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독서토론의 B급 질문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09-01 10:39 조회 2,458회 댓글 0건본문
우리를 살아 있게 만드는 질문들
서가윤 전주우림중 국어교사
교무실 문을 열고 아이들이 묻는다. “국어선생님! 오늘도 독서 시간이에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뒤 기쁨에 찬 얼굴로 교무실을 나서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나의 얼굴에도 덩달아 미소가 떠오른다. 운이 좋게도 우림중 학생들은 독서 시간을 무척이나 반긴다. 이유는 제각각일 것이다. 연속되는 지루한 수업에서 잠시 해방되는 시간이라서, 45분간 오롯이 책을 읽는 시간 자체가 행복해서, 이때 아니면 책을 잘 안 읽어서, 국어선생님이 준 소설이 재미있어서. 어떤 이유이건 학생들이 한마음으로 독서활동을 기쁘게 여기는 것은 국어교사에게 참 벅찬 순간이다. 그래서 나도 독서 시간을 좋아한다. 졸릴 법한데도 집중해서 책을 읽고 있는 한 명 한 명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괜히 가슴이 뜨거워진다.
아이들이 매시간 작성한 독서일지와 책 질문을 볼 때는 은근히 배신감이 들기도 한다. 질문이라기엔 무리가 있음에도 억지로 물음표를 달아 놓은 질문, 책 내용과 맥락에서 완전히 벗어난 질문, 책 안에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퀴즈 형식의 질문. 이런 질문들을 보고 있으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짚어 줘야 할지 난감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질문을 좀더 발전시켜 보자.”, “책과 관련하여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질문을 만들어 보자.”라는 다소 무책임한 피드백을 남긴 후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 피드백을 받은 몇몇 학생은 질문을 만드는 활동에서 점점 위축되기도 했다. 피드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으니 슬프게도 ‘실패’다
독서토론에서의 '좋은 질문'은 무엇일까
가장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보려 한다. 좋은 질문이란 무엇일까. 『이거 좋은 질문이야!』의 저자는 좋은 질문을 가리켜 ‘사고의 엄밀함을 촉진하는 질문’이라고 답한다. 수업 시 학습 과정에서 학생에게 어떤 사고가 필요한지 고려하여 질문하고, 아이들 역시 그렇게 질문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질문을 위해선 내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을 돌아보는 일이 우선이다. 교사가 아이들이 어떤 방향으로 사고하기를 바라는지 진지하게 고민한 다음, 이에 적합한 질문의 유형을 지도하고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보도록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이 안에 담긴 수많은 단어와 문장을 통해 내가 학생들에게 알려 주고 싶은 소중한 가치는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
|
책 질문을 통해 성장으로 나아가기
가설적 질문과 정서적 질문
건강한 질문이 오가는 수업, 건강한 삶으로
어서 와, MBTI 독서토론은 처음이지?
김현정 독서교육 강사
“유레카!” 아르키메데스의 마음이 이랬을까? 영감의 순간은 생각지 못할 때 찾아왔고, 나는 직감적으로 아이들이 즐거워할 만한 독서토론을 찾았음을 깨달았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히 수업의 힌트를 얻은 것이었다. 엿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옆 테이블에서 흘러나온 목소리가 꽤 컸다. “생각해 보니까 내가 소개팅남 MBTI도 모르고 소개팅에 나간 거야!” 그리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옆 테이블과 내 입에서 “대박!”이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물론 그 말의 의미는 전혀 달랐다. 한쪽은 ‘어떻게 그것도 확인하지 않고 소개팅에 나갔느냐.’라는 타박이었고, 다른 한쪽은 ‘MBTI가 그렇게 중요한 거야?’라는 놀라움이었다. 당연히 나는 후자였다.
학생들의 마음을 여는 열쇠
MBTI 독서토론, 어떻게 할까?
1단계 마음 열기
젠더가 궁금한 학생들에게
성(性) 주제 독서토론을 꾸릴 때 유용한 질문 4가지
서현주 <오늘의 어린이책> 공저자, 전 초등교사
초등학생 양육자를 대상으로 한 성교육 연수에서의 일이다. 강연이 끝날 때쯤, 한 양육자가 물었다. “TV에 나오는 트렌스젠더에 대해서 아이가 궁금하다고 해요. 어떻게 설명해 주면 좋을까요?” 성교육 연수를 진행해 오면서 마주했던 익숙한 질문을 벗어나는 질문이었다. “목욕을 몇 살까지 함께해야 하나요?”,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을 설명하기가 쑥스러운데 좋은 방법 있나요?” 등의 질문만 평소에 접했던 것이다. 예상에서 벗어난 ‘트랜스젠더’에 관한 질문을 받자, 놀랍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반가웠다. 일반 대중들에게서 ‘젠더’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것을 들어 본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예전에는 성별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믿었습니다. 여성에게는 모성애가 있고, 남성에게는 진취적 욕구가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등 성별에 따라서 직업, 성격, 사회적 역할이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믿음과 상응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타고난 몸을 따라 행동하지 않아서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이 온 사람들을 설명하기 위해 ‘젠더’라는 말이 생겼어요. 최근에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만드는 사회구조적 요인을 설명할 때 젠더를 사용합니다. 아이에게 트랜스젠더에 대해 설명하실 때는 ‘저 사람은 태어날 때의 몸과 자신이 생각하는 성별이 다르다고 여기는 사람이야’라고 간단하게 이야기해 주시면 됩니다.” 성에 관한 이야기를 억지로 감추던 시대를 지나, 다양성을 존중하는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꼭 알아야 할 젠더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 감사했다. 하지만 아직도 교육 현장에서 양육자들에게 젠더는 조금 낯선 단어인 것 같다. “젠더가 왜 중요한가요?”라고 묻는 학생들과 나눠 보면 좋을 토론 질문을 공유한다. 질문별로 독서토론에 실제로 적용 가능한 추천도서를 곁들였다.
첫 번째 질문, "모성애는 여성의 본능일까?"
우리를 지배하는 성별 고정관념은 너무나도 뿌리 깊어서,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모성애’이다. 모성애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아기를 낳고싶어 한다는 생각, 아기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사는 것이 참된 어머니라는 의견,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들도 아기를 예뻐하고 돌보는 것이 본능이라는 시각, 아기 돌봄은 물론이고 그 이외의 집안일까지 모두 어머니가 해야 할 역할이라는 이야기까지 넓은 의미를 포함한다. 모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낳곤 한다. 이것은 여성을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인식하기보다는 출산의 도구로 여기는 시각 때문이다.
모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그림책 『엄마 도감』을 청소년들과 함께 읽었다. 『엄마 도감』은 “엄마가 태어났습니다. 나와 함께.”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아이들은 엄마가 처음부터 엄마였을 것이라고 인식하지만 그들은 엄마이기 이전에 고유한 이름과 사회적 역할을 가진 존재였다. 아기가 태어났기 때문에 엄마가 되어 가는 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에 나오는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문장처럼 여성과 엄마는 원래부터 거기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엄마 도감』을 살펴본 청소년들의 반응은 이랬다. “엄마랑 아기랑 다 귀여워.”, “내가 어릴 때도 엄마가 이랬을까?”, “임신하면 배가 나오는 것은 알았지만, 아기를 낳으면 손 모양이 변한다는 것은 몰랐는데.” 아기를 낳고 기르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이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서, 돌보는 일까지 여성의 몫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엄마도 먹고 싶을 때, 자고 싶을 때, 놀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러한 욕구를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지우려는 시도가 젠더 고정관념을 만든다. 『엄마 도감』은 엄마도 사람이라는 것, 엄마도 귀한 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알려 주는 책이다. 엄마의 인생은 ‘엄마’라는 역할과 고유한 ‘미영 씨’의 삶이 공존하고 있음에 주목하는 그림책, 『엄마의 초상화』도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 |
|
두 번째 질문, "여자·남자 옷, 여자·남자 취미가 따로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