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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친애하는 도서관 핫 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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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11-04 14:58 조회 20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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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층 도서관을 연결하는

휠체어 통행로

이신혜 충남 서산중앙고 사서교사


서산중앙고 도서관은 본래 경사가 없는 평지였다. 그러나 리모델링을 계획하면서 도서관이 기존에 시청각실로 쓰이던 복층 공간으로 이전되면서 휠체어 경사로가 필요해졌다. 그렇게 구축한 도서관 입구는 복층의 위층에 있으며, 입구를 통해 도서관에 들어온 시점을 기준으로 오른편에 휠체어 경사로와 계단이 함께 설치되어 있다. 도서관 위층에는 비문학·신착도서 서가, 큐레이션 공간, 자료검색대, 자가대출반납기, 대출반납대, 사서 업무공간이 있고, 아래층에는 문학 서가 및 열람 공간, 수업 공간이 있다. 이 두 공간을 구분하면서도 자연스레 연결해 주는 것이 휠체어 통행로다.



 단차 있던 시청각실을 복층 도서관으로 


서산중앙고는 고교학점제 학교공간조성 사업 중 하나로 도서관 이전과 리모델링을 같이 하게 됐다. 원래는 본동 2층에 교실 3칸 크기의 도서관이었는데,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다양한 교실이 필요해지고 교내 공간이 부족해져, 기존의 도서관은 일반 교실로 만들고, 본동 1층의 시청각실을 도서관으로 만들게 되었다. 시청각실은 앞쪽에 무대와 스크린이 있고 영화관처럼 의자가 층층이 배치된, 1층에서 반지하로 내려가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시청각실 크기는 기존의 도서관보다 조금 더 컸다. 다만 직사각형이 아닌 정사각형에 가까운 공간이었고, 무엇보다 단차가 있었다. 이 단차를 없앨 수 없었기에 영화관처럼 층층이 있던 단차를 하나로 줄이고, 학교도서관에 필수적인 서가·수업·열람·업무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하며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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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 휠체어 경사로 공사 과정 


처음 설계 땐 생각하지 못했던 장애인 이동권

첫 번째 도서관 설계도는 양쪽으로 ‘계단만’ 있는 설계도였다. 처음에는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다 공간구성을 고민하면서 설계도를 계속 들여다보는데, 순간 ‘휠체어는 어떻게 내려가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복층의 아래층을 수업 공간으로 사용하려 했기 때문에 모든 학생이 도서관에서 수업을 받으려면 휠체어 통행로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계단뿐인 첫 설계도를 볼수록 확고해졌다. 실제로 서산중앙고는 특수학급 거점학교여서 매년 휠체어 사용 학생이 1∼2명은 있었다. 장애인 이동권을 놓칠 뻔했다고 스스로 반성하며, 건축설계 업체에 연락해 다른 수정사항과 함께 휠체어 통행로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처음부터 휠체어 통행로를 생각하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지만 설계도면 수정이 충분히 가능한 설계 초기에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반영한 수정된 설계도를 가지고 고교학점제 공간조성 사업 협의회에 들어갔다. 휠체어 통행로가 생각보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만 꼭 필요하다는 것을 다음의 3가지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첫째, 학교도서관은 모든 이용자의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둘째, 휠체어 통행로가 당연한 사회적 인프라라는 것을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직간접적으로 느끼고 알아야 한다.

셋째, 나중에 휠체어 통행로가 필요해서 다시 공사하게 되면 더 큰 공사를 해야 한다.


위 이유를 들어 휠체어 통행로의 필요성을 설명했더니 구성원 모두 동의해 주셔서 그대로 진행하게 되었다. 실제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학생이 있어 어렵지 않게 협의를 마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통행로의‘ 폭’과‘ 기울기’

수정된 설계도를 받았을 때 생각보다 휠체어 통행로가 길고 넓은 것이 보였다. 법정 기준에 의하면 휠체어 통행로 기울기는 1:18 이하로 해야 하지만 지형상 어렵다면 1:12 이하까지 할 수 있는데, 대략 단차가 1m라고 하면 최소 8m의 길이가 확보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8m의 길을 확보하려니 돌아서 내려가야 하는 길이 되었고, 이는 결국 휠체어 통행로 공간이 1줄에서 2줄로 늘어나는 것이니 기존보다 2배의 공간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통행로 폭도 휠체어가 지날 수 있도록 1.2m 이상이어야 한다고 했다. 서산중앙고는 1.5m로 만들어 거의 3m의 공간이 휠체어 통행로로 쓰이게 되었다.



휠체어 난간용 벽 높여 위아래 공간 분리

휠체어 통행로는 양쪽에 난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난간의 높이는 최소 0.85m 이상이어야 한다고 했다. 필자는 아래층의 수업 공간과 위층의 대출반납 및 서가 공간을 구분하기 위해 난간을 벽처럼 약간 높이 세워 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처음 협의회 때 수업 공간을 서가 공간과 분리하고 싶어 폴딩도어 설치를 생각해 두고 설계를 시작했다. 그런데 알아보니 폴딩도어를 설치하게 되면 서산중앙고의 경우 폴딩도어 길이가 너무 길어져 중간 지점에서 폴딩도어가 기둥처럼 세워진다고 했다. 결국 생각보다 부피도 차지할 것 같고 오다가다 학생 안전사고 위험도 있을 것 같아 폴딩도어 설치는 무효화하고, 휠체어 통행로 벽을 높여 위층(서가 공간)과 아래층(수업 공간)을 분리하기로 협의했다.


 

 공사비와 진행 업체 


도교육청 사업으로 정확히 알 수 없던 공사비

서산중앙고의 경우 휠체어 통행로 공사비는 자세히 알 수 없었다. 고교학점제 학교공간조성 사업, 즉 도교육청 사업으로 진행한 리모델링이라 학교 행정실에서도 비용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자세한 금액은 알 수 없지만 이번 공사에서 층층이 있었던 단차를 1개의 단차로 만드는 것(단차 평탄화 작업)과 서가가 들어갈 견고한 바닥 공사가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어려웠기에, 공사비에 적지 않은 비용이 쓰였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설계 진행 업체

건축 설계도면을 만들고 3D 작업을 진행해 준 업체는 서산에 있는 공간경작소건축사사무소(충남 서산시 중앙로 10 5층 502호)다. TF팀 단체방을 먼저 만들어 주고, 각 실마다 원활한 소통이 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써 준 곳이다. 변경 사항도 협의를 통해 빠르게 반영되도록 작업해 주시고, 문의 사항도 함께 고민하며 친절하게 상담해 주셔서 좋았다.



부족해진 서가, 답답해 보이는 높은 벽은 아쉬운 점

공사를 끝마치고 보니 생각보다 휠체어 통행로 난간용 벽이 더 높았다. 위층과 아래층이벽 덕에 완전히 분리는 되었지만 위층에서나 아래층에서나 벽에 가로막혀 있는 것 같은 답답함이 느껴졌다. 난간용 벽이 조금 더 낮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휠체어 통행로가 공간을 많이 차지하다 보니 정작 서가를 두거나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열람할 공간이 줄어든 것은 안타까웠다. 위층은 층고가 낮아 기존의 6단 서가를 5단 서가로 변경했더니, 원래도 장서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11,000권대의 장서만 비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추후 서가 공간을 어떻게 할지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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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휠체어 통행로 타일은 미끄럼 방지 타일로 시공할 것을 추천한다. 우리 학교는 공사비 부족으로 내년에 미끄럼 방지 패드 시공을 하게 되었는데, 공사할 때 처음부
터 타일을 다르게 고르거나 미끄럼 방지 패드 작업을 하면 번거롭지 않게 만족스러운 휠체어 통행로를 만들 수 있다. 학교마다 상황과 여건이 다르지만 한 번 더 생각하고 들여다봐서 이용자 친화적이고 즐거운 학교도서관 공간을 만들어 보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필수인 휠체어 통행로 


공사 후 학생들에게 도서관을 개방하기 전, 위층에 서가를 둘 공간이 부족해져 아래층에도 서가를 놓게 되었다. 이때 휠체어 통행로가 큰 도움이 되었다. 장서나 여러 집기를 옮길 때 휠체어 경사로가 있으니 위층 아래층의 물건들을 수레로 수월하게 이동시킬 수 있어, 사람뿐 아니라 물건 이동을 위해서도 역시 꼭 필요한 시설이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학교도서관 개방 이후에는 수업 시간에 장애 학생이 휠체어로 수업 공간에 가고, 위층과 아래층 서가를 수월히 둘러 보는 모습을 보며 휠체어 경사로는 마땅히 있어야 할 시설이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공간을 크게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계단 6칸 높이의 단차에 휠체어 통행로를 설치함으로써 서산중앙고 도서관은 모든 이용자의 이동권을 보장했다. 이번 공사로 휠체어 통행로가 꼭 필요한 사회적 인프라임을 몸소 확인했다. 이용자들에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야 함을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 것 같아 매우 만족스럽다는 리모델링 소감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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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람 공간에서 숲을 만나는 법

나현정 서울 성암국제무역고 사서교사


우리 학교 ‘숲도서관’의 가장 큰 매력은 책마루, 책언덕, 책숲 등 다양한 열람 공간에 있다. 책마루는 마루형 열람 공간으로 빈백 등이 놓여져 편한 자세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며, 책언덕은 계단형 열람 공간으로 바깥 공간을 조망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책숲은 자연 친화적인 숲속에서 책을 읽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숲이 있는 열람 공간은 탁 트인 창문을 통해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조용한 사색과 자연의 평온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휴식의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숲을 품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닫힌 벽을 허물고 실내 정원을 조성했다. 학생들이 자연을 눈앞에서 마주하고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 공간에서 이용자들은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잎사귀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자연 속에서 독서를 경험하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숲도서관'을 구축하기 위한 핵심들 


기존 도서관의 틀을 벗어나기 위한 첫 도전은 불필요한 벽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철거된 외벽 자리에는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통창과 야외 테라스를 조성했고, 그곳에 조경을 더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내부는 벽을 허물어 넓고 개방된 형태로 디자인했으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도록 가변적인 구조로 구성했다.

숲이 있는 열람 공간은 식물과 자연 친화적인 가구들이 어우러져, 성암국제무역고 도서관만의 독특한 자연 친화적인 풍경을 빚어냈다. 자연스럽게 ‘숲도서관’이라는 이름이 지어졌고, 크고 작은 생태계와 학생들의 일상적인 활동까지 담아내는 열린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원목 서가와 낮은 서가의 배치

책과 숲이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요소 중 하나는 자재의 선택이었다. 원목 서가를 고르는 과정은 인내의 연속이었으며, 숲의 느낌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자재를 고르기 위해 여러 자재를 비교하며 최상의 품질을 확보하고자 했다. 나무와 원목 자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자연의 감성을 최대한 담아내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 앞에는 낮은 서가를 배치해 학생들이 언제든 앉아 독서할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을 만들었다. 특히 창문 앞 작은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 학생들의 모습은 그간의 모든 노력을 보상받는 듯한 감동을 주었다. 햇살 속에서 책과 학생들이 어우러지는 장면은 마치 그림처럼 다정하고 평화로웠다.



도서 열람 너머의 역할 고민하기

이 공간을 만들기까지 갈등도 있었다. 도서관 공간을 넓게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일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고, 전통적인 도서관의 틀을 벗어나는 시도가 적절한지 의문도 제기됐다. 그러나 학생들의 일상에 숲도서관이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하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리고 학생들이 편히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으며 미소 짓는 모습을 보면서, 그 모든 갈등과 의심은 사라졌다. 숲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학생들이 자연과 소통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성장하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하루 종일 학교에 머무는 학생들에게 안정감과 활기를 주기 위해 노란색과 연두색 같은 따뜻한 색감을 사용했으며, 열람용 테이블 또한 숲도서관의 분위기에 맞춘 맞춤형 가구를 선택해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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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있는 건축가와 작업하기

숲도서관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건축가의 철학이 큰 역할을 했다. 고려대학교 건축학과의 남정민 교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건축물에 녹여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건축과 자연의 조화를 중시하며, 학생들이 자연과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숲도서관을 설계했다. 초기에는 관리의 어려움을 우려하는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남 교수는 자신의 철학으로 이를 설득해냈다. 그의 안목과 철학을 믿고 지지한 것이 숲을 품은 도서관을 완성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 셈이다. 이렇게 완성된 숲도서관은 학교 생활 속에서 쉼이 필요할 때, 책이 필요할 때, 누군가와의 만남이 필요할 때, 언제나 학생들에게 특별한 공간이 되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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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친화적인 도서관 리모델링을 앞두고 계신다면 


학교 구성원 모두의 취향을 반영하려다 보면 도서관 설계가 산으로 갈 때가 있다. 사서교사가 중심을 잡고, 건축가와 잘 상의하면서 방향을 잡아가는 게 중요하다. 자연 친화적인도서관을 만들기로 했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1. 나무와 식물 관리 계획

나무와 식물을 들일 때는 햇빛과 물 관리가 필수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직사광선이 많이 드는 곳에 식물을 놓으면 관리가 어려울 수 있으니 주의한다.


2. 서가 배치와 높이 조절

서가는 너무 높지 않게 설치하는 게 좋다. 학생들이 쉽게 책을 꺼내고, 앉아서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3. 예산에 식물 관리 비용 포함

예산을 짤 때 식물 관리나 가구 유지 보수 비용도 꼭 포함해야 한다. 식물을 관리하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필요할 수 있기에 추가 비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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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연 채광과 창 위치 확인

창 위치를 잘 확인한다. 자연 채광을 잘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햇빛이 너무 강하면 책이나 가구가 손상될 수 있으니, 블라인드를 설치하는 것을 추천한다.


5. 식물 관리 시스템 구축

식물 관리는 굉장히 중요하다. 물과 햇빛을 균형 있게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미리 마련하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식물 돌봄 프로그램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다.


6. 열람 공간 배치와 동선 확보

학생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동선을 고려하여 열람 공간을 구성해야 한다. 가구가 너무 많으면 자칫 답답할 수 있으니, 여유 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권한다. 이런 점들을 잘 고려하면, 자연과 어우러진 멋진 학교도서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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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 속, 이런 필사 공간 어때요?

필사 전문 서점 운영자가 안내하는

필사책상 꾸리는 법

방지운 사각사각책방 대표


사각사각책방은 경기도 의왕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필사 전문 서점이다. 필사는 책을 가장 느리게 읽는 방법이자 깊이 읽는 방법이기도 하다. 필자는 필사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필사를 콘셉트로 책방을 열게 되었다. 현재 사각사각책방에서는 ‘사각사각 필사 모임’과 ‘고전 필사’ 모임을 운영하며, 모임 회원들과 함께 1년에 한 번 필사 전시회를 열고 있다. 학교도서관 공간구성을 앞둔 선생님들께 도서관 안에 별도의 작은 필사 책상을 만들어 보시면 어떨지, 제안하는 마음으로 필사의 매력과 함께 필사책상 꾸리는 법을 소개한다.



아이들의 나다움 찾기, 필사가 돕는다

사각사각책방은 2022년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경기도 인증서점 문화활동 사업의 지역서점 연계 학교도서관에 선정되었다. 이를 통해 인근의 의왕시 고천중학교 학생들과 사각사각책방에서 낭독과 필사를 통해 고민과 공감을 나눴다. 지역서점과 학교가 만나 교육이 아닌 공감으로 아이들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이를 계기로 현재까지도 고천중 학생들과 여름방학 낭독 모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오늘날의 화두는 ‘나답게 사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일상 속에서 책을 통해 ‘나’를 만나는 작은 습관인 필사는 문화(음악, 그림, 글쓰기)와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아차리게 한다. 필사는 그로써 나다움을 찾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필사 의욕 끌어올리는 필사책상 꾸리는 법 


사각사각책방에는 누구나 앉아서 글을 쓸 수 있는 필사책상이 있다. 전면 창으로 보이는 초록빛 나무들을 바라보며 좋은 문장을 따라 써 보면서, 누구나 글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필사책상에는 여러 필사 용품이 구비 되어 있다. 필사책상을 꾸릴 때는 이용자가 책상을 보자마자 필사하고픈 마음이 생기게끔 보이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때는 다양한 용품을 구비해 책상을 꾸미는 게 핵심이다. 다음은 필자가 추천하는 필사 용품과 필기구 들이다. 스탬프, 마스킹테이프, 스티커는 필사 후 꾸미기를 하면서 즐거움을 더한다. 색연필과 오일파스텔은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린 후 색칠하기로의 몰입을 돕는다. 필기구는 여러 가지를 써 보면서 자기한테 잘 맞는 것을 골라 볼 수 있도록 다양하게 구비해 두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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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필자가 추천하는 필사 관련 좋은 책 목록이다. 필사책상에 함께 비치해 두면 이용자들이 필사 전 살펴본다. 필사로의 몰입을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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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 이렇게 필사로 꼬셔 보세요!

막연히 ‘필사 좋지’ 하고 생각만 하는 것과, 실제 필사 공간 꾸리기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학교도서관에 본격적인 필사책상을 두었을 때의 장점 5가지를 소개한다. ① 필사 공간은 나만의 치유처로서 집중과 마음의 평온함을 얻는 대안공간이 될 수 있다. ② 다른 사람이 쓴 좋은 글을 필사로 읽는 경험을 가질 수 있다. ③ 필사 공간에서 ‘필사 릴레이’가 가능하다. 책 한 권을 이어서 필사함으로써 여러 사람의 힘으로 한 권의 책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 ④ 다채로운 필기구와 스티커, 마스킹테이프를 사용해 보면서 필사하는 재미를 느껴 볼 수 있다. ⑤ 필사 안내문을 함께 비치함으로써 이용자로 하여금 좀더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다. 사소해 보여도 이런 것들이 필사로의 몰입을 적극 돕는다.



중학생들 마음을 어루만진 필사·낭독 모임

사각사각책방은 의왕시 고천중 학생들과 2022년부터 필사·낭독 모임을 이어 오고 있다. 2022년에는 『꽃들에게 희망을』을, 2023년에는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을, 2024년에는 『내 이름은 쿠쿠』를 낭독한 후 필사했다. 중학생들과 가장 인상 깊은 문장을 필사 후 왜 이 글이 마음에 들어왔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아이들이 선택한 글은 대부분 자신의 마음과 관련이 있는 문장이었다. 중학생들은 이를 낭독으로 한 번, 필사로 한 번, 그 구절을 왜 선택했는지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 번, 총 세 번에 걸쳐 표현함으로써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는 동시에 서로의 마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내성적이고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까지도 책의 문장을 빌려 힘든 속마음이나 생각을 표현하게 해 준다. 이렇다 보니 모임의 몰입감이나 호응도가 높았다. 필사할 때 그림까지 그리면 더 자유롭게 확장된 표현이 가능하다. 같은 책을 낭독했는데도 각자가 다른 문장을 선택해 필사하는 경험은 아이들로 하여금 세상엔 다양한 의견이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필사는 좋은 점이 많은 독서법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필사의 가장 좋은 방법은 손으로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필사한 후 스스로 그 문장을 왜 필사했는지 글로 표현해 보는 일이다. 필사를 시작으로 누구든 나의 글쓰기를 시작하거나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도서관의 어린이·청소년이 필사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며 나다움을 찾아 간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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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4 <학교도서관저널> 11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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