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이상하고 아름다운 독자의 질문&해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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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01-02 10:17 조회 1,469회 댓글 0건본문
작가님 이름에 '봄'이 들어가고,
엄청 재밌는 신작인데요···
정원진 구미 해마루중 사서교사
12시 20분,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아이들이 하나둘씩 도서관 문을 열고 웃으며 들어온다. 금세 이런저런 말소리들로 북적이는 도서관.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고, 칠판에 낙서도 할 수 있는 도서관. 내가 만들고 싶었던 거리낌 없는 도서관. 이제는 익숙해진 그 광경을 마주할 때마다 아이들이 도서관을 편안한 공간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아 괜히 입꼬리가 올라간다. 미소 띤 얼굴로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샌가 아이들이 다가와 말을 걸기 시작한다. 오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수업 시간에는 무얼 하냐고 묻는다. 그러다 학생들이 고요하던 나의 머릿속을 바쁘게 만드는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여기서 제일 인기 있는 책이 뭐예요?”나 “요즘 재미있는 책 하나만 추천해 주세요.” 같은 질문은 명함도 못 내민다.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학교도서관에 어떤 기상천외한 질문들이 날아왔을까?
특명, 책제목을 알아맞혀라!
저도 책방 내고 싶은데,
어떻게 준비하면 되나요?
어린이·청소년책방의 멸종을 막기 위해
예비 서점인에게 드리는 글
김선희 민들레글방 대표
글방 서가에 새로 나온 책을 들여놓았더니 어린이 회원 한 사람이 재깍 알아본다.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가 나왔네요?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 2편이에요? 와··· 2편 진짜 많이 기다렸는데 이제야 나오다니. 배신이다, 배신!” 회원은 얄밉고도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한 표정이다. 독한 말을 쏟아부은 참이긴 해도 새 책이 구겨질세라 조심조심 책을 펼쳐 드는 저 모습이란. 나는 이 설레는 만남을 방해하지 않으려 살짝 뒤로 물러선다.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가 싶다. 뒤이어 글방에 들어온 성마른 청소년 회원은 계산대 앞에서 다짜고짜 나를 혼낸다. “이렇게 장사해서 어쩌려고 그래요. 할인 좀 팍팍해 주면 안 돼요? 인터넷 서점처럼, 네? 네?” 무인 운영 시간에 손님들이 작성해 두고 가신 책 구입 목록표를 보며 하는 말이다. ‘글방 수익 걱정은 네 몫이 아니거든!’ 하고 반격하려다 참는다. 다 글방 잘되라고 하는 말이지 싶어서, 글방을 진심으로 염려하는 잔소리로 들려서 말이다. 나는 어린이·청소년 손님의 질문과 훈계에 쩔쩔매면서도 어쩌면 이들 덕분에 동네 책방이 멸종될 일은 없겠다고 안심한다. 유아 전집 판매점보다 독서논술 학원보다 어린이·청소년책방이 더 많은 세상을 조심스레 꿈꾼다. 이토록 문학에 충성도 높은 독자를 만드는 일이 바로 어린이·청소년책방의 최우선 과제가 아닐까.
어린이책방은 남는 장사인가요?
어떤 책을 진열해야 잘 팔리나요?
어린이책방이 새로 생겼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글방 초창기에 많은 손님이 찾아왔다. 좀더 정확하게는 어린이·청소년 손님보다는 유아나 어린이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주 고객층이었다. 손님들은 해외 그림책 수상작, 교과서에 수록된 교과 연계 도서, 유명 대학교에서 추천한 필독서를 주로 찾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책들은 준비하지 않았다. 글방에 마련해 놓은 책은 ‘도서관 책 읽어 주기’를 할 때 아이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그림책, 내 딸아이가 잠자리에 들 때 수십 번 넘게 읽어 달라고 부탁한 책, ‘동화 읽는 어른’ 책모임의 활동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책들이었다. 나름대로의 임상을 마친 책이라 자부할 수 있었다. 책은 읽을 사람이 스스로 골라야 하는데, 정작 책 읽을 손님은 나타나지 않고 그들의 대리인은 좋은 책보다는 유명하고 유용한 책에 한정해 지갑을 여니 참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물론 이것은 철저히 서점인의 사정을 말하는 것이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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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에 들락날락하는 한 어린이 독자는 유은실 작가의 전작을 찾아내 읽는 재미에 빠져 있었다. 어느 날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을 읽고선, “린드그렌 선생님은 진짜 있었던 사람이에요?” 하고 묻길래, 나는 “그럼∼ 나도 엄청 좋아하는 작가님이야. 삐삐 알지? 말괄량이 삐삐! 그 이야기를 쓰신 분!” 하고 답했다. 독자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나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추천했다. 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는지 독자는 걸핏하면 이야기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사람답게 살지 않으면 쓰레기나 다를 게 없어!” 이 구절의 무게를 독자가 아는지 모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언젠가는 꼭 알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스스로 깨우치는 어린이 독자가 신통방통할 따름이다. 릴리언 스미스의 말이 맞았다. 그는 『아동문학론』에서 “참된 가치가 있는 책, 성실하고 진실한 비전이 있는 책, 어린이가 읽어서 성장할 수 있는 책만 어린이의 손에 쥐여 주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성장하는 것이 어린이의 천성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나는 서점인이 된 다음 어떤 책을 진열해야 하냐며 묻는 어린이에게 ‘헌신하는 작가의 책’을 팔라고 말하고 싶다. 부모와 선생에게 잘 보이려는 책 말고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을 응원하고 지키기 위해 쓰인 책 말이다. 이런 책을 읽고 자란 어린이가 다음 세대 어린이에게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분명하게 믿는다.
어린이책방 주인은 어린이를 꼭 사랑해야 하나요?
지치지 않고 책방을 운영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요?
부모님 생신 준비를 하려고요.
미역국은 어떻게 끓이나요?
구혜진 전남 매안초 사서교사
우리 학교도서관은 매일 아침, 거대한 물음표의 향연으로 시작된다. 아이들이 하나둘 도서관에 들어올 때마다 나에게로 향하는 물음표도 함께 통통통 다가온다. 아침의 싱그러운 공기 속에서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나누려는 어린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이 도서관을 가득 채운다. 이를테면 이런 물음들이다.
"직접 끓인 미역국을 선물하고 싶어요"
학교도서관에서 아이들과 나눈 다양한 질문과 대답 속에서, 특별했던 순간이 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선생님, 며칠 후에 저희 엄마 생신인데요. 선물을 드리고 싶어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래 어떤 선물을 생각하고 있는데?” 물었더니, “엄마는 항상 제 생일에 맛있는 미역국을 끓여 주시거든요. 저도 엄마께 직접 끓인 미역국을 선물하고 싶어요. 미역국 끓이는 법을 알려 주는 책이 있을까요?”라고 질문했다.
첫째, 요리책 함께 찾아보기
"친구가 연주회를 하는데 어떻게 축하해야 할까요?"
한 학생이 어느 날 다가와 말했다. “선생님, 제 친구가 이번에 피아노 연주회를 한대요. 너무 멋지죠. 축하해 주고 싶은데 어떻게 축하할지 고민이에요!” 나는 “종이접기로 작은 꽃다발이나 따뜻한 축하 카드를 만들어서 선물하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그 학생은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저 종이접기 좋아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종이접기에 관한 책 추천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먼저 도서관 검색용 컴퓨터를 활용했다. ‘종이접기’라는 검색어를 입력하자, 다양한 종이접기 책이 검색되었다. 서가에서 책을 고르기 전에, 아이는 종이접기 책들의 청구기호를 메모했다. 서가에서 책을 펼치며 각각의 책이 어떤 꽃모양이나 축하 카드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지 살펴보았다. (...)
삶의 지혜와 기쁨을 전하면 생겨나는 일
얼마 후, 미역국 레시피를 찾았던 학생이 엄마 생신에 미역국을 맛있게 만들었다고 말해 주었다. 엄마께 선물한 따뜻한 미역국에 그 아이의 예쁜 마음이 담겨 더욱 특별한 맛을 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의 피아노 발표회를 축하하며 손수 만들었던 꽃다발을 선물한 아이는 선물 받은 친구가 매우 기뻐했다고 전해 주었다. 이런 감동적인 순간들에 도서관이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뿌듯한 마음이었다. 학생들의 질문을 통해 책으로 전해진 작은 도움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깨달았다. 또한 서로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 (...)
학교도서관은 언제나 더 나은 참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의 소소한 물음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나눈다. 이는 학교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되고 있다. 책은 단순히 지식을 전하는 수단이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알려 주는 소중한 매개체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호기심을 키우고 지식을 쌓아 가는 과정에서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에게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더 나은 참고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뤄지는 어린이들의 성장과 지식의 나눔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늘 새롭게 깨닫는다. 학교도서관은 작은 공간일지라도 큰 세계를 품고 있다. 어린이들의 궁금증은 끝없는 지식의 나눔을 통해 더욱 풍성한 미래를 열어젖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