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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마중물 독서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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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09-05 13:22 조회 5,08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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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중물 독서’란 샘의 깊은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에 붓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처럼,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독서 의욕과 독서 능력을 일깨우기 위한 일련의 가벼운 독서활동을 통칭하는 말이다. 강물이나 우물물을 떠먹기란 그
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 깊은 샘물을 먹으려면 그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질을 해야 하고, 그 펌프질을 하기 위해선 마중물 역할을 할 한 바가지의 물이 필요하다.

마중물 독서는 배움의 평등을 위한 전제다
 독서를 강물이나 우물물을 떠먹는 일에 비유하지 않고 굳이 마중물을 부어 애써 펌프질을 해야 하는 일에 비유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독서가 펌프질을 하듯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샘이 그 깊은 곳에 물을 간직하고 있듯, 인간은 그 마음속 깊은 곳에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간직하고 있음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배움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겉으로 아닌 척하는 사람일지라도,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배우며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땅속 깊은 샘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질이 필요하듯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배움에 대한 욕망을 솟구쳐 오르게 하려면 독서와 같은 펌프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펌프질이 효과를 보려면 먼저 한 바가지의 물, 곧 마중물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책이 등장하기 전까지 인간의 배움은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그 폭과 깊이가 협소할 수밖에 없었다. 배움에 폭발을 가져다 준 것, 그것은 책이다. 책에는 다른 이의 경험과 지식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꿈이 있고, 새로운 문명이 있고, 더 나은 너와 내가 있다. 인간은 이러한 책을 통해 배움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더 높이 날 수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독서는 많은 이들로부터 멀어져 가고 결국 독서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
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마중물 독서가 필요한 이유, 그것은 누구나 쉽게 독서를 접하게 하기 위함이다. 곧 독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완화하여 누구든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다. 가벼운 독서 활동을 통해 깊이 잠자고 있던 배움에 대한 열망을 흔들고 독서 의욕을 깨어나게 하여 누구라도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배움의 평등’을 위한 전제인 것이다.
 
마중물 독서‘,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마중물 독서, 그 한 바가지의 물에 무엇을 담아야 할까?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재미’이다. ‘책은 재미있다!’라는 사실을 온몸이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 일, 이게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어떤 일이든 ‘재미’가 있어야 마음이 움직이고 오래오래 지속할 수 있다. 그런데 책은 그냥 쓱 보기엔 무척이나 따분해 보인다. 그림이 있어도 애니메이션처럼 소리와 음악이 곁들지 않아 덤덤한데다, 게임처럼 속도와 긴장감이 없어 무료해 보이기 십상이다. 갑갑한 침묵 속에 작은 글자만 바글바글한 책에 선뜻 손을 뻗기란 여간 어렵지 않은 것이다.
 ‘책의 재미’를 알려 주기엔 ‘읽어 주기’가 최고다. 특히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읽어 주는 ‘좋은 책들’은 아이의 배움에 대한 욕구를 크게 자극 할 뿐 아니라 정서를 풍요롭게 해주고 상상력과 정의감을 키워줄 수 있어 아주 좋다. 물론 이후에도 ‘읽어 주기’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좋아하는 책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지니, ‘좋은 책’을 읽어 주려면 유연하고 흡수성이 빠른 어린 시절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러면 어떻게 읽어 줘야 할까? 이와 관련해서 사진 한 장을 소개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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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2011년 1월, 도서관모임 선생님들과 함께 미국 잉글우드 지역에 위치한 드와잇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본 2학년 독서수업 풍경이다. 이 학교는 초등학교 1, 2학년에 독서수업이 정규 과목으로 배치되어 있고, 이 시간에 주로 사서교사가 책을 읽어 준다고 했다. 사진에서처럼 사서교사는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어 주고 아이들은 공책이나 필기구 하나 없이 편한 자세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책을 읽어 준 후 교사가 정답을 유도한다거나 퀴즈를 통해 책의 내용을 확인하는 일 같은 것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저 진심을 담아 책을 읽어 준 후 아이들의 질문을 유도하여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자유롭게 말하도록 격려해 주는 일, 그게 전부라고 했다. 이런 활동을 1학년과 2학년을 대상으로 1주일에 1시간씩 2년 동안 하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책은 재미있다.’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득하게 된단다. 이 교육과정은 바로 이 ‘책의 재미’를 알게 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이것만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읽어 주기의 방법에 대해 큰 깨우침을 얻을 수 있는 예가 아닌가 싶다.
 어린 시절에 읽어 주기를 경험할 수 없었던 초등 고학년이나 청소년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책의 재미’를 알려 주기엔 역시 ‘읽어주기’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이 일이 여의치 않다면, ‘아침 10분 독서’나 ‘1주일에 1시간 자유 독서’ 시간을 마련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게 한다거나, 학교나 도서관, 지역 서점 등에서 재미난 독서 행사를 전개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잠깐 동안이나마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자유롭게 읽는다든지, 도서관 보드게임, 책 속 보물찾기, 나무에게 들려주는 나의 책 이야기, 밤새워 책읽기, 문학기행, 저자와의 만남 등 이미 많은 학교와 도서관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재미난 독서 행사들은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북돋고 ‘책의 재미’를 맛보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

마중물 독서‘, 습관’에 힘쓰자
 ‘재미’와 함께 마중물 독서에서 주목할 것은 ‘습관’이다. 곧, 책 읽는 재미가 체화될 수 있도록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드와잇학교의 경우, ‘읽어 주기’를 매주 1시간씩 2년 동안 계속하고 있었다. 왜 그럴까? 재미에 ‘습관’이 붙지 않으면 곧 휘발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두 번 맛본 재미로는 애써 펌프질을 해야만 하는 독서에 빠져들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마중물 독서로서 ‘습관들이기’에 가장 좋은 것 역시 지속적으로 읽어 주기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렵다면, 아이가 어렸을 때는, 주말마다 도서관이나 책방 나들이를 가거나, 정기적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사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스스로 하루 10분 책 읽기나 1주일 한 권 책 읽기 등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돕고, 5∼6학년부터는 친구 몇몇이 정기적으로 만나 책모임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재미난 독서 행사를 좀 더 빈번히 전개하여 아이들이 책을 자주 접할 수 있게 한다면 좋겠다.
 물론 이 모든 활동이 마중물 독서로서 역할을 하려면 ‘재미’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예컨대 책을 사주더라도 ‘아이가 좋아하거나 좋아할 만한 책’을 사주고, 책을 대출할 때 역시 그렇게 하는 게 좋다. 또, 친구들과 책모임을 할 때도 마중물 독서 기간(모임에 따라 다를 테지만 대개 1∼3개월이 되지 않을까?)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가져와 소개를 한다든지, 그림책이나 만화책, 감동적인 동화나 학교도서관저널에서 출간한 ‘마중물 독서’ 시리즈처럼 10분 이내로 읽고 얘기 나눌 수 있는 짤막한 이야기 모음집, 또는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잡지를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이처럼 ‘재미’있게, ‘습관’이 붙을 만큼 마중물을 부어 주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들은 스스로 펌프질을 할 만큼 독서
에 빠져들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배움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누구나 그 마음 깊은 곳에 배움에 대한 욕구가 있고, 그 배움을 통해 자신을 더 높이 끌어올리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는 것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 독서는 이 배움에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독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 ‘재미’를 알지 못한다면 머뭇거려지기 십상이다. 또한 그 ‘재미’를 잠깐 맛보았다 해도 몸에 ‘습관’이 붙지 않으면 바로 놓아버리기 일쑤다. 마중물 독서를 통해 누구라도 독서의 재미를 알고 독서 습관을 들여 스스로 독서 펌프질을 하도록 돕는 일, 이를 통해 독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완화하여 배움의 평등을 이뤄나가는 일, 우리가 마중물 독서에 관심을 쏟고 이를 활발히 펼쳐야 할 이유이자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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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재밌게 읽으려면?
 호모 사피엔스가 역사를 만들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었던 ‘생각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사람들은 흔히 ‘생각’에서 무언가에 몰두하고 지속하는 사고 과정을 연상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속성과 함께 ‘멈춤’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보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다가 잠시 멈춰 누군가와 자신이 얻은것을 나누고 싶은 순간이 있다. 이야기에서 동의되는 부분 아니면 반대로 동의되지 않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은 시간이 있다. 작가의 말도 듣고 싶고 다른 독자의 의견도 궁금하다. 누군가가 옆에 없다면 우리는 밑줄이라도 그으며 잠시 호흡을 고른다. 멈춤은 생각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에도 유익한 정보나 재미있는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그러나 영상 매체는 시청자가 스스로 흐름을 조절하기 힘들다. 영상이 끝날 때까지 일단 일방적 전달을 받게 된다. 지루해서 중단하지 않는 한, 영상은 계속 이어지고 생각은 영상이 끝나야 찬찬히 할 수 있다. 끊임없이 발신되는 정보를 수신자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도구는 책이 유일하다.
 어린이들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독서는 독자에게 능동적으로 생각할 기회를 준다. 그런데 아이와 어른은 생각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어른은 혼자서, 머릿속으로 조용히 생각할 수 있지만 어린이들은 몸이 먼저 움직인다. 독서에서 묵독 전 단계의 아이들이 소리 내어 책을 읽는 행위와 유사하다. 어린이를 위한 ‘마중물 독서운동’과 ‘책 읽기 마중물 시리즈’는 어린이가 책을 읽어야 할 당위성을 토대로 삼아 ‘책’이라는 물성과 어린이의 특징을 동시에 고려하여 기획하였다. 재미있게 읽고 즐기면서 가랑비 젖듯 책에 젖으면 어느새 콩나물 자라듯 훌쩍 커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적극적인 읽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책 읽기 마중물 시리즈’는 첫째,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문학을 보여 주어 더 깊은 문학의 길로 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려 하였다. 책 한 권에 여러 장르의 작품이 실려 있어 사람들은 “잡지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잡지 형식이지만 그 안에서도 동시, 동화, 옛이야기, 스토리텔링 지식책이 중심이다. ‘읽어내는 힘’은 ‘이야기’ 장르에서 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읽기 마중물 시리즈’가 잡지와 크게 다른 점은 이야기 장르를 새로 창작하지 않고 단행본에 이미 수록된 작품 중에 고르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동시나 동화를 읽고 재미있으면 해당 작품이 실려 있는 동시집이나 동화책을 찾아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즉 한 편의 시를 읽고 그 시가 수록된 동시집으로, 동시집을 읽으며 또 다른 동시집으로 나아가는 징검돌의 역할이다. 각종 출판사에서 펴내는 좋은 동시집이 많지만 어린이들 중에 동시를 한두 편 읽고 동시를 쓴 작가의 동시집까지 찾아 읽는 아이는 많지 않다. 아쉬운 부분은 저작권이나 재수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문제 때문에 소개하는 책의 출판사가 제한된 것이다.
 재수록 텍스트를 고르는 과정에서 발견한 점은 최근 옛이야기 그림책이 늘어나면서 저학년을 위한 글로 된 옛이야기책이 적어졌다는 것이다. 옛이야기가 본래 구비문학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옛이야기 글책이 줄어드는 추세는 아쉽다. 글책은 그림책과 달리 삽화가 없어 부모님과 선생님이 들려주거나 아이가 읽는 동안 아이 스스로 상상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옛이야기 그림책은 그림책대로 글책은 글책대로 다양하게 발전하면 좋겠다. 지식책 장르도 마찬가지다. ‘책 읽기 마중물 시리즈’ 열 권은 각각 출발, 가족, 나, 소풍, 모험, 성장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는데 주제에 맞는 지식책을 찾다 보니 저학년용 지식책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저학년을 위한 지식책 장르가 더욱 발전해야한다. 물론 지식책에서 지식이나 정보는 정답을 그대로 알려 주기보다는 아이들이 경이로움과 호기심으로 자연과 세상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 좋겠다.
 두 번째, 아이들이 책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구성했다. 어른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책에 대한 엄숙주의를 내려놓은 것이다. 일례로 교사들의 자문을 구해 교과서에도 이미 도입된 스티커를 부록으로 만들었다. 표지 2면과 3면에 넣은 숨은그림찾기나 미로 찾기도 연필 한 자루 들고 책과 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수수께끼나 속담 코너는 책을 혼자 읽지 말고 친구나 가족과 함께 풀어 보라는 의도였다. 교사들의 의견을 들어 보니 학급문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이 수수께끼나 퀴즈 책이라고 했다. 친구와 함께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혼자 책을 읽는 시간은 지루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수수께끼나 속담 맞추기가 그것을 보완해 줄 수 있다.
 자문회의나 편집회의 과정에서 어린이책은 어린이책을 만드는 어른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동시를 소개한 다음 면에 무엇을 배치할까 의논하다가 동시를 한 편 쓰거나 동시를 읽은 감상을 그리는 지면을 넣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이런 코너는 자칫 학습이 되어 버릴 수가 있다. 일방적인 숙제가 될 수도, 자신이 가장 좋았던 시를 쓰며 즐기는 여유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또 ‘책 읽기 마중물 시리즈’에는 한 코너를 읽을 때마다 퀴즈를 푸는 순서가 있는데, 코너와 코너를 분리시켜 주는 기능을 하면서 지금까지 읽은 부분을 재미있게 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또한 재미있는 퀴즈가 될 수도, 책 속 지식을 얼마나 습득했는지 확인하는 시험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원칙적으로 퀴즈 자체가 없는 것이 제일 좋을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퀴즈나 수수께끼 같이 묻고 답하는 과정 자체를 결코 싫어하지 않는다. 도리어 놀이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니 책 속 정보를 알아나가는 앎의 기쁨을 알려 주겠다는 소신을 어떻게 담을지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인 학부모가 솔깃해하는 학습에 대한 강박을 그대로 따르지 말고 어린이책은 참고서와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셋째, 책을 교육 장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넘어 문화와 예술과 취미의 영역으로 확장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리고 예술과 취미를 즐기려면 일상과 괴리된 것을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일상에서 출발해야 한다. 종이접기나 사진 찍기와 같은 취미생활이 ‘나도 예술가’라는 제목의 코너에 들어간 것은 어린이들에게는 종이접기나 휴대폰을 이용한 간단한 사진 찍기도 멋진 예술을 즐기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으랏차차 스포츠’ 코너 역시 줄넘기나 자전거 타기 같이 일상의 취미 생활이 아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를 그리고 책을 통과해서 바깥으로 나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취미를 책으로 알려줄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많은 종이접기 책이 있지만 그 책을 보며 ‘진짜 책’을 읽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은 종이접기책이 기술 이상의 무엇인가를 전달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왜 종이접기를 배워야 할까? 단순히 종이를 기술적으로 잘 접기 위해서가 아니라 종이접기를 하는 전 과정에서 예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태도로 취미를 배우느냐에 따라 스트레스가 쌓일 수도 즐거운 체험이 될 수도 있다. 종이를 잘 접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조금 삐뚤빼뚤하더라도 그것을 즐겁게 만들고 그것으로 재미있게 노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책 읽기 마중물 시리즈’는 책이 가진 일방향의 구도를 조금이나마 만회하고자 작품이 수록된 동시, 동화, 지식책 작가, 만화가 등을 어린이 독자가 직접 인터뷰하는 코너를 만들었다. 문학은 어른 작가가 하는 말을 일방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독자도 의견을 가지며 독자와의 대화가 작가의 창작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온라인의 여러 플랫폼을 보면 창작자와 독자의 경계가 조금씩 유연해지는데, 넓은 차원에서 볼 때 아날로그 매체인 책도 작은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 플랫폼은 하드웨어와 시스템 이상으로 참여자의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그러한 감각을 어린이들에게 익혀 주려 하였다.

책으로 놀며 생각하는 아이들
 어린이 독자들이 ‘책 읽기 마중물 시리즈’를 어떻게 읽었는지 들어 보면 아니나 다를까 책 속 코너를 입맛대로 골라 읽는다고 한다. 어른들이 언제나 걱정하는 지점이다. 평소에도 어른들은 아이들의 독서를 보며 동화만 읽는다고, 과학책만 읽는다고, 만화만 읽는다고 걱정한다. ‘책 읽기 마중물 시리즈’도 그런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시도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도서관에 가보면 어린이 대신 어른들이 책을 대출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대출할 책이 정해져 있다면 어떤 면에서는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읽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직접 도서관에 가서 서가 사이를 돌며 책을 만져 보는 경험은 의외로 중요하다. 어린이들이 수수께끼도 풀고 만화
도 읽으면서 자신이 관심을 가지지 않던 장르를 들춰보는 책 읽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독서 습관을 물려주는 것은 거창하게 말하면 생각하는 힘, 살아갈 힘을 길러 줄 것이다. 어른들은 ‘생각한다’라는 단어에서 로댕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처럼 홀로 떨어져 성찰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놀면서 생각한다. 대화를 나누며 생각한다. 책 속 세계로 어린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아이들만의 눈높이와 발달 단계를 고려해야 한다. 책을 끼고 놀아 본 아이, 심심할 때는 책도 좋은 친구가 된다는 걸 깨달은 아이가 사는동안 항상 책을 찾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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