 환상과 현실을 잇는 통로가 되며, 고립된 존재들이 서로를 발견하는 만남의 장소다. 소설 속 도서관은 마법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고, 고요하면서도 역동적이다. 그곳에서 청소년들은 책을 통해 세계를 만나고, 사람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며, 질문을 통해 삶의 방향을 모색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우리
“최근의 작품들은 도서관을 단지 배경으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도서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 주인공의 성장을 이끌고,
때로는 환상과 현실을 잇는 통로가 되며,
고립된 존재들이 서로를 발견하는 만남의 장소다.”
문서로 확장되는 흐름도 발견할 수 있었다. 도서관은 이제 환상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공공의 공간으로서 그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책들은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지닌 다층적 의미를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책을 고르며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이 있다. 첫째, 도서관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서
사의 핵심 요소로 다루는 작품일 것. 둘째, 청소년 독자가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며 읽을 수 있는 현실성과 공감 가능성을 지닌 작품일 것. 셋째, 도서관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 주어 독자의 시야를 확장하는 작품일 것. 이러한 기준으로 선별한 책들을 다섯 가지 주제로 분류했다. ‘환상의 도서관’에서는 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마법적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만남의 도서관’에서는 도서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의 만남을 그린 소설집을, ‘사람의 도서관’에서는 도서관을 지키고 가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일하는 도서관’에서는 사서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서관과 세상의 면모를, ‘질문하는 도서관’에서는 도서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탐구하는 인문서를 살펴본다.
읽으며 나만의 도서관, 나만의 삶을 그려 보길
도서관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살아있는 공간이며, 우리 각자가 그 의미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책장 사이를 거닐며 우연히 만난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고, 낯선 이와 나눈 짧은 대화가 세계를 확장할 수도 있다. 이 책들을 통해 독자들이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담긴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나아가 자신만의 도서관을 상상하며 그곳에서 질문하고 성장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기를 소망한다. 도서관은 언제나 그곳에 있다. 당신을 기다리며.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6 <학교도서관저널> 2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