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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되고 싶은 내일보다 오늘의 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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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5-02 11:57 조회 1,45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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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을 기르는 법


김재순 유스보이스 대표




미래 세대라 불리는 청소년들의 진짜 삶을 들여다본 적 있는지? 오늘의 감정은 어떠한지, 어제는 어떤 순간이 기억에 남는지, 요즘 관심 있게 보는 콘텐츠는 무엇인지… 청소년들의 장래희망은 많이 물어 보지만, 학업 외의 일상은 어떠한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왜 청소년들의 미래에만 관심을 가질까? 빠르게 변화하는 사 회에서 이들에게 중요한 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그래서 유스보이스는 청소년들의 ‘현재’에 관심을 가지며 나다움을 발견하는 데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나다움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성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나를 탐구하고 발견해 가야 한다. 잠시라도 나다움을 잃고 생활한다면 어느새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나다움을 탐색하는 가장 좋은 시기는 청소년기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기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사회는 청소년에게 삶보다 학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공부를 하더라도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것이 필요한데 말이다. 나다움은 진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뭐 먹고살 거야?”가 아닌 “어떤 사람이 될 거야?”라는 관점으로 청소년기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 생각을 나누며 나다움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별 모양인데 자꾸 네모 모양 틀에 맞추래요”


유스보이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느 청소년의 지원서에서 기억에 남았던 목소리이다. 나다움에는 고유성이 존재한다. 그 고유성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을 학생으로 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바라봐 주어야 한다. 하지만 학교는 청소년들의 다 양한 고유성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학교 환경을 개선하거 나 변화를 시도하려면 청소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고르게 반영해야 하는데 이에 한 계가 따를 수 있다. 반영조차 잘 이뤄지지 않는 환경 속에서 청소년들은 네모난 틀에 억지로 맞춰 살게 된다. 사실 위에 언급한 청소년은 자신이 별 모양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훌륭하다.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이 어떤 모양인지 모른 채 살아 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별 모양의 참가자가 자신의 모양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고 또 다른 별 모양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한다.

“저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요구해요.”라는 목소리 또한 유스보이스 프로그램에 참 여한 청소년의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았던 대목이다. 무엇이든 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 과 환경에서 여유로울 수 없는 답답함을 내뱉는 목소리였다. 청소년기에는 만능이 되 어야 한다. 국영수와 예체능 성적, 창의력, 협동심, 통솔력 모두 뛰어나야 한다고 배운 다. 만능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평가’받기 때문이다. 점수로 평가되는 청소년들의 삶 은 누군가 정해 놓은 기준에 자신을 맞추게끔 강요받고, 조금씩 자신을 잃어 가게 된 다. 필자 또한 그랬다. 



“시간이 없지, 하고 싶은 게 없는 게 아니에요” 


요즘 청소년들은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만 한다고 한다. 그 외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안타까워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런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현재에 집중해서 대화해 보면 하고 싶은 게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어 한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청소년들은 다양한 경험을 거쳐야 잘 꿈꿀 수 있는데, 학업과 연관되지 않으면 어른들은 딴짓으로 보기에 무엇이든 쉽게 접근해서 시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의 핵심은 청소년의 ‘시간’에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 청소년을 만나고 있는 분들의 공통적인 고민 중 하나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청소년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학업 외 다른 경험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시간을 주체적으로 운용하는 권한이 많아져야 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일상의 대부분을 학교와 학원에서 타율적으로 보내고 있다. 학업 외에는 자유로운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에 청소년들은 행복과는 다소 먼 삶을 산다. 필자는 주로 학업과 관련 없는 시간을 통해 청소년을 만나기 때 문에 그들이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물론 무엇을 하고 싶은지 구체적 이지 않거나 아직 모르는 경우도 많지만,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과정을 돕고 지지하는 것이 유스보이스의 역할이기에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접근하고 있다. 



나다움은 찾는 것이 아니라 발견된다 


‘나다움’이라는 단어는 추상적이다. 그러나 나다움은 구체적인 과정을 통해 발견된다. 유스보이스에는 ‘Time for My Inside(TMI)’ 프로젝트로 나다움을 찾는 시간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 나다움을 탐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시급으로 계산하여 미디어 창작금을 주는 사업에는 3가지 핵심 요소가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식물 키우기’이다.

바질 씨앗을 웰컴 키트로 나눠 주고, 한 달 뒤에 각자 바질을 어떻게 키웠는지 소감을 나눈다. 참여자마다 키우는 방식이 다르다. 작은 화분에 씨앗을 몽땅 넣어서 빼곡하게 키운 아이, 씨앗을 하나만 넣어서 키운 아이, 모종에 하나씩 심고 친구들에게 선 물로 준 아이,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 아이 등 각자의 방식으로 바질을 키운다. 우리 는 단시간에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 익숙해져 있다. 결과에 이르는 속도가 더디면 쉽 게 지루해하거나 포기한다. 나다움은 단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식물을 가꾸듯 충분한 시간과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바질 키우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길 바랐다. 


두 번째는‘행동하기’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몽상가보다는 활동가가 되 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나다움을 발견하길 바랐다. 무작위로 선택할 수 있는 ‘발견 미션’의 질문은 모두 행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신이 이용하는 버스를 타고 종점 까지 가 보기’, ‘친한 친구와 친하지 않은 친구에게 각각 나에 대해 물어 보기’, ‘영화 관에 도착해 가장 빠른 시간대의 다큐멘터리 영화 보기’ 등 다소 엉뚱한 미션들을 해 결하면서 청소년들이 여유롭게 나 자신을 돌아보기를 기대했다. 미션들은 자유롭게 선택권을 주었더라면 경험할 수 없었을 사건을 만들어 준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지 않고 비일상적인 미션을 해결한다면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세 번째는‘돈’이다. 

요즘 청소년들의 ‘돈’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 많이 다르다고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 들에게 돈은 중요하다. 유스보이스에서 준비한 돈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알바비는 ‘누군가(타인)’를 위해 내 시간을 쏟은 만큼 받는 돈이고, 장학금은 내가 ‘어떠한 성과 나 기준’ 안에 들었을 때 받는 돈이라면, 유스보이스에서 지원하는 ‘유스페이’는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집중한 만큼 받는 돈이다. 자신만의 딴짓을 좀더 당당하게 할 수 있 도록 돕는 장치이다. 가끔 어른들은 그러지 않는가. 그런 거(딴짓) 하면 돈이 나오냐고.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면


미디어는 재미있고 청소년에게 친숙하다. 유스보이스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이야기 를 미디어로 표현하는 교육을 한다. 하지만 유스보이스는 청소년을 창작자나 예술가로 키워 내는 곳은 아니기에 미디어를 매체이자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써 활용하고 있다. 

우선 자신의 메시지와 어울리는 미디어(애니메이션, 음악, 잡지, 그림, 사진, 웹툰, IT 등) 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창작자·예술가 멘토링을 통해 표현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렇게 미디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한 결과물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진정한 나다움은 타인의 평가와 자신의 자아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만들어진다. 서로의 결과물을 보면서 소통하다 보면 다양성을 몸소 배우게 된다. 

교육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오로지 ‘나’에 집중하며 사소해도 괜찮으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도록 응원했다. 지지를 받은 사람들은 유스보이스를 다음과 같이 기억 했다. “유스보이스는 저를 믿고 기다려 주었어요. 또 유스보이스를 통해 나를 만났어 요. 나라는 사람이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국회의원 장혜영).” 

“그 당시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아요. 또 그때마다 나중으로 미룰 수도 없고요. 그러면 어른이 되어서도 ‘나중에’라고 하면서 안 하게 될 거에요. 내가 당사자일 때, 내가 겪은 문제에 대해 내 목소리로 말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야 사회가 변하고, 동력이 생기는 거 아닌가 생각해요.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청소년 때부터 내 이야기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디자인 회사 대표 조성도).” 

이들은 청소년기에는 자신에게 필요한 목소리를 내었고 이제는 사회에 필요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청소년의 지금의 목소리를 궁금해한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해도 ‘나’는 중요하다. 국영수가 필수 과목인 것처럼 ‘나다 움’도 필수 과목이 되어 청소년 누구나 나를 탐구하고 발견하는 것이 일상이 되는 삶을 꿈꾼다.



청소년의 삶에  

새로운 등장인물을 초대하자 


문숙희 『기다리기엔 내일이 너무 가까워서』 저자




청소년기에 진지하게 진로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다. 학교 진로 시간에는 주로 이 세상 에 어떤 직업이 존재하는지 배웠다. 선생님은 현재 존재하는 직업과 미래에 새로 생길 수도 있는 직업에 관해 열심히 설명했고, 그중 미래의 내 직업이 있을 거라고도 했다. 그 말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직업의 사전적인 의미만으로는 그 일을 제대로 상상 하기 어려웠다. 학교에 다니며 직업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었지만, 나와 연결해 고민할 기회는 없었다. 

그 상황이 불만스럽지는 않았다.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분명하지 않았지 만, 딱히 불안하거나 막막하지도 않았다. 그저 내 눈앞에 놓인 시험과 입시라는 당장 의 과제에 집중했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하기보다 어느 대학에 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게 먼저였다. 내 주변의 진로 시스템은 그렇게 이루어져 있었다. 나만의 답보다는 문제의 정답을 찾는 게 더 중요했다.

모리 교수님을 만날 땐 조금 달랐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주인공 말이다. 이 책은 내가 살면서 가장 여러 번 읽은 책인데, 루게릭병으로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노교수 모리와 그의 제자 미치가 매주 화요일에 만나 나누는 대화가 담겨 있다. 둘은 주로 사랑, 가족, 돈, 죽음, 자기 연민 같은 삶에서 중요한 가치에 관해 이야기한다. 

모리는 내 주변에는 없는 어른이었다. 그는 골똘해지는 질문을 던지는 어른이었다. 모리는 오랜만에 만난 미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마음을 나눌 사람을 찾았나?” 

“지역사회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나?” 

“마음은 평화로운가?” 

“최대한 인간답게 살려고 애쓰고 있나?” 


생계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미치는 이 질문들에 마땅한 답을 할 수 없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긴다. 12살이었던 나는 질문의 의미와 미치의 부끄러움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살아가는 데에 중요한 질문이고 감정인 건 알았다. 그 이후 독후감을 써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책을 꺼내 들었다. 성인이 되어 선택에 대한 책임감과 불 안감에 괴로울 때에도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모리 교수님은 정답을 알려 주지는 않았 지만 필자에게 질문을 줬다. 마음처럼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커다랗고 복잡한 세상에 서 내가 너무 작게 느껴질 때, 그의 질문들은 나를 탐색하고 고민하게 했고 삶의 중심 을 잡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진로 고민의 시작, 

정답이 없는 질문 던져 보기 


학교에서 정답이 없는 질문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학교에서는 ‘희망진로’ 같이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만이 주어졌다. 그럴싸한 직업을 써 넣으면 그만이었다.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지, 나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질문에 관한 답이 직업을 선택하는 데에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희망진로를 써 넣는 태도가 조금 달랐을지도 모른다. 고민의 부재는 좋은 질문의 부재와 같은 말이다. 한 발자국 앞서 걷는 어른으로서 청소년의 진로 고민에 도움이 되고 싶다면,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는 데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2022년 2월에 출간한 인터뷰집 『기다리기에는 내일이 너무 가까워서』도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내가 만난 인터뷰이는 모두 2000년대에 태어났으며, 청소년기 에 자신의 관심사를 알아채고 확인하는 시간을 거쳐 ‘내일’을 만들었다. 각자의 모양 대로 자신의 삶을 기획하고 가꿨지만, 커다란 성취나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빠르게 나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대 신 그들의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록해 나의 길을 찾아도 고민은 계속된 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각 인터뷰는 진로를 고민하는 독자가 생각해 보면 좋을 질문으로 마무리했다. 예를 들어 패션디자이너 수현의 인터뷰는 “어떤 방식으로 나를 표현하나요?”라는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직업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패션은 하나의 표현 방식이고 나만의 표현 방식을 고민하는 데에서 시작해 보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질문이 인터뷰이와 독자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나의 이야기로 넓혀 보는 기능을 하기를 바랐다. 같은 방식으 로 콘텐츠 크리에이터 지우, 기후활동가 현정, 플랫폼 프로듀서 형빈, 종합격투기 선수 유진, 목조주택 빌더 아진의 이야기를 통해 열두 가지의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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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기에는 내일이 너무 가까워서』  
문숙희 지음│동녘│2022  


새로운 관계 맺기로 배울 수 있는 것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얻은 재미있는 발견이 있다. 질문은 삶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 따라온다는 것이다. 패션 디자이너 수현은 고등학교 진로 시간에 우연히 집어든 책에서 영국의 패션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을 만났다. 맥퀸은 패션을 통해 나만의 세계 관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걸 알려 줬다. 이후 수현은 자신은 어떤 세계관을 옷에 담고 싶은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옷 만들기를 배워 보고 싶다고 생각할 즈음에 는 뮤지컬 의상을 만드는 교수님이 수현의 삶에 등장한다. 수현은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자켓 만드는 법을 즐겁게 배운다. 이 경험은 앞으로는 어디서 어떤 배움을 얻고 싶은지 수현을 고민하게 했다. 수현은 웹 예능 프로그램 <고등학생 간지대회> 시즌 1에 출연해서 자신처럼 옷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났다. 수현이 그들과 밤새 나눈 대화는 패션에 관한 개성과 자기만의 생각을 더욱 선명하게 했다.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건 곧 새로운 관계를 연결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등장인물을 어떻게 삶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유쓰망고(YouthMango)는 청소년과 어른 사이의 연결 방법을 고민하는 팀이다. 이들은 강연부터 인턴십까지 다 양한 관계망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자기 전문 분야에서 쌓은 경험이나 특정 주제에 관한 정보를 나눠 줄 수 있는 어른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망고멘토로 불리 는 이 리스트는 청소년과 전문가 사이의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사들에게 공유 되고 교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매칭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많이 진행되는 방식은 학교 수업 시간에 진행되는 팀 프로젝트에 주제와 관련된 전문가를 연결하는 것이다. 전문가는 검색으로는 알 수 없는 정보와 고민해야 할 지점을 알려 준다.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청소년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나 일하는 태도도 자연스럽게 배운다.
우리가 인정해야 할 건 진로는 한 명의 교사가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다. 교사가 모 든 진로에 필요한 역량과 태도를 파악할 수 없고, 같은 직업이라도 배경이 되는 개인 의 가치관과 관점은 모두 다르다. 다양한 삶의 레퍼런스를 보여 주는 게 필요한 이유 다. 청소년에게는 제1의 어른인 보호자, 제2의 어른인 교사를 넘어 더 많은 제3의 어른이 필요하다. 


튼튼한 연결망, 
자기 삶의 주도권을 쥐어 준다면 

청소년과 다양한 어른 사이의 연결망을 만드는 건 사회 구조적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책 『WHO YOU KNOW』는 학교가 ‘사회적 자본의 격차’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사회적 자본은 잠재력을 발견하거나 진로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사람에게 접근하거나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저자는 청소년의 사회적 자본은 보호자의 사회 경제적 배경에 따라 달라지고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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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YOU KNOW』 
Julia Freeland Fisher│JOSSEY-BASS│2018 

청소년이 가진 관계망에 따라 얻게 되는 정보와 기회가 달라지고 이는 청소년의 진로 상상력과 성숙도에 영향을 미친다. 관계망이 만드는 기회는 인터뷰집에서도 살펴 볼 수 있다. 수현과 짧은 수업을 진행했던 교수님은 이후 고교 컬렉션이라는 행사에 수현이 만든 옷으로 패션쇼를 열어 보자고 제안했다. 복싱으로 운동을 시작한 유진 이 주짓수에 관심을 보이자, 관장님은 자신의 스승님을 연결해 주었다. 
관계망이 가져오는 기회는 운 좋은 몇몇 청소년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청소년들에게 흔한 경험이 되어야 한다. 학교는 청소년에게 무엇을 가르칠지 못지 않게 누구를 알게 할지를 고민해야 하며, 이를 교육 시스템에 반영하여 소외되는 청소년이 없도록 진로교육의 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직업인이 되는 방법을 알려 주기보다는 삶의 레퍼런스를 보여 주자. 
가벼운 방식도 좋으니 다양한 연결 방식을 상상해 보자. 
무엇보다도 연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청소년이 직접 선택했는가?’ 하는 점이다.” 

청소년과 제3의 어른 사이의 관계망을 학교 차원에서 이끄는 구조가 만들어지기까 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 주장에 공감하는 분들께 그때까지 지치지 말고 계속해서 청소년의 삶에 새로운 등장인물을 초대하자는 당부를 전하고 싶다.
관계망을 만들기 위해 청소년에게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져 보자. 직업인이 되는 방 법을 알려 주기보다는 삶의 레퍼런스를 보여 주자. 가벼운 방식도 좋으니 다양한 연결 방식을 상상해 보자. 무엇보다도 연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청소년이 직접 선택했 는가?’ 하는 점이다. 연결에 있어 청소년이 주도권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연결이 사회적 자본이 되기 위해서는 청소년이 긍정적인 연결을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사자의 의견이 배제된 채 단순히 여러 사람을 만나게 하면 사회적 자본으로 발전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의미 있는 연결을 경험해 본 청소년은 그 역시 다음 세대에게 손을 건네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다. 진로교육의 방향성은 단순히 좋은 직업을 가진 개인을 기르는 게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 구성원을 기르는 쪽으로 향해야 하지 않을까? 학교는 이제 무엇을 알려 줄지를 넘어 누구를 연결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벽 앞에서 단련하는 마음 


배윤슬 청년 도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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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도 좋은 기술자가 되고자 열심히 달리고 있는 청년 도배사입니다. 연세대에 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후 노인복지관에 취업했지만 2년 만에 그만두고 도배라는 완전히 새로운 업을 시작했어요. 도배를 하며 몸으로 익히는 기술의 가치에 대해 알게 되었고, 하루하루 성장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하며 일하고 있어요. 저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SNS에 사진과 글을 올리고 있으며, 2021년에 『청년 도배사 이야기』를 펴내기도 했습니다. 도배를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또 다른 일에 도전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저 새로운 현장을 만나는 것이 즐겁고 도배하는 게 좋습니다.


Q1. 십 대에 진로에 관해 어떤 고민을 했었나요?

제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성적에 맞춰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지만, 저는 고교 3년 내내 사회복지학과에 가고 싶었어요. 저는 학창시절 에 다른 것은 신경 쓸 필요 없이 공부에만 집중했고, 부족한 부분은 사교육을 통해 보충할 수 있는 좋은 환경에서 공부했어요. 하지만 같은 또래인데도 공부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마음 한편이 항상 무겁기도 했지요. 물론 주어진 기회 안에서 늘 성실하게 최선을 다했지만 이런 환경이 제 노력이나 능력에 의해 얻어진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누린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과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당시에는 ‘나눈다’라고 하면 단순히 기부나 봉사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 해 보면 나눔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시야가 조금 넓지 못했다고나 할까요. 그래 서 관련 책들을 읽고 부모님, 선생님과도 이런 고민을 나누었어요. 이후 직업의 전문성 을 바탕으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학과인 사회복지학과를 전공으로 삼기를 추천받았지요.


Q2. 진로를 찾기 위해 어떤 경로로 정보를 구하고 도움을 받았나요?

학창시절에는 진로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적었습니다. 학교에 비치되어 있는 학과나 직업 관련 책자를 참고하거나 종종 학교에 진로 강연을 오시는 분들을 통해 진로 정보를 접하고는 했어요. 하지만 그마저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유망한 직업에 속해 있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아주 새로운 직업에 대하여는 알기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 외에는 부모님이 몸담고 계신 직업 정도만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대학 교에서 전공하는 학과가 곧 직업으로 연결된다는 단순한 생각도 했었고요. 학교에서 진행하는 간단한 성격 검사를 통해 저에게 어울리는 직업군을 살폈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지금은 세상에 훨씬 다양한 직업이 있고, 저에게 맞는 직업을 찾기 위해서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청년 시절에는 어느 정도 제가 원하는 직업의 기준을 정한 후 그에 맞는 직업군을 인터넷을 통해 찾아봤어요. 요즘에는 영상 자료도 많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직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훨씬 쉽더라고요. 제가 도배사가 된 것도 도배를 포함한 여러 직종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접하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배를 선택했어요.


Q3. 진로를 결정하는 나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저는 첫 직장에서 조직 생활이 잘 맞지 않았고 업무 성과에 대한 두루뭉술 한 평가에 불만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으로 쉽게 대체되기 어려운, 나만의 기술을 가진 ‘기술직’을 원했어요. 일을 한 만큼, 능력만큼 돈을 버는 정직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 중 에서도 제가 버텨 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그 결과 도전하게 된 것이 바로 ‘도배’였습니다. 도배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어요. 제가 하고 싶지 않은, 할 수 없는 일을 피하다 보니 선 택하게 된 일이죠. 저는 여러 직업군과 회사를 검색하며 제가 그곳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에 놓이게 될 최악의 상황들을 상상했어요. 일을 구할 때 지금 당장은 특정 업무나 보수, 업무 환경 등이 매력적으로 보일지라도 금방 지쳐 나가떨어지게 될 곳들을 제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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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찾다 보니 남은 후보군이 많지 않더라고요. 조직 생활이나 소비자를 힘들게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일, 누군가의 삶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 일, 순발력 있게 판단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일 그리고 기술직 중에서도 제가 견딜 수 있는 일, 그렇게 찾은 일이 바로 도배였어요.



Q4.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잃은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도배를 하면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포기해야 하는 것은 ‘시간’이에요. 오전 7시부터 일을 시작하는데, 출근하려면 늦어도 새벽 5시에 기상해야만 하거든요. 그러려 면 밤 10시에는 자야 하는데, 퇴근하고 집에 오면 거의 밤 8시에 가까운 시간이에요. 제게 주어진 휴식 시간은 단 두 시간, 퇴근 후에 다른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가 되어 버렸지요. 평일에 사람을 만나는 것도 물론 어렵고요. 하지만 포기해야 하 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내면을 더 많이 들여다봤어요. 시간, 관계 등을 포기하면서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자주 묻게 되었어요.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내 시간을 더 많이 확보했다면 좋았을까?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등에 관해서 말이에요. 도배사들 중에는 쉬는 날 없이 일하며 돈을 아주 많이 버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끝도 없이 일하고 끝도 없이 많이 벌면 과연 나는 행복할까?’ 고민하곤 합니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제가 삶에서 정 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도배사들 중에는 쉬는 날 없이 일하며 돈을 아주 많이 버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끝도 없이 일하고 끝도 없이 많이 벌면 과연 나는 행복할까?’ 
고민하곤 합니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제가 정말 삶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Q5. 내 진로를 찾는 데 도움을 줬던 책을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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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 
마에키타 미야코, 가시다 히데키, 다나카 유 엮음│이상술 옮김│알마│2016

학창시절 가난한 나라를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저는 이 책을 보고 선진국의 발전이 빈민국에 미치는 좋지 않은 영향과 선한 마음에서 시작된 원조가 어떻게 현지의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전문성 없이 마음만으로 하는 일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 지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무조건 좋은 일, 옳은 일이라는 생각이 위험할 수도 있 다는 것을 알려 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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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김두식 지음│창비│2010 

이 책은 청소년,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노동자 등 우리 사회 약자들이 처한 인권 문제를 관련 영화를 통해 알려주고 있어요. 누군가를 도우려면 그 사람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하고 그들의 입장에 서야 하는데, 귀찮아서 혹은 선입견 때문에 그런 노력을 하지 않던 제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어요. 무심코 하는 말과 행동 속에 다른 사람에 대한 차별은 없었는지 돌아볼 수 있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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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도배사 이야기』

배윤슬 지음│궁리│2021 


펜스 너머에만 존재하던 건설 현장에 들어가 도배라는 일을 시작한 지 2년. 처음으로 마주한 낯선 환경에서 매일 벽 앞에 서며 생각하고 고민한 것들을 꾸준히 기록 한 책이에요. 도배라는 일을 시작하기까지의 고민과 도배를 하며 겪은 편견과 불합리함, 하지만 그 안에서 보이지 않던 길이 조금씩 만들어져 가는 만족감과 보람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선택의 기로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이 책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2 <학교도서관저널> 5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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