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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학교에서 독서교육을 방해하는 것들 - 책 이 중요하다고 말 들은 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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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5 21:34 조회 8,92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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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했다가 맞아죽을 뻔했어요.”
장학사가 한 말이다. 독서교육에 대해 강의해달라고 해서 어느 시 교육청에 갔다가, 강의를 마치고 같이 자리한 교육청 사람들과 저녁을 먹는데 이 말을 들었다. 자신이 담당하는 학교에 장학지도를 나가서 잘해보자고 선생님들에게 허심탄회하게 애로사항을 말해보라고 했다가 감당이 안 되었다고 한다. 선생님들이 쏟아내는 불만 앞에서 그 장학사는 수업을 제대로 해보자고 준비해간 내용을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고 했다. 옆에 있는 다른 동료 장학사가 농담으로 “나는 절대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안 하지, 요즘 같은 때 그런 말했다간 큰일나요.” 하고 웃으며 말을 받았다.
나는 이 대화를 들으며 장학사들도 다 아는구나 싶었다.

경쟁 시키시오
사람을 더불안하게 하는 일제고사
책 읽기가 장기적으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줄은 다 안다. 하지만 입시 성적을 금방 올리고 싶어서 눈에 곧바로 보이는 성과를 얻기 위해 학교에서 ‘문제집 풀이’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독서가 기본 능력을 성장시켜서 입시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불안하다. 교사조차 독서교육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문제집 풀이 수업이 다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교사들은 대부분 안다. 문제집 풀이 수업을 하는 교사들도 사실 문제집을 믿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속마음은 되는 사람만 된다고 여기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문제집을 푼다. 교사에게 문제집은 익숙하지만, 그 이외의 수업은 제대로 경험하지 못해서 불안하기 때문이다.

입시교육이 완전히 내면화된 일부 교사들을 빼고는 입시수업을 하는 교사들도 대체로 이 정도 생각은 한다. “나도 입시수업을 하는 내 모습이 마땅치 않다. 문제집 풀이가 모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줄은 다 안다. 단지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서 문제풀이를 할 뿐이다.”

입시 문제풀이 교육이 우리 교육의 암세포와 같은 문제인데, 안타깝게도 지금 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일제고사를 계속 시행해서 입시교육 분위기를 더욱 강화시켰다. 그 결과, 지금 학교에서는 당장 눈앞에서 성적을 바로 올리라는 압력이 무척 세졌다. 교과부 공식 표현으로는 ‘학력평가’라고 하는 이 시험 성적에 따라, 어느 시도 교육청에서는 교장들 인사평가를 하고, 어느 지역에서는 교사들 성과급을 주는 자료로도 쓴다. 시험을 보고 나서 성적이 나오면 일부 신문에서 자극적으로 어느 지역이 몇 등인지를 밝혀서 모두들 불안감에 젖게 한다.

이 경쟁의 분위기는 지난 10년간 학교에서 나름대로 뿌리내려온 ‘아침독서’를 크게 위협했다. 아침에 학교에 와서 가만히 10~20분 정도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시도를 하던 학교들 가운데 상당수가 입시 관련 방송을 하든지 아니면 어느 사이에 0교시를 다시 하면서 문제집 풀이 수업을 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우리 학생들이 입시 문제집 사는 데 쓰는 돈의 절반만 교양도서를 사서 읽는다면 대한민국 교육은 당장 수준이 높아지겠지만, 그나마 많지 않던 독서 분위기마저 일제고사의 영향으로 위축되었다. 교과부는 일제고사를 시행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 독서교육을 해보려고 시도●하지만 먼저 만들어둔 학력평가의 점수경쟁 분위기 때문에 잘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경계할 것은, 학력경쟁 분위기가 극심화된 상황을 탓하면서 그냥 그 현실에 묻어가는 태도다. 입시경쟁이 심해졌지만, 똑같은 현실 상황에서 가치 있는 독서교육을 성공리에 하는 교사들이 있다. 현실 여건에 대해 비판하는 일은 자칫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잊게 만들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좋은 교육을 하고 있을 때, 학교도 어느 순간 다시 좋은 쪽으로 가리라고 본다.

쉬고 싶을 뿐
교사를 너무 바쁘게 하는 방과후학교
방과후학교는 정규수업이 끝난 뒤에 하는 보충수업이다. 교과부에서는 사교육을 억제하고 학교에서 학생들 공부를 책임지기 위해 방과후학교를 강조한다. 겉으로 보면 좋아 보이는데, 이 정책이 독서교육을 잘 안 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얼마 전부터 교과부는 학교마다 학생의 방과후학교 수강신청 비율을 학교평가에 반영한다. 그러자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반강제로 보충수업에 참여시키는 경향이 강해졌다. 교사들은 정규수업 이외에 수업을 예전보다 더 많이 하게 되었는데, 그 결과 돈은 많이 벌고 시간은 줄어들었다.

● 이명박 정부의 독서교육 정책에 대해 평가한 글로 다음 자료가 있다. 송승훈, ‘정부 정책을 통해 본 독서 교육의 진단과 방향’, <우리말교육현장연구>, 2010년 제4집 1회. http://wintertree91.blog.me/10089691779

방과후학교는 보통 문제집 풀이 수업으로 많이 하는데, 교사용 문제집에는 해설이 그대로 다 적혀 있어서 수업이 참 쉽다. 교사용 문제집을 들고 들어가서 그대로 읽어주기만 해도 그럭저럭 수업이 될 정도이다. 이런 수업을 많이 할수록, 교사들은 ‘지성’의 성격이 약해진다. 그 대신에 입시업체에서 만들어준 ‘지식’을 학생들에게 단지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자에 조금씩 더 가까워진다.

정규수업 이외에 방과후학교 수업을 일주일에 몇 시간씩 더 하면서 지친 교사들은 다른 가치 있는 일을 하려는 마음이 덜 생기게 되는 문제도 일어났다. 자기실현이 되지 않는 일을 과로 수준으로 시킬 때 사람에게 나타나는 반응은 ‘단지 쉬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 학교는 방과후학교의 과도한 실행으로 많은 교사들이 쉬고 싶어 하는 분위기다.
물론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뜻있는 교육을 펼치는 소신 있고 열정 있고 능력 있는 교사들이 있다. 이 부류에 속하는 교사들은 교육 여건과 상관없이 늘 멋지게 가르친다. 그러나 환경이 나빠지면, 이 열의 있는 교사들이 학교에서 동참자들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고 외로워진다.

냉정하게 따져서, 방과후학교는 현재 대한민국 교육을 깊어지게 하지 못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방과후학교를 하느라 교사들이 지쳐서 정규수업을 깊고 풍부하게 하려는 의욕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 곳에서 “나도 보충수업을 하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책 읽히고 대화하는 제대로 된 활동수업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공부하는 모임들도 방과후학교 때문에 영향을 받는다. 저녁 먹고 나서 하는 보충수업 때문에 모임에 나오기 힘들어하는 교사들이 생겨서 모임 운영에 지장이 생기는 것이다.

방과후수업 몇 시간을 더 한다고 해서 학교교육이 나아질까? 그렇지 않다. 학교교육이 나아지려면 정규수업이 깊이 있게 되어야 한다. 정규수업 시간이 풍성해져야 공교육에 희망이 생긴다. 그런데도 방과후학교 몇 시간을 더 늘리려는 시도가 여전한 이유는 수업의 양을 늘리는 시도가 수업의 질을 깊게 하기보다 더 쉬운 까닭이다.

방과후학교는 교사들이 원할 때만 하는 쪽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교사가 원하지 않으면 강사를 채용해서 수업을 하게 하는 편이 낫다. 방과후학교를 몇 시간 더 하라고 교사를 압박하기보다는 이미 정해진, 그리고 방과후학교보다 훨씬 더 많은 정규수업 시간을 제대로 풍부하게 하라고 교사에게 요구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소탐대실
독서교육을 방해하는 서술형평가
언론에는 화려하게 소개되는 ‘서술형평가’ 확대도 독서교육에는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하면 학교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의아해하겠다. 진보교육감으로 유명한 경기도교육청의 김상곤 교육감이 인터뷰한 내용●을 보아도 서술형평가에 우호적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학교에서는 그렇지 않다. 서술형평가 때문에 독서교육을 못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교사들을 나는 여러 사람 만났다.

교육당국은 지난 십년 동안 수업 개혁정책으로 ‘수행평가’ 내실화에 노력해왔다. 수행평가는 활동을 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평가받는 방식이다. 수행평가가 전면적으로 실시되자, 그 수행평가를 활용해서 책 읽고 글 쓰고 이야기하는 수업을 하는 교사들이 생겨났다. 수행평가를 해야 하는데, 기왕 할 바에는 이것을 활용해서 제대로 잘해보자는 분위기가 학교현장에 있었다.

그런데 일부 지역에서 서술형평가가 의무로 시행하면서, 수행평가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사항처럼 퇴행하는 현상이 생겼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에서는 같은 교과를 두 사람 이상의 교사가 가르칠 때 평가를 통합해서 해야 한다. 그래서 그 학년을 가르치는 교사들 모두가 마음이 맞아야 새로운 수업을 할 수 있다. 서술형평가는 지필시험과 같이 보기에 채점 기간이 짧아 일이 급하다. 그리고 학생들의 반응이 좀 더 날카롭고 예민하다. 수행평가는 과정 중심 평가이기에 대체 과제를 내주거나 보완 요구를 해서 학생이 자신의 점수를 다시 보완할 수 있지만, 서술형평가는 한 번 쓴 답안으로 끝나기에 그렇다.

서술형평가를 반드시 해야 하는 지역에서는, 그동안 열의 있는 교사들이 동료를 설득해서 수업 시간에 책을 읽히고 글 쓰고 하는 협력 체제가 흔들리고 깨지는 일이 생겼다. 같은 학년을 가르치는 동료교사 중 한 사람이 서술형 시험 채점 부담 때문에 수행평가로 독서활동을 하는 게 힘들다고 말하면 그 독서수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 있는 사람은 거의 다 안다. 서술형 문제는 채점시비가 두려워서 거의 다 겉모습만 서술형이고 실제 내용은 정답이 고정되어 있는 단답형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서술형평가 확대는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는 정책이다. 고작해야 답안지에 서너 줄 쓰는 서술형평가보다, 교사에 따라 그 내용이 다채롭게 구현되는 수행평가가 훨씬 더 높은 수준이고 가능성 있는 평가 체제인데도 이런 일이 생겼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서술형평가 또는 수형평가 두 가지 가운데 어느 한 가지를 하면 된다고 교육청이 지침을 내면 된다. 그러나 교육청 행정이 학교현장과 소통하는 정도가 낮아 이 간단한 내용이 시행되지 못해서 퇴행을 부른다.

● 김상곤,박복선,정용주, ‘혁신학교는 학교를 혁신할 수 있을 것인가 - 진보 교육감 2년, 교육 현장의 변화를 말하다’, 교육공동체벗, <오늘의 교육>, 2011년 3~4월호.

하고 싶게 하라
교사가 지치지 않는 독서교육
신문과 방송에서 떠들썩하게 학교별 시험 성적 등수를 매겨두고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등수놀이를 할 때, 학교에서는 장기적으로 학생에게 이익이 되는 교육이 후퇴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사교육을 줄이고 학교에서 다 책임지겠다며 방과후학교를 강하게 하자, 오히려 학교 수업의 질이 높아지지 못하고 문제집 풀이로 퇴행하고 말았다. 얼핏 보면 좋아 보이는 서술형평가 확대 때문에, 서술형평가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이루어지던 교육활동들이 위축되는 일이 생겼다. 이것이 기존의 독서교육 방해요소들 말고 최근 학교에서 새롭게 생겨난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서 학교에서 독서교육을 하려면, 교사가 지치지 않으면서 하는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훌륭한 것이 잘 안 되는 환경에서 자꾸 훌륭한 교육만 이야기하면 사람들 손을 잡을 수 없다. 훌륭한 교육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쉽게 보통 사람들이 참여할 만한 방법을 만들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알아서 시도하고 싶게 해야 한다.

나는 그 방법 가운데 하나로, 주당 수업시수가 3시간 이상 되는 과목에서 1주에 1시간씩 그 교과와 관련된 책을 1년 내내 그냥 읽는 방법을 제안한다. 실제로 해보면 쉽고 의외로 학생들의 호응 또한 높다. 여러 번 해본 경험으로 성공 비결을 정리하면, 교사가 읽을 만한 책을 10권 이상 제시하고 학생이 자기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게 해야만 잘된다. 요즘 학생은 자기가 선택하지 않는 책을 잘 읽지 않는다.

무엇보다 교사들이 독서를 경험하는 기회를 자꾸 만들어야 한다. 문제집 풀이수업을 하면서 이게 아닌데 싶은 교사들이 새로운 교육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낯설어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 자신들도 문제집 풀이 수업을 하며 교사가 되었기에 문제집이 편안하다. 그러기에 말로만 책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통하고, 몸으로 직접 독서를 경험하게 하는 기획이 필요하다. 경기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에서 하는 10~15명 정원에 강사 1명이 함께해서 2주에 1권씩 책을 읽고 토론하는 소모임 독서토론 실기 연수가 참고해볼 만한 사례이다.

<학교도서관저널>에서 독서교육 모임들에 대한 취재기사를 연재해서 바람을 일으켜보는 것은 어떨까. 울산과 포항에 있는 ‘독도랑 놀자’, 전남 광주에 있는 ‘상캐’,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지속가능한 독서교육모임 물꼬방’,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과 같이 성과를 내는 모임부터, 조용히 세상 한쪽에서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작은 교사독서모임들에 대한 이야기를 제공해서 ‘우리도 한번 모여서 책 읽고 얘기하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면 좋겠다.

지금 학교에서 책을 읽히는 문화를 일으키고 싶다면, 독서교육이 중요하다고 동의를 얻는 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학교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누구도 그 말에 반대하지 않고, 모두들 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면서 일부만 책을 학생들과 함께 읽는다. 그래서 나는 몸으로 경험하는 실천을 조금씩 더 노력해서 만들어내자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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