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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도서관 OOO 실패기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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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09-09 15:08 조회 4,21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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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저학년, 책으로 마주하기
Before&After

정 현 이 부산 동신초 사서교사
 

초등학교 학교도서관에서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은 많다. 그중에서 경험이 없어서 힘들었던 도서관 독서 수업과 도서관 환경에 대한 나의 이야기 그리고 시행착오를 거친 후 알게 된 노하우를 Before&After 형식으로 풀어 보려고 한다.
 

Before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던 독서 수업

#에피소드 1
“선생님! 이 말 어떻게 써요?”
“선생님! 제 것도 좀 봐주세요!”

나는 독서의 완성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책을 읽고, 자기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활동을 한다. 하지만 1학년과 쓰기 활동을 시작하는 순간 나에게 질문 폭탄이 쏟아졌다. 대체로 맞춤법에 대한 질문이었다. 내용보다 쓰기에만 집중하는 아이들을 보며 ‘내가 제대로 수업하고 있는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에피소드 2
“선생님! 친구가 장난쳐요!”
“선생님! 이 돌아다녀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가 장난을 치거나 돌아다니니 다른 아이들도 내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아이에게 이름을 불러 집중을 시켜도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들은 교실과 달리 탁 트인 도서관에 오면 질주 본능이 꿈틀거려서 서가 사이를 누비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본능대로 도서관 구석구석에 들어가서 숨기 바빴다. 이렇게 산만한 아이들을 보며 ‘내가 제대로 수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After 독서 수업 분위기를 전환했다

#1 쓰기보다 말하기!
책을 읽고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글쓰기와 말하기 두 가지가 있다. 나는 저학년의 모든 쓰기 활동을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말하기 활동으로 바꿨다. 아이들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같은 책으로 수업을 진행해도 반마다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내가 근무했던 학교는 아이들의 학력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서, 한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이가 많았다. 쓰는 활동을 없앴더니 아이들의 질문은 ‘맞춤법’이 아닌 ‘책’과 관련된 것이 중심이 되었다. 아이들은 내가 읽어 주는 책에 집중했다. 나는 아이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교사의 수업 불안이 사라졌다. 이때, 말하는 순서와 규칙을 미리 정하지 않으면 수업 분위기가 오히려 산만해지고 아이들이 집중하지 못한다. 말하는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이크(모형 OR 블루투스) 또는 인형 같은 소품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2 공간을 분리하라
초등학교 저학년이 집중하는 시간은 보통 10∼15분이다. 책을 읽는 동안 또는 책을 읽은 다음 활동에 아이들을 집중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나의 경우 책을 읽어 주는 활동과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몸으로 표현하도록 하는 활동을 도서관에서 푹신한 매트를 깔고 그 위에서 진행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매트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매트를 이용한 공간 분리가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준 것 같다. 아이들의 개인별 활동과 그리기 활동은 책상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장소에 따라 집중하는 활동을 구분했다. 이때, 퍼즐처럼 다양한 모양을 맞출 수 있는 매트는 오히려 더 산만해질 수 있으므로, 보관과 이동이 무난한 파스텔톤의 접이형 매트가 좋다.
#3‘ 꾸지람’의 이름 No‘! 칭찬’의 이름 Yes!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한 아이의 이름을 부르기보다 바람직하고 교사가 원하는 행동을 하는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칭찬했다.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한 아이의 이름을 부를 때는 다른 아이들도 불만이가득한 시선으로 그 아이를 쳐다봤지만, 바람직한 행동을 한 아이의 이름을 부를 때는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의 눈길이 느껴졌다. 그래서 수업 분위기가 전보다 한결 나아졌다. 이름을 부르면 부를수록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
 

Before 도서관 이용 시 질문이 많은 저학년 아이들

#에피소드
“선생님! 『오싹오싹 팬티!』 어디 있어요?”
“선생님! 그림책은 어디 있어요?”
“선생님! 이렇게 재미있는 책 또 없어요?”

책의 위치를 묻는 질문과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 질문은 모든 학년 아이들이 똑같이 하지만, 다른 학년보다 도서관을 더 많이 이용하는 저학년 아이들에게 더 많이, 자주 듣게 된다. 그럴때마다 대출·반납 업무로 바쁘지 않다면 직접 서가에서 책을 찾아 권해 주거나, 함께 읽어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아이들은 대부분 비슷한 시간대에 한꺼번에 질문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원하는 책을 빨리 바로 찾을 수 없고, 도서관에 가도 재미있는 책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듯하다. 저학년을 위한 적절한 참고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늘 아쉬웠다.

After 저학년 눈높이에 맞는 책과 환경을 구성했다

#1 그림책을 가나다순으로 배열하라
청구기호 순으로 배열된 책을 저학년 학생이 찾기는 어렵다. 저학년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종류는 그림책이다. 그래서 그림책만 볼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만들고 그림책을 서명 ‘가나다’ 순으로 배열했다. 서명만 알면 컴퓨터로 위치 검색을 하지 않고 바로 찾을 수 있다. 한글 자음과 모음을 배우는 1학년 학생들도 서명으로 책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 그림책을 서명 가나다순으로 배열하면 검색, 정리, 책 추천까지 한꺼번에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2 그림책 전담 도서부원을 임명하라
반납한 책을 정리할 때, 고학년 도서부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배열을 바꾼 후, 그림책을 정리할 때에는 저학년 학생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저학년 아이들도 ‘그림책 전담 도서부원’으로 손색이 없다. 이 아이들은 선생님을 도와주는 특별한 일을 한다는 것으로 아이들 사이에서 은근히 인기가 높다.

#3 반납한 책을‘ 추천도서 코너’로 활용하라
그림책 서가를 정리할 때, 반납된 책 또는 인기 있는 그림책을 각 자음의 맨 앞쪽으로 모아두면 학생들이 추천하는
‘추천도서 코너’로 활용할 수 있다. 저학년들은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넓지 않아 새로운 책보다 친구들이 읽은 책이
나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아이들이 반납한 책을 잘 보이는 곳에 두면, 그 책이 더 자주 대출된다. 도서실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많아 손이 부족할 때에 추천도서 코너를 두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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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린 학생들에게도 친근한 도서관이 되려면
 
저학년 대상 도서관 독서 수업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아이들 스스로 책을 선택해서 꾸준히 읽는 독서 습관이 형성되도록 교사가 도와주는 것이다. 돌이켜보니 어느 순간 수업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았다. 도서관 환경도 부족했다.
담임교사에게 학급경영 철학이 있다면, 사서교사에겐 도서관경영 철학이 있다. 그 속에는 도서관 독서수업 철학도 포함된다. 사서교사의 도서관경영 철학은 소신과 열정을 가지고 여러 방법을 고민하며 시행착오를 거쳐야 오롯이 담길 수 있다. 이제는 도서관 바닥에 앉아서 아이들에게 조용히 그림책 한 권만 읽어줘도 불안하지 않다. 1, 2학년에게는 읽어 주고,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마스다 미리는 “어렸을 적에 읽었던, 또는 누군가 읽어 주었던 그림책은 유효기간 없는 티켓과 같다.”1) 라고 했다. 도서관에서 만난 그림책이 아이들에게 언제라도 그리운 장소, 그리운 이에게 갈 수 있는 ‘유효기간 없는 티켓’이었으면 좋겠다.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에게 유효기간 없는 티켓을 듬뿍 선물하고 싶다.
 
 
도서관 운영 실패기
전미라 서울 한강초 사서교사

1. 매번 실패해도 곧바로 또다시 도전해야 하는 일: 상냥한 사서선생님 되기
•증상: 학기 중에 학생들에게 받는 편지라든가, 학부모들의 피드백이라든가, 학기 말에 받는 교원평가 결과지를 보면서 항상 “진짜 한결같이 상냥한 사서선생님이 되어야지!’라고 다짐을 하곤한다. 내 생각에 나는 학생들에게 불친절한 경우가 태반인데, 정작 학생들은 나의 작은 칭찬 한마디와 작은 친절을 크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내가 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가장 중요하고 당연한 삶의 줄기는 평소 무의식에 흘려보낸 채로 그냥저냥 살기 십상인지라 순간순간 이를 자각하고자 업무용 모니터 상단 가장 눈길이 잘 가는 자리에 ‘상냥한 사서샘^^’이라고 쓴 종이를 붙여 놨지만 하루에도 여러 번 실패하여 불친절한 사서샘이 되기 일쑤다.

•스스로 처방전: 처음 만난 교장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인데 “교사가 행복해야 교실(학생)도 행복하다.”라는 말에 동의한다. 그래서 직장인들이 힘들어하는 월요일이나 수요일쯤에는 저녁 약속을 잡아 놓는다. 퇴근 후 설레는 일이 예정되어 있다면 근무시간 내내 기다림에 취해 행복한 기분일 수 있고, 이 좋은 기운은 숨기려 해도 학생들에게 티가 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좋지 않은 기분을 일터까지 가져온 날에는 최소한으로 필요한 말만 하되 부드럽게 말하려 한다. 말이 길어지는 잔소리는 자제한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생겨도 다음날로 미룬다. 이렇게라도 노력하면 학생들은 ‘저 선생님 오늘 어디 아프시구나’ 정도로만 생각할 뿐 선생님이 자신을 싫어한다거나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취급당했다는 감정은 느끼지 않는 것 같다.

2. 도서부를 운영하면서 실패했던 부분: 학생들에게 자율권은 어느 정도로 줘야 할까?
•증상:
자투리 시간까지 아끼고 쪼개가며 살아가는 고등학생들이 도서부에 지원해 주다니 정말로 고마웠다. 도서부 뒤에 꼭 따라오는 책 정리를 마다하지 않다니! 물론 교내 봉사 시간으로 인정되긴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닌 무조건적으로 고마운 존재들이다. 바쁜 걸아니까 학생들에게 요일을 따로 배정하지 않고 부담 갖지 말고 편한 시간에 봉사활동을 오라 했다. 단, ‘1주일에 1회 30분×4주(한 달)×4달(한 학기)=8시간’으로 최소 8시간만 봉사활동을 하면 기록해 주겠다고 했다. 내 딴에는 학생들에게도 부담되지 않고 나에게도 좋은 엄청나게 합리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평소에는 드문드문 오다가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후부터 여름방학까지의 그 짧은 기간 동안에만 학생들이 몰려오는 사태가 발생했다. 학기 내내 제때 정리되지 못한 책들 때문에(하루 평균 100권 이상의 대출·반납이 이뤄지는 고등학교였다) 힘들었다. 학기말에는 봉사 인력은 많고 정리할 수 있는 책은 한정적이라 봉사활동을 못하고 돌아가서 8시간을 채우지 못한 학생들도 많았다. 그러게 왜 평소에 봉사활동을 하러 오지 않았냐며 폭풍 잔소리를 하면서, 2학기까지 봉사활동 기간을 연장해 주겠다고 엄청 큰 선심 쓰는 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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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처방전: 학생들의 입장을 배려하더라도, 일단은 어느 정도의 명확한 틀을 제시해야 한다고 느꼈다. 2학기에는 학생들에게 본인의 스케줄을 고려해 봉사활동할 시간이 있는 요일을 체크하게 해서, 요일별로 봉사활동 인원을 고정했다. 여기에 덤으로 예상과 다르게 봉사활동을 할 시간이 생기면 평소에는 언제든 와서 자유롭게 봉사활동을 해도 되지만, 방학 전처럼 모두가 한가할 때는 고정된 사람들만 오기로 정했다. 그래서 정리해야 하는 책을 적절한 인원이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봉사활동 최소시간을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여서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는 경우를 좀 더 배려해 줬다. 써놓고 보면 별거 아닌 일반적인 일의 절차(요일별로 당번을 정한다)인데 나는 직접 한 학기를 말아먹고서야 사회에 평균적인 매뉴얼이 왜 있는지를 깨달았다.
 
3. 행사를 진행하면서 실패했던 부분: 차별받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소외받는 선생님의 입장도 이해하기
•증상:
교실에서의 왕따,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하듯, 직장 내에서의 따돌림과 괴롭힘 문화도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어른들도 차별받고 소외당할 때 썩 기분이 좋지 않다. 5월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들이 선생님께 추천하고 싶은 책의 이름과 추천하는 이유를 담은 편지를 써오면 장미꽃과 함께 배달해 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아이들의 편지를 장미꽃과 함께 포장한 후 학년별 담임 교무실에 들러 (다들 수업 중이셔서) 선생님들 책상 위에 두고 나왔는데 문득 책상 위를 보니 장미꽃의 개수가 현저히 차이가 났다. 어느 선생님 자리에는 일곱 송이가 있어서 꽃다발처럼 보이는데 어느 선생님 자리에는 한 송이밖에 없어서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였다. 그제야 내가 큰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만약 학년별 담임으로서 이 교무실을 함께 쓰는데, 내 옆의 선생님은 꽃다발을 받았는데 나에게는 한 송이의 꽃밖에 없다면 겸연쩍지 않을까. 담임 맡은 반 학생들에게 서운하지 않을까. 작년에 가르쳤던 학생들에게 서운하지 않을까. 담임을 맡지 않은 교과 선생님들께도 꽃을 전달해 드리려고 부장님들과 교과 선생님들이 함께 사용하는 중앙교무실에 갔는데 또 다시 깨달았다. 비교적 젊은 교과 선생님들께는 꽃이 전해지는데 부장님들에게는 배달해 드릴 게 없었다. 내가 부장교사라면 후배 교사들 앞에서 겸연쩍어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 역시 죄송하고 민항해서 잽싸게 교무실을 빠져 나왔다.

•스스로 처방전: 이후 선생님들이 대상이 되거나 선생님들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를 진행할 때는 좀 더 세심히 신경 쓰게 됐다. 위의 행사를 다음해에 진행했을 때는 반대표 학생이 와서 반 전체의 의견을 담아 선생님께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과 그 이유를 담아서 한 반당 1개의 편지만 쓸 수 있게 했다. 물론 담임이 아닌 다른 선생님들(교감, 교장, 행정실장님 포함)도 편지를 쓸 학생들을 할당하여 교내의 모든 교사들에게 편지와 꽃이 전달되게 했다. (하지만… 내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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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학교 급을 바꾸면서 실패했던 부분: 스스로 알아서 하는 고등학생이 되기까지는 초등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증상:
고등학교에서는 한 번에 4가지의 행사 진행도 가능했다. 각 코너별로 행사 진행 절차와내용 안내문을 게시하면 별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아도 학생들은 그걸 읽고서 스스로 참여한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은 모든 게 새롭고 처음인지라 설명을 해줘야 한다.

•스스로 처방전: 초등학생들은 눈으로 읽기보다는 귀로 듣는 걸 더 선호한다. 따라서 안내문도 길게 자세히 쓰기보다는 최대한 간략하게 키워드만으로 쓰고, 행사 시작과 동시에 일정 인원이 모였을 때 큰소리로 설명해 주면 아이들은 설명대로 잘 따라한다. 그 후에 후발대로 입장한 아이들의 경우에 1∼2학년까지는 다시 설명해 줘야 하지만, 3학년만 되어도 “저기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봐∼”, “얘들아, 늦게 온 친구들한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선생님 대신 설명해 줘라.”라고만 해도 자기들끼리 서로 묻고 알려주면서 제법 잘한다.
 
 
학부모 자원봉사자와 두려움 없이 만나려면
김 순 필 경북 예천초 사서교사
 

학교도서관의 든든한 파트너 vs 어렵고 부담스러운 학부모
수시로 도움이 필요한 학교도서관에 자발적으로 손 내밀어 주는 학부모 자원봉사자는 아주 든든한 존재다. 첫째, 둘째가 졸업할 때까지 봉사하고 갓 입학한 셋째를 위해 봉사를 멈추지 않는분, 한 달에 한 번 쉬는 황금 같은 휴일에 봉사하는 분, 새벽까지 가게를 열고 오후에 봉사하는분. 이들은 내가 만난 학부모 자원봉사자이다. 학교도서관에서 봉사하는 학부모들은 모두 자신의 귀한 시간을 학교의 아이들을 위해 선뜻 내어 주셨다. 그 마음을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학부모 자원봉사자가 도서관에 오신 귀한 ‘손님’처럼 느껴진다. 알아서 봉사해 주시면 좋으련만 부탁하기 전엔 움직이지 않는 학부모 봉사자가 어렵기도 하다.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에 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거나, 요구사항이 늘어날 때는 난처하기 그지없다. 든든하고 고맙지만, 어렵고 부담스럽기도 한 분들이 바로 학부모 자원봉사자이다. 이 분들과 함께하며 겪었던 상황들을 짚어 보고, 나름의 대처 방법과 개선점을 나눠 보려고 한다.

좌충우돌 학부모 봉사 운영담? 알아두면 좋은 점!

첫째, 매년 공개 모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학부모 자원봉사자 운영을 한 첫해는 실망스러울 만큼 신청 인원이 적었다. 그래서 다음 해에 공개 모집을 하지 않았다. 첫해 봉사자들이 모두 봉사를 지속하신다니 추가 인원이 필요 없었다. 그런데 그동안 비인기였던 학교도서관 봉사가 사서교사가 온 뒤 도서관 행사, 자녀와 함께 떠나는 문학기행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자 갑자기 주목받은 듯했다. 가을에 한 학부모가 올해 학부모 자원봉사자 모집을 하지 않았다고 항의했고, 학부모들 앞에서 교장선생님께 야단을 들어야 했다. 교장선생님이 야속하긴 했지만, 그 이후 졸업이나 입학하는 학생들을 고려하여 자원봉사자는 매년 공개 모집한다.
 
둘째, 적정 인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도서관에 봉사자가 많으면 운영이 잘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많은 봉사자보다 도서관 일에 능숙한 소수의 봉사자가 더 도움 된다. 하지만 우리 입맛대로 봉사자 수를 정하기는 어렵다. 학교를 옮기니 이전 도서관 담당교사가 학부모로 인해 힘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봉사자가 많아서 신청한 분 중 일부를 제외했더니 교무실로 항의 전화가 오고, 시간이 지나도 속상한 기분을 드러낸다고 하셨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작년 도서관 담당자와 학부모 자원봉사자를 통해 그동안 도서관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알아보고 문제점을 미리 점검한 후 필요한 봉사 인원을 책정했다. 봉사자가 필요한 시간, 학생들이 몰리는 시간, 방학 중 도서관 개방, 봉사자가 그만둘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었다. 경험적으로 주 1회로 봉사 횟수가 잦으면 신청자가 줄고, 한 달에 한 번으로 봉사에 부담을 덜 느끼면 신청자가 늘어난다. 초등은 아이가 학교에 있는 오전만 봉사하려는 분도 많다. 4주에 한 번 봉사하는 분은 올 때마다 도서관이 새롭다고 하니 그 이상은 봉사하는 사람도, 운영하는 담당자에게도 권하지 않는다. 다음 표에 소개한 사례 가운데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사례 2’다. 나는 학부모 봉사자들에게 봉사 횟수를 2∼3주당 1회로 안내했고, 신청한 인원에 따라 2∼4주마다 한 번씩 오는 것으로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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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3월은 자원봉사자 공백이 생겨서 바빴는데 봉사 기간을 올해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신청받으니 학기 초 도서관 운영에 어려움이 줄었다. 새로운 자원봉사자를 조직하는 기간도 넉넉하고, 봉사에 익숙한 분들이 바쁜 3월을 도와주시니 운영도 원활했다. 다만 3월에는 6학년 졸업생의 학부모, 사정이 안 되는 분을 미리 파악하여 시간표를 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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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청구기호 순’ 책 정리 교육을 해야 한다
도서관에 봉사하러 온 분이 일을 더 만들어 주고 갈 때 한숨이 난다. 분명 반납된 책은 북트럭에서 사라졌는데, 제자리에 꽂히지 않거나 북엔드 뒤에 책을 놓아 두고 간 분들이 원인 제공자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학부모 자원봉사자 교육이다. 이때 청구기호로 책 정리하는 교육은 꼭 해야 한다. 이걸 놓치면 그 해 1년이, 심각하면 그 학교에 있는 동안 학부모들의 책 정리봉사를 기대할 수 없다.
내가 초보 사서교사였을 무렵, 나이 많은 봉사자들이 청구기호 순으로 책 정리하는 걸 어려워했다. 얼마 되지 않은 경력에 강하게 요구도 못했다. 결국 봉사자들은 1년 내내 대출·반납만 했고 하루 수백 권 책 정리는 내 몫이었다. 힘든 마음에 다음 해는 꼭 학부모들에게 청구기호 순 책 정리를 가르치겠다고 다짐했건만, 연이어 봉사를 신청한 분들은 여전히 배움을 거부했다. 결국, 그 학교에 있는 내내 수업과 업무, 도서관 운영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지금은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학부모 자원봉사자에게 청구기호 순 책 정리법을 교육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봉사 첫날 개인적으로 다시 알려 주고, 책을 바르게 꽂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걸 매년 새로운 봉사자에게 반복하면 도서관 책이 제대로 정리된다. 이렇게 해도 잘못 꽂힌 책은 많다. 그래서 학부모 자원봉사자가 책을 정리할 땐 함께 책 정리하길 권한다. 그때 우리가 정리하는 책은 ‘반납된 책’보다 ‘잘못 꽂힌 책’에 더 초점을 두면 좋겠다. 아이들이 보다가 얹어 둔 책, 청구기호가 맞지 않게 꽂힌책은 봉사자에게 부탁드려도 잘 정리되지 않는다. 이 부분은 도서관 운영자의 몫으로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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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봉사자의 역할은 봉사자로 머무르게 해야 한다
학교가 학부모 자원봉사자에게 의지하면 할수록 학부모 봉사자의 요구사항은 늘어간다. 학부모 봉사자가 이끌었던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게 되었을 때 몇 년간 열정적으로 봉사하신 학부모가 “사서선생님은 전담실로 가는 게 어떠냐?”, “왜 엄마들이 운영했던 방식을 바꾸느냐?”라는 항의를 많이 받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요구사항을 들어보고 도서관에 유용한 것은 받아들이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원칙과 이유를 제시하며 거절하는 것이다. 특히 학부모 자원봉사자 회장단의 역할을 줄여 나갔다. 회장단을 아예 뽑지 않거나 뽑아도 그 분들에게 최소한의 일만 부탁하여 사서교사 주도로 학교도서관을 이끌어 간다면 순수한 봉사 마음을 가진 학부모 봉사자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다섯째, 봉사자의 재능·나눔을 가치 있게 활용해야 한다
봉사를 하러 오신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분들이 가진 재능을 조금씩 알게 된다. 이를 기억해 두었다가 학교도서관 운영에 도움을 요청하고 지원을 받았다. 예술적 감각이 있는 분과 도서관 행사 전 표본을 같이 만들고, 어린이책을 즐겨 읽는 분께 구입 도서 목록 검토를 부탁드렸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과 독서동아리 모임을 만들어 한 달에 한 번 함께 책을 읽는 즐거움을 나누고 문학기행을 떠나기도 했다. 학교도서관이 나아가는 길에 봉사자들의 가치 있는 재능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청했고, 이를 기쁜 마음으로 호응해 주실 때 든든함을 느꼈다. 학교도서관과 학부모 자원봉사자가 서로에게 길동무가 되어 줄 때, 행복한 동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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