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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책, 읽기와 듣기 사이에서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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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11-06 13:20 조회 4,96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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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라는 시이다. 이 시를 그냥 눈으로 읽고 다시 한 번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 보자. 그냥 눈으로 읽는 것보다 입으로 소리 내어 읽고 이해하는 것이 더 마음에 와닿지 않는가? 이처럼 소리 내어 글을 읽는 것을 낭독이라고 한다. 그냥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과 입으로 소리내어 읽고 이를 음미하고 마음에 새기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낭독은 더 기억에 오래 남고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또한 낭독은 주의력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읽다가 빠트릴 수 있는 문장도 지나치지 않고 기억할 수 있게 한다.
낭독이라고 하면 그저 눈으로 보고 글자를 소리 내어 읽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더 효과적으로 낭독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 첫째, 큰 소리로 읽는 것이다. 낭독을 할 때 자신의 목소리가 청중이나 자신이 듣기에 또박또박 잘 들릴 정도로 크게 읽는 것이 좋다. 둘째, 적당한 속도로 읽는 것이다. 글을 읽다 보면 쑥스럽거나 민망해서 점점 빨리 읽게 되는데, 지나치게 빨리 읽다 보면 그저 텍스트를 읽는 것에만 집중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게 된다. 반대로 너무 느리게 읽는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청중들도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셋째, 끊어 읽기를 유의하며 읽는 것이 좋다. 한 구절 안에서도 끊어 읽어야 할 곳이 따로 있기에 운율에 맞추어, 자신의 호흡에 맞추어 글을 끊어 읽는 것이 말하기에도 듣기에도 좋다.
낭독, 처음엔 글을 읽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어색할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간단하지만 학교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낭독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
 
토론 동아리와 함께한‘ 그림책 낭독 토론’
학교에 근무하며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고민하다가 문득 아이들에게 낭독을 경험하게 해 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낭독은 토론 동아리 아이들과 함께했다. 첫 낭독 시간, 아이들에게 『돼지책』 그림책을 나눠준 뒤, “우리 오늘은 한 사람이 한 구절씩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라고 하자 아이들은 쑥스럽다고, 어색하고 창피하다고, 여러 가지 변명을 해가면서 눈을 피하기 바빴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다니며 그림책 토론을 처음 접해 본 몇몇 아이들은 그림책을 유치하다고 여기며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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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마지못해 책을 낭독했고, 첫 시간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그 후로 계속해서 아이들을 다독이며 함께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나름 목소리톤과 억양을 신경 쓰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그림책 읽기에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우리가 한 여러 가지 토론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토론을 고르라고 하면 다들 주저 없이 ‘그림책 낭독 토론’을 꼽는다.
어쩌면 고등학교 아이들에게는 ‘그림책 낭독 토론’이 신선하게 다가와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는 토론수업으로 꼽았겠지만, 함께 읽기와 낭독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아이들과 토론을 진행하다 보면 가장 어려운 것이 토론에 참여하는 아이들 모두 토론 도서를 읽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림책 낭독 토론’은 학생들에게 사전에 책을 읽어 와야 한다는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다. 그리고 그림책 낭독 토론은 친구가 읽어주는 내용을 귀 기울여 들어야만 토론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림책 낭독 토론’에 참여한 아이들 중 한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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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부끄러워서 아주 작은 목소리를 내거나 한 구절도 제대로 읽지 못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함께 책을 읽으며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면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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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함께하는‘ 너의 시를 노래할게’
학교에도 단풍이 물드는 계절, 가을이 찾아왔다. 신기하게도 가을이 되면 학교도서관에 시집을 찾으러 오는 아이들이 부쩍 많아진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도서관, 서점 그리고 SNS를 통해 짧은 글귀나 시 등을 많이 접하기 때문인지 여러 독서 프로그램중에도 ‘시’와 관련된 프로그램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시를 애정하고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도서관 가을 맞이 프로그램으로 ‘너의 시를 노래할게’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거창하진 않지만 자신이 직접 작성한 자작시 또는 학교도서관에 있는 시집 또는 개인이 소장한 시집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 옮겨적어 ‘시 나무’에 걸고, 친구들 앞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시를 낭송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역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적어 나무에 전시하는 것까지는 아주 순탄하게 진행이된다. 하지만 시를 낭송하는 부분에서 아이들은 쭈뼛거리고 선뜻 나서지를 못한다. 아이들의 참여를 이끄는 방법으로 보상을 줄 수도 있겠지만, 선생님이 낭독 시범을 보여 주는 것이 좋다. 먼저 잔잔한 노래를 들릴 듯 말 듯 배경음악으로 깔아 주면 소란스럽던 아이들도 어느새 자리를 잡고 조용히 앉아서 낭독자를 보게 된다. 그리고 낭독을 시작하면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절대 낭독을 하면서 민망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낭독자가 민망해하는 순간 청중들 역시 이를 느끼고 듣는 것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리고 낭독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도록 천천히 시를 읽어 준다. 그 후엔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낭독을 하려고 준비를 하게 된다.
별 기대 없이 시작한 시 낭송 프로그램이었지만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너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교실로 돌아갔다. 잠깐이었지만 공부하느라 지친 아이들의 마음에 잠시나마 힐링을 준 것 같아 더욱 뿌듯하게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낭독은 무엇보다도 모든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 공부에는 관심이 없는 아이, 공부를 어려워하는 아이든 여러 아이들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책의 한 구절을 읽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들이 읽어 주는 시 한 편, 책 한 구절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놀랍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을을 맞이하여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러 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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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제작한 팟캐스트를 처음 접한 것은 2016년 겨울, 경기도 사서교사 세미나에 참석했던 날이다. 사례 발표를 하시던 선생님께서 지역 공부방 아이들이 만들었다는 팟캐스트를 들려주셨다. 초등학생 3명이 책을 낭독하는 방송이었는데 얼마나 귀엽던지 나도 도서부 아이들과 함께 방송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낭독으로 시작하기
도서부 첫 모임 때 일 년 동안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지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했다. 그때 초등학생들이 책을 낭독하던 팟캐스트를 들려주며 우리가 함께 제작할 독서 팟캐스트에 대해 안내했다.

“우리가 직접 녹음해요?”
“어디에 가서 녹음해요?”
“이거 다른 사람들도 방송 들을 수 있는 거예요?”

생각보다 아이들은 팟캐스트 제작에 열정과 흥미를 보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책을 소개하는 방송을 녹음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시작한 것은 책 낭독하기이다. 책 낭독을 위해 2∼3명이 팀을 이루어 책을 선정한 후,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을 했다. 연습 중간에 녹음을 하고 모니터링을 하며 발음, 성량, 읽는 속도 등을 조절했고, 10분 분량으로 나누어 녹음을 했다.
나는 평소 수업을 할 때 아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을 몇 권씩 소개해 준다. 일명 ‘궁금하면 읽어 봐!’ 시간이다. 아이들을 책 이야기에 쏙 빠져들게 만들어 놓은 후,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요? 궁금하면 읽어 봐!” 하고는 절대 뒷이야기를 말해주지 않는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그 책을 빌리겠다는 아이들이 줄을 선다. 그런데 책은 1~2권뿐이라 아이들이 원할 때 책을 읽게 해 줄 수 없어 늘 아쉬웠다. 낭독 녹음하기는 이런 나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있었다. 내가 수업 시간에 소개한 책을 도서부 아이들이 낭독하여 녹음하고 그 파일을 각 교실에 보냈다. 교실에서는 점심시간에 녹음 파일을 틀어주고 아이들은 밥을 먹으며 책을 들을 수 있었다. 나중에는 점심시간에 ‘독서 방송’ 하는 날을 정해 두고 도서관 내 별도의 공간에서 녹음한 것을 들려주었다. 방송 끝에는 청취자를 위한 퀴즈도 넣어 많은 아이들이 더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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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에게 책 읽어 주기
낭독 녹음하기와 동시에 저학년에게 책 읽어 주기 활동을 했다. 2∼3명이 팀을 이루어 후배들에게 읽어 주고 싶은 그림책을 선정하고 동아리 활동 시간에 모여 연습했다. 낭독과 달리 이야기를 듣는 대상을 앞에 두고 책을 읽는 것이라 아이들이 더 긴장했고 연습도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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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 쪽씩 번갈아가며 읽을까?”
“아니야, 캐릭터별로 역할을 나누고 해설은 한 사람이 읽는 게 어때?”
“야. 이때는 아저씨니까 목소리를 더 굵게 남자처럼 해 봐!”

팀별 연습을 하는 아이들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가 책 속 캐릭터를 분석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캐릭터의 특징을 분석하여 어떤 목소리로 책을 읽을지 정하고 어떤 감정을 표현할지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기특했다.
평소 우리 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학부모 봉사자가 저학년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 준다. 고학년이 저학년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저학년 아이들의 반응이 엄청 좋았다. 특히 남학생 팀이 책을 읽어 줄 때는 한 문장 읽을 때마다 아이들이 얼마나 깔깔거리며 웃는지… 쑥스러워하던 남학생들이 더 힘을 내어 책을 읽어 주던 것이 생각난다. 책 읽어 주기가 끝난 후 6학년 여학생이 이런 소감을 남겼다.

“1, 2학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난 후 많은 것을 생각하였다. 책 읽어 주는 건 그냥 재미있게 실감나게
만 읽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이들 얼굴을 보며 바로 앞에서 읽어 주니까 틀리지 않아야 하
고, 등장인물마다 목소리를 다르게 하여 생생하게 읽어야 한다. 책 읽는 속도도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려서
는 안 되고 듣는 사람의 호응을 계속 이끌어 내는 것도 중요했다.”

책 읽어 주기는 독서 팟캐스트 제작을 앞둔 도서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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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팟캐스트‘ 소리동화’ 제작하기
팟캐스트는 여러 명이 대화를 나누며 방송을 하기 때문에 낭독 때와는 달리 마이크 1개로 녹음을 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나는 학교 방송 담당 선생님과 함께 개인 방송 장비들을 매장에서 직접 살펴본 후, 마이크 2개와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구입하여 도서관 내에 녹음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아이들에게는 방송을 통해 소개하고 싶은 책을 한 권씩 선정하도록 했다. 그 책의 소개 글을 쓰게 하고, 방송 중 낭독할 부분도 선정하도록 했다. 다음에는 팀별로 책 소개 글을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형식으로 글을 수정하게 했다. 책을 소개할 순서를 정하고, 누가 어떤 질문을 하면 누가 어떻게 대답을하며 대화를 이어갈지 최대한 자세하게 글을 쓰게 했다. 시작하는 말, 연결하는 말, 마무하는 말 등을 써서 원고를 마무리한 후 팀별 연습을 했다. 녹음은 도서관에서 하기도 했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개인 방송 전문 스튜디오를 방문하여 진행하기도 했다. 녹음 파일의 편집과 팟캐스트 개설은 교사인 내가 직접했다. 녹음 편집 프로그램 중 ‘Audacity’를 사용하여 아이들이 틀린 부분을 잘라내고 책 낭독 부분에는 음악을 삽입하며 편집했고, ‘팟빵’ 스튜디오에 방송을 개설했다. 팟캐스트 역시 독서 방송 시간에 도서실에서 방송을 틀어 주어 많은 아이들이 청취할 수 있도록 했다.

“첫 녹음이라 떨리기도 했지만 친구들과 대본도 짜고 같이 녹음도 하다 보니 재미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녹음한 것이 방송으로 나오니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사서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방송들이 신기하고 재밌었었지만 막상 내가 방송을 만들려니 걱정이 됐다. 그러나 도서부 친구들과 함께하니 꽤 즐거웠고 기분 좋게 녹음을 마칠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 우리가 녹 음한 방송을 듣자 부끄러웠지만 내가 녹음한 방송을 우리 학교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려줄 수
있어서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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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제작 활동은 도서부 활동에 소극적이던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아이들은 스스로 모이는 날을 정하여 연습하고, 방과 후 녹음 일정을 정해 나에게 통보(?)했다. 팟캐스트 제작을 위해 가장 부지런해야 하는 사람은 나였다. 수시로 대본을 봐 주고 오후 시간에는 틈틈이 녹음을 도와주어야 했다. 퇴근 후에는 몇 시간씩 끙끙대며 편집을 해야 했고 독서 방송 시간에는 방송도 틀어주어야 했다.
그럼에도 내가 팟캐스트 제작을 했던 이유는 아이들이 책 이야기 나누는 것을 즐거워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책 읽어 주기 활동을 다른 친구들에게도 권하고 싶다고 했다. 나도 독서 팟캐스트 활동을 다른 선생님들께 권하고 싶다. 어쩌면 선생님에게는 조금 괴로운 활동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많은 아이들이 책 이야기를 즐거워하게 된다면 선생님도 함께 즐거울 것이다. 나도 그 즐거움을 떠올리며 밀린 녹음 편집을 서둘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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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밤‘, 詩밤!’
아이들 대부분은 좋아하는 음식을 편식하는 것처럼 편독하는 경향이 있어 어떤 책은 너덜너덜해 지도록 열심히 읽는가 하면 어떤 책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감성을 자극하는 시를 읽고 깊어가는 가을날을 즐겨 보는 것도 좋을 텐데, 수업 활용으로 대출이 되는 경우를 빼고 자리만 지키고 있는 보물 같은 시집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도서관 주간 행사로 ‘시 읽는 밤, 詩밤’ 야간책방 행사를 기획하고 서가에서 시집들만 뽑아내 따로 시집 서가를 마련했다.
공식적으로 학원을 빠질 수 있다는 이유와 밤에 학교에서 놀 수 있다는 기대로 야간책방 신청은 순식간에 마감되었다. 이제 아이들에게 시의 감동을 더 크게 전할 소품을 준비할 차례! 10월의 어느 멋진 날과 어울리는 피아노 음악과 아로마 향초를 준비하고 클립형 북라이트를 구입했다. 깜깜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재미와 시에 집중할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야간책방 신청자들은 수업을 마치고 하교했다가 오후 6시까지 다시 도서관으로 모였다. 불금이라 불리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도서관 행사에 모인 아이들의 표정은 즐겁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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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의 즐거움
시를 읽기 전에 아이들에게 그동안 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물어 보았다. 아이들은 “재미없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별로읽고 싶지 않았다.” 등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에게 야간책방을 계기로 시와 친해져 보자고 얘기하고, 시집 서가에서 마음에 드는 시집을 골라 오게 했다. 시집에 끼운 북라이트를 켜고 도서관 불을 끄자, 왁자지껄하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바스락바스락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아이들의 마음이 시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한 시간여 시집 독서를 하는 동안 누구도 소리를 내거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동안 아이들이 시를 가까이하지 않았던 것은 시와 제대로 만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집 독서를 마치고 시 낭송을 하자고 하자, 아이들은 낭송을 할 줄 모른다고 우겨대기도 했는데, 쑥스러워서 쭈뼛거리다가 막상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낭송을 시작하자 장난기가 싹 가셨다. “시인의 마음이 되어 들려주라.”라는 나의 주문에 아이들은 나름 운율을 살려 읽거나 시의장면을 상상하려고 애쓰는 흔적이 역력했다. 열심히 시인의 마음으로 낭송하는 아이들 모습이 참 예뻤다. 낭송하는 아이들의 고운 목소리와 듣는 아이들의 진지한 표정을 그대로 전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아이들은 시를 듣는 것이 눈으로 읽는 것보다 더 감동적이라고 했다.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힐링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귀로 들어온 목소리가 심장으로 전달되었다.”는 우스운 것 같으면서도 의미 있는 대답을 내놓았다. 따로 낭송에 대해 가르친 것도 아니고 시인의 마음이 되어 보라고 간단한 주문만 했을 뿐인데, 아이들은 소리 내어 읽기 위해 시에 더욱 집중했다. 시를 낭송하면서 시가 새롭게 보였고 더욱 좋아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야간책방을 통해 낭송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한 아이들 마음속에 시의 감동이 오래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에 새겨진‘ 귀로 듣기’
낭송을 하고 나서 아이들에게 시에 대한 생각을 다시 물었더니 “심오하다, 짧지만 짧지 않다, 매력적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야간책방 행사 동안 시 낭송은 한 시간 남짓이었는데 그 짧은시간에 아이들은 시의 매력에 빠졌고 시를 보는 눈도 달라져 있었다. 감정을 넣어 읽기 위해 좀더 깊이 생각하니, 시 속에 숨겨진 시인의 마음이 보인다고도 했다. 시를 낭송한 사람에게도 들은사람에게도 ‘낭송’은 책 읽기의 새로운 즐거움으로 남았다.
귀로 듣는 책, 낭송은 짧은 시의 여운을 오래 붙들어 주는 역할을 했다. 낭송 대회 우수자가 낭송한 두 시, 「꽃을 보려면」(박두순), 「걸인의 노래」(이외수)를 듣고 아이들은 삶에 대해 생각했다고 했다. 더욱 겸손하게 살겠다는 마음이 들고, 삶은 계란 한 개도 허투루 보지 않은 시인의 따뜻한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눈으로 읽었으면 금방 다음 장으로 넘겼을 텐데, 귀로 들으니 한참 더 마음에 더 남았다는 아이의 말이 인상 깊었다.
야간책방을 마치고 시집을 다시 읽고 싶다고 대출해 간 아이도 있었고, 낭송 시 가운데 마음에 드는 시가 있는 시집을 대출해 간 아이도 있었다. 차츰 시집 서가를 기웃거리는 아이들이 생겨나고 시집을 대출해 가는 일이 조금씩 늘어났다. 시집들은 더 이상 쿨쿨 잠만 자고 있지 않게 되었다. 가끔은 아이들 손에 들려 콧바람을 쐬러 가는 시집을 보면서 책 속의 시들이 아이들의 입에서 살아나 세상 밖으로 나오길 기대하게 된다. 들려주는 책으로 누군가에게 새로운 감동이 전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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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낭송과 함께한 활동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된 야간책방 프로그램은 낭송 외에도 시집 독서, 책갈피 만들기, 간식 시간, 시 컬러링으로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까지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했다. 북라이트 불빛 아래에서 아이들이 시를 읽고, 시 낭송을 해 보면서 시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으며 마음에 드는구절을 옮겨 적어 책갈피도 만들었다. 모둠별 시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마음에 든 시를 함께 골라 옮겨 적으며 시 컬러링 활동을 했는데, 알록달록 예쁘게 색칠한 컬러링 완성 작품은 한동안 도서관 창문에 붙여 두고 전시를 하기로 했다. 더러 야간책방에 참여했던 아이가 친구를 데려와 “이거 우리 모둠에서 만든 거야.” 하고 자랑하기도 하고 “이거 이 낭송한 시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야간책방에서 만난 시의 감동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혹시 시 낭송을 계획하는 선생님이 있다면, 우선 시 낭송을 하기 전에 시를 읽는 시간을 먼저 가지는 것을 권한다. 그리고 환한 낮 시간보다 저녁 시간이 시와 친해지기에 더 적합한 것 같다. 북라이트를 이용해 시집을 읽는 일은 무척 근사하기 때문이다. 어둠속에서 시와 단둘이 만나는것 같고, 저절로 시와 교감하게 되는 것 같다. 사람들 앞에 서서 낭송을 하는 일이 부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적당한 어둠은 부끄러움을 감춰 주고 감정의 울림을 더 깊게 한다. 낭송 후속 활동으로 시 컬러링이나 캘리그라피를 해봐도 좋고, 도자기 컵에 시 구절을 써서 기념품으로 가져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시 낭송의 주제는 따로 정하지 않아도 된다. 필자의 경우, 아이들에게 ‘자신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들어온 시’를 고르라고 했더니 의외로 진지하게 시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낭송 당일, 잔잔한 피아노 음악을 틀면 분위기를 더욱 효과적으로 낼 수 있다. 시낭송을 한 후 시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학교도서관에 시집 서가를 따로 마련해 두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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