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책 톡 독서 톡 도서관 톡[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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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27 10:36 조회 5,395회 댓글 0건본문
현장에서 마주한 질문들 답변들
-어느 사서교사에게
학교에서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선생님들을 대하며 품게 된 사서교사들의 크고 작은 고민들과 그에 대한 저마다의 대답들을 모았습니다. 3년차부터 30년차까지 여러 선생님들의 경험과 생각을 포개면서 현장의 다단한 물음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도서관의 사서선생님이 무서우면 무섭다고 도서관에 오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가면 와서 재잘대느라 도서관이 소란스러워집니다. 어떤 입장을 취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위엄 있으면서 친근한 선생님이 되는 건 어려운걸까요? 학생들
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도서관은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편안한 공간을 만들려면 아이들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아이들과 라포르를 형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름을 부르는 것이에요. 저희 학교처럼 작은 학교에서(전교생 400여 명) 전교생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만 큰 학교의 경우는 최소한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 수업에 들어가는 학급 정도의 아이들 이름은 외워야 아이들과의 관계 형성이 쉬울 것 같아요. 전 도서관에서는 물론 학교 어디에서든 아이를 만나면 그 아이의 이름을 부릅니다. 그럼 아이들이 친근하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 편안함을 토대로 원칙을 지키는 카리스마를 가진다면 아이들이 도서관을 편한 공간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영혜 서울 청계초 사서교사
위엄 있는 선생님보다는 친근하고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편안한 선생님이 작은 고민상담이라도 해줄 기회가 생깁니다. 자아존중감, 친구 관계, 진로, 성적에 대한 고민들이 있을 때 아이들이 종종 제게 책을 추천받으러 옵니다. 제가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 중 상당수는 제게 자신의 고민에 대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을 추천받기 위해 찾아옵니다. 책에서 찾은 길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와 나누기도 하고요. 좋은 순환이 일어납니다.
교사의 권위와 위엄은 스스로 갖는 태도에서 나오기보다 학생 스스로 느끼는 존경심 또는 친근함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사서교사가 가진 책에 대한 전문성, 지혜롭게 살아온 선생님의 인성을 학생이 느끼면 무섭고 위엄 있어 보이는 태도로 학생들을 대하지 않더라도 학생은 선생님의 말을 존중하고 따를 거라 생각합니다. 친절하고 배려있는 태도, 학생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태도만으로도 학생들은 학교도서관을 즐거운 마음으로 찾을 것입니다. 이인문 서울관광고 사서교사
사서선생님은 일반적인 경우 담임 선생님도 아니고 성적 평가를 하는 교과선생님도 아니라서 학생들과 관계에서 자유로운 편이죠. 사서선생님마저 아이들에게 조용히 해라, 공부해라 하면 아이들은 어디 가서 기대고 쉬겠습니까. 사서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우습게 보이고 권위가 없어 보일지라도 친근하게 다가가야 합니다. 그것이 전체 교직원을 놓고 봐서도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봅니다. 도서관이 좀 소란스러우면 어떤가요? 아이들은 교실에서 수업에 집중하고 주눅들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도서관 사서선생님 앞에서 좀 버릇없이 군다면 그만큼 사서선생님을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니라 신뢰하고 믿고 투정도 부리는 것이라 보고, 그런 아이들을 품어주셔야 합니다. 이덕주 서울 송곡여고 사서교사
사서교사로 일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 빠지게 하나요?
사서교사의 일을 가볍게 볼 때 힘 빠집니다. 제가 너무 대충했나 생각도 들고, 노력해도 알아주는 이 하나 없는 것 같아 홀로 남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자신만의 기준으로 저를 판단할 때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김서혜 의정부송산초 사서교사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요. 사서교사는 수업이나 행사를 할 때 다른 선생님들과의 협력이 많이 필요한데요, 행사 홍보물을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전달해 달라고 요청해도 제대로 전달이 안 되거나, 신청서가 없을 때 힘이 빠지더라구요. 협력수업도 친한 선생님들에게 접근해서 생각 없냐고 물어봐도 부담스러워 하시고, 홍보를해도 다른 선생님들께서 관심을 안 보이면 또 그래요. 박장순 수원 연무중 사서교사
도서관에서 협력수업이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초등의 경우에는 학급 담임, 중등의 경우에는 각 교과교사와의 친밀감 형성이 중요한데 선배 사서선생님들께서는 어떤 방법으로 친밀감을 형성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주 쉬운 방법으로는 자주 밥을 같이 먹어야 한다고 봅니다. 간식이나 차라도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상대에게 나의 수업을 보여 주고 수업에 대한 조언을 나눌 수 있어요. 아무리 경력이 많은 교사라도 준비 없이 자신의 수업을 보여 주는 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수업을 하다 보면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고 수업 준비도 늘 부족하기에 나의 수업을 동료교사와 함께 고민한다는 것은 단순한 친밀함보다 신뢰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이덕주 서울 송곡여고 사서교사
저는 교사들과 협력수업을 하기 위해 2월 학년 발표가 되는 때부터 밑 작업에들어갑니다. 학년 발표가 나면 가장 협력하기 쉬운 교과 선생님들에게 가서 어떤 과목을 맡았는지 그 과목에서 저랑 협력수업을 하면 어떨지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3월이 되기 전 한 해 협력수업을 할 학년, 과목, 시기 등을 미리 설계합니다. 여기서 사서교사의 적극성이 필요하죠. 얼굴에 철판 깔고 말 그대로 들이대는 것이죠. 이건 나이가 들수록, 경력이 쌓일수록 좀 더 쉬워지는 부분이 있어요. 처음에는 힘들어도 횟수가 거듭될수록 쉬워질 거고 그게 한 해 두 해 쌓이면 내가 먼저 나서지 않아도 교사들이 먼저 협력수업 하자고 오게 될 거예요. 협력수업의 효과를 알게 되니까요. 박영혜 서울 청계초 사서교사
저는 초등, 중등 다 근무해 봤는데요, 오히려 중등이 협력수업 하기가 더 수월했었어요. 중등 같은 경우에는 각 교과와 협력하면 되니까 교과 선생님과 개인적인 면담을 통해 ‘함께 이런 수업을 하면 어떨까?’ 이런 것들이 잘 이루어지거든요.
물론 그 전에 개인적인 친밀감을 형성해 놓는 것이 중요하겠죠. 업무적으로만 협조를 구할 수도 있지만, 교사들 간의 협력도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관계적인 부분이 중요해요.
사서교사는 과목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합니다. 그래서 도서관 참고자료가 필요할 것 같은 단원들을 미리 체크했다가 관련 도서목록들을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각 교과 선생님들에게 협력수업을 먼저 제안하는 경우에도 ‘이런 단원에 이런 도서 자료들이 많이 있는데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하고 미리 준비된 자료들을 제공하면 교과 선생님들 입장에서도 부담이 덜어지거든요. 사실 교과 선생님들이 협력수업에 적극적이지 못한 이유는 관심이 없어서라기보
다 ‘사서선생님을 귀찮게 할까봐’, ‘부담스럽게 할까봐’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사서교사가 수업자료를 제공하고 함께 수업하는 데 적극적이라면 더욱더 풍부한 수업자료를 가지고 수업할 수 있는데 그걸 마다할 선생님은 없겠죠.
초등에서 근무할 때는 협력수업에 대해 ‘어떻게 물꼬를 터야 하나’ 이게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중등은 각 교과 선생님들과 면담하고 수업을 진행하면 되는데 초등은 대부분 담임선생님들이 전 교과를 가르치니까요. 저의 경험으로는 한 학년을 전체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좋더라고요. 중등이 교과별로 선생님들이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면, 초등은 대부분 선생님들이 학년별로 끈끈하게 묶여 있어요.
연초에 학년별로 어떤 수업을 어떻게 할지 일 년 수업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수업계획을 수립합니다. 진도가 비슷하기 때문에 동일한 단원을 수업할 때 동일한 수업자료를 공유하기도 하고요.
선생님들의 참여를 더욱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사서교사가 학년별로 교과서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각 학년별 교과내용 중 어떤 단원에서 도서관 활용수업을 하면 좋을지 미리 파악하여 해당 단원에 대한 자료들을 준비하는 것이죠.
학년부 선생님이 먼저 도서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1학년- 다양한 종류의 책 읽기(팝업북 등 다양한 형태의 책을 비치하면 좋습니다.)
4학년- 식물의 한살이(강낭콩 키우기), 다양한 곳에 사는 식물들(도감류를 복권으로 준비합니다.)
5학년, 6학년- 도서관에서 책 찾아 읽기(KDC에 대한 수업 자료를 미리 준비합니다.)
위 단원들은 학년별로 선생님들이 자주 요청하는 수업자료들입니다. 만일 선생님들이 요청하지 않는다고 하면, 사서교사가 먼저 자료를 준비하고 해당 학년 선생님들에게 ‘이런 단원에 해당하는 이런 자료들이 있으니 관심 있으신 선생님들은 사서교사에게 수업 요청해 주세요.’ 등의 메신저를 보내고 먼저 다가가세요. 조수진 제주 외도초 사서교사
사서교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저는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끈끈하게 형성된 관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협력수업을 할 때도 협의가 필요하고, 단독수업을 할 때도 학생과의 관계가 제일 중요합니다. 도서관에서 혼자 애쓴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친한 동료에게 자기 자신을 보여 주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김서혜 의정부송산초 사서교사
자료 공유입니다. 자료를 정리해서 교과교사들과 공유하는 것, 사서교사들 간에 자료를 정리해서 공유하는 것, 도서관의 임무가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잖아요. 우리끼리 자료 공유를 잘하면 다른 교과교사에게 자료를 공유하는 게 수월해지고, 도서관도 여러 선생님들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사서교사의 위상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요. 이덕주 서울 송곡여고 사서교사
‘지적 자유’입니다. IFLA(세계도서관협회연맹)에서는 도서관들과 도서관 직원들은 지적자유의 원칙, 정보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과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고, 도서관 이용자의 사생활을 인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실제로 사서교사는 자유라는 가치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두고 어느 쪽을 더 선호함에 따라 이용자들의 지적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서교사 혹은 정부의 통치이념이 자유와 평등의 가치 중에 어느 영역을 더 중요시하는가에 따라 수서의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습니다. 사서교사는 이를 올바로 분별할 수 있는 통찰을 가져야 합니다. 오덕성 서울영상고 사서교사
선배 사서교사들이 본을 보이며 실천으로 애써 주었으면 하는 분야나 내용이 있나요?
지금도 충분히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지만 도서관 운영과 관련된 부분을 더 안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근무한 지 3년째지만 아직도 수업 외에 도서관 운영을 어떻게 교육과정과 연관 지어서 할 것인가가 해결되지 않은 고민입니다. 도서관프로그램 운영이나 공간 구성 측면에서 교육과정과 연관 짓는 것이 어렵습니다. 잘 구성된 도서관을 시범적으로 더 많이 보여 주시고 연수시켜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서혜 의정부송산초 사서교사
사서교사 공동체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수업연구든 추천도서 선정이든 뭐든 혼자하는 건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의견을 주고받고 아이디어를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학부생일 때 미국 사례인 ALA의 Round Table을 보면서 감탄했는데, 이처럼 관심 주제를 바탕으로 동아리처럼 모이는 형식을 참고해서 모임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www.ala.org/aboutala/rts) 박장순 수원 연무중 사서교사
사서교사로서 어려움이 있을 땐 어디에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요?
사서교사가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학교 내에 혼자라는 점이잖아요. 선배님들에게 여쭤보는 방법도 있지만, 선배님의 답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을 때 도움받기 위해서 전문직 단체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임용고시를 합격하고 여러
단체들에 가입했는데, 각 단체들이 수업이나 도서관 운영 연수부터 부당한 상황에 대한 조치 요구까지 다양하게 활동하고 계더라고요! 사서교사, 교사 전문단체를 소개합니다. 박장순 수원 연무중 사서교사
특성화고에서 처음 근무하시는 분들에게
특성화고의 사서교사란?
특성화고는 인문계고와 정말 다릅니다. 인문계에서만 근무하다가 특성화고에 가게 된다면 많은 혼란과 곤란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특성화고는 업무량이 많습니다. 거의 모든 (젊은)교사가 과량의 업무에 치어 있고, 사서교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제 업무의 80%는 도서관과 관계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도서관을 운영하고 독서교육을 시도해 보려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주의할 사항은 도서관 행사나 독서교육이 특성화고의 성격에 맞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문계고에서 할 법한 소논문 쓰기, 독서 캠프 등은 운영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수서에 대하여
저는 수서할 때 두 가지 측면을 중점적으로 고려합니다. 첫 번째는 자격증 취득 및 회사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거의 모두가 취업을 합니다. 대학 진학은 소수입니다. 때문에 인문계에서 구비할 법한 진로, 진학 관련 책들은 별로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전공 관련 자격증 수험서가 필요합니다. 선생님들도 전공 관련 참고서, 수험서를 필요로 합니다. 또한 자격증 관련 책들은 해마다 갱신되니 이를 체크하여 수서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학생의 정서에 도움이 될 만한 책입니다. 소설책 등 인문 도서를 말합니다. 특성화고는 대부분의 수업이 전공 실습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인문 지식, 감성, 정서 함양의 빈틈을 도서관에서 메워 주면 좋을 것입니다. 특성화고에 근무하게 되었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조금도 없습니다. 인문계고와 마찬가지로 여러 선생님들이 있고 사랑스러운 학생들이 있는 곳입니다. 단지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과 학교에서 중시하는 바가 인문계와 다를 뿐입니다. 특성화고에 오시게 될 선생님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임정호 서울 유한공고 사서교사
임용을 준비하는 사서선생님들께
-공무직 경력이 있는 사서교사가 많이 듣는 질문들
저는 중학교에서 공무직으로 4년, 임용 합격 후 고등학교에서 사서교사로 2년 일하고 이제 3년차 사서교사가 되었습니다. 공무직 경력이 있는 사서교사다 보니, 비슷한 유형의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일 뿐 전체 공무직 혹은 사서교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니 너그럽게 읽어 주세요. 공무직 사서와 사서 교사, 뭐가 다르죠?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받을 때마다 대답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지금까지 제 경험을 정리해서 말하자면, ‘교육’활동 범위가 크게 차이 난다는 거예요. 사실 공무직으로 일할 때도 제가 근무한 학교는 여러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준 편이었어요. 그런데 사서교사로 있는 지금은 단순히 참여하는 게 아니라 제가 ‘교육’활동을 직접 만들어요. 계획하고, 예산 확보하고, 학생들과 활동하고, 평가한 후 생기부 작성까지. ‘평가’가 정말 큰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제가 고등학교에 근무해서 더 그런 걸 수도 있겠어요. 그리고 들을 수 있는 연수가 정말 많아져서 좋아요. 공무직일 땐 학교도서관 운영, 독서지도 위주로 연수를 듣고 그밖에 교수법, 교양 연수 등 교사 대상 연수는 대부분 들을 수 없었는데, 교사가 되고 나니까 연수의 질이 높아졌어요. 집합연수에 가서 다른 학교, 다양한 교과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는 것도 많아졌고요.일을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하는 게 좋을까요?
굳이 일을 그만두셔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학교에서 일하면서 배우게 되는 것도 많거든요. 우선 연수나 공문들을 통해서 요즘 교육청이 원하는(혹은 지역이 원하는) 교육 방향이 뭔지, 트렌드가 뭔지 알 수 있어요. 제가 했던 교육활동 사례를 면접 때 활용할 수도 있고, 학교 신규 선생님들께 임용 공부 팁도 받을 수 있어요. 저는 동료 선생님들이 면접을 도와주셨었어요. 물론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그 두 가지를 너무 별개로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권경진 서울 당곡고 사서교사
사서교사! 재미없는 직업? 좋은 직업?
올해로 사서교사가 된지 만 30년이 넘었습니다. 따져 보니 현재 우리나라에서 현직에 있는 사서교사 중 경력과 나이가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3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사서교사의 일은 능숙하지 못합니다. 독서교육의 방향이 어찌나 이리저리 키를 돌리는지 독서교육의 배가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사서교사! 참 재미없는 직업입니다. 학생들과 항상 엉켜 울고 웃지만 그 대상이 전교생인 까닭에 내 새끼는 한 명도 없습니다. 학생들을 6년이나 가르치는데 1년
가르친 6학년 담임에 비해 정말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존재입니다. 담임교사들은 현장체험학습이다 스키캠프다 하여 콧바람도 쐬는데 사서교사들은 200여 일을 책 먼지 나는 도서관에서 뱅글뱅글 돕니다. 점심 먹고 나간 운동장의 공기가 얼마나 싱그럽게 느껴지는지 다른 선생님들은 모를 겁니다. 책을 하도 날라 손가락, 손목, 팔꿈치가 아퍼 잠 못이루는 밤이 점점 많아집니다. 뜻이 있어도 승진이 안 되니 만년과장마냥 항상 열등감에 시달립니다.
반면 사서교사 참 좋은 직업입니다. 학생들이 모두 하교한 후 텅 빈 도서관은 나만의 넓은 서재가 됩니다. 그곳에서는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가장 넓은 공간에서 업무를 합니다. 전교생이 나를 다 압니다. 그
래서 교문 앞에서 등교지도라도 하게 되면 전교생에게 인사를 받아서 목이 뻣뻣해지기도 합니다. 승진을 할 필요가 없으니 엄한데 에너지를 쓰지 않고 도서관, 학생, 독서교육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이니 내 업무에 대해서는 항상 당당할 수있습니다. 책을 추천해 주면 사람들이 엄청 고마워합니다. 특히 학부모 독서토론회 회원들은 나의 팬이 되어 줍니다. 물론 절대 사생팬은 아닙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후회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무거운 책을 너무 번쩍번쩍 들었나 싶습니다. 좀 약한 척을 했어야 하는데… 아니면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열심히 하거나. 도서관에 있는 만큼 체육관에도 있어야 했습니다. 또한 항상 컨디션을 잘 조절했어야 했어요. 컨디션이 나쁘면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친절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업무가 남아도 컨디션이 나빠지면 그냥 두고 퇴근합니다.
그것도 사서교사의 특권입니다. 상담공부를 한 후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 교장들과 소통이 되기 시작하더니 학교생활이 즐거워졌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연구한 것을 모아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모든 사서선생님들이자신의 노하우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의미로 책을 내기를 바랍니다. 그동안의 노고가 결실을 맺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 글을 읽는 후배 분들이 사서교사가 참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은하 서울사대부초 사서교사
학생들과 책 이야기 할 때가 가장 즐거워요. 특히 추천해 준 책이 즐거웠다고, 책의 내용을 가지고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즐거웠어요. 그래서 여가시간에 책모임도 하고 즐겁게 읽었던 책을 학생들에게 소개해 줄 수 있도록 정리하게 되
는 것 같아요. 박장순 수원 연무중 사서교사
사서교사는 다른 어떤 교사보다 모서리가 없는 교사면 좋겠어요. 그리고 조금 힘들고 아쉽더라도 나라는 존재보다 내가 사서교사라는 존재로 보여진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힘들 때는 조금 더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여러 선배들의 조언을 들으며 자신의 길을 가꾸어나가다 보면 언젠가 나도 행복하고 사서교사도 행복한 날이 오겠죠? 그날을 위해 모두 파이팅해요. 박영혜 서울 청계초 사서교사
사서교사에게 기대하는 능력은 참 많기도 적기도 합니다. 스스로는 어떤 사서교사가 되고 싶은가요? 닮고 싶은 분을 떠올려 보세요. 저는 고등학교 때 은사님인 백발의 멋진 상담선생님처럼 멋진 할머니 사서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에요. 그땐진로선생님이 따로 계시지 않아서 친구와 함께 진학 자료를 찾아 상담실을 많이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참 친절하셨어요. 박하비 나주 금천중 사서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