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 선정‘2011 올해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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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6 22:22 조회 9,083회 댓글 0건본문
2011년은 어린이 문학의 시각으로는 안타까운 한해다. 우리동화, 외국동화, 동시, 옛이야기 등 모든 분야에서 그 분야를 대표할 만한 작품이 없다. 특히 우리동화를 주목해보면, 작가들이 동화를 왜 쓰는지 그 목표를 잃어버린 모습이 안타깝다. 그런 의미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평론집 『동화를 어떻게 쓸 것 인가』가 반갑다. 무엇이라도 동화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고 목표를 정확히 잡는데 잣대로 삼아야 할 책이다.
첫 발행된 지 2년이 지난 잡지 <동시마중>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그 잡지를 만드는 구성원들의 진정성 때문이다. 첫 호에 보여주었던 열정이 지금도 여전히 잡지 구석구석에서 보인다. 동시와 잡지라는 쉽지 않은 조합을 선택하고, 그것을 중단 없이 발행해내는 그 뒷사정의 어려움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로지 정기구독만으로 유지하겠다는 이 잡지의 당당한 포부에 힘찬 응원을 보내며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2011년 우리동화 중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글들이 눈길을 끈다. 한윤섭, 김소연, 조경숙, 이향안, 김일광 등의 작품이다. 이들 작품은 꼼꼼한 자료조사와 묵직한 서사가 돋보였다. 이 중 『조선의 마지막 군마』는 포항 근처 말목장을 배경으로 구한말의 안타까운 우리 현실을 이야기 한다. 작품 현장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 주인공 아이의 생생한 성격 묘사로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김혜원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좋은 그림책이란 무엇일까? 2011년 한 해 동안 80권 가까이 되는 책을 추천해 왔다. 그림책 추천도서를 선정하면서 늘 많이 고민 했던 부분이 있다. 우선 학교도서관저널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그림과 글이 조화를 이룬다, 호기심과 상상력을 유발한다, 그림만으로도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모든 연령층의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 문화의 독창성이 살아 있다’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계속 읽고 싶어지며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좋은 책이란 결코 전문가나 어른이 좋은 책이라고 규정해 놓은 것만이 아니라 어린이가 만족해야 하는 것이다. 그 책들 중 아이들이 즐겨 읽은 책이 있는 반면 외로이 책꽂이를 지켜야만 하는 책도 있었다. 우리의 기준으로라면 추천도서 중에 아이들이 즐겨 읽어 책에 묻힌 손때가 많은 책이 더 좋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아빠 몰래 할머니 몰래』는 아이의 순수한 감성이 살아 있으며 그림과 사진, 글을 자유롭게 배치하여 편안함을 준다. 『그래, 책이야!』는 손 안의 인터넷이 일반화된 요즘 세상에 어른이 읽어도 좋을 그림책이다. 100년 쯤 후에 벌어질 일을 예견한 것인지도 모를 이 책은 간결한 글과 절제된 그림만으로도 주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가끔이 아니야, 항상이야』는 가족과 장애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다. 심각한 주제를 화려한 색채와 밝은 그림들로 채웠다.
요즘처럼 빨리 빨리를 외쳐대는 세상에서 그림책도 껌을 씹듯 가벼이 읽히고 있다. 2011년 최고의 그림책 세 권을 선정하며 아이들에게 그림과 글을 읽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고 글과 그림이 전해주는 감동을 체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염광미 오산 가수초 사서교사
내로라하는 출판사들이 시리즈물로 승부수를 던지듯 눈에 띄는 시리즈 기획이 많았던 한 해였다. 독자들은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사회과목을 떠올리며 기획력이 돋보이는 시리즈물에 관심을 갖고 반기는 분위기였다. 시리즈로 기획되었지만 낱권 판매를 하여 책값 지출도 조정할 수 있어 좋았다. 어린이 인문 분야에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함에 대해 좀 더 알고 노력하기 바라는 마음을 담은 책들이 눈에 띄었다.
『책 씻는 날』은 조선시대, 실존인물인 김득신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책거리의 의미도 모르고 그저 떡 먹는 날 쯤으로만 생각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는 책이다. 타고난 재주보다 노력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있는 점이 좋았다. 몽담이(어린 김득신)의 부단한 노력, 끝까지 자식을 믿어주는 아버지, 제자를 아기고 칭찬해주는 훈장님. 모두 닮고 싶은 인물이며 부모로서 교사로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2011년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해 관심이 높았던 해이다. 자신의 권리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알려주는 책은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다. 『나도 권리가 있어』는 자신의 권리에 대해 아는 것이 결국 다른 사람의 권리도 지켜줄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인문 분야라 공부에 대한 책이 많은데 대부분이 너무 좁은 의미의 공부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아이와 꼭 함께 하고 싶은 45가지』는 부모와 함께하는 폭 넓은 공부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귀중한 것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던 것이 생각나는 책이다. 신정화 서울 삼광초 사서
2011년 어린이 과학 책의 주제는 환경, 경험,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겠다. 현대사회에 그 중요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과학 분야는 단연코 환경일 것이다. 그동안 환경에 관한 도서들은 대부분 번역서가 주를 이루고 우리나라 도서들의 출판이 활발히 이루어 지지 않아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나무를 껴안아 숲을 지킨 사람들』은 그 아쉬움을 한 번에 날려준 책이었다.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환경 도서들이 대부분 환경오염과 생태보존에 대한 원론적 이야기에 머물던 것에 반해, 이 책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동식물과 사람이 공존해 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두 번째 주제는 경험이다.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실험에 관한 책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 『산대장 솔뫼 아저씨의 자연학교: 씨앗 속 생명 이야기』는 ‘씨앗’과 ‘식물’을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3대째 약초와 식물, 자연생태를 연구하는 약초 저자가 글을 쓴 덕분에 살아있는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마지막 주제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두 가지의 의미를 담는다. 직접 경험하고 겪은 이야기와 과학, 수학 등을 이야기로 풀어낸 스토리텔링의 형식이다. 첫 번째 의미는 위의 ‘경험’ 키워드에서 충분히 설명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두 번째 의미로 이야기는 바로 10월에 발행된 『무지개 똥을 찾아서』에서 볼 수 있다. 저학년들에게 어려운 과학적 사고를 가르치기에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책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2011년 어린이 과학 분야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교육과정과 일시적 유행에 휩쓸려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도 편중되어 출판되었다는 점과 전문 과학 분야 작가의 발굴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2012년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박영민 서울 정목초 사서교사
2011년에는 유난히 자극적인 작품이 많았다. 근친상간, 성관계, 집단 성폭력 등 성性을 과감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 충격을 주었다. 동성애를 다룬 책도 눈에 띄게 늘었다. 그때마다 청소년이 한번쯤 알아야 한다, 보편적 공감을 주지 못한다 등으로 의견이 나뉘곤 했다. 한편 청소년문학에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고민했다.
그 중 『그리핀 선생 죽이기』가 눈에 띈다. 충격적인 제목처럼 학생들에 의해 끝내 선생님이 죽고 마는 사건은 은폐되는데 추리소설 작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저자의 역량에 힘입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생각할 때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판단해 감히 올해의 책으로 추켜세운다. 반면 『안녕, 베할라』, 『런던 아이 미스터리』, 『통조림을 열지 마시오』 등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눈부신 활약을 펼치는 밝은 분위기의 추리소설도 꾸준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가족은 청소년의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불량 가족 레시피』, 『불량한 엄마』, 『깡통집』, 『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 등에서 가족은 철없는 어머니 또는 무능한 아버지로 그려지는데 부모보다 성숙한 화자가 가족을 이해하고 감싼다. 그 중 『두근두근 내 인생』을 올해의 책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조로증에 걸린 열일곱 살 소년이 열일곱 살에 자신을 낳은 어린 부모를 위해 글을 써서 선물로 바치는 이 책은 작가 특유의 개성적인 문체와 인생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남녀노소의 마음을 빼앗으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그러고 보면 작가에게 있어서 글쓰기란 일생의 화두이자 필생의 과제인 것 같다. 어린 시절을 회고하기라도 하듯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의 고민과 방황이 담긴 『날짜변경선』, 『부끄러움들』도 주목할 만하지만, 조선시대 문장가 이옥과 김려의 삶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복원한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를 올해의 책으로 뽑고 싶다. 조정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글쓰기에 대한 신념을 벼르고 세웠던 이들의 성장과 퇴보, 시련과 성숙이 가슴 짠하게 그려지며 우리에게 삶의 자세를 고쳐 묻는다. 이찬미 인천 부흥고 사서
청소년 인문·사회 분야에서 일 년 동안 70여 권의 책을 소개했다. 좋은 책을 고르는데 있어 정량적으로 점수를 매겨 선정할 수 없다보니 지난달에 선정한 책보다 다음 달에 선정한 책이 조금 모자를 수도 있고, 지난달에 내려놓았던 책이 이번 달 책보다 괜찮아 아쉬운 적도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막을 수 없다.
2011년에는 2010년보다 더욱 많은 인문학적 내용을 다룬 책들이 발행된 것 같다. 몇 년 전에는 인문학의 위기라는 이야기가 많이 들렸다면, 최근에는 인문학적 소양이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음악, 미술, 사진, 영화 등의 예술 분야에 인문학적 감성을 결합한 종류의 책들이 인기를 얻고, 심리학, 철학분야의 책들이 독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정신분석의 선구자인 프로이드가 내세운 정상인의 기준이 “약간의 히스테리, 약간의 편집증, 약간의 강박”을 가진 것임을 이해한다면 철학과 심리학 책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이 분야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유라고 생각된다.
2011년에 선정한 인문분야의 책 중 대표작을 3권만 고르자면 『철학이 필요한 시간』, 『과학자의 서재』, 『책은 도끼다』 정도이다. 아무래도 청소년의 눈높이를 고려하다보니 내용이 어렵지 않고, 한 분야에 깊이 있는 내용을 담아낸 책보다는 대중적인 흥미를 끌 수 있는 책이 눈에 띄었다. 지면에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젊은이들의 가슴에 뜨거운 위로와 열정의 불을 지폈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프지 않은 청춘이라면 모르겠지만, 아픈 청춘은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내년에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룬 책들이 많이 발간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인문 서울관광고 사서교사
저절로 물길을 내어 아름답게 흐르던 강을 갖은 미사여구로 파헤쳐 놓은 대통령이 ‘강산개조론’을 주장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골프장 등 난개발에 뛰어드는 현실이 더욱 가관이었던 2011년에는 인간의 오만을 비판하는 과학적 실증들과 자연의 모든 생명이 더불어 사는 생태적 가치를 주장하는 책이 많았다.
『다윈의 개』는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의 유별난 애완동물 관찰기로 신의 이름을 빌려 억압과 착취를 정당화하던 시대에 인간도 결국 자연의 일부인 동물이라는, 과학계의 혁명을 일으킨 학자의 확고한 신념이 드러나는 책이다. 다윈의 일생과 편지, 대표저서들을 통해 다윈의 삶과 진화론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여 진화론 속에 감춰진 인간 다윈의 열정, 의지, 인간다움, 자연에 대한 애정을 설명한다.
『소년, 갯벌에서 길을 묻다』는 온 나라의 산과 강과 갯벌을 마구잡이로 파헤쳐서 과연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은 소년이 ‘새만금 바닷길 걷기’에 참여하면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기록이다. 생명의 갯벌이 죽음의 사막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목격한 소년은 사라지는 것들을 안타까워하고 죽음과 파괴에 대해 분노할 줄 아는 청년으로 자라 우리가 우리 강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다면 잃어버린 옛 모습을 찾을 수 있음을, 자연은 대대손손 아름답게 남겨주어야 할 유산임을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다.
『정답을 넘어서는 토론학교: 과학』은 과학의 사회적 영향과 책임에 관심 있는 교사들이 집필한 책으로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과학 이슈들을 찬반 토론 형식으로 재구성하여 양쪽의 입장을 깊게 생각하게 한다. 주로 우리 삶과 관련되어 있는 과학문제들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보여줌으로써 과학 지식과 시사 상식뿐 아니라 논리적 사고력을 함께 기를 수 있는 책이다.
김정숙 서울 신도림중 국어교사
분과별 올해의 책을 선정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약간의 주저함이 있었음을 먼저 고백해야 하겠다. 예술과 문화, 체육, 기타라는 우리 분과의 분류명은 일종의 폴더명과 같아서 그 아래에 많은 하위분류와 수많은 책들을 내포하고 있고, 함께 비교하기에는 다소 비균질적인 요소가 많아 보여서였다. 다만 올해 추천위원이 선정한 서평도서에 한정한다는 것과 이 책의 독자가 학교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이라는 점을 감안하였다. 서평을 직접 작성하고, 책들을 살펴본 선생님들의 조언을 통해 우선 일곱 권의 후보를 골랐다. 문소영이 쓴 『명화의 재탄생』은 미술사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에서도 여전히 사랑받는 아이콘으로 등장하는 명화들을 차분하고 친근하게 풀어나간 책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맥락에 놓이는 ‘창조적 수용’을 생각해 보게 한다.
음악평론가 차우진이 쓴 『청춘의 사운드』는 인디음악 가수들의 음악과 개인적인 체험, 그리고 저자의 내공이 담긴 음악이야기를 함께 풀어 이 시대 청춘들의 사랑과 좌절, 아픔 등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만화가 하일권의 『안나라수마나라』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소녀가장과 마술사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자신의 꿈을 되돌아보게 하는 만화로 이 세권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그 외에도 문화평론가 이택광의 『인상파 파리를 그리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의 『씨네필 다이어리2』, 박홍순의 『미술관 옆 인문학』, 만화가 최규석의 『지금은 없는 이야기』 등도 인상적인 도서였다. 왕지윤 인천 경인여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