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텍스트힙으로 힙한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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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는 텍스트힙에 왜 열광할까?
최수하 트렌드 분석가, 브랜드 전략가『 팬시, 취향을 삽니다』 저자
Z세대를 중심으로 텍스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텍스트(Text)’와 ‘멋있다, 개성 있다’라는 뜻의 신조어인 ‘힙하다(Hip)’를 합성한 ‘텍스트힙(Text-Hip)’이 트렌드로 부상 중이다. 2024년 상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텍스트힙 트렌드는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사회 곳곳에 더욱 퍼져 나가고 있다. 이러한 물결에 출판·서점·도서관 업계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책을 선택하고 만나는 경험은 그 어느 때보다 새로워지고 있다. 텍스트힙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10대의 일상과 심리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학교도서관에선 트렌드를 활용해 어떻게 학생들과 독서 문화를 키워갈 수 있을지 살펴보자.
텍스트가 지루해? 아니, 힙하다!
‘책멍’ ‘북톡(BookToK)’ 등 최근 ‘책’과 관련한 신조어가 대거 등장했다. 쇼츠와 릴스 등 60초 이내의 짧은 영상을 즐기던 Z세대1)가 텍스트 관련 활동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다. 이들은 독서를 힙한 문화로 여기며, 심지어 독서하는 모습도 ‘섹시하다’고 표현한다. 자신이 읽은 책을 SNS에 인증하고, 책 읽는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일상의 한 부분으로 공유하려는 사람도 부쩍 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년 4월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종합독서율은 95.8%로 2023년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전환했다. 매체별로 나눠 봤을 때도 10대 독서율은 종이책 93.1%, 전자책 51.9%로 2년 전과 비교해 각각 5.7%p, 2.8%p 오르는 등 모든 매체에 걸쳐 고르게 증가했다. Z세대 사이에서 네이버 블로그가 일상을 기록하는 ‘온라인 일기장’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들은 책의 좋아하는 구절을 따라 쓰는 ‘필사’, 다이어리에 손글씨로 일기나 하루 계획을 쓰고 스티커를 붙이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등 텍스트 쓰기에도 열광한다. 2024년 12월 네이버가 공개한 2024 네이버 블로그 리포트에 따르면 2020년 대비 최근 1년간(2023년 11월∼2024년 10월) 블로그 창작자 수가 30% 증가했는데, 그중 10대 증가폭이 55%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1) 밀레니얼 세대와 알파 세대 사이의 세대를 뜻하는 말. 1990년대 중·후반생부터 2000년대 후반생까지를 Z세대로 분류한다.
Z세대가 텍스트를 힙하다고 느끼는 이유
텍스트 쓰기에 이토록 열광하는 까닭을 분석해 보자. 첫째, 텍스트에 대한 열광은 자신에 대한 기록의 욕구와 미래에 대한 안정의 욕구가 반영되어 나타난 현상이다. 자신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는 건 미래를 생각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우선 한 사람의 일생에서 10대 나이의 특성을 짚어 보자. 이때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크고,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 진로를 고민하며 자아를 진지하게 발견해 가는 단계다.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미래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방향성은 맞게 가고 있는지 등에 관한 쓰기는 이러한 고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둘째, 10대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바로 ‘또래 문화’다. 또래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는 시기인 데다 디지털 온리(Digital Only) 세대로도 불리는 10대는 태어날 때부터 유튜브를 보고 자랐을 뿐 아니라, 다양한 SNS를 활용하는 데 능숙하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통해 또래들과 소통하고 여기에서 일어나는 유행에도 민감하다. 다른 집단이 아닌, 나의 친구들이 하는 활동을 같이 즐기고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텍스트힙 열풍이 불면서 SNS 플랫폼 속에서 온라인 모임, 챌린지를 하며 서로 독려하고, 같은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하는 것도 바로 또래의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심리에 기반한 것이다.
셋째, 미디어 환경 측면에서 봤을 때 ‘디지털 디톡스’의 일종으로 텍스트가 다시 각광 받고 있다. Z세대는 학교 수업까지 비대면화되는 급격한 디지털화, 학교 교재의 태블릿화, 영상 기반 SNS 플랫폼들의 범람 등으로 디지털 매체에 대한 피로도가 높다. 이러한 자극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반작용으로 종이책, 종이 수첩에 읽고 쓰는 텍스트에 빠지는 것이다.
넷째, 독서를 장려하는 아이돌·인플루언서들의 영향과 소셜 미디어와 함께 텍스트힙 문화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르세라핌 허윤진, NCT 재민, 에스파의 카리나, 아이브 장원영 등은 대표적인 독서 애호가이다. 이들이 추천하는 책 리스트는 금방 베스트셀러로 등극한다. 허윤진은 공항에 책을 들고 나타나 ‘공항 패션’ 대신 ‘공항 책’이라는 트렌드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10대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읽는 책이라면 팬덤으로 따라 사기도 한다.
학교도서관, 텍스트힙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10대도, 책을 읽지 않는 10대도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것은 ‘재미’다. 재미를 느끼게 해 주어야 책을 읽는다.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똑같은 책이라도 10대의 시선에서 큐레이션하는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비독서가인 10대를 독서가로 전환시키기 위해 우선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필요하다.
생일책 큐레이션
학교도서관에서 학생들의 ‘생일책’ 큐레이션을 해 보자. 최근 몇몇 독립 서점에서는 생일책 큐레이션을 하고 있다. 생일책은 책 포장지를 뜯어 보기 전까지는 날짜만 적혀 있는 블라인드책이다. 예를 들어 1월 20일이라고 적힌 책은 그 작가의 생일인데, 소비자들은 본인의 생일 또는 친구의 생일 기념으로 그 책을 선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도서관에서는 기존에 구비하고 있는 책이더라도, 책 커버를 열기 전까지는 어떤 책인지 알 수 없도록 커버를 씌워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볼 수 있다.
또래 문화를 활용한 책 전시
또 다른 큐레이션 방식은 ‘○○기관 선정 청소년 필독독서’처럼 공기관이나 선생님이 추천하는 필독서가 아닌, 또래들이 추천하는 책 목록을 만들거나, 학생들이 고민이나 관심사를 바탕으로 추천 책 목록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에게는 ‘게임만 좋아하는 친구에게 게임보다 재미있는 이 책을’ 중학생에게는 ‘친구와의 관계가 고민일 때’ ‘자꾸 짜증만 날 때’, 고등학생에게는 ‘공부를 왜 해야 할지 모를 때’ ‘서울대에 먼저 간 선배들이 추천하는 책’ 등 학생들이 고민하는 주제를 바탕으로 책을 추천하는 것이다.
독자(이용자)의 마음에 공감하는 콘셉트
최근 10대들의 시집 구매율이 높아졌다는 통계가 있다. 런던의 러쉬 매장에서는 시를 판매하는 독립 서점이 입점했는데, 방문객들의 마음 상태에 맞는 시를 처방해 주는 마케팅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지난 10월 문학동네가 문구 스토어 ‘포인트오브뷰 (Point of View)와 협업해 시인 큐레이터가 방문자들에게 시집을 추천해 주는 ‘시인의 방’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를 빗대어 볼 때, 각 학교에서는 ‘사서선생님의 마음 처방 이벤트’를 열어볼 수도 있다.

| 오감을 충족하는 팝업 스토어 출판·서점 업계에서 팝업 스토어를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밀리의 서재는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의 내용에 맞게 문방구 콘셉트의 팝업 스토어를 여의도 서울더현대에 꾸미기도 했다. 문학동네 등 출판사들이 Z세대에게 책에 대한 흥미를 이끌기 위해 책과 작가에 맞는 콘셉트로 팝업 스토어나 체험 이벤트를 여는 것이다. 그 이유는 Z세대와 알파세대는 오감형 경험을 할 수 있는 활동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팝업스토어를 학교도서관에 그대로 구현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러한 콘셉트를 차용해 도서관 내부를 ‘북스토랑’ 분위기로 만들어 책을 음식 메뉴처럼 재미있게 소개하는 ‘책 메뉴판’을 만들어 비치하거나, 특정 월을 정해 특정 주제와 연관된 굿즈를 만들어 다독하는 학생들에게 상으로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학생들에게 동아리 활동이나 국어 시간에 특정한 책을 고르게 하고, 책의 주제나 소재를 표현하는 팝업 스토어를 교실에 만들어 보도록 할 수도 있다. |
책을 즐기는 방법은 잔보한다 : 텍스트힙에서 텍스트딥으로
10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본인의 취향을 더 빠르게, 더 확고하게 만들어 가는 세대다. 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왕성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사회적·심리적으로도 빠르게 성장한다. 밀레니얼 부모와 자라며 소비 취향도 확실하고, 사회 이슈에 대한 가치관도 일찍 정립한다. 유튜버, 틱톡커들이 만든 영상을 보고 자란 이들은 향후 사회에서 ‘소비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크리에이터로서 활약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 이들이 이끄는 텍스트힙 트렌드를 텍스트딥(Text-Deep) 문화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들 각자가 취향에 따라 책을 고를 수 있게 독려하는 세심한 책 큐레이션이 필수이다.
또한, 초저출생 시대에 태어난 지금의 10대들은 교사와 부모뿐 아니라 조부모의 열띤 관심과 기대 속에서 자라나며, 어른이 요구하는 것으로 일상이 꽉 채워지고 있다. 이럴수
록 공기관인 학교에서는 어른의 시선이 아닌 학생의 시선에서 이들이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청소년전문도서관 라이브러리 티티섬이 좋은 사례다. 티티섬은 도서관 로비에 청소년의 고민을 적는 ‘대나무숲’ 공간을 만들고, 책을 읽는 공간뿐 아니라, 요리하고 식물을 키우는 공간까지 만들어 청소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제 10대들이 책을 고르고 즐기는 방식이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를 잘 활용한다면 학교도서관이 새로운 형태의 독서 문화를 만드는 산실이 될 수 있다. 예스24 유튜브 채널의 ‘책 읽을 때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콘텐츠 이름: playlist)’가 좋은 반응을 일으켰듯이, 조용해야만 하는 도서관이 때로는 케이팝 음악을 들으며 독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마다의 취향과 욕구에서 출발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학생의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 바로 도서관이기를 기대한다.
주목받는 북큐레이팅 채널 Q&A:
고전은 힙하다
힙스터 지망생 계정 관리자
| 안녕하세요! 인스타그램에서 ‘힙스터 지망생’이라는 이름의 도서 큐레이션 계정을 운영하는 대학생입니다. 대학교에서 문학을 배우고 있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런 수업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일개 공대생 한 명이고, 그저 취미로 꾸준히 책을 읽던 것이 이렇게 매거진 운영까지 이어졌네요. 계기는 딱히 없는데 그냥 어릴 적부터 책을 가까이했어요. 실제로 초등학생 때는 학교도서관에서 책 많이 빌려서 받는 다독상도 몇 번 받았 고요. 성인이 되어서도 틈틈이 독서를 이어갔고, 특히 군대에서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책을 정말 많이 읽었어요. 전역한 이후에도 책을 많이 읽었고, 그 경험이 잘 쌓여서 지금의 매거진 운영까지 이어졌어요. |
Q. 지난여름, 채널을 통해 “여러분은 책은 왜 읽으시나요?”라는 질문을 건네신 바, 에디터님께서 책을, 특히 고전을 꾸준히 읽는 이유가 궁금해졌어요.
| A. 어려서부터 책을 쭉 좋아해 왔기에 고전을 처음 접할 때도 거부감이 없었어요. 많은 분이 고전에 대해 가지고 계신 부정적인 인식 없이 고전을 읽기 시작했던 거죠. 사실 처음 고전을 읽기 시작했을 때 지적 허영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에요. 예를 들자면 대학교 1학년 때 솔직히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 못하면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계속 붙잡고 있었거든요. 그냥 유명하다니까, 읽으면 좀 있어 보이니까 계속 붙잡고 있기도 했어요. 그렇게 어려운 책들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고전 읽기에 도전한 것은 (책에 대한) 첫인상이 좋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직도 기억나는데, 고3 때 수능 끝나고 할 일이 없 어서 우연히 집에 있던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읽었어요. 그 책을 지금 읽으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너무 재밌게 읽었고, 자연스럽게 고전은 재밌고 깊은 주제를 다루는 책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히면서 고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부터는 자연스럽게 제 독서가 대부분 고전에 국한돼서 이뤄졌던 것 같네요. |
Q. 푸더바1) 님의 게시물을 보고 “나도 저런 글들을 올려 보고 싶다” 하시며 계정을 만들었는데, 매거진에 첫 게시물을 올린 그날의 온도가 궁금해요.
A. 제 기억이 맞다면 아마 친구 집 근처 카페에서 첫 게시물을 업로드했을 거예요. 2024년 1월쯤에 ‘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어떤 게시물을 만들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2월 중순에 몇 개를 직접 만들어 봤어요. 그러다가 2월 중순, 친구와 함께 카페에서 할 일을 하다가 갑자기 지금 안 올리면 앞으로도 안 올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단 올리고 보자!’ 생각하고 첫 게시물을 업로드했어요.
그날의 온도는 우선 겨울이니까 당연히 추웠고요.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에나 느낄 법한 가슴 설렘 또한 공존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공대생이다 보니,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 보는 것이 제 인생에 전혀 없던 경험이었거든요. 그런데 신기한 게 전 지금도 게시물 만들 때마다 매번 두근거리고 설레요. 재밌고 유익한 주제를 찾아내고, 업로드했을 때 팔로워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걸 보는 재미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답변을 작성하면서 든 생각인데, 그때 더 고민하지 않고 게시물을 업로드하기 참 잘한 것 같아요. 그때의 저를 칭찬해 주고 싶네요.
1) 인스타 계정으로, 마이너·서브컬쳐 큐레이팅 채널(@ptb_mag).
Q. 모든 게시물이 흥미롭지만, 그중 고전을 쉽게 해설해 주는‘ 아는 척 가이드’가 신선했어요. 이 아이템에 담을 책을 정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으실 듯한데요. 그 기준과 제작 방법을 자유롭게 알려주신다면요?
A.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일단 ‘유명한 책인가?’를 가장 우선순위로 고려했어요. ‘아는 척 가이드’ 시리즈가 생각보다 꽤 많은 인풋이 들어가는 콘텐츠인데(책 다시 읽기, 인상 깊은 문장 정리하기, 의견 정리하기, 원고 작성하기 등등 은근 들어가는 노력이 상당합니다) 반응이 그만큼 따라 주지 않으면 솔직히 조금 허탈하거든요. 그래서 애초에 반응이 좋을 법한 책 위주로 고르고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또 중요한 저만의 기준이 있는데요, ‘내가 할 말이 있는가?’ 또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는 척 가이드’ 시리즈는 10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 안에서 간단한 줄거리 소개와 그에 대한 제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거든요. 실제로 팔로워분들도 그 포인트를 좋아해 주신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다 보니까 유명한 책이라도 제가 딱히 할 말이 안 떠오르면 굳이 소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 ![]() |
Q. 그중에서도 청소년에게 이‘ 아는 척 가이드’ 한번 봐봐! 하고 추천해 주신다면요?‘ 이 책을 십 대에 읽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싶은 맘으로 권해도 좋아요.
A. 계정에 소개한 것들 모두 제가 정말 아끼는 작품들이라 고르기 어렵지만, 3개 정도 다음과 같이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Q. 굿즈를 판매하는 마플샵에서 책 읽고 싶은 욕망을 샘솟게 하는 밈 스티커, 키링 등을 선보이고 계시죠! 독자들이 이 굿즈를 어떻게 활용했으면 하는지 자유롭게 들려주셔요.
A. 굿즈는 기획부터 제작까지, 제가 계정을 운영하며 가진 생각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 만들게 되었어요. 이건 제 개인적인 바람이긴 한데, 저는 사람들이 독서를 너무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지 않기를 바라요. 제 계정의 성격이 굳이 따지자면 진지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도 제가 독서를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저한테 독서는 그냥 재밌는 취미예요. 어렵고 딱딱한 무언가가 아니라는 거죠. 제가 이번에 제작해 본 굿즈도 그런 제 생각이 반영됐어요. 굳이 독서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재밌는 취미일 뿐인데 말이죠! 그래서 일부러 재미있는 문구들로 구성된 스티커와 키링을 제작했어요. 독자분들도 제 굿즈를 사용하시면서 독서를 조금 더 즐겁게 생각하시면 좋겠네요.

Q. 일각에선 텍스트힙 문화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도 많은데, 과시욕을 드러내고 독서에 대한 사유가 깊지 않다는 게 나름의 이유인 듯해요. 이런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면 어떻게 답하고 싶으신가요?
A. 사실 전 ‘텍스트힙’ 문화에 대해서 정말 별생각이 없긴 해요. 오히려 텍스트힙 문화가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제 계정도 커지니까 저한테는 좋은 일인 것 같기도 하고요. 팔로워 늘어나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텍스트힙 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조금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솔직히 과시욕 좀 있는 게 죽을죄는 아니잖아요? 애초에 저부터도 고전을 읽기 시작한 이유에 과시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기도 하고요. 생각해 보면 누군가는 헬스장에서 정말 열심히 운동하고 그냥 집에 가고, 또 누군가는 운동 대충 하고 ‘오운완(오늘 운동완료의 줄임말) 인증샷’을 찍어 올리곤 하잖아요. 그런 식으로 각자의 삶의 방식이 있는 거니까 그냥 ‘넌 그렇게 살아라∼’ 생각하고 넘어가 달라고 말해 주고 싶네요.
Q. 에디터님께서 매거진에 올려 주시는 콘텐츠를 정주행하다 보면, 실제로 그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게 참 매력인 듯싶어요. 계정을 운영하면서 계속 유지하고 싶은 나름의 철칙, 시도하고 싶은 색다른 콘텐츠들도 살짝 귀띔해 주세요.
A. 아마 앞으로도 제 계정의 큰 콘셉트는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재밌는 주제 잘 찾아내서 다양한 주제로 게시물도 만들고, 또 좋은 책이 있다면 ‘아는 척 가이드’를 통해 꾸준히 소개할 거예요. 지금처럼 진지함과 가벼움 그 사이, 그 애매한 선을 잘 지키면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제 게시물 보고 책 읽었다는 DM이 올 때 굉장히 뿌듯한데, 앞으로
도 그런 DM 많이 받을 수 있게끔 노력할 생각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디자인 실력을 키우고 싶어요. 제가 요즘 느끼는 게 디자인도 확실히 공부하면 할수록 늘더라고요. 이제는 좋은 주제만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디자인까지 함께 고민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나아가 콘텐츠의 측면에서는 책 소개나 북큐레이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싶어요. 예를 들면 제가 책을 읽기 위해 방문하는 장소 등을 다뤄 볼 수도 있겟고요. 얼마든지 주제의 확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해 보려 합니다.
요즘 힙한 텍스트 콘텐츠 추천 7
오독의 시선으로 텍스트힙을 바라보다
도서 큐레이션 매거진 <오독보행> 편집팀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2024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관람객은 약 15만 명이라고 한다. 13만 명이 방문했던 2023년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말 그대로 ‘대흥행’이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책을 보기 위해 모여든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2030 세대를 관통하고 있는 ‘텍스트힙’이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텍스트힙이란 무엇인가? 힙하다는 신조어와 텍스트를 합친 이 말은 ‘텍스트, 즉 책을 향유하는 사람들을 힙하다고 생각하는 현상’을 요약하는 단어다. ‘힙’이란 남들과 다른,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행동 양식을 뜻하니, 단순하게 생각해 보아도 (모두가 숏폼 영상 콘텐츠를 보는 시대에) 텍스트를 읽는 것은 당연히 힙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오독보행>은 이 거대한 텍스트힙 유행의 흐름 속에서 오독이라는 행위를 통해 고유한 시선을 가져 보려는 시도다. 그 오독의 시선을 통해 본 ‘힙한’ 텍스트 콘텐츠 채널을 소개한다.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5 <학교도서관저널> 1+2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