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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도서관 OOO 실패기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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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09-09 16:02 조회 4,02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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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몰려드는 독서프로그램 좌충우돌 운영기

박 영 혜 서울청계초 사서교사
 

초등학교에서 이벤트성 독서프로그램은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끌어들이는 중요한 유인책 중 하나이다. 어떤 이들은 이벤트성 독서프로그램을 쉽게 생각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옳지 않다. 수많은 자극적인 매체 속에서 사서교사가 가만히 있는다면, 아이들을 책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책 읽기는 꾸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몸에 배는 것이기에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주어 책 읽기는 즐거운 활동이고 도움이 되는 활동이라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한다. 단, 이런 이벤트성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는 반드시 그 프로그램을 왜 하는 것이고 그것이 어떻게 책과 관련이 있는지를 알려 주어야 한다.
 

독서프로그램을 왜 하는지 알려 주기 위한 좌충우돌
대개 많은 도서관에서는 4월 23일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기념하여 이벤트성 독서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대출자에게 선물을 주거나, 기간 중 연체를 풀어 주거나, 책갈피 만들기 등을 한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아이들은 그냥 “도서관에 가면 사탕 준대.” “지금 도서실 가면 연체 풀어 준대.” 하면서 도서관으로 몰려든다. 프로그램을 하는 이유도 모른 체 말이다. 그래서 나는 고민했다. 아이들에게 최소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 무엇인지 왜 이 날을 기념해서 이런 이벤트를 하는지 알려 주고 싶었다. 그래서 몇 년 전 그 의미에 대한 간단한 퀴즈를 내고 맞추는 사람만 달고나를 주는 이벤트를 기획했었다. 그런데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아이들은 오직 달고나를 먹기 위해 도서실에 몰려들었고, 퀴즈의 답은 이미 전교에 돌아 문제없는 답이 되어 돌고 있었다. 이미 답을 맞추면 달고나를 준다고 했기 때문에 문제 한 번 읽어보지 않고 답을 들고 온 아이들에게 달고나를 주지 않을 수는 없었다.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의 의미와 유래를 알려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고, 어떻게든 달고나를 먹으려는 아이들로 도서실은 북새통을 이루었고 안전 사고의 위험까지 느끼게 되었다.
그 이후에는 어떤 독서프로그램을 할 때 직접 모든 학급을 불러 직접 홍보하고 어떤 프로그램이고 왜 하는지 안내하게 되었다. 각급 학교마다 독서전용시간이 있다. 본교는 현재 19학급이라 학급별로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씩 독서전용시간이 배정되어 있다. 그래서 그 시간에 도서관으로 내려오는 학급에게 독서프로그램을 홍보한다. 예전에는 담임선생님을 통해 프로그램 홍보를 부탁했더니 관심이 있는 몇몇 교사만 아이들에게 전달했고, 교사도 그 프로그램을 자세히 알지 못하니 적극 홍보하기도 쉽지 않아서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조금 힘들더라도 직접 아이들에게 홍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해서 독서프로그램 안내나 도서관 공지사항 등은 담임선생님의 양해를 얻어 독서전용시간에 5∼10분을 할애해 내가 홍보한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도 되고 담임선생님도 같이 들을 수 있어서 지속적인 홍보도 가능하다.

독서프로그램 홍보를 위한 좌충우돌
독서프로그램을 하면서 가장 고민되는 것 중 하나는 이렇게 홍보를 해도 책에 도서관에 관심이 없는 아이는 도서관에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출 권수가 0권인 아이들을 찾은 후 불러서 이야기도 나눠 보고 교문 앞에서 어린이 사서들과 프로그램 홍보도 해 보았다. 또 여자화장실 문에, 남자화장실 소변기 앞에 독서프로그램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지만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에 안내문은 오래가지 못했고 홍보 효과도 미약했다.
도서실에 오지 않는 아이들을 도서실로 오게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난 얼마 전부터 종종 학교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야, 요즈음 도서실 왜 안 오니? 네가 관심 있어 하는 축구 잡지 새로 들어왔는데…” 또는 “야, 수업 때만 얼굴 보이고 수업 안 하니까 얼굴을 볼 수 없네. 얼굴 좀 보자.”라고 했다. 그 아이는 며칠 이내에는 도서관에 들렀다. 그렇게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에게 친근함을 표시하며 아이들이 더 자주 올 수 있도록 유인해야 그 아이들이 도서관 고객이 될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 독서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장치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되도록 많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보에서 진행까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힘들지만 담당자가 직접하는 것이다. 그 프로그램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담당자니까.
 
 
중학교 도서관은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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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순 수원 율현중 사서
 

2015년 3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한 중학교 도서관에서의 기대는 곧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우려만 남았다. 내가 근무했던 초등학교에서는 책 읽기를 재미있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도서관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초등학교 시절의 독서 습관은 어디로 증발해 버렸는지 중학교 도서관은 이용자가 몹시 적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한들 참여자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랴.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오게 할 무엇, 유인책이 절실했다.

첫째, 일회성 행사로는 부족하다
아이들을 도서관에 오게 하려면 먹을 것을 주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하고 포춘 쿠키를 주문했다. 날짜를 정해서 당일 대출자에게 포춘 쿠키를 준다고 도서관 게시판에 써 붙이고 담임선생님들께도 메시지를 보냈다. 한두 명씩 소문을 듣고 와서 포춘 쿠키를 받아가다가 나중에는 아예 한 반이 떼로 몰려와서 받아가니 주문한 쿠키 수량이 금방 동났다. 일단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오게하고 대출을 하게 했지만 크게 성과를 느낄 수 없었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포춘 쿠키 포장 비닐이나 독서 명언 종이를 볼 때마다 아쉬움이 들었다. 게다가 포춘 쿠키를 받기 위해 대출한 책을 바로 도서관 앞 반납함에 넣는 광경도 보았다. 이처럼 반짝 관심을 끄는 일회성 행사로 아이들의 서관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기는 어렵다.

둘째, 행사 후 결과를 예측해야 한다
학교도서관에서 실시하는 여러 행사들 중에 책의 날 행사는 빼놓을 수 없다. 중학생은 어떤 프로그램을 좋아할까를 고민하다가 행운권 뽑기, 압화 책갈피 만들기, 책 속 보물찾기를 준비했다. 점심시간에 실시한 행운권 뽑기는 참여자가 많아서 즐겁게 마쳤는데, 방과 후 실시한 압화 책갈피 만들기는 참여자가 적었다. 초등학교보다 하교 시간이 늦어진 만큼 아이들이 서둘러 학원에 가기에 방과 후 프로그램 참여가 어렵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못해서였다. 그래서 다음 날 방과 후 하기로 한 책 속 보물찾기도 점심시간에 진행했는데, 책 속 보물찾기는 차라리 방과 후에 는 게 더 좋았을 걸 후회하게 되었다. 책 속 보물찾기는 도서부 아이들에게 마음에 드는 책 속 장을 써오라고 하고 도서관 곳곳에 게시한 다음 서가에서 책 속 문장이 들어있는 책을 찾아오게 하는 방법으로, 그로 인해 서가가 엉망이 될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게 실수였다. 상품을 욕심낸 아이들이 아무 책이나 꺼내고 떨어뜨려 놓거나 책을 원래 있던 자리에 놓지 않아서 행사가 끝난 뒤 뒷정리를 하면서 화가 났다. 그 후로 책 속 보물찾기는 책 제목 초성퀴즈나 서가 위치를 정해 실시하면서 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실수는 곧 새로운 배움을 주기도 한다.

셋째, 프로그램 기획에 시의성이 필요하다
중학교 도서관에서의 첫해, 참여자 모집을 걱정하지 않은 프로그램이 딱 하나 있었다.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책놀이를 즐기는 ‘야간책방’이었다. 접수 시작 전부터 신청자가 길게 늘어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기분 좋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교장선생님께서 야간책방 프로그램을 취소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보도되기 시작한 터라,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단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유였다. 하는 수 없이 부랴부랴 행사 취소에 대한 가정통신문을
준비하고 안내 문자를 보냈다.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는 시의 적절성을 따져 보는 일도 필요하다.

넷째, 한 권 읽기 책바구니를 구성한다면? 홍보와 협조부터!
“뭐가 제일 재밌어요?” 어느 날, 책을 빌리러 온 아이가 내게 대뜸 물었다. 어떤 책을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책을 읽어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하면서,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읽을 책을 가지고 오라고 해서 도서관에 처음 왔다고 했다. 그 아이는 도서관도 둘러보고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골라 보라고 했더니 서가 사이를 다니다가 다시 내 앞으로 와선 읽고 싶은 책이 한 권도 없다고 했다. 2만5천 권의 책 중에 읽고 싶은 책이 단 한 권도 없다니! 그때 알았다. 책을 읽지 않으면 읽고 은 책이 아예 없다는 것을. 책의 재미를 알기 위해선 일단 읽어 보기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그 이와의 만남으로, 나는 도서관에서 이용자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이용자에게 책을 보낼 방법을 생각해냈다. 아이들은 책의 재미를 알고 도서관에도 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서 ‘학급별 한 권 읽기’를 계획했다. 35권씩 같은 책으로 학년마다 3개의 책바구니를 준비해 2∼3주 일정으로 반별로 돌아가면서 읽으면, 전교생이 1년 동안 최소 3권은 읽게 될 거라고 예상했다.
시작은 호기로웠으나 한 학기가 지난 후 책바구니들이 도서관으로 돌아왔을 때 문제점들과 직면했다. 책바구니가 제대로 관리 되지 않아서 분실된 책이 많았을 뿐더러, 어떤 반은 책을 아예 나누어 주지도 않고 그대로 방치했다는 것. 또한 도서관에 돌아온 35권의 복본을 서가에 꽂는 것도 문제였다. 그래서 다음 해부터는 부장 회의를 통해 한 권 읽기에 대한 충분한 홍보와 협조를 당부하고 계획을 보완하여 실시했다. 흥미 유발과 다양성을 고려함은 물론 서가 정리까지 생각해서 책바구니의 책을 5권씩 7종으로 변경하고, 1번부터 35번까지 책 번호를 붙여서 누가 어떤 책을 읽는지 반별 도서도우미를 정해 관리하게 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독서대회에 책 표지 그리기, 책 소개화 그리기를 넣어서, 아이들이 한 권 읽기 책 중에서 선택하여 참여하도록 했고 그림 실력보다 책의 내용이 잘 표현된 것으로 선정한다는 기준을 두었다. 상이 걸려 있는 대회와 연계하니 한 권 읽기가 충실하게 이어지고 종종 한 권 읽기 책을 대출하러 오는 학생이 생겨났다. 이는 도서관 유인책의 하나로 효과가 있다.

다섯째, 방학 프로그램- 한 번에 많은 주제 전달은 과유불급
방학이 다가오면 방학 프로그램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곤 한다. 특히 방학에는 아이들이 일부러 방학 도서관 프로그램을 위해 등교하는 것이므로 프로그램을 더욱 알차게 구성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그런데 한 번은 아이들이 프로그램이 마치 수업의 연장 같아서 힘들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는 진로, 역사, 작가별 단편소설 읽기를 주제로 진로 관련 도서를 읽은 후 자신의 진로 설계, 역사 관련 도서를 읽고 시대별 역사 정리를 하는 활동을 했었다. 그리고 모둠별로 우리나라 유명 단편소설 작가를 정해서 읽고 해당 작가 작품 해설집 만들기가 주 활동이었다. 나름대로 중학생에게 꼭 필요하다 싶은 알짜배기 주제로 3일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참여자 입장에서는 주제에 맞춰 바쁘게 책을 읽고 시간에 쫓기는 결과물을 완성하는 일이 피곤했던가 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많은 주제를 한 번에 담으려고 하면 어느 것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여섯째, 흥미와 수준을 고려한 책 선정은 필수
읽고 싶은 책을 읽기만 하는 아침독서를 실시하고 있기에,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고전 읽기를 하면 종일 책 읽는 도서관이 되겠다 싶었다. 유명한 고전이지만 혼자 읽기는 어려운 책, 부모님이 신청을 권유할 만한 책으로 짐작하여 첫 책으로 『논어』를 선택했다. 전교생 중에 12명이 신청했기에 적당한 인원이라고 생각하고 1장을 돌아가며 소리 내어 읽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한자가 많고 공자의 여러 제자 이름이 등장하니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학생들이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책이 어렵게 느껴지니 경험과 연계할 이야기를 찾지도 못하고 토론 또한 재
미가 없었다. 『논어』는 분명 훌륭한 책이지만 그 훌륭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이유로는 아이들의 흥미와 수준을 고려하지 못한 책 선정과 미리 공부하고 준비하지 못한 나의 미숙함이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책 읽기를 하려면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적합한 책 선정이 중요하다.

일곱째, 작가 섭외? 추천을 받거나 미리 강연을 듣는 것이 효과적이다
작가와의 만남과 같은 강사 초청 프로그램은 간접 체험인 책 읽기를 직접 체험에 가깝게 해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마땅한 강사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청소년 책을 여러 권 쓰고 추천 도서로도 많이 소개되는 유명한 작가 분을 섭외했던 적이 있었다. 교장선생님께 어렵게 섭외한 유명한 분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교과 수업시간을 활용하여 전교생이 강연을 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다. 학년별 대출이 가장 많은 1개 반을 선정하여 시청각실에 입실하고 나머지 반은 방송송출로 교실에서 청강하기로 했다. 그런데 책과 작가는 별개라는 생각이 들 만큼 강연이 재미없었다. 강연을 마치고 설문지를 거뒀는데 아이들의 불만이 엄청났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실망하게 했던 것은 거만하기까지 한 작가의 불친절한 태도였다. 그 이후 섣불리 강사를 초청하는 일은 겁이 나서, 내가 직접 강연을 들었거나 주위에서 직접 듣고 추천하는 분이 아니면 진행하지 않는다.

지금, 학교도서관과 함께 자라는 중
중학교 도서관에 온 지 5년이 되었지만 도서관 행사나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마다 여전히 고심 중이다. 아이들이 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도서관에 오고 싶어질 만큼 재미와 유익함을 갖추려고 노력하지만, 아마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변수에 당황하기도 하고 생각지못한 실수가 드러나 낙담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또 고군분투하면서 학교도서관과 함께 성장하려고 한다. 언제나 내가 사랑하고 가꾸는 만큼 아이들이 도서관을 찾는다고 믿고 있다. 바쁜 아이들에게 학교도서관이 쉬어갈 곳이었으면 좋겠다. 그 속에서 마음껏 책으로 놀고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
 
 
갈팡질팡하다 보면, 북적북적 도서관
학생 눈높이에 맞는 행사로 우여곡절 탈출기

류다혜 평택 한광여중 사서교사
 

“와! 이 분들은 천재인가 봐!” <학교도서관저널>을 펴면 사서선생님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노련한 진행 팁에 늘 감탄과 함께 부러움이 따라온다. ‘척하면 척’ 해내는, 그런 노련미와 원숙함은 내게 없다. 대신 그간의 무수한 우여곡절을 훈장처럼 내놓을 수 있다. 실패했던 과정은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무수한 시도의 반증이기 때문이다. 성장소설에서 불완전하고 별 볼일 없는 주인공이 실패하면서 배움을 얻고 해피엔딩이 되는 것처럼, 나의 경험담이 흔들리며 성장하고 계실 선생님들께 작은 응원이 되기를 바란다.
 

사서샘의 우여곡절 1 간식이 답이 아닐 때도 있다

“아무리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이것은 어디 개똥무덤 이야기가 아니다. 시험 후 썰렁한 바람이 불 만큼 손님이 없는 학교도서관의 이야기다. 시험 후 PC방, 노래방, 쇼핑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학생들을 보고 ‘혹시 책이 그 즐거움의 영역을 대체할 수는 없을까?’ 하고 고민했다. 책이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던 나는 패기 넘치게 시험 후 ‘힐링이 필요해’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의 골자는 시험 종료 후 도서관에 방문해서 책을 빌리는 사람에게 소정의 간식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홍보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처음 홍보 포스터에 간식 언급이 없는 포스터를 붙였더니, 원래 책을 좋아하던 단골 학생 몇 명만 찾아오는 정도로 참여 인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다음엔 도서관에 와서 책을 빌리면 간식을 준다고 소문을 냈다. 그랬더니 정말 간식만 목적으로 한 학생들이 와서 무작정 책을 빌렸다가 읽지도 않고 책을 반납하거나 묵혀놨다가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게 하니 책을 좋아하는 학생과 좋아하지 않는 학생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이 되기 힘들었다. 어떤 과정에 고르게 참여하는 것이 아닌 일회성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간식을 제공했고, 그 간식만이 행사의 유일한 유인책이었기에 생긴 실패였다.
 
이렇게 해결했다 유형 분석 후 맞춤형 행사로 다가가기

나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간식만이 전부인 행사를 진행해선 안 된다고 느꼈다. 간식 말고도 다른 것이 매력이라서 도서관에 계속 머무르고 싶은 프로그램, 참여하는 과정 자체가 도서관과 독서에 대해 특별한 경험으로 남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서 다음과 같이 노력했다.

첫째, 우리 학교도서관 여건 분석하기
똑같은 행사를 하더라도 학교급과 학생의 성별, 시기에 따라 진행 결과와 호응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분석한 우리 학교도서관의 특징은 다섯 가지 정도로 요약됐다.
하나, 개교 이래 도서관 전문 인력이 채용된 것은 내가 처음이다. 이는 학생들이 경험한 학교도서관 행사가 거의 없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학교도서관은 조용하고 지루하며 공부할 때만 가는 책 창고와도 같은 곳이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학교도서관은 언제 가도 기분 좋은 산뜻한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했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가듯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행사를 안겨줘야 했다.
둘,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930여 명인 규모가 큰 여자 중학교다. 한 학년당 300명씩이기 때문에 보통 점심시간을 이용해 행사를 할 때 밥 먹는 순서에 따라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하지 못하고 밀려나는 학생들이 많을 수 있고 혼잡스러울 수 있으니 참여자를 시기와 장소 면에서 분산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셋, 방학 동안 도서관이 개방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방학 2주 전부터는 장기 대출을 하지 않고 장서 정리를 하느라 학생들이 시험 기간부터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했다. 따라서 시기적으로 시험 종료와 여름방학의 사이에 행사를 하는 것이 제일 적절했다.
넷, 우리 도서관은 2칸 크기로 작은 편인데 거기에 교과서가 쌓여 있고 공간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서가를 둘러보는 것이 불편하다. 서가를 당장 옮길 수 없다면, 학생들이 어떤 책들이 있는지 알고 편하게 책을 열람하도록 도와줘야 했다. 또, 장소가 좁으니 활용할 수 있는 다른 공간을 찾아봐야 했다.
다섯, 장서가 지나치게 양서와 고전문학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서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에 맞춘 새 책이 들어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 그러나 새 책이 늦게 왔다. 거의 두 달이 걸려 시험기간에 도착한 것이다. 이대로 1학기를 끝낸다면 어떤 책이 들어왔는지도 모르고 새 책도 그냥 헌책으로 묻히기 쉬웠다. 재밌는 책을 기다렸을 학생들에게 어떤 책들이 들어왔는지 홍보하고 싶었다.

둘째, 분석을 반영하여 학교 맞춤 행사 기획하기
앞에 언급한 ‘우리 학교도서관의 특징’ 다섯 가지에 대응하여 우리 도서관의 또 다른 특징인 강점과 기회를 활용하여 행사를 기획했다. 예를 들자면 학교도서관이 협소한 약점을 도서관과 같은 층에 광장이 있다는 강점을 통해 보완했다. 전시 공간이나 학생 활동 공간으로 쓸 수 있는 광장은 널찍할 뿐 아니라 도서관 바로 옆이었다.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교실로 올라갈 때 제일 많이 거치는 통로 역시 광장이기에 광장에서 행사를 진행한다면 자연스레 도서관에 구경 오는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완성한 행사 전체 기획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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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효과 짱! 맨투맨 홍보하기
학교도서관은 특정 이용자들을 상대하는 소규모 도서관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홍보 방법은 옆에 있는 사람이 직접 가보자고 말해 주는 ‘맨투맨 홍보’라고 자신한다. 맨투맨 홍보 방법은 학생이 학생에게, 교과교사가 학생에게, 사서교사가 학생에게 행사를 홍보하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 그중 사서교사가 학생에게 직접 홍보하는 방식은 이미 도서관을 자주 오는 학생들에게만 홍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한적이다. 따라서 사서교사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교과 선생님이나 도서관에 놀러오는 사교성 좋은 학생들을 통해 ‘가지 뻗는 홍보’를 해야 한다. 나의 경우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들과 점심을 먹으며 슬쩍 이야기를 꺼내곤 했는데, 선생들에게 담임하는 반, 수업 들어가는 반 학생들에게 이야기해 주길 부탁드렸다. 도서부와 도서관에 자주 놀러오는 학생들에게 친구를 데리고 행사에 자주 놀러오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도서관에 자주 올 일을 만들어 다양한 학생들을 마주친 뒤 홍보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 도서관의 경우 도서관에 찬물과 얼음을 구비해 두고, 체육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찾아와서 물을 마실 수 있게 했다. 그렇게 도서관을 찾은 학생들이 사서교사를 자주 마주치면서 자연스레 도서관에서 어떤 행사를 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맨투맨 홍보를 한 결과, 4일간 행사 누적 참가자는 200명을 훌쩍 넘겼다. 전체 행사 1일 최대수용 인원이 60명임을 감안했을 때 뿌듯한 수치였다. 특히, 3학년은 도서관과 가장 먼 교실에 있고 입시로 바빠서 홍보할 기회가 없는데도, 3학년 전담 선생님과 3학년 학생들이 직접 홍보해 주어 3학년 100명이 행사에 참여해서 행사를 준비한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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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샘의 우여곡절 2 학생들과 책쓰기가 부담스러웠다

처음 학교에서 맡게 된 독서동아리는 나도 학생들도 만나자마자 의욕이 넘쳤다. 한 해 계획을 짜는 첫 모임에서 ‘돌려가며 소설책 쓰기’를 해보자고 했다. 다른 학생들도 저마다 흥분해서 각자가 원하는 줄거리를 쏟아 내길래 매끄럽게 글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웬걸, 소설 쓰기는 학생들에게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한글파일로 써서 카페에 업로드하는 방식은 컴퓨터로 인터넷을 접속할 시간이 거의 없는 학생들에게 번거로운 일이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나도 학생들도 무엇을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막막해서 회의만 하다가 끝나버렸다. 소설이란 낯선 장르에 처음 도전하다 보니 하얀 백지에 펜을 굴리기가 너무도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그렇게 ‘릴레이 소설책 쓰기 프로젝트’는 조용히 좌초되었고 ‘책을 내려면 무엇보다도 글 쓰는 학생 스스로가 편안하고 자신감 있게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라는 신념이 생겼다.

이렇게 해결했다 스마트폰 어플로 글을 써 본다면?

첫째, 익숙한 매체로 익숙한 글쓰기를
‘왜 애들은 글쓰기를 어려워할까?’라는 고민을 하던 찰나, 무엇에 이끌린 듯 모바일 어플을 검색해 봤다. ‘스마트폰과 SNS로 소통하고 표현하는 데 익숙한 세대이니 글쓰기도 SNS처럼 어플로 업로드하면 거부감이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섬광처럼 스쳤기 때문이다. ‘펜케이크’, ‘글그램’, ‘씀’, ‘릴레이소설’, ‘하루북’ 등 찾아보니 시중엔 이미 누구든 ‘손바닥 작가’로 만들어줄 글쓰기 어플이 많이 개발돼 있었다. 교사인 내가 먼저 어플을 깔아서 사용해 보았다. 책 만들 때의 절차, 비용, 쓰는 글의 성격을 고려하여 글 공유와 바로 책 만들기 기능이 있는 ‘하루북’을 글쓰기 도구로 채택했다.
글쓰기는 수업시간에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함께 학년별로 실습하고, 집에 돌아가서는 주 1회 주어진 주제에 맞는 글을 쓰기로 학생들과 약속했다. 아이들을 응원하고자 글쓰기 주제(하루가 길게 느껴졌던 날 나는, 내가 만약 ∼라면, 누구든 올 수 있는 저녁식사 초대장을 만든다면 등)를 매주 한번씩 제시할 때면 꼭 내가 쓴 글도 예시 자료로 함께 올렸다. 그러면 아이들은 수필과 시 두 가지 형식 중 편한 것을 골라 글을 업로드했다. 올린 글은 손쉽게 삭제, 편집이 가능했다. 배경 템플릿과 문단 양식도 골라 쓸 수 있어서 편리했다.
글에 대한 피드백은 맞춤법과 가독성을 위한 편집 이외에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끌어내도록 발문하는 방식을 택했다. 업로드한 글이 한두 줄이더라도,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잘 표현했다면 굳이 분량을 늘려보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학생이 너무 짧은 글을 올렸다면 그글이 포토에세이가 될 수 있도록 글과 관련해 자신이 찍은 사진을 첨부하도록 했다.

둘째, 해냈다는 뿌듯함을 실물로 안겨 주기
우리가 사용한 어플 ‘하루북’에서는 청소년작가 100팀을 선정하여 서울국제도서전 업체 부스에 전시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호기롭게 신청했는데 선정되어 무료로 책 1부가 제작되었고 업체 부스에 전시될 수 있었다. 학생들은 더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글을 썼다. 거르지 않고 글을 쓰고 점점 편하게 글을 쓰는 학생들을 보면서 나도 행복해졌다. 마지막 날, 간식을 먹으며 제작한 책을 학생들에게 1부씩 나눠 주는 책 발표회를 가졌다. 자신들이 쓰고 그린 책이 완성된 것을 보며 신기해하던 아이들은 선생님과 부모님께 자랑했다. 스마트폰 글쓰기의 성과는 손쉬운 편집과 공유 기능,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제작할 수 있던 것이지만 가장 큰 성과는 학생들이 손쉬운 글쓰기를 통해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게 된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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