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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작가와의 만남, 어떻게 할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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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12-05 15:35 조회 6,97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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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을 읽는 일은 간접 경험이지만 사람책을 만나는 일은 직접 경험이 된다. 그래서 작가와의 만남은 이야기의 탄생 배경이나 뒷이야기, 숨은 의미를 작가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살아있는 독서 체험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서인 내가 직접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강연자를 모셔서 시간을 채우는 일이므로 오히려 더 신경 쓸 일이 많다. 지금까지 여러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해 본 결과, 준비 과정을 충분히 거쳤을 때에 강연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았다. 물론 작가에 따라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은 적도 있다. 그랬기에 작가와의 만남을 준비할 때마다 혹시나 하는 불안이 뒤따르지만 멋진 사람책과의 만남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오늘도 어떤 작가를 모실지, 강연에 대한 만족도는 어떨지를 고민하는 선생님이 계실 것이다. 그동안 내가 작가와의 만남으로 뵀던 분들을 소개할까한다. 단, 주관적인 견해가 많음을 미리 말씀드린다.

또 만나고 싶은 작가 베스트 5
1. 이창현: 더위도 날려버린 싸이 못지않은 가수(?)
아이들의 반응이 가장 열렬했던 작가이다. 공공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강연을 들어보고 섭외했기 때문에 별다른 염려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강연을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시청각실의 에어컨이 고장 났다고 하는 게 아닌가? 150명을 수용하는 시청각실에는 앞뒤로 에어컨이 한 대씩 있다. 그런데 하필 뒤쪽 에어컨이 고장 났다! 무더운 7월이었던 데다가 인원이 꽉 들어찼으므로 강연이 고조될수록 기온도 함께 치솟았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살펴보니 다행히 손부채를 부치면서도 강연에 열중해 있었다. 마지막 무대는 가수 싸이를 보고 한때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작가의 노래로 진행 되었는데, 땀을 수북이 흘리면서도 노래하고 춤추던 작가의 열정과 그에게 환호하던 아이들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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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갈인철: 책 노래로 만나는 북 뮤지션
굳이 사전 독서를 하지 않고도 즐겁게 강연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이다. 게다가 학교는 강사료를 적게 주더라도 꼭 가려고 한다는 작가의 말씀에서 진심으로 독서교육을 실천하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찍 오셔서 음향 장비를 직접 설치하시고 중간중간 아이들을 무대로 불러서 참여하게 하는 것도 좋았다. 우리 학교에서는 강사비를 조금 더 드릴 수 있다고 했더니 예쁜 뮤지컬 배우와 같이 오셨다. 교과 수업을 할애해 강연을 진행했는데 쉬는 시간이 되자 교실에서 TV로 청강하던 남학생들이 우르르 시청각실로 몰려왔다. 예쁜 누나를 직접 보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는 에피소드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에는 한동안 노래로 불렀던 책을 대출해 가는 아이들도 있어서 흐뭇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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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홍기운: 아빠 같은 자상함을 더한 유머와 정보 전달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분이다. 공공도서관과 연합하여 도서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작가를 모시게 되었다. 서울대를 졸업한 학력과 기업체를 운영하면서 겪은 일들로 실질적인 진로 강연을 해 주셨는데, 유머와 정보의 적당한 완급조절이 뛰어났다. 강연도 좋았지만 더욱 잊지 못할 일은 저자 사인을 해 줄 때였다. 강연을 들었던 아이들이 50여 명 남짓이었는데 전부 사인을 받겠다고 줄을 섰다. 그런데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물어가며 “너의 꿈은 뭐니?” “그러면 이렇게 해 봐라.” 일일이 조언을 해주셨다.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출판사에 전화를 해보니 아직 강연을 다니신다고 한다. 기회를 마련해서 다시 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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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안광복: 철학선생님이 들려주는 철학으로 진로 찾기
인근 중학교의 도서부와 연합한 동아리 활동으로 강연을 계획하였다. 문학 외에 다른 분야의 작가를 찾다가 철학이라는 주제에 기대를 갖고 섭외하게 되었다. 현재 고등학교 철학교사로 근무하고 계신 작가는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강연을 재치 있게 이어갔다. 아이들의 언어로 표현한 적당한(?) 욕은 웃음 포인트가 되기도 했고 그만큼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었다. 그리고 대입 자기소개서 쓰기, 모의 면접 등 실제 사례를 예로 들어 진학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무엇보다 진로를 철학으로 접근하고, 어렵고 멀게 느껴졌던 철학을 재미있게 풀어주어 좋았다. 작가를 모시려면 주말이나 방학이 수월하다는점을 알아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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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은희: 과학으로 세상 보기,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톡
3학년 2학기 기말시험이 끝나면 제대로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때에 도서관에서 3학년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하면 더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그래서 11월 말이나 12월에 작가를 모셔서 3학년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곤 했다. 작년에는 공공도서관의 지원을 받아 ‘하리하라’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이은희 작가를 모셨다. 대표작이 많은 작가라서 대출 도서는 충분히 준비되었지만 아이들이 시험이 끝난 홀가분함에 들떠서 그런지 많이 빌려 읽지를 않았다. 작가에게 듣는 과학 이야기는 새롭고 재미있었지만 책을 읽은 아이들이 적으니 관심이 덜했고 질의응답 시간이 짧았다. 다음에는 과학 분야에 관심 있는 아이들로 신청을 받아서 사전 독서활동을 충분히 한 다음 작가를 모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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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만나기 고민스러운 작가 베스트 5
1. 기대가 커서 실망도 컸던 A작가
철학과 심리라는 어려운 주제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이야기를 쓰는 분이다.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할 때, 책과 사람은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가 더러 있지만 그 괴리를 가장 크게 느꼈던 경우였다. 어떤 강연이든 강연자가 강연 장소에 들어와 대기하는 모습부터 떠날 때까지 모든 모습이 강연의 일부가 된다고 생각한다. A작가는 강연 시간이 임박해서야 이미 주차되어 있던 차에서 나왔다. 좀 일찍 오셔서 교장선생님께 인사드릴 것을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시간에 딱 맞춰 나온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게다가 강연 또한 친절하지 않았고 강연 중에 질문을 한 아이만 강연 후에 사인을 받을 수 있도록했다. ‘노력하지 않고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비슷한 말을 하셨는데 내가 다 무안할 정도였다. 어쩌면 그날 작가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거나 강연을 듣는 아이들 태도가 작가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여러 권의 청소년 책 베스트셀러를 집필한 작가에 대한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2. 뜨고 변한 듯한 B작가
B작가의 강연은 재미있고 유익했다.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과 연관 지은 인물 이야기는 기억에 오래 남았다. 강연만 보자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작가를 사람책으로 볼 때 됨됨이를 제할 수가 없다. 강연을 마친 B작가는 다음 일정까지 시간이 남는다고 더 남아 계셨다. 마침 아이들과 피자 파티를 했기에 피자 몇 조각을 접시에 담아 갖다 드렸다. 그런데 다이어트 중이라서 안 먹는다고 딱 잘라 말하더니 작업하는 노트북에만 시선을 꽂았다. 작가의 대답이 매몰차게 느껴졌던 건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강연이 입소문을 타고 나서 다른 학교 선생님이 섭외를 하려고 했는데 그새 강사료가 올랐다는 것이다. 게다가 섭외를 하려면 사무장이라는 사람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어쩐지 작가가 뜨고 변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3.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뉜 C작가
공공도서관에서 웹툰 작가의 강연이 있다고 해서 도서부 아이들과 함께 들으러 갔다. 방학이었기에 따로 시간을 맞춰야 했지만 강연에 대한 기대로 설렘이 컸다. 그런데 강연이 재미없었다고 대놓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재미있었다고 한 아이는 작가의 책을 좋아하고 작가가 열심히 설명해 주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도 작가가 청중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능력은 좀 부족한 것 같았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의 질문에 성실하고 진실되게 답하는 모습으로 보아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이런 작가를 강연만으로 평가해서 학교에 모실까 고려한다면 모집 대상을 웹툰에 관심이 있는 학생으로 한정해야 할 것이다.

4. 질의응답으로 강연을 채운 D작가
D작가는 강연 시작부터 아이들에게 대뜸 질문을 하라고 했다. 다양한 작가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던 터라 실망부터 들었다. 원래 강연 스타일이 그런지 모르지만 두 시간을 내내 질의응답으로 채웠다. 강연을 마치고 나자 왠지 날로 먹은 듯한(?) 느낌이 들어 만족스럽지 않았다. D작가를 만났던 일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강연을 하실지 모르겠다. 작가의 책에 대해 사전 독서활동을 하고 질문지를 많이 준비해서 만나야 할 사람으로 기억한다.

5. 말이 빠르고 급하게 느껴진 E작가
E작가는 청소년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쓰신다. 아이들이 이 작가의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고민 없이 추천해 줄 수 있는 책이 많다. E작가의 책은 가독성이 좋아서 책을 읽은 아이들 대부분이 재미있다고 한다. 그래서 기대를 갖고 작가를 모셨다. 젊은 분이라 그런지 아이들과 말이 잘 통하는 느낌은 들었다. 그런데 작가의 말이 너무 빨라 휘리릭 지나간 것 같아서 아이들과 잘 교감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작가와 함께할 수 있는 활동지를 준비한다든지 질문지를 미리 드린다든지 해서 소통 방법을 마련해 두는 것이 좋겠다.

책에 대한 관심을 북돋는 작가와의 만남
지금까지 만났던 작가들을 떠올리니, 당장에 다시 뵙고 싶은 분도 있고 고민이 앞서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어떤 분들이었든 늘 설레는 마음으로 만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도서관의 여러 행사들 중에 작가와의 만남을 더욱 신중하게 준비하는 편인데, 이는 작가와의 만남을 행사를 위한 단순 행사로 진행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사전 독서를 하고 토론이나 독후활동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고 나면 만남이 더욱 기대된다. 그리고 작가나 작품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지므로 더 풍성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있다. 물론 작가를 만나고 나서 작품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책을 찾아서 읽게 되는 경우도 있다. 김영하 작가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던 아이가 TV에 나온 그를 보고 책을 찾는 경우처럼. 어떤 경우든 작가와의 만남은 독서와 연결 되므로 최고의 독서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사람책만큼 실감나는 책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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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책의 작가를 만나는 일은 신나는 일이다. 그 작가의 신작을 기다리는 일도 설레는 일이다. 전혀 몰랐던 작가를 알게 되고 작품을 알게 되는 일도 반가운 일이다. 최근에는 출판사를 통하는 방법 외에 많은 매체를 통해 작가와의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 정기적으로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추진하는 북카페와 다양한 형태의 서점들이 있고, 공공도서관에서도 작가와의 만남은 빠지지 않는 독서 행사다. 새 책이 출간되는 즈음에 출판사들은 작가와의 만남 이벤트를 개최한다. 작가들은 SNS에서 독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그래서인지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만났던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작가도 있다. 여러 소통 창구를 활용해 새로운 정보를 얻어 활용하고, 직접 작가를 섭외하여 독서동아리 학생들과 작가와의 만남을 가졌던 몇 개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그림책 식당’에서 만난 박정섭 작가
서울시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올해의 한 책 저자 간담회’에서 박정섭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해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도서로 선정된 『감기 걸린 물고기』 그림책 작가가 들려주는 작품에 관한 이야기는 학생들과 재미있는 독후활동으로 활용하기에 좋았다. 또한 작가가 운영하는 ‘그림책 식당’을 알게 되어 독서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학교도서관 소식지에 실을 작가 인터뷰를 기획하게 되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 준 박정섭 작가의 그림책 식당은 작업실 겸 그림책에 관련된 다양한 워크숍을 작가가 직접 진행하는 공간으로, 철공소와 예술인 공방들이 공존하는 문래동 창작촌에 있다. 워크숍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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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자』, 『도둑을 잡아라』, 『감기 걸린 물고기』, 『짝꿍』 등 작가의 작품을 함께 읽고 올해의 한 책 『감기 걸린 물고기』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책 속 캐릭터의 입장이 되어 보기도 하고, 그림책 속 물고기 색깔의 의미 등 작가의 의도가 그림에 어떻게 숨어 있는지 분석해 보기도 했다. 작가의 기사를 찾아 읽고, 누가 어떤 질문을 할 건지 서로 정하며 작가에게 질문할 내용도 정리했다. 효율적인 인터뷰 진행을 위해 학생들과 방문하기 전 그림책 식당을 찾아가 작가와 질문 내용을 공유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토요 방과 후 수업을 끝내고 창작촌을 찾은 학생들과 작가의 단골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그림책 식당을 방문했다. 인터뷰는 편안하게 진행되었다. 작가라는 직업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 어릴 적 이야기, 곧 출간될 신간 이야기에 이어 황당한 초등학생들의 돌발 질문에도 진솔하게 답해 주셨다. 준비하지 않은 질문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작가와 함께 물고기 석고 방향제를 만드는 간단한 체험활동도 했다.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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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혹은 도서관이 아닌 작가의 작업 공간에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체험활동을 하며 책 이야기를 작가에게 직접 듣는 것은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박정섭 작가는 그림책뿐만 아니라 보드게임을 만들고 작곡, 노래도 하며 최근에는 동시집을 출간하고 북콘서트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기에 책을 매개로 여러 장르를 엮어 작가와의 만남을 기획해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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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경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여행
동네 책방 활성화를 위해 서울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작가와 서점 연계 사업 ‘우책작-우리동네 책방에 작가가 놀러 왔다’ 행사가 중랑구의 오랜 동네 서점 사가정 문고에서 열렸고 그곳에서 노인경 작가를 만났다. ‘나를 성장하게 하는 그림책’을 주제로 한 작가의 강연 내용은 독서동아리 학생들의 ‘나만의 그림책 만들기’ 활동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첫 시간으로 노인경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여행을 마련하게 되었다. 소수의 동아리 학생들과 책 쓰기 활동에 중점을 둔 행사였기에 사전에 작가에게 독서동아리 책 쓰기 활동에 대한 설명과 강의 내용을 요청했다.
행사 전 아침독서 시간을 활용해 독서동아리 학생들이 작가의 작품을 읽게 했다. 『고슴도치 엑스』, 『책청소부 소소』, 『나는 봉지』,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등을 비롯해 작가와의 만남 주제 도서 『곰씨의 의자』를 읽고 작가에게 궁금한 점을 정리해 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 그림책에 대한 스토리 구상도 함께했다.
노인경 작가는 그동안의 책을 만들게 된 동기, 작업 과정, 습작한 그림 등을 보여 주며 작품 활동에 대하여 들려주었다. 또 『곰씨의 의자』의 결정적인 네 장면을 뽑아 그렇게 그림을 그린 이유를 설명해 주고, 프랑스어로 출간된 그림책의 현지 반응을 들려주며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주제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독후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내준 『곰씨의 의자』 감정 카드를 만들어 보았다. 이어 학생들 자신이 만들 책에 대한 스토리를 활동지에 그리는 시간을 가졌는데, 노인경 작가가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조언을 해 주었다. 스토리를 구상한 학생도, 아직 구상하지 못한 학생도 가까이서 작가와 호흡하며 자신만의 책을 어떻게 만들지 생각해 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후 진행된 책 만들기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만의 창작품을 한 권씩 완성했다. 완성된 책 사진을 작가에게 보내드렸는데, 재미있고 다양한 책들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다 읽어 보고 싶다며 연락을 주셨다. 그리고 출판사를 통해 작가의 신간 도서를 보내 주셨다. 다음은 작가와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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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자신이 습작한 그림을 보여 주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직접 해 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또 완성되지 않은 자신의 미숙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해 주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학생들은 깊게 체감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기 이야기를 담은 책을 완성해 가는 창의적인 경험을 통해 내적 성장의 자양분이 되었음을 아이들도 느꼈을 것이다.

이금이 작가와‘ 나의 하룻밤’ 동화로 쓰기
그림책 만들기에 이어 이번에는 글책도 써보고 싶다는 독서동아리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올해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는 이금이 작가를 초대했다. 이금이 작가의 작품은 교과서에 수록될 만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작가의 이름 앞에는 ‘이 시대 최고의 아동·청소년문학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너도 하늘말라리야』는 초등학생 고학년 중에 읽지 않은 학생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이 읽힌다. 작가 섭외는 홈페이지 혹은 블로그를 통해 직접 할 수 있다.
이번에도 독서동아리 학생들의 글쓰기 활동과 ‘나만의 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위한 강연 내용을 요청했다. 이금이 작가는 ‘나의 하룻밤 동화로 쓰기’를 주제로 강연을 준비해 주셨고 사전에 학생들이 작가의 동화책 『하룻밤』을 읽고 오도록 했다.
이금이 작가의 작품들은 학교도서관 ‘이 달의 작가’ 서가에 전시하여 주제 도서와 다른 작품들도 학생들이 읽도록 했다. 어린 시절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시던 할머니와 쌀을 살 돈으로 좋아하는 책을 사던 아버지,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던 학창시절 등 작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리고 작가의 동화책 『하룻밤』 내용을 통해 글감 정하기부터 이야기 얼개 짜기, 제목 짓기 등 한 편의 동화를 쓰는 과정을 설명해 주셨다.
계속 진행된 책 쓰기 활동은 힘들었지만 아이들은 이야기를 만들고 거듭 수정해 가면서 등장인물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고 그림을 그리고, 학생들 각자 자신의 개성을 담은 창작품을 한 권씩 완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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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외
1. 처음 작가를 만났던 건 대학교 3학년 때였다. ‘현대소설의 이해’라는 수업을 듣는데 팀플로 한 작가를 선택해서 작품 분석을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상대평가 속에서 A+학점을 위해 분위기가 과열되었는데 다른 조에서 한 작가의 인터뷰를 따왔다는 거다. ‘질 수야없지!’ 우리 조에서도 신경숙 작가님의 인터뷰를 땄다. 동기가 문인협회 주소록을 검색해 작가님 메일로 부탁을 드렸고 작가님은 아무 대가없이 좋은 마음으로 수락해 주었다. 심지어 커피 값도 계산하셨다. 이 일을 계기로 작가들은 생각보다도 더 따뜻하고 익명의 사람들에게도 호의적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2. 그래서 사서로서, 사서교사로서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할 때 막연한 두려움은 없었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 해도 같은 사람이고, 사람이 사람에게 전화를 하고 편지를 쓰는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마음 표출의 한 방법이니까.

3. 사립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했던 건 온전히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보다 나의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함이었다. 업무분장에 없던 일을 스스로 벌인 이상 ‘우와’ 소리를 들을 만큼 잘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누구나 들으면 아는 작가를 섭외하고 싶어서, 우선 다음카페 전국학교도서관모임을 통해 학교도서관에서는 어느 작가들을 모시고 행사를 진행하는지 쭉 살펴보았다. 그 가운데서 익숙한 ‘안도현’ 시인 이름을 발견했고, 이 분을 어떻게 섭외해야 할지 궁리했다.

①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니 유명강사 섭외 인력풀에서는 우리가 익히 아는 작가들의 강의료가 기본 500만 원이 측정되어 있다.
② 내가 쓸 수 있는 예산을 확인해 보니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이상 개인적인 접촉을 시도해야겠다 싶었다.
③ 하지만 아무리 검색해도 작가님 연락처가 나오지 않아서, 당시 프로필에 재직 중이라 표기된 학교의 과사에 전화를 걸었다.
④ 그 과사에서는 너무나 친절하게 작가님의 메일 주소를 알려주셔서 역시 글쓰는 사람들은 주변까지도 따뜻하다며 혼자 엄청 감동하고 용기를 받았다.

4. 이후에도 작가를 섭외할 때는 주로 가장 최근에 책을 낸 출판사에 전화를 해서 작가의 연락처를 물었다. 그럼 다들 흔쾌히 메일주소를 알려주셨다. 작가님 메일주소를 바로 알려주는 경우도 있고, 작가님 담당 에디터의 메일주소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메일에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필수로 기재했다.
① 일시 ② 장소 ③ 참석 대상 ④ 참석 인원 ⑤ 취지

5. 메일을 쓸 때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겸손하게 부탁드리기’이다. 작가들이 돈으로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어찌되었던 학교에 근무하는 나는 그분들이 평소에 받는 금액의 절반도 드리지 못하고 섭외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 대신 그분들의 마음만이라도 최선을 다해 흡족하게 만족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일정을 정할 때도 먼저 교감선생님, 교무부장님과 함께 협의한 후 최대한 많은 날짜들을 선택지로 드려서 ‘언제든 작가님이 우리 학교에 방문만 해주셔도 영광이다.’라는 마음을 표현하려 했다. 강의 주제와 규모 역시 작가님께 선택권을 드렸다. 실제로 김진명 작가님을 섭외했을 당시에도 작가님께서 여덟 군데에서 동시에 섭외 요청을 받았는데 그중 나의 메일을 선택하셨던 이유가, 작가를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져서였다고 하셨다.

6. 섭외 메일을 쓸 때는 작가님의 작품을 최대한 많이 읽어 본 후 썼다. 작품을 읽다 보면 작가님과 내적 친밀감이 생겨서 편지 쓰기가 수월해지기도 하고, 작가님의 취향을 알게 되어서 단어 선택에도 신중을 기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 작가님께 섭외 메일을 썼을때도 이분 호칭을 뭐로 해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작가님 저서에서 자신을 ‘선생님’이라 불러주기를 바란다는 글귀를 보고서 ‘유시민 선생님께’로 시작하는 메일을 썼었다. A4 9장분량의 자필로 쓴 편지를 스캔하고, 간직하고 있었던 경기도지사 단일후보 팸플릿과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은 작가님의 저서 떼샷을 찍어 첨부파일로 함께 보내기도 했었다.

7. 매번 작가를 섭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작가님 저서를 필사한 노트를 선물로 준비해 신간 출판 팬 사인회에 간 적도 있고, SNS 메시지를 보낸 적도 있고, 회사로 자필 편지를 부친 경우도 있지만 모두 실패했다. 제일 성공률이 높았던 건 메일 보내기였다. 전화 통화로는 시큰둥했는데 메일을 드리니까 승낙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진행
1. 섭외를 성공한 후에는 행사 진행 계획(안) 결재를 받는다. 이때 협조요청 사항도 기재해서 학교 내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은 최대한 받으려 했다.

2. 행사 진행 장소를 되도록 도서관에서 하려 했다. 아무래도 도서관에서 진행해야 학교 사람들에게 ‘아 작가와의 만남은 도서관 사서샘이 진행하는구나’라는 인식을 쉽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강당에서 진행하면 의자부터 빔 프로젝터까지 모든 게 이미 준비되어 있어서 편하긴 하지만, 힘들고 신경 쓸 게 많더라도 직접 도서관에 의자를 깔고 이동용 빔 프로젝터를 빌려와 도서관을 행사 장소로 준비했다.

3. 강의료는 많이 드릴 수 없지만 도서구입비로 작가의 작품을 모두 2∼3권 복권으로 구입해서 작가의 서가를 꾸려 학생들에게 홍보도 하고, 미리 책을 읽고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또한 행사준비비로 최대한 작가의 책을 구입해서 행사 당일 작가님의 사인을 받아 열심히 참가한 학생에게 선물로 주었다.

4. 꽃다발과 음료수는 필수로 준비했다. 꽃다발은 행사를 마치는 인사를 하는 도서부 부장이 작가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작가가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물, 과일주스도 준비해 두고 커피도 블랙커피, 설탕커피 종류별로 준비해 두었다.

5. 학교 경비아저씨께 손님이 오신다고 미리 말씀드려서 작가님이 교문 앞에서 출입금지 당해 서성거리시지 않도록 했고, 도착하시면 함께 교장 교감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린 후 도서관으로 올라갔다. 도서관 한편에는 작가용 테이블과 의자도 마련해 놓았다.

6. 행사 준비는 도서부 학생들이 했다. 동아리 시간을 이용해 홍보지를 함께 만들어 교내게시판에 부착했고, 행사 당일에 사용할 작가 소개 영상은 물론 현수막 디자인도 학생들에게 맡겼다. 실제로 작가 분들은 현수막이 예쁘다며 엄청 탐냈다. 차마 거대한 실물을 드릴 수는 없어서 업체로부터 시안 확인용으로 받은 손바닥 두 개만 한 미니현수막을 드렸더니 소중히 챙겨 가셨다.

7. 행사 진행도 도서부 학생들이 했다. 학생들이 전적으로 행사를 맡아서 진행했다. 물론 앞에 나서길 싫어하는 내 성격상 그런 것도 없잖아 있지만, 학생에게 다수 앞에서 발표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보다 교육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8.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미리 2주 전부터 제시한 미션은 아래와 같다.
-필수활동: 작가님께 궁금한 점 1∼2가지 포스트잇에 적기
-선택활동: 1가지 이상 선택하기
① 작품론 연구 보고서
② 작가님 작품 중 하나 선택한 후 독후활동(글, 그림, 편지 등 모든 형식이 가능함)
③ 작가님 작품 중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문장 예쁘게 쓰기(자신 없는 학생에게는 사서샘이 캘리그라피로 써줍니다) + 마음에 와 닿은 이유 + 작가님께 전하는 응원메시지

9. 학생들이 제출한 미션 활용 방법은 아래와 같다.
-필수활동: ‘작가님께 궁금해요’ 질문판을 만들어 작가님이 직접 질문을 뽑고 답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질문에 당첨된 학생들에게는 작가님께 친필사인 받은 책을 선물로 준다.(질문은 워드로 정리해 미리 작가님께 메일로 보내드렸다.)
-선택활동 ①②의 워드파일을 메일로 받아 예쁜 색지에 출력한 후 ③과 함께 클리어파일에 담아 작가님께 선물로 드린다.
-선택활동 ③은 미대 입시생들의 재능기부를 받아 캘리그라피로 한 번 더 작성하여 도서관 복도에 전시한다.
-난이도가 높은 선택활동에 열심히 참가한 학생들에게는 앞쪽 좌석을 배정해 주었다.

10. 행사 진행은 학생들에게 맡기고 나는 주로 사진을 촬영했다. 특히 도서부 학생들과 작가님 단체사진은 꼭 남겼다. 그중 잘 나온 사진들을 추려서 행사가 끝난 뒤 작가님께 메일로 보내드렸다.

11. 사서로, 사서교사로 지금까지 작가와의 만남을 7번 진행했는데, 행사가 끝난 후 작가님들은 항상 이렇게 준비를 많이 해주는 학교는 없었다는 칭찬(?)을 했다. 심지어 어느 작가님께서는 교장선생님께 이렇게 꼼꼼한 선생님은 처음 봤다며 칭찬해 주고 가셨다. 그럴수 있었던 건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한 일이 아니라 학교 내 나의 존재감을 위해 자발적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또 글쓰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경외심도 있어서 작가님을 최대한 배려해 드리고 싶었던 것도 있다. 작가와의 만남은 준비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지만 그만큼 하고 나면 보람 있는 행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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