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청소년 진로, 꿈에 대해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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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1 13:47 조회 23,448회 댓글 0건본문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고 가는 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
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면 또한 얼마나 행복할까? 우리는 삶에 있어 보다 많은 행복
한 날을 꿈꾼다. 그 행복한 날을 위해 우리는 지금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자 애쓰
고 있는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나의 인생을 뒤돌아보았을 때 내가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였던
가? 내가 진정 원했던 일을 찾았을 때 그리고 그 일을 하게 되었을 때이다.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을 즐겨했고,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의 걱정 반 부러움 반의 시선 속에
서도 책을 놓지 않았으며, 대학 면접 때 교수님이 왜 도서관학과를 선택했냐고 물으
셨을 때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대답이 평생 책 속에 파묻혀 살고 싶어서라고 했던 기
억이 떠오른다. 이 말이 씨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난 지금 책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
아침에 도서관을 열었을 때 밤새 고여 있던 책 냄새가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게 해
준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다.
지금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 잘하
는 일을 찾고자 새벽같이 이른 등교도, 다시 새벽을 앞둔 늦은 귀가도 마다하지 않고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리라.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때로 그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자신이 꿈꾼 대로, 정해놨던 대로 살아질 수 없다 해도 때로는 남이
가보지 않은 길, 생각지 않았던 길에서도 보물을 발견하는 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그
보물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지금의 노력이었음을 곧 알게 될 것이다.
본 설문은 지금 한창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선
택에 대한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되었다.
전체 832명의 학생 중에 진로는 결정한 학생은 562명(1학년 281명, 2학년 281명)으
로 전체의 67.5%였고,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학생은 270명(1학년 131명, 22학년
139명)으로 전체의 32.5% 였다. 생각보다는 많은 학생들이 이미 자신의 진로를 결정
하고 있었다. 또한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무려 70%의 학생이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전 부모 세대보다 좋은 생활환경과 다양한 매체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진로 결정시
기도 빠르고, 자신이 정한 진로에 대해 정보를 많이 얻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막연
히 무엇을 하고 싶다가 아니라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느 강연회에서 들은 얘기인데 이전 부모 세대는 공부를 해야만 하는 것(Must)
으로 알고 했다면, 요즘 아이들은 공부를 왜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동기(Motive)가 없으
면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공부’(67%)를 꼽은 것을 보면 이 학생들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
(Motive)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경험이 필요하다’는 학생은 27%의 응답률을
보였다.
실제로는 가장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나 생각대로 되지 않는 학업을 반영하듯이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면 그 이유는?’에 ‘성적’이라고 대답한
학생이 63%로 가장 높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도, 그리고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
도 모두 성적(학업, 공부)인 것이다. 치솟는 대학 등록금을 우려해 보기에 넣은 ‘경제
적 이유’는 10%에도 미치지 않는 응답률이 나왔다. 이는 우리사회의 학력지상주의의
단면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한다. 기타 답변으로는 능력 부족, 노력 미흡, 부모님 반대,
야간 자율학습 등이 있었다.
거의 인문계 학생들의 설문이기는 하지만 ‘진로 방향’도 ‘대학진학’이 84%를 차지
하는 것을 보면 이미 우리 사회는 대학 졸업이 고학력이 아닌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실
감하게 한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기 위한 실전 경험이나 경제적 상황보다는 대
학진학이 우선임을 보여준다. 가끔 도전 골든 벨이나 장학퀴즈와 같은 TV프로그램에
나오는 고등학생에게 자신의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하면 80%이상의 학생들이 좋
은 대학에 가는 것이라는 대답을 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결과임을 알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진로가 자신의 꿈과 일치하는가?’ 라는 응답에 84%의 학생이 긍정
적인 대답을 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대학진학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단계
로 생각함을 알 수 있다. 성적에 대한 고민과 대학진학이란 눈앞에 닥친 일이고 그것
을 한 단계 딛고 성장해 자신의 꿈을 이룬 후 행복의 문을 열 수 있는 꿈과 미래가 있다
고 믿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성적에 비관하는 학생들을 위한 여러 제도적 길을
열어 놔 대학진학이 학생들의 지상목표가 되지 않아도 누구나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바라는 것은 단지 희망일 뿐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진로를 결정한 시기’를 보면 중, 고등학교 때가 1학년 95%, 2학년 92%로 나타났다.
특히 2학년의 경우에는 73%의 학생이 고등학교 때 진로를 정했다고 했다.
‘진로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본인이 63%, 부모 21%이고, 교사는
7%로 기타 9%에도 못 미치는 응답을 보였다. 본인이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책이나 인
터넷 등 각종 매체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진로를 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
의 진로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이 교사가 진로 결정에 아주 미미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기타 답변으로 형제, 친구, 현직 종사자, 지
인 등이 있었다.
더구나 ‘지금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것이 진로나 꿈을 결정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라는 문항에서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라는 응
답이 40% 정도이고, ‘아주 많이 도움이 된다’, ‘많이 도움이 된다’ 라는 항목은 14% 정
도밖에 나오지 않아 학교 현장의 진로 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대다수
학생들의 진로가 대학진학이고, 대학진학의 전형방법은 날로 다양해지고 있는데 학
교 현장에서 진로교육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면 학생들은 어떤 방법으로 정보를
입수하고 진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것일까? 고등학교에서의 진로교육 현황을 보면
따로 진로교육 시간을 마련하지 않고 담임교사와의 비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학생의
진로에 대한 파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것도 1, 2학년 때는 진로에
대한 상담이 크게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도 못한 실정이다. 고 3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진로보다는 진학에 초점을 둔 상담이 이루어진다. 이때는 이미 많은 학생들이 성적으
로 좌절한 상태이다 보니 자신이 생각해 두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를 해두지 않
았을 경우 쉽게 진로를 바꿔 버리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1학년 학생들부터 체계적인
진로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입학사정관제를 비롯한 각종 우수자, 특기자
전형, 우선선발 전형, 논술, 적성검사, 구술, 심층 면접 등 학생들이 진로에 대해 알아
야 할 것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준비하도록 지도하고, 고 3이 되어서는 하나의 포
트폴리오로 작성될 수 있도록 꾸준한 진로교육이 요구된다.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을 때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몰라서라는 대답(53%)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서라는 응답(28%)보다 높
게 나타났다. 이는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보다는 적성이나 능력을 더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타 답변으로는 성적, 진로 지식 부족, 부모님 반대, 실현 가능성, 둘 다 등
이 있었다.
또한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학생은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에 비해 자신의 진로
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답변이 77%로 높았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서도 체계적인 진
로교육은 꼭 필요하다. 누구나 자신의 밝은 미래를 꿈꿀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은 넓고 아이들은 때로 상상하지 못했던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능력을 발
굴해주고 키워주는 것이야 말로 미래의 희망을 가르치는 교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진로교육이 절실한학교 현장
이상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학생들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자신의 진로나 미래에 대
한 결정이 많이 되어 있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도 잘 알고 있었
다. 이런 주체적인 학생들에게 오히려 학교 현장이 뒤처진 진로교육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 일부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기에 어느 정도의 객
관성을 보장할 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이라면 위 설문 내용에 어
느 정도는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리라 생각한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알
고 있는 학생들에게 그것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려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
이 알려주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 직업의 유형이 한정되어 있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이를 극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보여주는 진로
관련 도서를 안내해주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무조건 진로를 빨리 결정하는 것이 좋은 것도 아니며,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
다고 해서 늦은 것도 아니다. 천천히 책도 읽고, 공부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길
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이 우연히 찾아진 길이 아님을 걷다보면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