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우리를 사로잡은 북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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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학교도서관 인기 표지는…
여중·남중 ‘원픽 표지’ 앙케트
학교도서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표지는 무엇일까? 편집부는 여중과 남중에 각각 “표지만 보고 끌리는 책을 골라 달라”는 요청을 넣었다. 그리하여 도착한 저마다의 ‘원픽’ 표지. 사서쌤 픽도, 학생 픽도, 읽은 책도, 안 읽은 책도 모두 섞여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하나. 다음의 모든 책표지는 독자를 사로잡았다!
응답자 삼현여중·의정부중 학생들, 문혜진 사서, 정유화 사서교사





그림책 너머, 그림책을 만든다는 것
실험적인 북디자인으로 독자를 매혹하는 '반달' 편집실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기꺼이 감수하는 수고가 있다면, 그것은 물성을 활용하여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일일 것이다. 이야기를 읽는 재미와 이미지를 즐기는 경험은 특히나 그림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오랫동안 즐겨 온 독자에게도 그림책을 다시 찾게 만드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기존 판형을 벗어난 책들의 사연
편집자들은 종종 서점에 가면 각자의 출판사에서 만든 ‘우리 책’을 찾아본다. 신간이 매대 위에 잘 놓여 있는지, 기존 도서는 서가에 잘 꽂혀 있는지, 또 어느 서가에 놓여 있는 지를 살핀다. 그러면서 다른 책들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살펴본다. 그림책을 만 들다 보면 눈으로는 표지와 본문을 유심히 살피며, 습관적으로 어떤 종이를 썼는지 책을 만져도 보게 된다. 어떤 책은 이야기 속에서 막 튀어나온 실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 출판사에 입사해 편집자가 된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었다. 그때의 그림책들은 대부분 비슷한 판형과 종이, 비슷한 코팅이나 후가공을 사용했다. 그렇게 보면 그림책이 각자의 내용에 걸맞은 형식을 갖추고,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출판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동안 반달에서 출간한 그림책들은 길쭉하거나 커다랗거나 하는 판형의 변화 외에도 다양한 종이의 선택, 코팅의 유무, 그리고 책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장치 활용을 꾸준히 고민해 왔다. 지금은 많은 출판사가 판형으로 그림책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하고 있지만, 초반에만 해도 일반적인 판형을 벗어나는 책들은 인쇄소와 제본소 등과 여러 차례의 의논과 점검이 필요했다. 작가의 원고를 두고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대한 것보다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녀가 오랜 시간 머물며 놀이하고 기다리던 담을 구현하기 위해 표지 커버를 접어 입체적으로 표현한 그림책 『담』(지경애), 빵을 나누어 먹으려는 동물 친구들에게 어쩌면 필요할지 모를 빵 봉투를 표지에 사용한 『탄 빵』(이나래) 등은 물성을 활용하여 효과를 극대화한 그림책이다.
절반은 재밌는 디자인으로, 절반은 독자가 완성하는 그림책
‘ 반달’이라는 브랜드의 뜻은 작가와 출판사가 그림책을 만들어 보여 주는 것이 달의 절반을 채우는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독자가 채운다는 것이다. 독자가 그림책을 보는 행위에 참여해야만 그 책이 가치를 갖게 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작가의 원고와 의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디자인을 적극 사용한 그림책들을 소개한다.
펼치면 이야기가 시작되는 그림책, 『책가도』
민화 작가로 활동하던 김지윤 작가의 『책가도』는 독자에게 민화의 매력을 전하고, 책을 가까이에 두게 하며, 따뜻한 덕담을 전하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이면서도 한 편의 책가도를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아코디언 접지(또는 병풍 접지)라 불리는 제작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병풍처럼 펼치면, 그림이 하나로 완성된다. 열두 띠 동물들이 책가도에 숨어 있으며, 뒷면에는 해당 동물들에 관한 이미지, 전해 오는 이야기 등을 재구성해 덕담으로 풀어냈다. 또한 민화의 한 종류인 ‘문자도’도 이 그림책에 담겨 있는데, 동물의 이름을 그래픽으로 재해석해 현대적으로 표현했다.

넘기고 포개며, 이미지로 쌓은 『빗물 아파트』
비가 오면 거꾸로 나타나는 빗물 아파트가 있다. 『빗물 아파트』는 비가 오는 날 땅 위에 빗물들이 모여 있는 형태들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그래픽을 더해 만든 그림책이다. 빗물 아파트라는 공간과 등장인물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펼치기 위해 점과 선을 활용한 그래 픽과 트레이싱지를 사용했다. 왼쪽 페이지에는 웅덩이에 비친 건물 일부가 담긴 사진이 있다. 비 오는 날 고인 물웅덩이나 물자국을 촬영한 사진이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이 빗물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글로 전해진다. 사진과 글 사이에 놓인 트레이싱지에는점과 선 등으로 그려진 이미지들이 책장을 넘기면 왼쪽의 사진 이미지와 맞닿으며,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빗물 아파트의 등장인물을 만나게 된다. 비가 오지 않으면 빗물 아파트가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독자가 책장을 넘기지 않으면 이야기를 만날 수 없다. 독자는 이렇게 책장을 넘기는 행위로 이야기를 만난다. 트레이싱지에 그려진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는 알 수 없으나, 빗물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존재뿐 아니라 다양한 감정, 복잡한 표현을 전하는 역할을 한다. 표지 역시 마찬가지. 이 책의 제목도 트레이싱지 커버를 열어야 비로소 나타난다. 트레이싱지의 비치는 성질을 이용해 종이 위에 겹쳐 보이며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이 책은 출간 당시 국내에서 눈에 띄는 그림책으로 주목받았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아파트에서 적극적 관계 맺음으로 이웃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처럼 독자가 해야 할 일이 반드시 있는 책, 그것이 『빗물 아파트』다.

다양한 색을 지면에 담는 과정을 그린 『계절이 하는 말』
한 편의 시처럼 완성된 문장들과 아름다운 캘리그래피로 만들어진 『계절이 하는 말』은 사계절, 만남과 헤어짐의 색채를 담은 책이다. 계절이 변하듯 사랑의 온도도 변하는데, 책에서 이 사랑의 은유가 가득하다. 계절의 다채로운 빛깔은 이 책을 끌고 가는 힘이기도 한데, 계절의 흐름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는 사랑의 감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장면마다 해당하는 단어들이 이미지 안에서 구조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텍스트가 이미지가 되고, 이미지가 텍스트가 된다. 계절과 감정의 변화를 보여 주는 것, 해당 언어가 시적인 표현이 되도록 돕는 것, 전체적으로 단순히 단어가 반복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관계의 흐름이 잘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을 만들 때 했던 고민이었다. 거래하는 인쇄소에는 킨더노랑이라고 불리는 잉크색이 있다. 팬톤 컬러의 차트 속 특정한 색이긴 하지만, y(노랑)를 대신하여 인쇄할 때 원화의 색감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다.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최근에는 이 킨더노랑이 바뀌었다. 인쇄하면서 원화의 색을 구현하거나, 더 나은 색감을 위해 끊임없이 시도해 보고 더 적합한 색을 찾는 것이다. 요즘 반달의 북디자이너는 기본 잉크에 형광의 컬러 등을 섞어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쇄에 사용하는 네 가지 컬러(cmyk)는 형광을 구현하기 어려운데, 별색을 섞어 인쇄 시 색이 잘 구현되는 적합한 사용 수치들을 찾아가는 중이다. 『계절이 하는 말』 역시 인쇄의 기본 잉크색에 형광을 구현하는 색을 섞어 작업했다. 독자는 ‘색이 좀 다르네’ 또는 ‘특이하네’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안다. 이는 디자이너와 편집자, 인쇄소가 끊임없이 시도해서 만들어 낸 결과라는 것을. 이런 꾸준한 작업들이 이어져야 좀더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다는 것을.

낯선 그림책의 세계‘, 반달’을 읽는 독자에게
반달의 그림책들은 ‘특이하다’ ‘어렵다’의 단어로 주로 평가되었다. 이 말을 바꿔 보자면 ‘낯설다’가 더 적합한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독자들이 반달의 그림책을 보며 낯선 것을 어려운 것으로 보지 않고, 낯선 것 자체를 즐기는 재미를 느꼈으면 한다. 그림책은 텍스트만 보거나, 그림만 봐서는 충분히 즐길 수가 없다. ‘이 표지는 왜 여기가 뚫려 있을까?’ ‘이 책은 왜 모든 페이지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을까?’와 같은 호기심부터 ‘이래서 이 책은 이렇게 길게 만들어진 거구나.’ ‘이렇게 보니 진짜 느낌이 딱 온다!’ ‘이렇게 보니 책이 아니라 ○○같은데?’와 같은 공감까지,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의 언어들을 찾아보기를 바란다.
북디자이너로 살기:
끌리는 어린이책을 사랑해
김은지 다산어린이 출판사 북디자이너
어떤 짧은 글 안에는 여운이 있고 따뜻한 그림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언젠가 그림책을 직접 만들어서, 내 아이가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한 적 있다. 그리고 그 일을 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이 생각이 아마도 이 일을 시작한 첫 번째 계기였던 것 같다. 비전공자로 우연한 계기에 출판예비학교 공고를 보고 그 길에 무작정 북디자이너가 되는 일에 도전했다. 디자인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조차 서툴렀던 그 무렵엔 오히려 자극제를 맞은 듯 남들보다 더디지만, 꾸준히 노력했다. 그렇게 부족함을 열정으로 채우며 달려온 시간이 어느덧 16년이다. 스스로를 완벽한 디자이너라 말하긴 어렵지만, 내가 만든 책이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점이 되길 바라며 책을 디자인하고 있다.
섬세한 문장에 시각적인 질서를 부여하는 일
필자는 한 회사에 속한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하루의 시작은 직장인처럼 아침 9시에 시작한다. 출근과 동시에 인터넷 서점 창을 열어 서점 동향을 파악한다. 책이 오랫동안 사랑을 받으려면 좋은 원고가 밑바탕이 되어야 하지만, 그 좋은 원고가 독자에게 좋은 첫 인상을 남기려면 표지가 탁월해야 한다. 그래서 독자들이 작성한 리뷰를 꽤 열심히 보는 편이다. 북디자이너 일의 가장 큰 매력은 저자가 쓴 원고를 독자보다 먼저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섬세한 문장들에 시각적인 질서를 부여하는 일을 하며,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메시지와 감정의 결을 파악해 이를 단 한 장의 표지로 압축해 내는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저자와 그림을 그리는 그림작가가 정성스런 원고를 탈고하고 나면, 그 후에는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사람들의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된다.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 그리고 제작자의 손을 거치고 나면 비로소 책이 유통되어 독자의 손에 닿는다. 그 중 북디자이너는 시각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그림작가와 소통하며 글과 어울리는 그림을 완성한다. 단순히 예쁜 것에 그치지 않고, 원고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을 배열하고, 더욱 역동적인 책이 될 수 있게 본문을 작업한다. 그 후, 독자들 시선이 가장 처음 머무르는 표지 작업을 한다. 독자들의 첫인상을 담당하기에, 책 작업 중에 가장 공들이는 작업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탄생한 어린이책 숨은 디테일들
북디자이너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글과 독자 사이의 다리를 놓으며, 책이라는 매체가 가진 고유한 매력을 극대화한다. 그렇게 독자가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책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모든 시각적 서사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어린이책은 성인책과 다르게 독자층과 구매층이 다르다. 그래서 디자인할 때 독자층(어린이), 구매층(양육자) 모두를 고려해서 작업한다. 그렇게 완성한 어린이책의 작업 과정을 몇 가지 소개한다.
어린이가 상상할 여지를 남기는 북디자인
어린이책을 만든다 해서 단순히 시각적 화려함이나 귀여움을 드러내는 일에 의존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정서와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작가의 의도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독자와 호흡할 수 있도록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색의 채도와 명도는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정서적 안정을 줄 수 있는 조화로운 색깔 톤을 사용하여 이야기의 감정과 공간감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아이들은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은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관찰하며 정보를 습득하기에, 판면의 여백부터 종이의 질감까지 모든 물성이 하나의 메시지가 되도록 설계한다. 결국 글과 그림 사이의 적절한 호흡을 찾아내어 가독성을 높이고, 책장을 넘기는 순간마다 아이들이 이야기에 몰입하여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디자인이 중요하다. 제목의 서체가 가진 표정과 여백이 주는 깊이를 조율해 텍스트 너머의 분위기를 전달한다. 다 완성된 책은 인쇄소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잉크가 종이에 스며들 때 생기는 색감의 미묘한 차이를 점검하는 ‘감리’ 과정을 거친다. 그러면 비로소 모니터 속의 평면적인 데이터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입체적인 물성을 지닌 ‘사물’로 탄생한다.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6 <학교도서관저널> 5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