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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움트는 마음을 기록하는 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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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10-02 11:25 조회 22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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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소나기

내일은 동물과 닮아 보

김개미 시인



Q. “개미”는 어린이 시절 친구들이 붙여 준 별명이라며 필명으로 삼은 까닭이 재밌고 부르기 쉽다고 밝히신 바 있죠. 그 시절, 어떤 하루들을 보내셨나요?


A. 제가 살던 곳은 산골이었어요. 학교도서관 대신 교실에 학급문고가 있었는데, 전래동화 전집으로 채워져 있었어요. 100권도 안 되던 전집이 다였죠. 매일 한 권씩 빌려 와서 읽었어요. 읽을 게 부족해서였는지 열심히 놀았어요. 인형놀이를 좋아했는데 종이에 인형, 옷, 가방, 구두를 그려 가면서 놀았어요. 제가 인형놀이를 하면 이웃집 아이들이 구경을 하러 왔어요. 얼음이 얼면 인형을 얼음에 올려놓고 위쪽에 얼음구멍을 크게 내기도 했는데요. 그러면 물이 얼음 위로 올라와 인형을 지나가더라고요. 다음 날 개울에 나가면 인형이 얼음 아래 들어가 있었죠. 인형의 표정이 낯설고 신비해 보이는 게 좋았어요. 매일 개울에 나가 인형을 관찰했는데, 얼음이 점점 두꺼워져 결국 안 보였어요. 그 인형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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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또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았을까요. 그 시절을 요즘 어린이들과 비교하면 문화의 차이도 느껴질 때가 있는데, 알파 세대로 사는 어린이를 위한 시를 쓰면서 체감한 고민이 있나요?


A. 제가 어렸을 때의 아이들과 지금의 아이들은 환경이 다르고 관심도 다르지요. 제가 “개미”로 불렸을 때의 태도와 자세로 지금의 어린이들이 읽을 시를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쓰라고 해도 못 써요. 저는 그때의 저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지금의 저를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저는 ‘바깥에 있는 아이’를 관찰하거나 그 아이와 작용하면서 시를 쓰는 쪽은 아니에요. ‘내 아이(나를 구성하는 아이)’와 작용하면서 쓰는 쪽이에요. 내 아이는 제가 어렸을 때가 아니라, 지금 저에게 있는 아이예요. 저는 요즘의 어린이를 위한다거나 어린이들에게 어떤 것을 전달해야 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못 해요. 그건 거창한 일인 것 같고, 제 일이 아닌 것 같거든요. 그럼에도 언제나 ‘진짜’를 쓰고 싶어요. (어린이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읽었는데 속았다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요. (...)



Q. 드라큘라, 티나, 빵 굽는 아이 등 그간 쓰신 동시 속 화자의 모습이 무척 다양한데요. 한 가지 캐릭터로 의인화한다면 어떤 모양일까요?


A. 2010년에 처음 동시를 발표했으니까 동시를 쓴 지 벌써 14년이 되었네요. 그간 동시집을 9권 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요.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몰입하고, 쓰고 또 썼어요. 9권의 동시집 속에는 발랄한 저학년 아이,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 아빠가 가출한 아이, 엄마와 둘이 사는 아이, 사랑에 빠진 아이, 그리고 외로운 드라큘라 아이 등의 화자가 있고 더러 사물이나 자연물, 어른이 화자인 동시도 있는데요. 그 모든 화자들을 하나로 압축하라고 한다면, ‘구름’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구름은 계속해서 어디론가 가잖아요. 보태지고 빠지면서 쉬지 않고 움직여요. 모양을 바꾸고 표정을 바꿔요. 빛깔이 달라지고 성질이 달라져요. 온도와 바람을 민감하게 반영해요. 제 정서와 감각이 온도와 바람이 되어 제가 그려 나가는 캐릭터가 구름처럼 변화무쌍했으면 좋겠어요. 제 동시 속 화자도 때로는 눈처럼 차갑고 때로는 우박처럼 딱딱하고, 때로는 비처럼 촉촉하고, 때로는 소나기처럼 세차게 살아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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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시가 뭐예요?”라고 묻는 어린이가 있다면 뭐라고 대답하고 싶나요? 그 어린이와 하루 동안 시를 가지고 논다면 어떤 놀이를 하고 싶나요?


A. 저를 가장 당혹스럽게 하는 질문이 시가 뭐냐는 질문이에요. 시 쓰는 사람에게 하는 자연스럽고 기본적인 질문인데, 저는 정작 시가 뭔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싶네요. 시가 뭘까요? 교과서나 사전에 있는 개념을 보면 머리가 아프고요. 제 나름대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시는 이 세계에 대한 비밀인데, 다른 사람이 알아도 되는 비밀’이라고요. 시가 뭐냐고 묻는 어린이가 있다면 그 어린이는 시가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네요. 그 어린이와 글 이어짓기를 하고 싶어요. 제가 한 줄 적으면 어린이가 한 줄 적고, 그다음엔 제가 한 줄 적고 또 그다음에는 어린이가 한 줄 적고······ 제가 어린이와 하루 동안 시를 갖고 논다면 둘이 같이 하나의 시를 짓고 싶어요.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를 함께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내가 직접 뽑은 나의 시 한 편을 소개해 주세요! 추천한 이유와 얽힌 사연도 알려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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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나의 조립」은 저를 투영한 동시예요. 저는 아침에 일어나기 전에 이불 속에 누워 있는 걸 좋아해요. 바람 부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제가 사람이란 걸 잊어버리곤 해요. 아직 동물에조차 이르지 않은 시생대(편집자 주: 약 46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한 이후부터 약 25억 년 전까지의 시기)의 무엇이 된 기분이 들죠. 그저 살아 있는 상태일 뿐인 지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 좋아요. 그 날 어떤 내가 될지 고요히 조립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렇게 올해 초에 『선생님도 졸지 모른다』를 냈으니까요. 이제부터 어떤 시를 써서 어떤 시인이 될지 새롭게 조립하고 싶어서 이 시를 골랐어요.



Q. 시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책방이나 도서관 또는 의외의 장소를 추천해 주세요. 이왕이면 어린이와 함께 가 볼 수 있는 장소라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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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제가 사는 동네에 문학 전문서점 상상심서(경기 동두천시 이담로 108 현대상가 1층 104호)가 있어요. 사장님이 시인이라 시집이 많이 있고요. 소설, 에세이, 그림책도 있어요.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있어서 여유롭게 책을 고르기 좋아요. 뭘 읽을지 잘 모르겠다면 사장님한테 추천받아도 좋을 거예요. 커피와 음료도 판매하고 있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아요. 혼자 책 읽는 게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은 책방이 운영하는 필사반에 참여하셔도 좋을 거예요. 동두천, 양주, 연천 등 근처에 사신다면 들러 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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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에 데워 둔 옆자리를

내주고픈 마음

정다연 시인



Q. “『햇볕에 말리면 가벼워진다』 시인의 말에서 청소년 청자들을 향한 편지를 쓰시며 이렇게 적으셨지요. “언젠가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날이 올까? 나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어. 나는 너의 기척을 느껴 왔거든.” 이 ‘기척’이 오랜 시간 어떤 모양들로 시인님께 가닿았고, 어떻게 시인님으로 하여금 시를 쓰도록 만들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A. 언젠가 산책하다가 카페 통유리 너머로 그림책을 읽는 아이를 본 적이 있어요. 집중한 표정으로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기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는데 문득 아이가 읽고 있는 것이 제 책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습니다. 때마침 공교롭게도 청소년시집 출간을 제안받았고, 서울 소재의 여러 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쳐 주는 수업을 맡기도 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라고 여겼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햇볕에 말리면 가벼워진다』를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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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인의 말에서 적어 둔 “기척”에 대해서도 질문을 주셨는데요. 시의 한 구절을 예로 들고 싶어요. 제가 쓴 시「말하는 사람」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나는 자세히 들어야/들리는 이야기를 품은 사람이에요/목청이 크지 않아서/주장하지 않아서/안 들릴 때가 많지만//그렇다고 없는 건 아니에요/나는 있답니다 단단하게”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하고 또 청소년 시집을 집필하면서 포착해 온 기척은 이 구절과 무척 유사한 형태였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크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아서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묵묵하게 일상을 살아 내고 있는 존재들이요. 앞으로도 힘이 닿는 데까지 이들의 기척을 잘 담아 내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Q. 청소년시 속 화자를 어떤 인물로 구축하고자 하는지, 앞으로 청소년시 안에서 어떤 이미지를 꾸준히 그려 나가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청소년시에서는 화자를 어떤 인물로 그릴지 정확히 정해 두지 않았어요. 시를 쓰는 제가 그것을 정해 둔다면 거기에서 벗어난다고 판단되는 것들이 배제되기 마련이거든요. 처음 청소년시를 쓸 때가 생각나는데요. 당시 저는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너무 어둡고 무거운 건 아닐지 고민했습니다. 많은 고민을 끌어안고 있는 아이들에게 밝고 아름다운 삶의 순간들만을 보여 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여겼어요. 그런데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이야기는 감당할 수 있을 것이고, 어떤 이야기는 그렇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른의 위계적인 판단이었다는 것을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하지 못할 이야기는 없다는 마음으로 청소년시를 썼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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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학생들과 하루 동안 시 쓰기 수업을 한다면 교실에서 지향하고 싶은 5가지는요?


A. 학생들과 시 수업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섯 가지는 존중, 자유, 대화, 상상력, 발견입니다. 먼저 존중에 대해서 말해 보고 싶은데요. 저는 어디서 누구와 수업을 하든 첫 시간에는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존중이란 어떤 면에서는 안전과도 연결됩니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학생들의 이해가 서로 상충하는 순간이 있고, 그로 인해 갈등이 생길 수도 있어요. 이때 자신의 감상을 전하는 걸 넘어서서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혐오적인 발언을 하는 건 용납하지 않아요.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때 안전함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든요.

그다음으로는 존중을 기반으로 한 자유로운 대화를 지향합니다. 시에 대해 감상을 나누는 순간이 오면 학생들이 선뜻 말을 못 꺼내는 경우가 많아요. 시에는 마땅한 정답이 없는데도 학생들이 작품을 쓴 작가의 의도나 숨겨진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곤 하거든요. 그런 순간이 오면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감상이라는 걸 말해 줍니다. 솔직하게 아무 감정도 들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다고 해 주고요.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아이들이 좀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며 대화가 오가게 돼요. 충분한 존중과 자유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작품을 풍성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이 자신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상력과 발견은 쓰는 행위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여깁니다. 특히 상상력은 시 안에서 아주 주요한 역량으로 작동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외투는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물이지만, 시 안에서는 그것을 펼쳐 구름을 훔칠 수도 있어요. 상상력은 익숙했던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기 때문에, 시 쓰기 교실에서만큼은 아이들이 엉뚱한 공상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쓰는 과정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돕고 싶어요. 그건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기억일 수도,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처일 수도 있고요. 혹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일 수도 있어요. 저는 아이들이 시를 통해서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깊이 이해하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기른다면 좋겠습니다.



Q. 내가 직접 뽑은 나의 시 한 편을 소개해 주세요! 추천한 이유와 시에 얽힌 사연을 알려 주셔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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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제가 추천하고 싶은 제 시는 「옆자리」입니다. 「옆자리」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예요. 저는 사람들이 삶의 꽤 많은 시간을 무언갈 기다리면서 보낸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상은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일 수도 있고 좀더 나은 미래일 수도, 이루고 싶은 사랑일 수도 있고요. 이 시는 특히 청소년기의 제 감정을 많이 반영한 작품이기도 해요. 그 시절의 저는 불투명한 미래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꼈거든요. 그러면서도 언젠가 만나게 될 친구를, 꼭 이루고 싶은 꿈을 기다렸던 것 같아요. 만약 소망했던 그 대상이, 그 꿈이 내게 다가온다면 따뜻한 옆자리를 내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요. 특히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인 “내 옆자리 되게 따뜻한데”는 시집의 제목으로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문장이어서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Q. 시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 혹은 레시피를 알려 주세요. 어린이·청소년과 함께할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A. 구체적인 장소가 떠오르지 않는데, 저는 여행지에서 책을 읽어 보는 걸 추천합니다. 그러면 익숙하고 평범해 보였던 문장도 생경하게 다가올 때가 많더라고요. 여행 장소나 그 곳의 날씨에 따라 어울리는 책을 가져가 읽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될 거예요. 가령 바다에 간다면 해변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을 다루고 있는 데이비드 위즈너의 『시간 상자』와 같은 책을, 여름에는 안녕달 작가의 『수박 수영장』과 같이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책을 읽으면 더위에도 지치지 않고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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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천사주의1) 너머,

욕망과 상상의 세계로!

강벼리 시인



Q. 오랜 기간 신화와 판타지 공부를 해 오셨다고요. 이번 동시집에 흐르는 요상하고 기이한 리듬이 그에 연원했을 것 같은데요! 시인님의 ‘동시 쓰는 일상’이 궁금합니다.


A. 아무래도 오랫동안 해 온 신화와 민담, 판타지 공부가 동시를 쓸 때 자연스레 스며 나온 것 같아요. 신화 속 세계에선 동물과 사람의 경계가 없거든요. 둘은 대자연 속에 함께 사는, 영혼의 형제 같은 존재들이죠. 동시를 쓰며 고민했던 지점이라면 『요괴 전시회』가 기존 동시집들과 색깔이 많이 달라 생긴 것들인데요. 일례로 「좀 비밀이 많은 아이」에는 화자가 연두색 생쥐를 잡아서 눈알을 파먹었다는 내용이 나와요. 쥐의 꼬리는 전학 온 아이한테 주고요. 동시집에 이런 내용이 나와도 될까하고 우려하는 지인들도 있었는데 저는 이 작품에 확신이 있었거든요. 화자와 같은 ‘좀비 아이’가 다른 세상에서 왔지만 이 아이가 그저 우리와 다른 종족일 뿐이라는 상상력이 독자들에게 그렇게까지 큰 이질감을 주진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실제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좀비나 뱀파이어, 늑대소년, 구미호처럼 신이한 존재들에게 두려움이나 공포심들을 크게 느끼는 건 아닐까요.「구슬치기에 미친 호연이」의 구미호 소년이나 「질문 있어요」에 나오는 뱀파이어와 드라큘라 아이들이 우리 곁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엉뚱 발랄한 상상력이 제 무의식을 뚫고 작품으로 찾아온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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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심천사주의(童心天使主義). 1930년대 아동문학을 둘러싼 비평에서 쓰인 중요 개념.

어린이를 천사처럼 순수한 존재로 그려내는 문학적 클리셰로 해석돼 왔다.



Q. 동시 속 화자를 어떤 인물로 구축하고자 하는지, 앞으로 동시 안에서 어떤 이미지를 꾸준히 그려 나가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A. 대부분 아이들은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잖아요. 오싹오싹 무서우면서도 호기심이 반짝반짝 생겨서 듣습니다. 귀신 얘기나 무서운 옛이야기를 들으면서 ‘공포를 견딜 수 있는 힘’과 ‘두려움’도 함께 성장한다고 해요. 제 동시 속에는 신이한 화자가 많이 나옵니다. 좀비 아이, 구미호 소년, 늑대 아이, 뿔 난 아이, 지렁이가 된 아이, 도깨비 아이··· 그런데 이 낯설고 이질적인 화자마다 전부 이야기가 있어요. 그래서 ‘이 화자들이 결코 무서움만 주는 존재일까? 소외된 아이들의 슬픔이나 외로움을 함께 나눌 친구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들로 동시 속 캐릭터를 만들어 나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엉뚱하지만 경계 없는 판타지 공간으로 우리의 닫힌 사유를 좀더 열어 나가고 싶어요. 그렇다고 판타지 세계에만 머무르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힘든 현실을 이겨내는 단단한 모습도 동시로 보여 주고 싶어요. 동심천사주의에서 벗어난 아이들의 숨은 욕망과 엉뚱한 상상력을 이미지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싶습니다.

 


Q. “시가 뭐예요?”라고 묻는 어린이에게 뭐라고 대답하고 싶나요? 그 어린이와 하루 동안 시를 가지고 논다면 어떤 놀이를 하고 싶나요?


A. 시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변하는지 몰라요. ‘엉뚱한 질문’이었다가, ‘솜사탕 같은 달콤함’이었다가 ‘낱말 놀이’였다가… 또 뭐가 있더라. 오늘은 질문하는 어린이를 따뜻하게 꼭 안아 주고 싶어요. 귓속말로 ‘숨구멍’이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요즘 아이들은 숨 쉬기도 바쁠 만큼 별로 놀 시간이 없잖아요. 몸 에너지는 근질근질 쌓이는데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죠. 그럴 때 동시를 만나서 실컷 숨을 쉰다면… 숨구멍을 통해 동시 세상으로 놀러 간다면 게임 속 세상보다 훨씬 재미날 것 같아요. ‘수염 난 돌멩이’가 되었다가 ‘동그란 컵’도 되었다가, ‘외눈박이 거인 눈’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상상만 해도 아이들 눈빛이 반짝거릴 것 같아요.

어린이와 동시 놀이를 한다면 자신감부터 북돋아 주고 싶어요. 가장 먼저 동시로 만든 노래를 들려줍니다. 언어의 리듬감이 몸속에 스며들도록 여러 번 들으며 함께 불러요. 노래에 맞춰 율동도 하나씩 신나게 만들어 봐요. 노래와 함께 신나게 율동을 합니다. 그다음 낱말 놀이를 합니다. 동시의 힘은‘ 낱말’이라고 생각해요. 노래 속에서 기억나는 낱말을 큰 종이 위에 쓰게 합니다. 그다음 낱말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계속 말놀이로 이어가요. 사과, 안경, 돋보기 등 말놀이를 통해 떠오르는 이미지들도 종이 위에 그립니다. 가능하다면 흰 에코 백도 준비해 말놀이했던 낱말들을 맘껏 적어요. 그림이랑 같이 꾸며도 좋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동시 에코 백’을 만드는 거지요. 또 동시 속에 나오는 주인공 캐릭터 되어 보기 놀이도 합니다. 시 속에 뿔 난 아이가 된다면 뿔을 만들어 머리에 붙여 보기도 하고, 탈 쓴 아이가 있다면 진짜 탈을 써 보기도 합니다. 빨간 구두를 신어 보면서 ‘화자는 어떤 느낌일까?’ 하고 스스로 질문하며 그 느낌들을 얘기 나눠도 봅니다. 앗, 하루가 너무 짧은걸요.

 


Q. 내가 직접 뽑은 나의 시 한 편을 소개해 주세요! 추천한 이유와 시에 얽힌 사연을 알려 주셔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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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첫 동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요괴 전시회」를 뽑겠습니다. 추운 겨울에 우연히 지인들과 요괴 전람회를 보러 갔는데요. 요상하고 괴상하게 생기기도 한 다양한 모습의 요괴들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수백 년의 시간 속에 수많은 요괴가 잠들어 있었어요. 처음 보는 요괴들이었지만 그다지 무섭지는 않았어요. 신기하게도 그림 속에 잠들어 있는 요괴마다 이야기가 있었어요. 찬찬히 그림들을 쳐다보는데, 어떤 요괴 아이가 말을 걸었어요. 순간 그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죠. 요괴 아이를 보면서 문득, ‘내가 만일 요괴들이 사는 세계로 간다면?’ 나 역시 그 세계에선 이질적인 존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그 순간 다른 세계에서 온 ‘요괴 아이’ 캐릭터가 떠올랐어요. 제가 무척 활달한 편인데 제 안에 여리고, 외로운 아이가 있더라고요. 그 아이가 저를 위로해 주려고 말을 걸었어요. 저는 그 말을 받아 적었습니다. 그렇게 「요괴 전시회」가 태어났어요. 가장 마지막에 쓴 작품인데 신기하게도 표제작이 되었습니다.



Q. 어린이와 시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의외의 장소를 추천해 주세요.


A. 서대문 안산 자락길(서울 서대문구 봉원사길 75-66)을 추천합니다. 제가 사는 집 근처에 홍제천이 흐르는데요. 그 길을 따라 쭉 걸으면 안산 자락이 보입니다. 길옆에는 강아지풀, 애기똥풀, 개망초, 금계국 등 들꽃들이 피어 있고, 홍제천 물길 따라 천둥오리 가족이 헤엄을 칩니다. 인공 폭포가 보이기 직전에 안산 자락길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이 보입니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힘차게 내려오는 계곡물 소리가 들려옵니다. 누런빛 산수국과 시들어 가는 보랏빛 개맥문동, 이름 모를 꽃들이 가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앓는 소리를 내는 듯한 누런 잎사귀들이 매달려 있는 나무 아래, 성질 급한 낙엽들도 떨어져 있습니다. 나무숲에서 요란한 산새 소리가 들려오고, 나무 그늘 사이로 점점 아지트가 보여요. 작은 야외 공터 속에 동그란 요람처럼 생긴 그네가 친구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네에 앉아 발로 땅바닥을 힘차게 디디면 높이 올라가요. 파란색 하늘과 가장 좋아하는 구름을 올려다봐요. 내 뺨에 상큼한 바람이 스쳐 가요. 나뭇잎들이 손을 흔들어요, 그네에서 작은 아이가 새처럼 노래도 종알거려요. 오늘 만난 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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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4 <학교도서관저널> 10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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