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⑦도서관 활용수업 준비하기 다독가, 자료전문가가 될밖에…_ 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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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6 22:09 조회 9,435회 댓글 0건본문
활용수업 하기 어려운 ‘어쩔 수 없는 상황’ 많지만…
‘나는 예비 사서교사’를 입버릇처럼 말하며 사서교사를 꿈꾸고 공부하던 시절, 사서교사만이 할 수 있으며 학생들을 위해서는 꼭 사서교사가 있어야 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했던 것이 바로 도서관 활용수업이다. 이 수업이야말로 -지금도 귀가 따갑게 듣고 있지만- 문제해결력,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평생학습능력, 창의적 사고력을 길러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아닌가.
그렇게 꿈에 그리던 사서교사가 된 이후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을 거의 채우고 5년째를 바라보고 있지만 이 시간이 그리 짧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막상 현장에 왔을 때는 이론적으로 배운 도서관 활용수업을 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진정한 도서관 활용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담임교사 또는 교과교사의 수업 파트너 그리고 직접적인 교수자가 되어 계획에서부터 학습 과정과 결과의 평가까지 전체적인 교육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사서교사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된 도서관 활용수업을 하는 것은 정말 힘들기 때문에 많은 사서교사들이 그 상황에 부딪히면서 힘들어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경우 선생님들의 협조가 정말 잘 이뤄지고 있지만 수업과 관련해서는 많은 행사와 늘어나는 차시 때문에 또 선생님들이 원하는 수업 방식의 견해 차이 때문에 제대로 된 도서관 활용수업을 할 수 없어 나의 무능함을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도서관 연구학교로 지정되면서 가장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일반협력형 수업을 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마련됐다. 이를 위해 나는 자료전문가가 되기 위해, 도서관은 교수학습지원센터의 역할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했다.
담임교사, 교과교사 들과의 협의와 협력이 열쇠
도서관 활용수업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는 학기 초부터 시작된다. 가장 먼저 모든 학년 반이 일주일에 한 시간씩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전담교과 시간과 계발활동 시간 등을 고려해서 도서관 활용수업 시간표를 작성한 후 모든 선생님께 알렸다.
그리고 모든 교사들은 도서관 활용수업을 할 과목을 선택하고 학년별 교과연계 도서목록을 작성했다. 이때 나는 교과서, 다양한 출판사에서 나온 교과연계 도서목록, 다른 사서선생님이 작성한 교과연계 도서목록 등을 참고해 기본적인 목록을 작성하여 담임교사에게 제공했다. 그 자료를 토대로 학년별로 협의가 이루어졌고 한 학년당 50권의 목록이 완성됐다. 나는 또 완성된 목록을 토대로 최대한 빠르게 3월 중에 해당 도서를 구입하여 도서관에 학년별 추천도서 코너를 따로 만들어 비치해 두었다(비치할 때는 별치기호를 부여하고 또 책등 윗부분에 띠 라벨로 학년 표시를 했다).
본격적인 도서관 활용수업 전에는 수업을 하는 선생님과 동학년 교사 그리고 사서교사인 내가 함께 사전협의를 거쳐서 1차 교수·학습 과정안을 작성하고 그 1차 교수·학습 과정안으로 수석교사 및 연구부장, 멘토 교사들과 수업 컨설팅 후 최종 교수·학습 과정안이 완성됐다.
이렇게 도서관 활용수업을 계획하여 담임교사 또는 교과교사가 학생들에게 과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은 도서관에 와서 자료를 찾고 분석·정리하여 학습과제를 해결한 후 결과를 발표하거나 보고서를 제출했다. 아이들이 도서관에 와서 과제를 해결하는 동안 나는 아이들에게 자료를 안내하고 담임교사가 추가로 원하는 도서가 있을 경우 그때마다 자료를 바로 구입하기도 했다.
겨울방학 때 만들어 놓은 <도서관 이용학습장>
보통 사서교사가 하는 수업은 교과서가 없는 재량활동 수업, 특별활동 수업 등이어서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백지 상태에서 모든 활동 내용을 만들어내야 한다. <도서관과 정보생활>이라는 교과서가 나와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특별활동 ‘독서논술’, 그리고 학기 초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도서관 이용교육이라서 체계적인 수업이 어려웠다.
그래서 겨울방학 동안 준비한 것이 <도서관 이용학습장>이었다. ‘생각이 퐁퐁퐁 실력이 쑥쑥쑥’이라는 이름의 도서관 이용학습장에는 6단계로 나누어진 ‘도서관 알기’와 도서관을 활용해서 정보를 효과적으로 찾아내는 활동에 중점을 둔 ‘정보탐색 활동지’를 포함시켰다. <도서관 이용학습장>은 담임교사가 활용해서 수업을 하기도 했지만 주로 도서관 과제활동으로 내주면 학생들이 방과 후에 도서관으로 와서 나와 함께 과제활동을 해나갔다.
‘도서관 알기’는 6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각 단계별로 도서관에서 사용하는 말, 도서관 이용 안내, 도서 검색 방법, 책의 구조, 참고도서의 종류와 활용 방법, 자료 조사하기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보 탐색 활동지’는 과제 주제 정하기, 주제별 자료를 찾고 이해하기, 자료 종합하기, 피드백 하기의 4단계 과정을 거쳐 활동할 수 있게 했다. 그 활동 내용은 다음과 같다. (1)과제 주제 정하기: 과제활동을 할 주제를 학기 초에 <도서관 이용학습장>에 제시하면 학생들은 주어진 과제가 무엇인지, 어떠한 자료를 이용할지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2)주제별 자료 찾고 이해하기: 주제별 과제가 정해졌으면 학생들이 스스로 도서관을 찾아 사서교사의 도움을 받아 과제에 해당되는 도서 및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며 필요한 부분을 얻는 과정이다. (3)자료를 종합하기: 개인별로 수집된 자료 중 적합한 자료를 선택해 개인 또는 모둠이 과제활동지에 기록하는 과정이다. (4)피드백 하기: 학생들이 과제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 더 알고 싶은 점 등을 기록하여 스스로 평가해보고 과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을 느끼게 하는 과정이다.
항상 책과 함께, 방학 중 되도록 많이 읽어 두어야
도서관 활용수업을 준비하는 자세의 하나로 도서관에 있는 자료, 특히 책은 최대한 많이 읽으려 하고 있다. 바쁜 도서관 생활 속에 묻혀 지내다보면 어느새 책의 속보다는 겉과만 친해지게 된다. 책 제목, 지은이, 그 책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을 아는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뿐 아니라 담임교사 또는 교과교사 들은 당연히 내가 도서관에 있는 대부분의 책의 내용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수업에 관련된 자료를 요청하거나 책 추천을 부탁한다. 이럴 때 책의 서지사항만을 아는 상태에서는 제대로 추천해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도서관 활용수업을 위해 학기 초에 계획하고 자료를 준비해 두었지만 당연히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담임교사들은 다양한 자료를 요청한다. 가장 많이 요청하는 책을 예로 들자면 주인공의 갈등이 나타난 책, 우정에 관련된 책, 등장인물의 성격이 뚜렷하게 나온 책, 겨울과 관련된 책 등이다. 한 번은 ‘흉내 내는 말이 꼭 다섯 번 이상 나오는 책’을 여덟 종이나 찾는 선생님도 계셨다. 읽었던 책 중에도 세세히 기억나기 쉽지 않고 헷갈리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요구에 적합한 도서를 추천해주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 두지 않으면 더욱 힘들 것이다. 그래서 바쁜 학기보다 조금은 여유로운 방학 중에 되도록 학교도서관의 책들을 많이 읽어 두려 하고 읽은 책은 수업 자료로서 어떤지 생각해보고 관련된 내용을 기록하려 노력하고 있다.
“세상에 책은 돌 자갈처럼 흔하다. 그 돌 자갈 속에서 보석을 찾아야 한다. 그 보석을 만나야 자신을 보다 깊게 만들 수 있다.”는 법정 스님의 말처럼 아이들도 이런 보석을 만나면 자신을 보다 깊고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 보석을 직접 찾아서 손에 쥐어주는 것보다 보석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도서관 활용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도서관 활용수업을 하기에는 많은 어려운 상황들이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그래서 아이들이 보석을 찾는 방법에 길들여진다면, 우리 아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반짝반짝 빛이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