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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우리나라 공교육에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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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8 20:21 조회 6,82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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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의아했다. 오랜 염원인 학교도서관진흥법은 의안 상정 때부터 사서교사의 배치와 자격에
대해 도서관계와 문헌정보학계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통과된 그 순간부터 개정돼야 한다는 주
장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에서 당분간은 소강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런데 돌연 사서교사를 의무 배치한다는 일부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어 다소 놀라웠다. 발의된 과정은 알지 못했으나 개정안의 주 골자는 바로 핵심 문제
인 사서교사 배치를 의무화하는 숙원이므로 어쨌든 반가운 것이 사실이고 체증과 갈증이 해
소되는 듯했다.

발의한 이찬열 국회의원 외 18명의 의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한 나라의 현재와 미
래를 고심할 책무를 맡은 국회의원으로서 “학생들을 어려서부터 책과 가깝게 해주고 다양한
책들을 만나게 해줘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를 이끌어가는 인재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것은 마땅한 일이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법안을 정비하는 일 역시 당연한 일이
기도 하다. 그러나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구석에 방치된 법안을 다시 다듬어 꽃을 피우겠
다는 의지를 접하는 순간 학교도서관에도 진정한 봄이 올 것인가 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

순간의 의아심과 기쁨을 가라앉히고 개정안과 첨부된 비용추계서를 꼼꼼히 읽어내려가면
서 학교도서관에 관심을 갖고 사서교사를 교육하는 입장에서 약간의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하
게 됐다. 이번 개정안의 의의와 함께 숙고해야 할 몇 가지 사항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학교도서관, 사서교사 문제 해결 없이는 한 걸음도 못 나아가
모든 학교에 학교도서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이를 설치한 교육부는 이제 이를 전담 운영할
사서교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교도서관은 본래의 교육적 가치를
발휘할 수 있고 학생들은 도서관의 효과를 향유할 수 있다. 현재 사서교사의 배치율은 6.5%에
불과하다.

교육 기회의 균등을 헌법에서 보장한다면 사서교사의 전면 배치로 학교도서관을 통
한 다양한 교육의 기회도 균등하게 보장해주어야 한다. 학교도서관은 2003년도부터 실시된
활성화사업으로 시설과 장서 등 외형적인 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다. 외국 어느 나라
와 비교해도 그다지 손색이 없을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이 수준에서 학교도서관이 학교교육
에 제대로 이바지할 수 있게 하려면 이 자원을 목표지향적으로 운용할 주체, 바로 사서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이제 사서교사 배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활성화사업에서 목표했던 도서관
활용수업 등 학교도서관의 본질적 기능이 한 걸음도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음을 모두가 아는
데, 책임져야 할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애써 외면하고 교육청은 고육지책으로 비정규직 인력
으로 땜질하고 있다.

지역의 교육청에 조직된 학교도서관발전위원회에 가면 일선의 교장들은 모두가 학교도서관
에는 사서교사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한다. 특히 학생들의 독서에 대해 관심이 많고
열성적인 운영으로 도서관의 효과를 경험한 교장이 더욱 강력하게 주장한다. 거의 하루도 빠
짐없이 언론에서 공교육의 중요성과 교육방법의 개선을 논하면서도 모든 학생에게 열린 교육
의 기회를 제공하여 공교육의 지름길이 될 수 있는 학교도서관의 활성화를 외면하는 것은 왜
인가?

각종 언론 매체에서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독서의 중요성을 주장하는데 그 인프라
가 되는 학교도서관에 대한 투자에 이다지도 인색한 것은 왜인가? 이제 우리 사회와 정부, 그
리고 교육자는 구호로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독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급속하게
변화하는 정보화사회에서 요구되는 정보활용능력을 키워주고, 다양한 학습의 기회를 균등하
게 제공함으로써 내실 있는 공교육을 활성화하겠다면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것을 기대하면서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 다음의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학교도서관 책임자가 ‘사서이자 교사여야’ 하는 까닭
첫째, 사서교사의 자격에 관한 문제이다. 이번 일부개정안은 제 12조 2항의 “… 사서교사 등을
둘 수 있다”를 “둔다”로 바꾸어 사서교사 배치를 임의조항에서 의무조항으로 바꾸는 것이 개
정의 핵심이다. 그러나 “사서교사 등”에는 현행법에서와 마찬가지로 사서교사, 실기교사, 그리
고 사서직원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사서교사의 자격에 대한 규정이 여전히 미흡한 채로 남
아 있다.

학교도서관의 책임을 맡는 사람은 사서여야 하며 동시에 교사여야 한다. 사서교사와
사서 자격의 학생을 함께 교육하는 교수의 입장에서는 도서관의 운영과 서비스만을 생각할
경우 그 자격 여부를 놓고 누구는 자격이 있고 누구는 없고를 논하기 어렵다. 그러나 학교도서
관에 사서교사를 배치해야 하는 이유에는 적어도 세 가지 측면이 고려되어야 한다.

하나는 학교공동체 내에서 교육적 차원의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과(일반)
교사와 동등하게 교사의 자격을 갖춘 사서교사가 필수적이다. 학교는 전문성이 강조되는 공동
체이고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려면 교과교사와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
문이다. 또 하나는 학교도서관은 교육시설이며 학교도서관의 운영과 서비스의 핵심은 교육에
있다.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하기 위해서는 교사로서의 교육지도권을 갖추는 것이 반드시 필요
하다.

마지막으로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자격은 사서교사로 법(도서관법)에 명시되어 있으
며 이 법은 1963년에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반세기 가까이 존재해왔다. 비록 현실이 여의치 못
하여 그동안 적법하게 이행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있는 법을 지키지 않고 변칙적으로 운영하
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이다. 법에 근거하여 대학에서 교육부가 인정
한 교과과정에 따라 유자격자를 교육해왔다. 학생들도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성실하게 교과과
정을 이수했다. 그런데 마치 그런 법 규정이 없는 듯이, 그리고 왜곡 운영되어온 것은 사실이지
만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처리하는 것은 그 법을 믿고 따른
모든 사람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학교도서관, 사서교사의 교육적 개입이 필요한 학습의 장
둘째, 학교도서관의 기능에 대한 편향된 인식의 문제이다. 학교도서관이 오랫동안 학생 도서
부원이나 학부모 자원봉사자 등 비전문적인 여러 인력에게 방임될 수 있었던 것은 학교도서관
의 역할을 오로지 책의 대출과 반납이라고 생각한 탓이다. 최근까지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이
원하는 책을 스스로 찾아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도서관의 가장 원초적이고 단순한 기능만을
수행했다. 물론 독서는 학교도서관이 학생에게 제공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
이다.

그러나 그것이 유일한 기능은 아니며 더욱이 학교도서관이 다른 어떤 기관에도 위임할
수 없는 고유한 기능은 아니다. 학생들의 독서만을 말하자면 학교도서관 외에도 가정, 공공도
서관이 함께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도서관이 미비한 형편에서 학생들의 독서 기능을
거의 학교도서관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학교도서관이 해야 할 가장 본질적
인 기능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것은 독서의 중요성을 폄하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독서는 매우 개인적인 행위이다. 책을 선택하고 읽는 행위, 그리고 읽은 내용을 독자 스스로
재구성하고 삶 속에서 적용하는 과정은 매우 개인적이다. 그러나 유아, 어린이, 학생의 경우 독
서는 학습이다. 읽기를 배우는 과정 전체가 학습과정이고 읽기를 이용하여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하는 과정 역시 학습이다. 이 학습이 발달단계에 따라 변화하는 독서흥미, 독서능력과 함
께 전개될 때 비로소 단순한 재미의 독서를 넘어 평생 동안 활용할 수 있는 정보활용능력으로
꽃피게 된다.

이 학습과정이 효과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서교사의 교육적 개입이 필요하
고, 도서관은 교과교사와 협력하는 교육학습의 장이 되어야 한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대부분의 교사가 현재는 학교도서관의 주 기능이 독서의 장이지만 향후 학습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사회 전체가 독서의 중요성과 독서능력이 사고력의 핵심이며, 독서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정
보활용능력이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 능력이라고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천할 인프라에 대해서는 냉담하고 결과적으로 공적 제도가 아니라 사적 영역에서 충당하도
록 방기하는 현상은 시정되어야 마땅하다.

5년간 1조원 넘게 들이부어 다 끝낸다? 과연 가능할까?
셋째, 사서교사 수급과 비용의 문제이다. 일부개정법률안에 첨부된 비용추계서를 보면 2012
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사서교사를 의무배치할 경우 총 1조2,669억원이 소요된다고 계산
했다. 어마어마한 액수에 놀란 입을 다물 수 없다. 5년 이내에 투자돼야 하는 이 엄청난 비용을
듣고 정부나 국회의원들이 개정안에 관심을 가져주기나 할까 걱정도 된다. 비용추계서의 계산
에 따르면 5년간 충원돼야 할 사서교사 수는 총 9,097명인데 현재 학교도서관에 배치된 사서
교사, 정규·비정규 사서직원 5,150명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으로 하고 충원 목표인원이 3,947
명이라고 했다.

이들을 5년에 걸쳐 매년 789명 정도씩 신규로 채용하고 4,391명의 비정규 사서
직원은 1,098명씩 매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매우 어려운 두 가지 문제가 놓
여 있다. 신규 사서교사의 수급과 비정규직 사서의 정규직화 문제이다.

현재 대학에서 사서교사를 양성하도록 허용된 인원은 학부 기준으로 학과 정원의 10%이다.
대부분 문헌정보학과 정원이 40~50명 정도이니 4~5명에 불과하고 30여 개의 학과에서 양성
할 수 있는 총 인원은 기껏해야 150명을 넘지 않는다. 학부의 복수전공 학생과 교육대학원 수
료자를 감안할 수 있으나 이들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250~300명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
론 교직 이수 학생 비율을 2006년도 또는 그 이전 수준으로 환원시켜 학과 정원의 30% 또는
50%로 늘일 수도 있을 것이며, 아니면 누구든지 원하는 학생 전원이 교직을 이수하도록 허용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직 이수자 전원을 무시험으로 임용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
적정 경쟁률의 임용시험에 합격한 자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정원의 3~5배의 자격자를
양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론적으로 5년의 기한 내에 필요한 사서교사를 충원하는 것은 현
재의 대학교육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수급 가능한 사서교사 인원과 필요한 비용을 생
각하면 시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계획하는 것이 마땅하다.

수혜자인 학생을 생각하면 모든 학교도서관에 가능한 한 신속하게 배치하여 학습권의 기회
균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볼 수 있으나 이제까지 교사 총 정원제 하에서 교과교사에 밀려 배치
가 미뤄져 왔는데 지금 단기간 내에 무리하게 해결하는 것만이 최상은 아닐 것이다. 사서교사
배치가 의무화되기만 한다면 오히려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간
을 좀 더 길게 잡으면 비용 문제도 보다 설득하기 쉬워진다. 비용추계서 계산에는 2012년에 충
원을 위해 723억원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만일 300명 정도만 신규 채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다면 약 137억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고, 이후 매년 그 정도로 지출액을 늘여가는 것이 법안
통과를 위해서도 오히려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규·비정규직 사서의 거취 문제도 보
다 신중하게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도서관 담당자가 사서교사여야 한다는 것
은 앞에서 이미 말했거니와 현재 학교도서관을 담당하고 있는 정규·비정규의 사서직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학교라는 전문직 공동체에서 구성원 간의 바람직한 협력이 이루어지
고 그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기 위해서는 대등한 자격이 필요하다. 경과조치 기간을 두어 임용
시험, 교직 연수, 교육대학원 수료 등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어 사서교사 배치가 법적으로 효력을 갖게 될 경우, 학교도서관이라는 교
육-학습 센터에서 사서교사의 교육적 역할이 어떻게 수행되어야 할지 더욱 무거운 책임으로
다가올 것이다. 미국의 수많은 연구에서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으며, 학업성취도에 대한 영향력이 입증된 몇 안 되는 요인 중 하나
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까지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학교도서관을 책 읽는
곳으로만 인식할 뿐 교육과 학습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인식이 충분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서교사를 양성하는 교수의 입장에서는 학교도서관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학습 능력과 바람직한 인격을 함양할 수 있으려면 사서교사
는 어떤 전문지식과 역량을 갖추어야 하며, 그것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대학에서는 어떻게 교
육해야 할 것인가를 이제까지보다 더욱 심도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즐거운 고민이
다. 아무쪼록 깊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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