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독립출판물?!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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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10-05 14:06 조회 4,794회 댓글 0건본문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다. 무료함을 피하기 위해 뻐근한 목을 주무르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그날따라 정류장 옆에 늘어선 작은 공업사들이 연신 쇳가루를 뿜어댔고 벽은 그을려 새까맣기만 했다. 검은 벽들을 피해 두리번거리다 동그랗고 하얀 간판이 눈에 들어 왔다. ‘부동산/서점’이라는 글씨가 쓰인 입구에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잠깐 들어 오셔도 괜찮아요.”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독립서점과의 첫 만남이었다. 흥미로웠던 그 만남은 여러 독립서점을 방문하는 계기가 됐고, 대형 서점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다양한 책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렇게 새로운 책을 만나면 즐거웠지만 습관처럼 ‘사서’의 입장에서 책을 보게 되면서 교훈, 구매의 간편함 등 생각이 복잡해져 다른 사람들과 책을 함께 보지 못하고 개인서가에 간직했었다. 그러다 마침 그 책들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많은 책 중에서도 검은 벽들 사이 하얀 간판의 발견처럼 흥미롭고 따뜻한 책들을 골라 보았다. 부디 이 책들을 만날 독자의 마음에도 따사로움이 퍼져 나가길 바란다.
만화
『Mot her. 』 니나킴 지음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네요.” 드라마처럼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가족은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6개월 만에 엄마를 떠나보냈다.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엄마의 빈자리가 주는 그리움, 아쉬움, 후회 그리고 깨닫지 못했던 사랑. 모든 추억들을 회상하며 작가는 글과 그림으로 엄마를 기억한다. 작가는 떠나 버린 엄마를 향한 그리움 때문에 페이지를 그릴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살아 있을 때 표현하지 못한 많은 감정들을 담은 글과 그림 들은 책의 뒷면에 있다. 그 문장들이 가슴속 깊이 남는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 KOPILUWACK(코피루왁) 지음
스파이 영화 속에는 언제나 눈에 띄지 않게 청소부 분장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우리 삶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관심 없던 청소부.이 책은 작가가 엄마와 함께 20대의 어린 나이부터 청소부 일을 하며 4년 동안 겪은 이야기를 담은 만화다. 여백 없이 가득 채운 6컷 만화는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청소부라는 일을 하면서 느낀 뿌듯함과 고민, 슬픔 들이 가득 차 있어서 끝 페이지를 펼칠 쯤에는 답답함보다 시원함을 느꼈다. 일을 하며 만난 주변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청소일을 하는 엄마의 이야기와 그 밖의 짧은 에피소드들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집중해서 보게 한다. 책을 읽고 나면 청소부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많은 직업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스파이 영화 속에는 언제나 눈에 띄지 않게 청소부 분장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우리 삶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관심 없던 청소부.이 책은 작가가 엄마와 함께 20대의 어린 나이부터 청소부 일을 하며 4년 동안 겪은 이야기를 담은 만화다. 여백 없이 가득 채운 6컷 만화는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청소부라는 일을 하면서 느낀 뿌듯함과 고민, 슬픔 들이 가득 차 있어서 끝 페이지를 펼칠 쯤에는 답답함보다 시원함을 느꼈다. 일을 하며 만난 주변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청소일을 하는 엄마의 이야기와 그 밖의 짧은 에피소드들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집중해서 보게 한다. 책을 읽고 나면 청소부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많은 직업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동화, 그림책
『어딨니?』 강근영 지음|40PAGELAB
유연한 수채화로 녹음이 우거지고 거친 연필 소묘가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책이다. 가까이 있어도 눈치 채지 못하고 빨리 찾지 못하면 영영 사라져버릴 것 같은 토끼를 찾아 숲을 방황하는 소녀와 그런 소녀를 곁에서 지켜보는 토끼는 소설 『파랑새』를 떠올리게 한다. 페이지마다 애달픈 표정의 소녀는 우리와 같아 보이기도 했다. 살다 보면 내 옆에 있지만 깨닫지 못해 찾아 해매는 것들이 많다. 우리는 옆을 보지 않고 먼 숲만 바라보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까? 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그림책이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최석규 각본|유가영 연출|정승원 편집
꽃을 좋아하는 여우가 네 송이의 꽃을 키우는 그림 동화다. 색연필의 따뜻함과 귀여운 여우의 모습과 달리 내용은 굉장히 깊이가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호기로운 아이들의 날개를 꺾어 버리는 행위,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들을 조금이나마 예방하고자 이 책을 기획하였습니다.”라는 작가의 말이 깊게 와 닿는다. 예전에 “상대가 원하지 않는 친절은 폭력이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이 책은 살면서 상대방에게 자기도 모르게 폭력을 행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좋아하는’ 꽃을 꺾어 집에 두고,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해 말라 죽인 여우가 자신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보자.
꽃을 좋아하는 여우가 네 송이의 꽃을 키우는 그림 동화다. 색연필의 따뜻함과 귀여운 여우의 모습과 달리 내용은 굉장히 깊이가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호기로운 아이들의 날개를 꺾어 버리는 행위,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들을 조금이나마 예방하고자 이 책을 기획하였습니다.”라는 작가의 말이 깊게 와 닿는다. 예전에 “상대가 원하지 않는 친절은 폭력이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이 책은 살면서 상대방에게 자기도 모르게 폭력을 행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좋아하는’ 꽃을 꺾어 집에 두고,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해 말라 죽인 여우가 자신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보자.
『나의 가시』 정지우 지음|J.PEPONI
누구나 마음에 아픔을 가지고 있다. 마음의 화단 속 ‘고통의 가시’ 선인장을 눈물로 키우다 보면 금세 화단을 넘어 날카로운 가시가 나를 찌르게 된다. 가시가 나를 찌르기 전에 다른 곳으로 옮겨 심어 키우다 보면, 어느덧 꽃이 피어나고 고통은 멋진 선인장 꽃이 된다는 내용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속 어딘가에서 자라던 가시선인장을 발견하고, 넓은 화단으로 옮겨 꽃피울 날을 기다리게 만들 수 있는 힘을 내보게 된다. 이 책을 보는 사람들도 가시 선인장을 마음 밖으로 꺼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누구나 마음에 아픔을 가지고 있다. 마음의 화단 속 ‘고통의 가시’ 선인장을 눈물로 키우다 보면 금세 화단을 넘어 날카로운 가시가 나를 찌르게 된다. 가시가 나를 찌르기 전에 다른 곳으로 옮겨 심어 키우다 보면, 어느덧 꽃이 피어나고 고통은 멋진 선인장 꽃이 된다는 내용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속 어딘가에서 자라던 가시선인장을 발견하고, 넓은 화단으로 옮겨 꽃피울 날을 기다리게 만들 수 있는 힘을 내보게 된다. 이 책을 보는 사람들도 가시 선인장을 마음 밖으로 꺼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에세이, 그 외
『저도, 책 같은 걸 만드는데요』 김종완, 김봉철, 김현경 지음
“그냥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 하는 거죠.” 각자가 쓰고 싶은 글을 써서 독립출판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들은 작가가 되고 싶어 글을 썼지만 그 과정이 고되고 힘들다는 것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출판 과정을 겪은 경험을 들려주며, 비가 몰아치는 날도 있고 태풍이 부는 날도 있고 돌산을 오르게 되기도 한다는 ‘책 만드는 이야기’를 꾸밈없이 보여 준다. 나만의 책을 내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 보길 권한다.
『엄마 떠나길 잘했어』 박민정, 변다인 지음|마음의숲
엄마 41살, 딸 17살. 어느 날 갑자기 딸에게 찾아온 ‘왜 공부를 해야 하나요, 꿈이 뭔가요?’란 막막한 질문. 딸은 엄마에게 “엄만 왜 살아?”라는 아득한 질문을 던지고 모녀는 답을 얻기 위해 과감하게 세계 여행을 떠난다. 모녀는 세계를 여행하며 같은 곳에서 각자 사진을 찍고 각자의 일기를 쓰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꿈을 물으며 꿈을 찾는 여행을 한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꿈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모녀는 각자의 꿈의 답을 찾는다. 꿈을 찾지 못해도 괜찮다. 꿈을 꿀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힘이 생길 것이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지음|유유
우리는 글을 읽거나 말을 할 때면 무엇인가 맞지 않는 말을 할 때가 종종있다. 하지만 정확하게 어디가 이상한지 잘 모르고 그저 ‘이상하지만 말이 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어물쩍 넘어가곤 한다. 이 책은 그런 글을 어렵지 않게 다듬는 법을 알려 준다. ‘나는 시련 하나를 극복했다.’ 이렇게 짧으면서도 간결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잘 몰랐던 그리고 어설프게 알고 있었던 문장을 수정하는 법, 잘못된 부분을 찾는 법을 알게 되면서 글을 보는 눈이 넓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틀린 문장을 찾아내는 재미도 가질 수 있게 된다.
학교도서관=생각을 마음껏 표현하는 곳
‘메이커스페이스’로서 학교도서관 서비스의 시작은 학생이 언제든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것이다. 이는 굳이 인디자인 같은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두고 고성능의 프린터 등 하드웨어를 설치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북아트 재료인 풀과 가위, 종이, 필기구 등의 도구를 학생들이 언제든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할 수 있게 배려하는 데서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학교도서관이라는 공간은 학생들이 조용하게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독서 활동을 기초로 능동적이고 시끌벅적하게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독립출판은 메이커 교육에 관심을 둔학교도서관이라면 가장 먼저 외연을 확장해 가야 할 영역이다. 학교도서관에서 정보 프로슈머로자란 학생들은 이미 메이커이기 때문이다.
‘메이커스페이스’로서 학교도서관 서비스의 시작은 학생이 언제든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것이다. 이는 굳이 인디자인 같은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두고 고성능의 프린터 등 하드웨어를 설치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북아트 재료인 풀과 가위, 종이, 필기구 등의 도구를 학생들이 언제든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할 수 있게 배려하는 데서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학교도서관이라는 공간은 학생들이 조용하게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독서 활동을 기초로 능동적이고 시끌벅적하게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독립출판은 메이커 교육에 관심을 둔학교도서관이라면 가장 먼저 외연을 확장해 가야 할 영역이다. 학교도서관에서 정보 프로슈머로자란 학생들은 이미 메이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키우는 독립 책방 여행
대구서부고 도서관의 ‘책앤톡’ 도서부 동아리 학생들은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 시간을 활용해 대구의 대표적인 독립출판 전문 서점인 ‘더 폴락(The Pollac)’을 매년 방문한다. 더 폴락은 명태라는 뜻을 갖고 있다. 2015년 당시에는 대구 대명동 계명대학교 캠퍼스 인근에 아주 작게 자리했다. 대구서부고 동아리에서는 2015년에 처음으로 더 폴락을 방문한 후에도 두 번을 더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책방 위치가 달라졌다. 최근에는 대구역 인근 북성로의 공구 골목에 자리했다가 요즘에는 그 인근에서 좀 더 큰 곳으로 위치를 옮겼다.
우리 학생들이 서점을 방문하면 서점 운영자께서 독립출판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해 주신다. 학생들의 엉뚱한 문이 오가도, 운영자께선 당황하지 않고 친절하게 답해 주시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독립출판의 가치를 존중하는 자의 숭고함이 느껴진다. 또한 더 폴락에서는 일년에 한 번씩 가을마다 ‘아마도 생산적 활동’이라는 소규모 축제를 연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쌓아온 생산적 활동을 하나둘씩 모아 이틀간 마음껏 선보이는 자리로, 제작자들이 직접 판매하는 다양한 독립출판물들을 만날 수 있다.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는데 참가비는 무료이다. 참여제작자들에게 부스도 제공된다.
독립출판물 중에는 청소년들이 보기에 너무 큰 호기심을 끌 성적인 표현을 담은 책들도 더러있다. 하지만 독립출판물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감성을 보태지도 빼지도 않고 고스란히 담아낸 가치가 상당하다. 이렇듯 독립출판물은 인디 음악만큼 담백하면서도 매력적이다. 학생들이 독립출판물과 독립출판 서점을 접하고 나면, 책쓰기라는 것, 그리고 무엇인가를 생산해내는 창작자, 메이커가 된다는 것에 대해 심리적 장벽을 허물게 되는 것 같다.
더 폴락에 다녀온 학생들은 형식이 자유로운 책, 3장짜리 책, 잡지 같은 책을 접했다는 데에서 선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책방에서 베스트셀러를 접할 수 없다는 것이 신기하고 독립출판 야에 대해 입문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 학생들도 있었다.
메이저 출판사나 대형 서점이 아니라, 골목에 위치한 소소한 서점에 가는 것은 지속 가능한 개발 교육, 마을공동체에 대한 교육도 함께 가능하게 한다. 그렇기에 학교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독립출판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조금 더 자신감을 얻어 학교도서관에서 메이커 교육을 해보길 바란다. 아이들과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독립출판물을 함께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서서히 책쓰기로 영역을 넓혀 가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