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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특집] 알 듯 말 듯 사서 고생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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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11-05 14:06 조회 4,70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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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서의 직업병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른 직업병의 정의는 “한 가지 직업에 오래 종사함으로써 그직업의 특수한 조건에 의하여 생기는 병”이라고 한다. 어떤 직업이든 그 직업이 가지는 특성을 반영하는 크고 작은 직업병이 생기기 마련이다. 흔히 주위를 보면 교사들은 장시간 서 있기 때문에 하지정맥류나 디스크 통증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고, 성대 결절을 겪으신 분들을 많이 보게 된다. 최근에는 학생들과의 사이에서 생긴 마음의 상처를 가진 담임선생님들 이야기도 제법 들었다. 그렇다면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 사서교사의 직업병은 무엇일까? 사실 책과 함께하는 직업의 이미지는 뭔가 지적이고 우아하다. 그리고 책 보러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순한 아이들이라 스트레스가 적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아실 것이다. 어디에 근무하든 사서는 정말 ‘사서 고생하는’ 직업임을. 사서 고생하고, 사서 탈이 나는 직업임을 말이다.
나는 매우 다행스럽게도 아직 ‘병’이라고 명명할 만큼의 신체적·정신적인 치료를 요하는 직업병을 앓은 적 없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하는 학교도서관 생활이 익숙하고 재미있기도 하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건강한 유전자와 긍정적인 성격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적인 특성들을 반영하는 약간의 직업병과 어려움들이 있다. 나의 증상들과 작은 Tip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앗, 나의 고운 손은 어디에
나는 크고 작은 상처를 달고 산다. 주로 책장에 손 베기(눈에 보일 듯 말 듯하지만 아련하게 쓰라려 오는 그 아픔이란) 외에도 북트럭 밀다가 발 찧기, 실수로 책 탑 쓰러뜨려 다치기, 급하게 책상 사이를 다니다가 부딪쳐 멍들기 등. 학교도서관 근무가 우아하게 책만 보는 직업이 아니다. 늘 책을 만져야 한다. 잘 정리된 도서관, 생동감 있는 도서관을 뚝딱뚝딱 만들어 나가야 하기에 고운손은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Tip 장갑 하나로 업무 능력 레벨 업!
사서교사 생활 13년 차. 10년 정도는 아무것도 끼지 않은 일명 ‘맨손’으로 책 정리를 했다. 어느날 책 폐기 과정 중에 가윗날에 다소 깊은 상처가 났다. 다행히 꿰매기 직전 정도의 상처여서 보건실에서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컴퓨터 작업 이외에 작업을 할 때는 장갑을 착용하려고 노력한다. 손에 착! 붙는 사이즈의 장갑을 도서관 소모품으로 항상 비치해 두기를 바란다. 장갑을 착용하고 일하면 마치 게임에서 아이템을 장착한 기분이랄까. 업무 능력이 ‘레벨 업’ 될 것이다. 도서부 아이들에게도 장갑을 주었더니 뭔가 전문성이 느껴진다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또한 아무리 열심히 도서관 청소를 해도 늘 우리 곁에 있는 책 먼지와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도록 때때로는 마스크 추가 장착, 손소독제 비치 등을 통해 알레르기성 비염을 함께 예방하기 바란다.

#북적이지 않으면 불안하다~ 불안해
학교도서관이 늘 북적인다면 업무가 많아서 힘들 것이다. 정말 대출·반납을 하다 손목이 나갈것만 같다는 초등학교 선생님들도 계신다. 그런데 어느 순간 조금 조용하다 싶으면 또 불안하다. ‘앗, 왜 이렇게 오늘 대출율이 낮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행사가 좀 뜸했나?’, ‘새 책을 홍보하는 소식지를 만들어 볼까?’ 학교도서관은 교육·문화 공간임에도 무언가 학교를 위한 성과를 내는 활동을 해야 하고, 늘 활기차고, 많이 이용되어야 한다는 담당자로서의 책임감과 불안함이 공존한다. 그래서 종종 동료 사서선생님들과 통화를 하며 묻는다. “요즘 어떤 일 해?” “2년 연속 비슷한 독서의 달 행사를 했어. 이번에는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할 좋은 독서 활동 아이디어 없을까?” 혹시라도 뒤처질세라 끊임없이 찾고 질문하며 나를 채찍질하게 된다.
그리고 많은 선생님들이 말씀하신다. 학교도서관이 독립된 공간이라서 너무 부럽다고. 하지만 독립된 공간에서 혼자 있기 때문에 불안하고 불편한 점도 많다. 점심시간이나 쉬는시간에 잠시 자리를 비울 수도 없고, 오후에 출장이라도 있으면 문을 열어 두어도, 문을 닫아도 마음이 편치않다. 혹여나 방금 전까지 콩 볶듯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잠시 개인적인 업무나 전화 통화를 하는 순간 교장·교감선생님이나 학부모가 오시면 내가 늘 여유로워 보이는 것은 아닐까 괜히 소심해진다. 그래서 사실 책도 마음대로 읽지 못한다. 사서선생님은 책도 보고 편해 보인다는 이미지가 생길까봐 조심스럽다. 사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다양한 책을 읽고 좋은 책을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것인데 말이다.
 
Tip 클래식이 흐르는 도서관+자신감 키우기
나의 작은 처방전은 도서관에 상시 클래식이 흐르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이용자를 위한것일 수도 있지만, 도서관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위한 것이기도 하다. 명상 음악, 카페 음악, 때로는 태교음악 등은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간혹 아이들이 “선생님은 책 보시니까 좋겠어요.” 하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선생님이 학교에서 책 읽는 것은 너희가 읽는 거랑은 조금 달라. 이 책의 서지사항을 파악하고, 주제, 책의 제목, 판권지, 초록, 목차, 서문 등을 파악해 두는 거야. 너희가 어떤 책을 보면 좋을지, 어떤 교과시간에 활용하면 좋을지 선생님도 공부해야지. 선생님 보고 싶은 책은 집에 가서 본단다∼”라고말이다. 그럼 몇몇 아이들은 끄덕이며 말한다. “우와∼ 이 책들 다 보려면 진짜 바쁘시겠어요. 저도 재미있는 책 하나 추천해 주세요!”라고 말이다.
학교도서관에서 ‘운영계획-수서-대출·반납-행사 운영-평가’ 등을 대부분 혼자서 수행하고 계시는 사서선생님들, 각 학교 내에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선생님들보다 학교도서관 업무를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학교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그리고 이 점은 다른 선생님들도 충분히 알고 계신다는 것도. 학교도서관 업무의 전문가는 바로 ‘나’임을 당당하게 생각하시길 바란다.
요즘에는 지역별 모임은 물론 각종 SNS을 통해 다양한 자료와 정보가 공유된다. 그러니 아무리 1인 운영 체제라도, 혹은 신규 발령을 받았거나 학교 급이 바뀌었더라도 우리의 정보 검색 능력을 한껏 활용하여 학교도서관을 꾸려 나가면 된다. 그리고 약간의 불안감은 ‘열정’이 있기에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 우리들의 불안감 또한 학교도서관에 대한 애정과 열정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함께 즐기며, 불안을 뛰어넘어 보자.

#정리 강박에 저절로 손이 움직인다
사서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정리 강박을 가지고 있을 듯하다. 대표적인 것은 쓰러져 있는 책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른 도서관에 가더라도 청구기호 순으로 배가가 잘 되어 있는지 보게 된다. 혹시나 잘못 꽂힌 책을 발견하면 무의식적으로 책을 빼서 청구기호에 따라 꽂게 된다. 분류와 목록 체계 속에 사는 우리들의 문제는 집 안에서도 자꾸만 일렬로 줄을 세워 책을 정리하게 된다는 것. 나는 물건들이 크기별·색상별로 정렬이 되어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학교에서 서가마다 주제별 십진분류표로 검색이 용이하게 해둔 것처럼, 집에서도 라벨지를 씽크대, 냉장고, 옷장 곳곳에 붙여 둔다. 그리고 가끔은 같은 전공을 한 신랑에게도 “분류법! 배우지 않았어?” 왜 이렇게 정리를 못하냐며 타박을 한다. 일명 무시무시한 정리병이다.
 
Tip 책 한 권 잘 꽂기보다 아이 한 명과 눈맞춤을
“책 몇 권 잘못 꽂아 두어도 아무도 몰라요. 너무 걱정하세요!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거랍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생활하다 보니 책 한 권 잘 꽂는 것보다 방문하는 아이들 한 명에게 반갑게 인사해 주는 라포 형성이 더 중요하다. 가급적 학교 밖에서는 조금은 대충 정리하고 사는 것이 몸도 마음도 편한 것 같다. 우리 집 첫째의 각 맞춘 책상 정리를 보며 너무나 ‘사서스러움’을 가족, 특히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혹시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아닐까 해서이다. 그래서 요즘은 도서관 밖에서는 일부러(?) 조금 흐트러지며 살고 있다.

#그 외 사서임이 분명한 증상(?)들
1. 책을 보면 사고 싶은 책 ‘사재기 증후군’이 몹시 발달함.
2. 막상 책을 사서 정리까지만 하고 읽지는 않으며, 잘 꽂혀 있는 상태만 봐도 흐뭇함.
3. 안 보는 책이 집에 쌓여 있음에도 쉽게 팔지 못함.
4. 우리 학교가 아닌 다른 도서관에서 가서 이용자가 책을 찾으면 슬며시 찾아주게 됨.
5. 좋은 책 구절이 있으면 도서관에 걸어 두고 싶어 사진을 찍어둠.
6. 다른 지역 여행을 가면 꼭 도서관 간판만 유독 잘 보여서 도서관 앞이라도 지나감.
7. 새로운 도서관이 개관하면 가보고 싶음(나에겐 ‘핫플페이스’).
8. TV를 돌리다가 책 이야기가 나오면 끝까지 보지 않더라도 일단 멈춤.
9. 다른 집에 놀러 가면 나도 모르게 책장을 보게 됨.

치료할 필요는 없지만 사서라면 공감하며 웃음 짓게 하는 위 증상들을 가진 나는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했고,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한 지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아마 지나온 시간의 곱절은 더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지만 때로는 서글프고, 녹록치 않은 현실에 쉬고 싶기도 했다. 몸과 마음이 아플 때도 많았다. 하지만 사서교사라는 직업을 후회한 적은 없다. 많은 선생님들이 학교도서관을 위해 노력한 만큼 학교도서관에 대한 인식과 환경이 좋아지고 있고, 그만큼 보람도 있기에 나 또한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 많아서가 아닐까.
학교도서관을 활기차게 꽃피우게 하는 우리의 역할은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그러다 보니 생겨난 크고 작은 직업병에 대한 선생님들의 다양하고 유용한 팁들이 참 반갑고도 소중하다. 잘 기억하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챙겨야겠다. 우리가 건강하면 학교도서관도 건강하고 활기찬 기운이 가득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모두가 조금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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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젊어도 안 젊어도 이만큼 사서 고생하는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사실 학교도서관에 있다 보면 소장 중인 책 대출·반납만 하면서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그렇게만 지내도 학교의 아무도 우리에게 일을 안 한다고 뭐라 하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학교도서관에 처음 와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학생들과 선생님들께 안부인사차 들은 말이“혼자서 심심하시죠?”였다. 나 하나도 안 심심한데, 계속 엄청 바쁜데 말이다. ‘사서는 도서관에앉아서 책 대출·반납만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라도, 나는 사서 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안에서 학교도서관의 역할은 정말 많이 커질 수 있다. 학교교육 활동의 중심이 되고자 우리는 모두 사서 고생 중이다. 대출·반납 업무 외에 독서 프로그램, 문화 행사, 도서관 활용수업 등 사서 고생할 것들은 너무나도 하지만, 그중에서 아주 사소하고 가벼운 ‘사서고생 경험담’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다 아는 척 하느라 사서 고생
최근 이용자가 찾아달라던 자료 중 나를 당황시켰던 자료는 ‘고교 얄개’였다. 두 번이나 되물었는데도 정확한 단어를 알아듣지 못해 인터넷 검색창부터 얼른 켜고 ‘곡요 알개’, ‘고교 알개’ 등을 빠르게 검색했다. 몇 초 뒤 ‘고교 얄개’ 검색 결과가 뜨고 나서야, 나는 아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70년대에 나온 영화 말씀이시죠?” ‘역사 선생님도 역사 문제 못 풀면 아이들이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텐데, 도서관 사서인 내가 모르는 책이 너무 많으면 애들이 날 안 믿겠지?’ 하는 생각에 늘 DLS에 검색하는 척, 구글부터 검색하게 된다. 학생들이 “선생님, 이 책 무슨 내용이에요?”라고 물어도 자연스럽게 책을 받아들고 책 뒤표지부터 스캔한다. “이거 스릴러야. 어느 날 한 남자가 어떤 현장을 발견하게 되는건데 흥미진진해! 재밌어.” 하고 아는 척하기 참 피곤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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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 주문을 다 받느라 사서 고생
교과서 업무도 책 관련 업무라고 사서교사가 당연히 받는 이 마당에, 교과선생님이 수업 자료로 책 산다고 나부터 찾아오는 건 아주 소소한 문제다. 교과 수업 때 사용할 책을 사야 한다고 ‘품의 올려 달라’, ‘학교도서관 도서구입비로 사 달라’ 등등 말이다. 처음엔 책 주문은 다 도서관에서 해야 하는 건가 보다 싶었다. 물론 어쩌다 한번 그냥 도와드릴 수도 있겠지만, 학교에 교과는 많고 내 일도 많다. 도서 구입비도 한정적이다. 경력이 쌓일수록 거절과 안내가 쉬워져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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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행사 있는 곳만 가면 일하느라 사서 고생
서점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인데, 이젠 서점에 가서도 일을 하고 있다. 내 책을 사본지가 언제인지. 서점에 가면 다음 수서 때 사면 좋을 책 사진을 찍기 바쁘다. 도서전에 가도 책 목록 책자, 명함 들을 얻는 것은 물론, 다양한 부스의 북큐레이션과 아이디어 사진을 백장 이상씩 찍어온다. 최근 도서관 리모델링을 앞두고는 북카페, 도서관, 서점 어디를 가도 인테리어 사진을 찍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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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하느라 사적인 독서를 못한다
학생들 책은 다 골라줬는데, 정작 나는 오늘 뭘 읽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아무것도 안 읽고 시간만 보낸 적이 많다. 재밌어 보이는 책을 발견했다가도 독서 프로그램 준비하다가, 수업을 준비하다가 읽어야 할 책을 먼저 보고 나면, 내가 보고 싶었던 책이 뭔지 기억도 안 나고 사적인 독서는 늘 뒷전이다. 억지로 시간을 내야만 나만의 독서를 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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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날개 괴롭히는 것을 못 봐서 사서 고생
내 도서관의 책이든 다른 도서관의 책이든, 개인 소장 책이든, 책날개로 책을 읽는 사람이 보이면 꼭 묻게 된다. “책갈피 없어요?”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책날개의 작가 소개가 있다면 꼭 정독하고 책을 읽는 편이다. 내가 읽을 책이 어떤 사람이 쓴 건지 알고 읽으면 저자의 관점과 책의 의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책날개로 책을 읽다니. 책도 헐고 저자의 소개도 헐어서 자꾸 신경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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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짜리 독서캠프가 1박 2일 독서캠프가 되고, 단순히 자료만 제공하려던 교과 수업이 5차시 밀접형 도서관 협력수업이 되면서, ‘또 사서 고생한다’ 싶은 생각이 하루에 몇 번씩 들기도 한다. 그래도 독서 프로그램이 학교의 주요 행사 중 하나가 되고,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게 학생들에게 자랑거리가 되고, 동료 교사가 나의 고생을 알아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그렇게 도서관도 나도 많이 성장해 가는 걸 느낀다.
공무직으로 일하던 시절, 매달 행사를 하는 나를 보고 웃으면서 “사서 고생해서 사서야?” 하고 물었던 선생님께 “네!”라고 대답한 그 순간, 나는 앞으로도 이 고생을 ‘계속해야 하는 구나’ 깨달았었다. 고생을 사서 하는 게 사서의 평생 직업병일 것이다. 앞으로도 내가 하게 될 고생들이 나와 동료 사서선생님께 더 큰 보람으로 다가오길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학교도서관이 아주 반짝이는 학교의 보석으로 인식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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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서는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다?
10년 넘게 독서, 미디어교육 강사로 활동하던 나는 학교 사서선생님들의 연수를 지원하는 업무를 계기로 학교도서관 사서를 꿈꾸었다. 사서 공부를 마치고 학교가 아닌 공공도서관에서 일을 시작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불특정 다수 이용자들과 만나면서 좌충우돌 실수를 연발하며 도서관 일을 빠르게 배울 수 있었다. 나는 학생들과 호흡하며 함께 성장하고 싶어서 사서가 되었기에 공공도서관의 사서로서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몇 달 후 꿈에 그리던 고등학교의 사서가 되었다.
강사로서 학교에서 수업하는 건 익숙했지만 초보 사서인 나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은 중학교 벼리샘으로 살고 있다. 사서로 사는 동안 곧잘 듣는 말이 있다. “책을 무척 좋아하나 봐요?”, “책을 많이 읽으시겠어요?” 내 직업이 사서라고 말하면 대부분 학생이나 사람들이 이렇게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사서가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다는 고정관념을 잊어주세요.” 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농담으로 받아들이며 웃는다. 물론 나는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즐긴다. 책은 나와 애증 관계이다.

사서의 습관1: 휴대폰에 가족사진보다 책 사진이 더 많다
책은 내 노동의 원천이며, 독서는 일의 연장선일 경우가 많다. 사서 공부를 할 때 어느 교수님이 ‘사서는 ∼하다’라는 인식에 대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넓고 얕은 지식’으로 무장하며 즐기라고 말씀하신 것을 목표로 나는 일하고 있다. 모든 책을 읽을 수가 없기에 수서 업무, 학생·교수학습 지원을 위해서 신간 안내 기사, 서점, 책씨앗, 독서인, 공공도서관, 사서 모임 등 다양한 경로와 정보원을 활용하여 책과 독서에 관한 정보를 모은다. 학생들에게 편독을 하지 않도록 지도하기 위해서 다양한 곳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사서의 핸드폰 속 사진을 보면 가족사진보다 책과 행사 사진이 더 많다.

사서의 습관2: 호랑이나 엄마로 빙의한다
학교마다 조금 다르겠지만 내가 근무했던 경험으로는 도서관을 찾는 학생은 책이 좋아서 오는 학생, 놀기 위해 오는 학생, 숨을 쉬기 오는 학생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나는 어떤 학생이든 도서관에 오면 환영한다. 놀기 위해 오는 학생들을 대할 때는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분위기를 휘저어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가끔씩 엄한 호랑이가 되어야 한다. 도서관 이용 규칙을 지키지 않아 호랑이가 되면 삐쳐서 며칠씩 시위하는 학생들이 생긴다. 고등학생들은 민원이 발생하고, 중학생은 의견 충돌이 생기기 때문에 적절하게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혼자 있고 싶어서, 갈 곳이 없어서, 숨을 곳이 필요해서, 숨을 쉬고 싶어서 오는 학생들이 종종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가끔씩 점심을 거른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주의해서 보고, 말문이 트이면 대화를 하면서 아이가 건강에 이상이 없으면 같이 급식실로 간다. 그 순간은 나도 모르게 엄마로 빙의한다. 친구가 없으면 도서부원들에게 같이 먹을 수 있도록 부탁한다. 그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학생은 간식을 주기도 한다. 몇 번 그러면 점심을 거르는 횟수가 줄어든다. 혼자 점심을
거르며 구석에 앉아 있는 학생이 있었다. 얼마 전에 매일 아침도 안 먹고 등교한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이 기억났다. 얘기를 하면 밥을 먹고 오는 학생인데, “제 일에 상관하지 말고, 혼자 있게 두세요.”라며 화를 냈다. 나는 미안했다. 나의 관심과 배려가 아이에게는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시간이 지난 지금은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사서의 습관3: 아이들을 찾아서 오늘도 <런닝맨>을 찍는다
행사를 기획하면 학생 모집이 쉽지 않다. 포스터를 붙이고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을 찾아가 홍보를 하고 접수를 받는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신청한 아이들에게 내역을 다시 정리해서 쪽지로 만들어 얼굴을 보고 확인한다. 이렇게 매일 학교를 뛰어다닌다. 때론 힘이 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서의 숙명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커리어코치로 일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학생들의 진로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이용자 정보에 학생이 관심사나 진로에 대해 표시를 해 둔다. 독서에 관심이 적은 학생이 오면 관심사에 대한 정보를 주거나 책을 권한다. 그러면 학생들이 몇 번은 거절하지만 어느새 귀를 기울이는 순간이 온다. 학교에 오지 않는 공문이나 내가 볼 수 없는 자료는 문서 대장을 보고 정보를 파악한다. 또 ‘업무포털 > 업무관리’를 보면 많은 정보들이 떠다닌다. 그런 정보와 매칭 되는 학생을 찾아서 정보를 제공하고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아이들이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도록 하기 위함이지만 오지랖인 근성이 한몫을 한다.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도 받지만 정보를 활용하는 아이들을 보면 작은 행복을 느낀다.
 
사서의 습관4: 우리는 정형외과 VIP
책은 애증의 대상이자 보물이다. 이 보물들을 쓸고 닦고 도서관 환경을 유지하기는 녹록하지 않다. 어디서 좋은 자료를 보면 가져다 보관하고 소개한다. 세상에 배울 것은 왜 그리도 많은지… 좋은 강의가 너무 많다. 나 혼자만 알 것이 아니라 옆 동료에게 소개하고 공유한다. 그러다 보니 스터디 참여가 늘어나고 자료 욕심이 많아진다. 이런 것들이 모이고 쌓여 도서관은 늘 자리 재배치가 일이다. 그러다 보니 근무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사서지만 몸 이곳저곳이 아프기 시작한다.
책을 옮기다가 ‘테니스엘보’ 증상이 왔다. 근육통인 줄 알고 파스만 2주를 붙이고 다녔다. 프라이팬을 들 수 없을 정도가 돼서야 병원을 찾게 되었다. 책상을 옮기다가 발을 접질리고 난 후 병원에 갔더니 인대가 늘어났단다. 결국 반 깁스를 했다. 주위 사서선생님들을 보면 허리, 무릎, 손목, 어깨 등 정형외과에 다니시는 분들이 많다. 알고 보면 사서는 정형외과 VIP이다. 요즘은 책을 옮길 일이 있으면 보건실에서 무리가 갈 수 있는 신체 부위에 테이핑을 하고, 손목, 팔꿈치 보호대를 착용한 후 책을 조금씩 들면서 내 몸을 조금씩 아끼고 보호한다.

공공도서관 사서 같은 학교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내가 근무 중인 내곡중학교는 국내 최초 마을결합형 학교이다. 내곡중학교와 서초 구립 내곡도서관은 연결 통로가 있어서 교류가 자유로운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이다. ‘내곡중·내곡도서관·학부모·주민파트 협의체’ 회의가 한 학기에 두 번씩 열린다. 회의에서 협업 사업, 운영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된다. 논의된 사항에 따라 작가와의 만남, 길 위의 인문학, 메밀꽃 문화 야행, 그림책 읽기 봉사, 한글날 행사, 비경쟁독서토론 한마당 등 크고 작은 협업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마
을결합형 사례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이 없다. 학교와 공공도서관이 만나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마을결합형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기관이 가진 정체성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복잡하다. 사례가 있어서 누군가 방향을 제시해 주면 좋겠지만 그런 환경이 되지 못하기에 방향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 과정에서 내가 공공도서관 사서인지 학교도서관 사서인지 정체성이 흔들린다. 내곡도서관 청소년 담당 사서도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마을에서 학교와 도서관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학교도서관 사서만이 가지는 크고 작은 애환과 병을 나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애환과 병을 거부하기보다 평생 친구처럼 여기고 기쁨과 소소한 행복이 넘치는 학교 사서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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