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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아이들, 기울이면 보이는 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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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2-15 14:10 조회 1,70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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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결손 방지를 위한 

초등 사서샘의 분투기

박성희 여주 이포초 사서교사 



산도 나무도 여유롭게 흐르는 저 강도 모든 게 그대로인데 오직 우리만 잠시 멈춘 한 해를 보냈다. 그렇다고 2021년 오늘이 작년 이맘때와 크게 다르진 않다. 이제는 마스 크를 쓰지 않으면 오히려 허전한 느낌마저 드는 봄날이다. 다행히 소규모 학교에 해당 하는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학교에 나오고 있다. 비대면 수업을 하며 힘겹게 보냈던 때 를 생각하면,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학교에 나와야 얼굴을 보고,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같이 고민할 수 있는데 작은 컴 퓨터 화면으로 소통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가정에 돌봐줄 부모가 없거 나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경우 학습뿐 아니라 생활 지도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수업 시간이 되었는데 집에서 일어나지 못해 온라인 학습방에 접속하 지 못한 학생부터, 지원해 준 태블릿 PC를 잃어버렸거나 작동법을 몰라서 어려워하는 학생까지 여러 유형의 아이들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학교도서관은 어떤 역할 을 해야 하고, 사서교사인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비대면 수업 상황과 관련하여 선생님들과 회의를 통해 고민을 나누었다. 선생님들 은 우리 학교의 다문화가정, 조부모·한부모가정 아이 중 한글 습득이 느린 아이들의 문해력·독해력을 키워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것에 모두 공감했다. 이에 본교에서는 코로나19로 가정에서 혼자 공부해야 하는 어려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프 로그램을 계획하고 실천해 보았다. 교사들과 협력하여 다양한 지원활동을 한 내용을 풀어보고자 한다.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함께하는 두드림 교실 

우리 학교에는 학년별로 2∼3명의 다문화가정 학생이 있다. 농촌이다 보니, 농사일로 바쁜 아버지와 한국어가 서툰 어머니를 둔 학생이 많다.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한글을 제대로 못 뗀 아이가 꽤 있다. 고학년 학생이지만 한글을 제대로 못 읽으니 당연히 국어뿐 아니라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악 순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자, 아이들은 거의 자포자기하는 수 준에 이르렀다. 아이들의 학습결손을 막고, 이번 기회에 기초학력을 다지면 좋겠다는 선생님들의 뜻을 모아서 방법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중 학습결 손이 심한 아이들은 학부모를 설득하여 긴급 돌봄을 신청하게 하고, 정규 수업 후 프 로그램을 만들어서 아이들을 참여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1학년 담임교사와 사서교사가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 사서교사인 나는 책을 활용한 한글 수업을 하고, 1학년 담임선생님은 수학 수업을 맡기로 했다. 아무 래도 ‘독서’가 기본이 되어야 문해력·독해력이 조금 더 탄탄하게 향상되기에 학교도 서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두드림 교실 프로그램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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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읽고 쓰며 함께하는 시간 
학습결손이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감이 없고, 큰소리로 발표해 본 경험이 적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같이 공부하는 시간 동안에는 아이들이 책을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2∼3번 반복하니 더듬더듬 책을 읽기 시 작했다. 아이들이 마스크 때문에 선생님의 입 모양을 보기 힘드니, 입이 보이는 투명 마스크를 쓰는 것이 어떻겠냐는 1학년 선생님의 제안으로 수업 시간에만 투명 마스 크를 착용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마스크 속 입 모양을 보며 한글 발음을 따 라 했다. 책 읽기와 더불어 『1학년 첫 배움책』(박지희)을 활용하여 쓰기 연습을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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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수학 시간에는 1학년 담임선생님께서 그림책을 읽어 주시고 함께 문제집을 풀었 는데, 그때 나는 옆에서 아이들을 도왔다.
아이들은 안 하던 공부를 해야 하니 처음에는 무척 힘들어했다. 특히 글씨 쓰기를 할 때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글씨가 괴발개발 엉망이었다. 아이들은 느리지만 꾸준히 썼고, 눈에 띄게 글씨 쓰는 모습이 달라졌다. 처음보단 글씨 쓰기를 덜 힘들 어했고, 소리 내어 읽는 수준은 그야말로 일취월장이었다. 함께 읽던 책도 그림책에서 글이 있는 책으로 조금씩 바꿔 갔다. 일주일에 3번씩 수업에 오는 일이 아이들에게 그 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중간중간 간식을 주고, 가끔 자장면을 사주기 도 했다. 당연히! 거리 두기 및 방역은 철저히 지키면서 말이다. 


선생님이 읽어 주신 그림책 빌려가고 싶어요” 
유독 말을 하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1학년 때 발음이 이상하다고 놀림을 받은 후 필요한 말 빼고는 하지 않았다. 그 아이와 관계를 형성하기가 참 어려웠다. 첫 시간에는 그 아이와 친해지려고 무척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아이와 더 멀어지는 느낌 이 들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을 고심했는데 의외의 곳에서 아이는 마음을 열었다. 아 이들에게 매 시간 그림책을 읽어 주었는데, 아이는 그 시간이 좋았나 보다. 수업을 시 작하고 5개월이 지난 어느 가을날 아이가 말을 걸어왔다. 정말 작은 목소리였지만 “선 생님이 읽어 주신 그림책 빌려가고 싶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 놀라고 기뻤지만, 호들갑을 떨면 아이가 민망해할 것 같아서 애써 침착한 척하며 책을 빌려줬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의 학습 태도나 생활 습관이 좋아지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조금씩 성장 하는 모습을 마주할 때 정말 사서교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비대면 수업이 이뤄질 때 정규 교과를 맡지 않았기에 느꼈던 소외감, 씁쓸함 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온라인으로 학생들이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할까 고민하고, 줌 이나 패들렛 등을 활용하여 독서 수업을 해 보기도 했다. 그런 활동과 별개로 학습결 손이 있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했던 이번 경험은 개인적으로 무척 의미가 있었다. 학교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책을 통해 한글을 더 재미있게 배우고, 서로 마음을 열고 가까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경험이 모든 학교도서관에서 일반화 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런 사례를 통해 학교도서관에서 지원해 줄 수 있 는 다양한 교육 방안에 관한 고민과 질문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교육 격차를 좁히는 
학교도서관이 되려면 
강봉숙 청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1인 체제로 운영되는 학교도서관은 늘 분주하다. 정보 서비스부터 체계적인 정보활용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교도서관의 역할만큼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게 많다. 그럼에도 학교도서관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학교도서관이 지닌 수많은 사명을 간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학교도서관이 정보평등 실현을 위한 공공 재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은 학교도서관을 책임지는 데 가장 큰 무게감을 느끼게 한 다. 학생 누구나에게 세상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풍부한 성장의 기회를 마련해 주는 학교도서관을 대체할 곳이 없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말이다. 학교도서관은 누구에게 나 기회의 장소이며, 지지와 응원의 공간이다. 학교도서관을 이끄는 내내 이런 책임감 은 마음 한편에서 떠나지 않는다. 단위 학교도서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은 미션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늘 할 수 있다고 다짐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학교별 정보활용능력 조사에서 발견한 ‘의외의 결과'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을 학교도서관 바깥에 있는 이들의 피부에 닿도록 표현하는 것 은 쉽지 않다. 도서관 관련 정책 입안자들에게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지속적으로 필 요했다. 그래서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연대를 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학교도서관 의 역할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정보활용교육이 학생의 삶에 선사하는 실질적 효용성 같은 명확한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는 세상에 꼭 필요하다는 사명감, 책임감을 지고 감당해 온 존재를 부정당하지 않기 위 한 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2018년, 근무하던 고등학교의 1학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사서교사가 교과교사와 협 동을 통해 정보활용교육을 실시하기 전후의 정보활용능력 향상도에 대한 검증을 해 보려고 했다. 이런 사례 연구의 시작은 사전 검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례를 적용하려 는 실험 집단인 우리 학교 학생들과 대조 집단인 다른 학교 학생들 간에 정보활용능 력 차이가 없고, 균질한 집단임을 사전에 입증해야 했다. 여러 선생님들께 부탁해서 여 러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사전 검사를 했다. 
그런데 우리 학교 학생들의 정보활용능력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조사되고 있었다. 나는 학교마다 설문 응답에 솔직하게 응하도록 지도해 달라고 재차 부탁 드렸다. 그 리고 검사 결과,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눈에 띄게 정보활용능력이 낮았다. 이 대로는 사례 연구 자체가 불가능했다. 


다시 마주한 학생들 간 교육 격차 
우리 학교와 같이 유독 학생들의 정보활용능력 수치가 낮게 나타난 한 학교를 발견 했다. 우리 학교와 아주 인접한 곳에 있던 고등학교였다. 어느 순간 무릎을 쳤고, 가 슴속에 뜨거운 눈물이 흘렸다. 우리 학교와 그 학교는 모두 대구 서구 공단 지역 인 근에 있어서 교육 여건이 극도로 열악하다는 공통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근무하는 학교가 속한 지역의 아이들이 어려운 여건에 있다는 점을 수시로 피부로 느끼고 있었 다. 정보활용능력 함양을 통한 자기 주도적 학습은 사교육의 영향력을 최소화하여, 교육 격차를 극복하는 역할을 일정 부분 감당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교육격 차 해소의 바탕이 될 정보활용능력까지 이미 교육 격차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는 점은 사서교사로서 매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불가피하게 연구를 재설계할 수밖에 없었다. 사전에 조사해 보니, 학교를 중심으로 한 교육 격차와 도서관을 중심으로 정보활용능력을 함께 다룬 연 구가 전무했다. 이에 학생의 경제적 배경에서 기인하는 교육 격차 그리고 정보활용능 력의 상관관계와 해소 방안 연구의 필요성을 느껴 연구 주제를 변경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을 위해서 반드시 최선을 다해 정보활용교육을 실시하고, 이후의 정보활용능 력 변화에 대한 후속 연구를 수행하기로 다짐했다. 


교육 격차를 줄이는 첫걸음은 ‘체계적인 정보활용교육' 
현재 초중고 학생 교육비 지원 제도를 통해 지원되는 교육비는 고교 학비, 급식비, 방 과후학교 자유수강권, 교육정보화 지원으로 나뉜다. 각 교육비 지원 기준은 시도 교 육청별로 다르다. 하지만 고교학비 지원자의 경우, 가구의 소득 인정액이 중위 소득 60% 이하 수준의 가정에 속한 학생으로 전국의 교육청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서 교 육비를 지원한다.
각 학교의 고교학비 지원 대상 학생 비율을 학교 정보공시제에 따라 초중고의 정 보를 공개하는 학교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파악했다. 그리고 고교학비 지원 대상 학생 비율과 사전 검사를 통해 조사한 학생들의 정보활용능력 자기평가 결과를 함께 분석 했다. 정보활용능력은 도서관과 정보생활 교육과정의 ‘도서관과 정보생활’, ‘정보 탐 색과 접근’의 영역에 한정하여 분석했다. 예상대로 교육 격차와 상호 모든 하위 영역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도서관과 정보생 활’ 영역의 하위 영역인 ‘정보생활 중요성 인식’ 영역의 경우, 학교별 고교학비 지원 학 생 비율과 상대적으로 상관관계가 약했다.
학교별 고교학비 지원 학생 비율과 가장 큰 상관계수를 보여 준 항목은 ‘청구기호 활용’이었다. 정보활용태도에 대한 영역보다 학생들이 난이도가 높은 기능을 다루는 영역에 대한 교육 격차와의 상관관계가 더 높게 조사된 것이다. 
선형회귀 분석을 실시한 결과, 학생들은 심화된 정보활용능력에서 교육 격차에 따 른 정보활용능력 차이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높은 수준의 정보활용능력일수록 교육 격차에 따른 차이가 가파르다는 것은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 정보활 용교육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컸다. 학생이 학교도서관을 통해 정보활용교육을 체계 적으로 교육받을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교육 격차에 따른 정보활용능력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일회성 도서관 이용교육이 아니라, 17차시, 34차시에 걸쳐 체계적이고 연 속성 있는 정보활용교육을 실시하거나 교과와 연계하여 정보활용교육을 지도하는 것 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그렇게 정보활용능력과 교육 격차의 상관관 계에 대한 연구1)를 수행했다. 

1) 강봉숙(2018). 교 육격차와 정보활용 능력의 상관관계 연 구-『도서관과 정보생 활』 교과의 Ⅰ·Ⅱ 영 역을 중심으로. 한국 도서관·정보학회지, 49(2): 179~199.

지역 곳곳에 말을 타고 책을 나르는 사서들처럼 
나는 뜻하지 않게 여건이 어려운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빚 을 진 느낌이었다. 연구 설 계를 수정하면서 다짐했던 후속 연구를 진행하는 데 더 큰 책임감을 느꼈다. 도서관 활용수업을 실시했고, 이후 정보활용능력이 개선된 점을 분석한 후속 연구2)도 진행했 다. 그리고 도서관활용수업을 통한 정보활용교육을 사서교사의 무거운 책임으로 받 아들이고, 더 적극적으로 실시하며 제도적으로도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가끔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었던 헤더 헨슨의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 동화에 관해 생각한다. 미국의 경제대공황 시대,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으로 경 제 구조와 관행을 개혁해서 경제난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2주에 한 번씩 학교 나 도서관이 없는 지역 가정 곳곳에 사람이 직접 말이나 노새에 책을 싣고 방문해서 책을 전하기도 했다. ‘말을 타고 책을 나르는 사서들(Pack Horse Librarians)’이라고 불린 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험한 길을 넘나들며 책을 전했다. ‘꿈을 나르는 책 아 주머니’의 책 아주머니는 바로 그 사서 중 한 명이었다. 이따금 나도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의 마음에 도취되곤 한다.

2) 강봉숙(2018). 교 육격차에 따른 정보 활용능력 격차 완화 를 위한 학교도서관 교육 서비스 사례 연 구-『도서관과 정보생 활』 교과의 Ⅰ·Ⅱ 영 역을 중심으로. 한국 도서관·정보학회지, 49(3): 307~329. 

모두가 꿈을 나르는 학교도서관을 위해서는 
내내 교육환경이 넉넉하지 않은 지역의 학교도서관에만 근무했다. 솔직히 우연이었다. 굳이 어려운 학교만을 고집해서 전근을 다닐 정도로 헌신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서교사로 근무했던 모든 학교의 여건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는지, 아이들이 유독 더 순수하게 느껴진 탓인지 문득문득 사랑을 더욱 부어 주고 싶은 마음이 샘 솟곤 했다. 

첫째, 사회복지사 선생님과의 협업+독서 자원 확보하기 
교육환경이 좋지 않은 학교에 있었기에 자연스레 ‘교육복지투자우선지원학교’에 오래 근무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협업하여 교육복지 프로그램으로 도서관 프 로그램을 기획해서 운영한 사례가 많았다. 교육복지 프로그램에서는 반드시 교육복 지 대상 학생의 참가 비율을 60% 이상 수준으로 운영해야 한다. 그 대신 학교도서관 예산만으로는 운영하기 힘든 풍부한 체험 프로그램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 교육복 지투자우선사업의 지원을 받지 못했던 상황에서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1318 책벌레들의 도서관 점령기’ 등 외부 지원 사업에 힘껏 응모했다.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 에 풍성한 학교도서관 자원을 확보했고, 방학이면 서울에 1박2일로 김태원 작가(구글 전무)를 만나러 가고, 대학로 연극 공연을 관람하고, 메이커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었다.

둘째, 학교 구성원들과 연대하여 양질의 활동 꾸리기 
학교에서도 교장, 교감선생님은 물론 모든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해 주었다. 모두가 학 생들이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애썼다. <지식채널 e> 김한중 PD, 한양대 김호연 교수 같은 분을 섭외하는 데도 도움을 얻었다. 학교 사정 을 말씀드리며 유독 간곡히 요청하곤 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유독 힘든 환경에 처 한 경우가 많았기에, 선생님 같이 훌륭한 분을 직접 뵙고 꿈을 꿀 힘을 길러주고 싶노 라고 말이다. 덕분에 마음을 내어 주신 분들과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학교 안팎의 많은 이들과 마음과 마음이 엮인 연대를 하며 꿈을 나르는 학교도서관 교육을 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꿈을 꿀 수 있는 힘을 길러가게 되는 모습을 천천히 지켜 보았다.   


정보 격차의 그늘에 빛을 드리우는 학교도서관을 바라며 
교육격차와 정보활용능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던 2018년 겨울에 또 다 른 기적이 일어났다. 우리 학교 학생 3명이 나란히 서울 유수 대학에 수시 전형으로 합격한 것이다. 교육 여건이 좋지 않았던 학교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물론 좋은 대학의 합격 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대로 학교도서관의 역할을 학교도서관 바깥에 있는 이들의 피부에도 닿도록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기에, 입시 결과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많은 이들이 함께 환호했다. 뉴스와 신문 기사로 일주일 은 너끈히 지역사회가 들썩였다. 3학년 부장님은 “대구 ○○고는 모든 프로그램의 시 작과 끝이 학교도서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도서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집니다. 그렇게 입시 결과도 만족스럽게 펼쳐집니다.”라고 인터뷰해 주 셨고, 그 내용이 지역 언론 여러 곳에 실렸다.
학교도서관 현장에서는 교육 격차, 정보 격차의 그늘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런 어 두움을 거둬내는 데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다면 하는 사명감에 오늘도 학교도서 관은 불이 환하다. 특별히 더 환한 빛이 필요한 곳에 ‘가장 이상적인 학교도서관 등 대’가 먼저 운영되기를 기원한다. 등대가 가장 먼저 필요한 곳을 속속 들여다보고, 자 원을 풍성하게 배정하고, 사서교사를 우선 배치하고, 필요한 곳에 사서교사와 사서 가 함께 근무할 정도로 왕성하게 역동적인 학교도서관 운영 모형을 만드는 장학 체계 가 속히 마련되어야 하겠다. 그러한 구조적 여건이 마련되고, 단위 학교도서관에서 체 계적인 정보활용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면 아이들 삶의 어떤 어두움이라도 함께 거둬낼 수 있다. 정보활용능력은 학생들이 삶을 가꿔내게 하는 정보를 맘껏 향유할 수 있게 하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열린 학교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들 
조유경 서울전동초 사서



다행히 새 학기에 발맞춰 학교도서관이 개방했다. 드디어 아이들을 만나는 날, 나는 올해에 새 학교로 전보를 온 터라 아이들도 나도 낯설었지만 도서관으로 설레고, 반 갑고, 벅찬 감동을 공유했다. 굳이 책을 빌리지 않더라도 도서관을 기웃거리는 아이들 도 있었는데, 마스크 위로 보이는 수줍은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노라면 반가움을 단 번에 눈치 챌 수 있었다.
학교도서관은 전교생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 wee센터나 복지실도 모두에게 열 려있는 곳이지만 특정한 아이들이 간다는 선입견이 있기에, 학생들이 선뜻 들어가기 를 꺼려한다. 그에 반해 도서관은 누구나 편안하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우르르 몰 려오는 아이들을 살펴보면 표정들이 각기 다른데, 그중에서도 ‘마음 가는 친구들’은 눈에 쏙쏙 들어온다. 그런 학생들이 포착되면 나는 입구에서부터 그들의 손에 들린 책을 슬쩍 확인하거나 도서관을 나갈 때까지 애써 무심한 듯 있으면서 아이를 눈에 담아 놓기도 한다. 


“그냥 아무 책이나 빌려오래요” 
올해도 여지없이 도서관에 쭈뼛쭈뼛 들어온 고학년 학생이 내게 말을 건넨다. 
“선생님이 책 빌려오래요.” 
“어떤 책?” 
“그냥 아무 책이나요.” 
감이 온다. 이 학생은 방과 후 개별 지도를 위해 담임선생님이 보낸 것이다. 이럴 경 우, 아이를 위해 학년 발달 단계에 적합한 도서보다는 일단 쉽고 재미있는 책과 그림 동화책 몇 권을 재빠르게 꺼내 놓는다. 이때, 책에 담긴 이야기가 절대 유치해서는 안 된다. 이 아이들은 읽기 능력이 뒤처질 뿐이지, 친구들과의 또래 형성이 어느 정도 이 뤄지고 있기 때문에 또래 아이들 수준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책을 권해야 한다. 그렇게 아이가 책을 빌려가고 난 후 “샘∼ 이거 재밌었어요. 또 다른 거 골라 주세요.” 라며 책 반납을 하면 성공! 몇 번 그렇게 학생과의 신뢰를 쌓고 나서는 담임선생님과 대화할 기회를 만들어서 살짝 그 학생에 대해 물어본다. 그리고 해당 학생의 읽기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귀띔을 받은 다음, 담임선생님의 의도에 부합할 수 있도록 책 선정 에 좀더 신경을 기울여가며 차츰차츰 글이 있는 책을 아이에게 권한다. 그러면 학년 이 끝날 때쯤 “○○가 많이 좋아졌어요.”라는 반가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친구들 앞에서 책을 읽으니 어깨가 으쓱해져요” 
학생들이 학급별로 도서관을 이용할 때 유심히 살펴보면, 아직 책에 흥미가 없고 책 읽기가 습관으로 자리 잡히지 않은 저학년 학생들이 눈에 띈다. 그들 중 몇몇은 미로 같은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며 술래잡기를 하기도 한다. 그럴 때 내가 취하는 비책은 내 근처에 의자를 가져와서 딱 두 명만 지명해서 앉히는 것이다. 그러고선 학생들이 아직 안 읽었을 법한, 글이 적으면서도 재미있는 그림 동화책 한 권을 주고서는 번갈 아가며 작은 소리를 내며 읽으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옆에서 책 읽는 소리를 들어보 면, 소리 내어 읽기가 잘 안 되는 아이들이 있다. 어쩌면 그래서 그런 아이들이 책 읽기 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이 방법은 재미있는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왠지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 같아 친구들의 부러움도 사게 돼서 아이가 으쓱 해지는 장점도 따른다. 그런 학생들이 읽기를 마치고 나서 다음 학급 시간에 도서관 에 오면 곧바로 내 근처로 와서 어슬렁거리곤 한다. 그러면 성공!  


“어제 책 읽어 준 형이 공원에서 축구하는 거 봤어요” 
‘선배 책 읽어 주기’ 프로그램도 수시로 진행한다. 점심시간, 방과 후에 선후배끼리 짝 을 지어준 다음 둘이서 함께 책을 고르게 하고, 선배가 후배에게 책을 읽어 주도록 길 잡이한다. 이야기가 쉬운 책도 눈으로 따라 읽다 보면, 문장을 건너뛰거나 문맥을 놓 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읽기가 서툴고 문맥을 놓치는 학생들에게 동생들 앞에서 소 리 내어 책을 읽도록 하면 그 아이들은 전달을 잘하기 위해 더욱 집중하고, 읽기 연습 도 계속하게 된다. 이 활동이 몇 개월 쌓이면 아이의 읽기 능력이 향상된다. 자긍심이 생겨나고 책에 흥미도 생겨서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방학 중 에 문이 닫히는 학교도서관이 많으니, 읽기 능력을 지속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1년간 의 활동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다.


“이제 실컷 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정환경이나 여러 이유로 학습 부진에 처한 아이들은 눈에 바로 띈다. 그런데 의외 로 평범해 보이는 아이들 중에서도 위로가 필요한 아이가 많다. 나는 이런 아이들을 고려하여 ‘사서샘과 함께 읽는 그림 동화’ 프로그램을 한다. 우선 책상 위에 그림 동화 책과 A4용지 한 장 그리고 12색 네임펜을 올려둔다. 그런 다음 그 책을 읽고 기분에 따라 글이나 그림으로 나의 감정을 끄적일 수 있도록 독려한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책을 읽고 한 줄이라도 속상한 마음, 울적한 마음을 살포시 놓고 가게끔 지도하는 것 이다. 그림책 『눈물바다』(서현)를 올려뒀을 당시엔 아이들에게 왜 그리 울고 싶은 이유 가 많은지 알 수 있었다. 어떤 남자아이는 남자는 울면 안 된다고 해서 꾸역꾸역 참았 는데 이제 실컷 울어야겠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할 땐 2주 동안 책을 게시하게 된다. 프로그램 와중에 “선생님, 저 이 이 책 빌려 가면 안 돼요?” 하는 아이가 있다면 무조건 책을 빌려주자. 아이가 오롯이 책에 빠질 수 있는 기회부터 제공해야 한다. 



사서와 교사, 지역 사회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일 
나는 작년에 학년별 ‘전자도서 함께 읽기’를 시도했었다. 전자책을 함께 읽고, 아이들 에게 한 줄 느낌을 매일 남기도록 한 다음 댓글로 소통을 나눴다. 이 과정 속에서 아 이들이 읽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방향을 잡아 주기도 하고, 전자책을 끝까지 읽 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주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알게 모르게 여러 사정으로 지 쳐 있었을 아이들에게 관심과 위로를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올해도 ‘함께 읽기’를 진행해 보려고 한다. 전자도서관이 구축되어 있지 않더라도, 비대면 상황에서 충분히 가능한 활동이다. 3∼4명의 친구끼리, 무작위로 만든 모둠 끼리 좋은 복본 도서로도 얼마든지 활동이 가능하다. 정서적인 조력이 필요하거나 학 습적인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우선적으로 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담임선생님을 비롯하여 wee센터, 지역사회전문가 등 학교 구성원들 간의 협 력에 관해서도 중요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학교도서관을 탈바꿈하려 한다면 아이들을 중심에 두는 일 을 절대 포기할 수는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사서들의 네트워크를 이 용해서 꾸준히 소통하는 것도 학교도서관이 이용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1 <학교도서관저널> 5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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