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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 식 을 넘 어 지혜를 안기는 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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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3 23:28 조회 8,40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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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만화, 지식・정보 도서에 잠식된 독서 현실
조월례 안녕하세요? 멀리서 가까이서 오늘 방담에 참여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학교도서관저널 역할이 아무래도 학교도서관에 좋은 책이 놓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라고 봅니다. 아무래도 학교도서관의 바람직한 모습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점
은 장서에 있다고 하겠지요. 선생님들께서는 아무래도 아이들이 학교도서관저널 추천위원회가
추천하는 책들을 많이 보기를 원할 텐데 요즘 아이들은 어떤 책을 주로 많이 읽을까요?

이동림 요즘 아이들이 많이 보는 책은 만화책이에요. 요즘 TV에서 뜨는 프로그램이나 게임과 관련된
만화책 등을 많이 읽어요. 여전히 지식 위주의 만화책을 많이 읽어요. 저희 교실에는 그림책이 400여
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만화책을 가져와서 읽어요.

조월례 대부분의 학교의 현실이 이동림 선생님 학교 상황과 비슷한가요? 배수진 저희 학교는 중학교라
조금 다를지 모르겠지만, 제가 매달 수서를 해서 매달 새 책을 사요. 예전에는 학생들이 국어 시간에
독서를 하러 도서관에 와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책을 고르지 못했었어요. 최근에는 학교도서관저널과
같이 책을 소개하는 책이 있어, 이런 책을 다른 선생님들에게 권하거나, 추천 도서 정보를 학생들에게
읽어줬더니 학생들이 다른 책들에 관심을 보이고, 만화책을 읽는 게 조금 주춤해졌어요.
추천 도서를 읽고 반납한 학생들에게 읽은 책에 대해서 물어 보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요. 그럴 때마다
정말 좋은 책을 잘 추천해야겠구나 생각이 들어요.

김경숙 배수진 선생님과 같은 학교 상황은 드물 거예요. 교실에 많은 책을 배치하고, 읽도록
격려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매달 수서하는 건 정말 필요해요. 도서관에 가보면 신간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의 도서관이 1년에 책을 한 번만 사요. 많이 사봐야 두 번 사는
것이죠. 그래서 도서관이 제 역할을 못하는 거예요. 선생님들이 바빠도 새 책을 매월 사면
좋겠어요.

배수진 매달 책을 사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수서도 해야 되고, 분류도 해야 하고, 수거도 해
야 하고 정말 바빠요. 도서부 아이들도 라벨을 붙이고, 도장도 찍어야 해서 바빠요. 하지만
신간 도서 코너를 따로 두고 매월 책을 들여오니까, 학생들이 도서관을 더욱 많이 찾아요.
조월례 지식 정보 책이 출판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이는 2000년
대 들어서면서 정부가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강조하면서 나타난 현상이고, 입시에 성공해
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만들어낸 현상일 수도 있어요. 이런 현상을 정부가 앞장서고, 학부
모나 학교의 교육이 뒷받침하면서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
하고, 그것을 비껴가면 마치 낙오자가 되는 듯한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죠. 이런 흐름에
서 학생들의 정서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김혜원 저는 평소에 아이들보다 학부모들을 많이 만나는데, 학부모들은 단연코 지식 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요. 학부모들이 동화를 읽기 시작하면 동화마니아가 되는 경향이 많은
데, 아이들에게 좋게 읽은 책을 선뜻 권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학부모가 읽고 싶은 책과 아
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 다른 경우가 많아요. 물론 제가 만나는 학부모들만의 특성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 정권이 들어오고 나서부터 초등학교 학부모의 긴장감은 예전보다
더 심해졌어요. 그래서 점점 더 지식 관련 책을 원하는 것 같아요. 아무리 동화, 창작동화가
좋다고 해도 아이들에게는 지식 관련 책을 우선적으로 읽히려고 해요. 학부모들이 제일 고
민하는 것 중에 하나가 아이들에게 학습 만화책을 읽히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에요. 안 읽
히면 지식이 부족해질 거 같고, 읽히면 아이는 계속 그 책만 읽고 권수도 많고요. 실제로 책
시장에서는 이미 학습 만화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책에 대
해서 정말 좋은 정보와 지식을 전해주는 지에 대해서 제대로 살펴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
어요.

박영민 학교에 공공기관의 홍보 책자가 많이 오는데, 열이면 아홉은 다 만화에요. 공공기관
에서도 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건 무조건 만화로 해요. 학교에도 좋은 학습 만화책만 갖다
놓기는 하지만, 학생들이 만화책만 읽으려 하니 속이 상해요. 학부모들은 저런 거라도 읽
으니 다행이라고 말해요. 얼마 전에 게임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지식 정보 만화책을 낸
출판사 관계자가 책을 기증하려 하는데 배치해줄 수 있겠냐 해서 받아봤는데 내용이 좋다
고 할 수는 없었어요. 그런데도 아이들이 많이 보더라고요. 아무래도 친숙한 게임 캐릭터
가 나와서 그런가보다 생각했어요. 이와 유사한 책이 시리즈로 기획되고 있어서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주한경 제가 어릴 때 학습만화를 재밌게 봤고,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분명 만화 자체라서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요즘에 나오는 지식 정보 책 및 학습만화에 대해서 무엇이 안 좋은지를
뚜렷하게 짚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조월례 최근에 나오고 있는 지식 정보 및 학습만화가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너무 가볍고 경박하게 다뤄요. 어떤 책은 지나치게 선정적이기까지 해요. 아이들은
문학이나 예술, 역사 등을 다룬 책을 통해 자신이 속한 사회를 이해하고, 우리 삶에 대한 이해
가 아이들의 정신을 성장시키는 기초가 되어야 해요. 어린이 책의 한 분야로서 만화도 그 자체가
갖고 있는 예술성으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아이들은 지식 정보 책이나 학습만화를 편향적으로 읽음으로 사고가 분절되고, 가벼운 지식에
경도 되게 되죠. 만화가 갖고 있는 예술성은 배제된 만화로 인해 아이들의 균형 있는 사고와 정서 발달을
해칠까봐 우려돼요.



이동림 만화 중에는 깊이 있는 만화도 있지만, 아이들은 잘 보지 않아요. 아이들이 만화를
보는 이유는 가볍고 편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출판사도 만화를 만들때는 굉장히 웃기게
만들려고 해요. 그러다보니 만화의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태도가 우스워지고, 내용이
경박해지는 것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이 그런 책들 위주로 읽다보면, 태도가 불량해지고,
예의가 없어지게 될 수도 있어요.

김경숙 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은 아주 감각적인 부분에 매료되게 마련이죠. 아이들은
그런 부분들에 반응을 하는데, 그런 반응에 선생님이나 어른들이 더 반응을 해주는 거예요.
선생님들은 학부모들이 지식 정보 및 학습만화라도 보게 해서 도서관에 오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하는데, 그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봐요.

배수진 전에 있던 학교의 경우 도서관에 학습만화가 굉장히 많았어요. 그것을 조금씩 빼고, 요리나
인형 만들기 등 실용 서적들을 놓았더니 아이들이 그쪽으로 몰렸어요. 아이들이 재미를 찾기 때문에
만화를 보는 거라기보다는 뭔가 읽을거리를 찾고 싶기는 한데,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만화고 또 만화가 교
실이나 도서관에 있어서 읽는 것 같아요. 또한 요즘 어머니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혀야 할지 모르는 와중에 홈쇼핑에서 만화시리즈가 학생들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광고하니까 저거라도 읽히자 하고 사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학부모들
은 그런 시리즈가 여러 분야를 다루고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지,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고
확인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이동림 만화에서 글로 가기 중간 단계가 그림책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학교는 그림책을 공
부하는 선생님이 몇 명 있어서 5, 6학년도 그림책을 많이 읽어요. 아이들이 눈치 못 챌 만큼
만화책을 빼고 있는데, 그래도 ‘검정고무신 시리즈’나 ‘짱뚱이 시리즈’ 같은 좋은 만화책
은 놔두고 있어요.

조월례 이동림 선생님처럼 학년에 관련 없이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아이
들은 선생님이 읽어주는 책에 관심을 갖게 되고 독서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할 수 있다고
봐요. 즉 선생님 역할이 아주 중요한 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지식 정보사회를
강조하면서 지식·정보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것을 마냥 외면할 수 없다면
권장해야 할 지식 정보 책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박영민 수학, 과학은 아이들이 워낙 어려워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야기처럼 쉽게 풀어낸 책
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지식동화처럼 문학적인 요소를 갖춰서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읽으
면서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끼면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책이 다양하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최근에 ‘Go Go 지식박물관’ 시리즈를 사서 도서관에 배치했어요. 처음에 낱권으
로 사서 놓았을 때는 아이들이 관심을 갖지 않더니, 한 군데 모아 놓으니까 꽤 인기가 있더라고요.
하나를 보면 재미있으니까 옆에 것 보고 또 보고 그렇더라고요.

염광미 학교도서관저널도 있지만, 주위에 좋은 책을 권장하는 단체가 많아요. 지식 정보 관련 책도
분야별로 추천 도서 목록을 제시해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조월례 많은 사람들이 지식, 정보 관련 책에 관심을 보이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서관이 이러한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교사가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도서관 장서의 방향이나
질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도서관을 맡고 있는 사서, 사서 선생님들께서 문학도서와 비문학
도서의 균형을 맞추는 것, 특히 우리나라 작가들이 쓰고 그린 문학책, 그림책들이 우선하여 놓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균형 잡힌 독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2010년 어린이책 분야별 특징
조월례 학교도서관저널은 어린이 5개 분과 청소년 4개 분과가 활동하고 있어요. 달마다 책
을 선정하면서 여러 현상들을 만났으리라고 봅니다. 여러 가지 상황상 학교도서관저널에
는 추천하는 책만 소개하고 있지만 책에서 다 하지 못한 각 분야별 특징을 살펴보았으면
해요. 먼저 그림책을 살펴볼까요?

이동림 2010년 그림책은 외국 책이 많이 쏟아져 나왔는데, 영미 중심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그림책이 두루 번역되어 출판됐어요. 물론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출판됐어요. 그
리고 정보그림책, 옛이야기 그림책 등이 강세를 보였어요. 아이들의 감정을 담은 그림책도
많아졌고요. 그림책이 양적으로는 증가했지만 수준에 못 미치는 책이 많아서 아쉬움이 많
아요.

염광미 국내 그림책만 보자면, 『모르는 게 더 많아』, 『울보바보 이야기』, 그리고 『꽃할머니』,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등 평화그림책 시리즈를 비롯해 다소 무거운 주제의 책들이 주
목받았어요. 이런 책들은 우리 민족의 뿌리나 바른 의식을 찾아 주기 위해 꼭 필요한 책이
지만, 초등학교 아이들이 읽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어서 그런지 대출량이 낮았어요. 역시
교사들의 적극적인 지도가 더욱 필요한 거예요. 인성을 겨냥한 기획 시리즈 그림책도 대량
출판되었는데, 이런 책들은 교훈이 직접 드러나 있어 진한 감동을 주기 어려우며, 책의 수
명도 짧을 것으로 예상돼요. 현장에서의 대출 빈도가 높은 편이었지만, 기획 시리즈 형태
로 빨리빨리 출판되는 것들이 많아 그림이나 내용의 질이 떨어지는 편이었어요.

남정미 그림책 신간들이 어느 달에는 일제히 몰려나오는데 그림과 내용 수준 차이가 천차
만별이었어요. 어떤 책이든 소개하고 싶을 만큼 좋은 반면, 어떤 책은 두 번도 보기 싫을 만
큼 허접했어요. 발돋움을 하려는 출판사들의 노력은 너무 가상해 보였어요.

조월례 과학 분야 책은 새로운 경향이 있나요?
박영민 어린이 과학 분야에서는 환경 관련 책들이 많이 소개가 되었어요. 국내 책이 많이 나
오는 편이지만 외국 책이 더 많으며 형식과 내용도 더 다양해서 더 주목받는 것 같아요. 예
를 들어 『얀이 들려주는 지구의 미래』의 경우 풍부한 사진과 함께 환경에 관해 생각할 거리
들을 많이 제공하고 있어요. 다행인건 우리도 이제는 관련 책들이 조금씩 다양하게 나오
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또 하나의 특징은 과학 시리즈가 많아졌다는 거예요. 총서로 묶여
있지만 다양한 주제를 담은 시리즈가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익숙한 형식이긴 하지만, 과
학·수학과 동화를 결합한 책이 꾸준히 나왔어요. 수학은 추리형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
가는 식의 동화들이 많았고요.

배수진 어린이과학 분야에는 앞서 말씀하신 대로 환경과 더불어 식생활 관련 책이 많았고,
‘장수하늘소’ 등 합동 저자 책이 많았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책보다 번역서가 많아서, 책을
선정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지요. 공룡 관련 책들은 꾸준히 나오는데, 올해는 한국의 척추고
생물학위를 받은 전문가가 공룡 관련 원고를 집필해서 책을 냈어요. 한국형 공룡의 이야기
를 담고 있는 책은 아이들에게 한국에도 공룡이 살았다는 것에 더욱 흥미를 가지게 해주고,
공룡학자를 꿈꿀 수 있도록 도와서 좋았어요.

조월례 어린이 책의 꽃 문학부문은 특별한 경향이 있나요?
김혜원 2010년 어린이 문학은 장편이 강세입니다. 3권이나 되는 방대한 양의 『로봇의 별』을
비롯해서 『이모의 꿈꾸는 집』, 『매』, 『봉주르 뚜르』등 눈에 띄는 작품들이 장편이에요.
이런 현상은 여러 각도로 해석돼요.
첫째는 동화 작가의 세대교체를 들 수 있어요. 기존 작가들의 활동이 뜸해지면서 신진 작가들이
대거 등장했는데, 이 작가들의 대부분이 각종문학상을 통해서 등장했어요. 문학상들이 주로 장편을
대상으로 주는 것도 영향이 있겠죠. 이런 상황이다 보니 단편은 주춤할 수밖에 없는 것같아요. 단편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도 있었으면 어떨까 생각해요. 둘째는, 기존 작가들의 작품의 질이 그 이전만
못하다는 점이에요. 작가가 브랜드화하고 있는 것 같다. 이름을 잊지 않을 만큼 작품을 발표하고 있
긴 하지만, 많은 작품들이 그들의 이름만을 빌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질을 담보
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선호도는 명품 브랜드처럼 매우 높죠.

마지막으로 기획 동화가 범람했다는 점. 인성, 배려, 가치 등을 동화로 주입시키려는 어른
들의 욕심에 의해 아이들 손에 들려 지는 기획 동화. 이것을 동화 혹은문학이라고 보아야
할지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에요. 기획 동화에는 출판사 기획물도 있지만, 작가의 기획물도
있어요. 한 작가가 한 해에 20권이 넘는 같은 패턴의 동화를 양산해내고 있다면 기획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김경숙 2010년에는 비슷한 패턴의 동화들이 많았어요. 동물들과의 교감으로 인간들의 이기적인
행태들에 일침을 가하는 동화들, 다양한 가족형태를 구체적으로 다룬 동화들도 많았어요. 동시들은
이렇다 하게 추천할만한 작품을 만나지 못해 아쉬웠어요.

주한경 어린이 인문 분야의 책은 역사, 인물, 사회 관련 책이 많았어요. 지식 전달에 목적이 있는
책들이 너무 지식 전달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 어린이보다 어른의 입맛에 맞는 책이 많았어요.
아이들에게 지식이 우리 삶과 얼마나 많이 밀접하고, 또 이런 것을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재미난
일인지를 알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먼저 아이들의 삶을 알아야 하고 그림이
나 편집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아요. 또 어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자기계발서
가 유행을 했는데요, 어른들이 읽는 책 내용을 줄여서 냈거나, 아이들 삶을 제대로 이해하
지 못하는 책이 많았습니다. 전문 저자가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깊이 있게 쓴 제대로 된 자
기계발서가 아쉬워요. 추천할 만한 책은 ‘크로스섹션’ 시리즈과 『짜장면 더 주세요!』인데,
‘크로스 섹션’ 시리즈는 복잡한 건축물 속 구조를 자세한 그림으로 나타낸 그림책이에요.

우리나라에 세밀화 작가들은 많은데 이런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이나 구조물을 꼼꼼히 그
림으로 그린 작가는 그리 많지 않아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좋은 그림 작가가 나오면 좋겠어
요. 『짜장면 더 주세요!』와 『딩동딩동 편지 왔어요』는 초등학교 1~4학년이 읽는 진로에 관
한 책이에요.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게 그림을 잘 그렸고, 직업도 비행사나 판사, 검사 같이
보기 힘든 직업이 아니라 중국집 요리사, 편지 배달부입니다. 이런 직업을 선택하려면 ‘무
엇을 준비해야 한다.’ 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렇게 재미있게 보람차게 살아간다.’ 로 잘 풀
어냈습니다.

신정화 토요일엔 격주로 학교가 쉬고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분위가 만들어진 탓인지 서울
안의 문화유적지는 물론 지방의 유적지를 둘러보는 데 도움이 될 안내서가 많이 나왔어요.
사회공부, 사회과목의 성적 향상을 위한 책도 눈에 띄고요.

2011년 어린이책 전망 그리고 바람
조월례 2010년에는 어린이 분야도 다사다난 했다는 말로 정리가 되겠네요. 우리는 오늘 주
로 단행본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전집에 대해서 이야기 할 기회가 없어서 아쉬워
요. 전집 시장이 여전히 굉장한데도 말이지요. 올해의 성과와 아쉬움을 발판으로 2011년
에 대한 전망과 바람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이동림 유행을 타는 책보다 오래 남을 고전이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문학책, 특히 단편이
많이 출판되었으면 하고, 그림책의 연령층이 넓어지고 있는데 어른들도 더 많이 읽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 그림책은 읽어라보다는 읽어주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줬으면. 독서
종합시스템 도입되면 독서교육이 왜곡될 것이라 걱정이 많이 되기도 해요.

염광미 2011년에도 인성이나 지식정보를 겨냥한 그림책이 더 많이 출판될 것으로 보여요.
문학성과 수준 높은 그림을 겸비한 책들이 많이 출판되었으면 해요. 어린이책의 주제 분야가
다양해지고는 있지만, 과학, 문학, 역사 등 주요 분야에 편중되어 있는 게 아쉬운데, 예술이나
사회 분야 등의 전문가들이 직접 쓴 재미있는 책이 많이 출판되었으면 해요.

남정미 우리나라 특유의 어린이 흥밋거리가 있고 나름의 향기가 있는데, 너무 외국 작품에 눈을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것의 맛을 보여 주지 않으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이떠중이가 될 수도 있어요.

박영민 과학 분야의 전문필자가 필요해요. 일반 글을 쓰시는 작가들이 그런 역할을 하실 수도 있지만,
과학 분야는 전문가의 감수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직접 참여해서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과학적
지식을 정확하 게 전달하되 재미있게 다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요. 어린이 책에 글을
쓰고 기획출판하시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제발 가르치려고 들지 말라는 것입니
다. 아무래도 구매력 있는 부모님들을 생각하고 책을 만들다보니 그런 현상이 일어난 게
아닌가 싶어요. 책이 노동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속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배수진 과학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조금 더 어린이 분야의 책을 집필해주셨으
면 해요. 어린이책은 만화에서, 동화로, 그리고 줄글로 옮겨가는 중요한 위치에 있어요. 물
론 모든 아이들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지만, 우리 학교 학생들의 변화를 보았을 때, 대부분
의 아이들이 저런 수순을 밟곤 해요. 어린이책은 더 이상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 아닌, 다양
한 정보를 쉽게 입문하게 되는 중요한 위치의 책이에요. 그러므로 전문가들의 다양한 글들
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김혜원 어린이 문학의 문학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누군가는 해야 해요. 시대 흐름이 교과서
적인 책을 읽는 것을 권하는 시대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린이 문학을 읽히려
는 이유는 스스로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좋은 사람으로 키우려는 것이지, 남이 써놓은 가
치를 주입 받고 외우고 있는 사람으로 키우려는 것은 아니니까요. 어린이 문학은 학습지
지문과 동격이 되어서는 안 돼요. 어린이 문학이 문학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주길 바래요.
김경숙 정말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다양한 현상들을 어른의 가르치려는 목소리가 아닌 아
이들 목소리가 살아있는, 아이들 삶이 잘 녹아든 건강한 작품들이 나오길 기대해요.

주한경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지식 전달보다는 아이들 삶에 좀 더 집중했으면 좋겠습니
다. 책을 사주는 사람이 어른이다 보니 어른 입맛에 맞는 책이 많이 나와요. 역사책을 예로
든다면 고조선부터 조선의 역사적 사실을 모두 훑어보기보다는 한 시대 삶을 좀 더 잘 보
여주는 책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고조선부터 조선까지 역사를 모두 알아야 한다는 생각은
버렸으면 해요. 백화점식 지식을 나열한 다른 인문책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주 가깝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면 큰 틀의 역사나 인문 지식을 아이들이 모르고 넘어 간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문이나 역사의 큰 틀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속 내용이 뭔지도 모르게 그냥 외워야 하는 딱딱한 공부가 되어 버립니다. 또 인문
사회의 큰 틀을 다루면서도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읽히는 책을 내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곰
브리치 세계사』 같은 책이 나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작가의 역량이 정말 출중해야 합니다.

신정화 앞서 여러 분들이 말씀하셨지만, 문학적인 접근으로 세련되게 지식을 전하는 책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공부 같지 않게 공부가 되게 하는 책이요, 저는 『칠칠단의 비밀』이나
『압록강을 흐른다』 같은 책이 역사지식을 주는 책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압록강을 흐른다』에는 동서양의 문화 비교와 철학에 대한 언급까지 되어 있어요.

조월례 이런 바람에 한 가지 더 보탠다면 아이들 삶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간 작품들이 많이 나
왔으면 좋겠어요. 올해 어린이 문학을 보면 주인공들이 어른인 경우가 많아요. 또 지식 정
보 책은 아이들이 지금 당장 활용하지 않을 지식과 정보를 배우느라고 어린 시절을 보내야
하는 게 안타깝기도 합니다. 즐거운 오락으로서 책읽기, 자기 앞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읽기, 세상을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책읽기가 될 수 있는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
람을 가져봅니다.

2010년 그리고 2011년, 학교도서관저널과 도서추천위원
조월례 저널의 추천위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아이들 책 전반을 살펴보면서 1년을 보냈습니
다. 아쉬움이야 많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책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 하고, 그걸 통해서 간
접적으로나마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지난 1년 학교도서
관저널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죠.

이동림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므로, 학교도서관저널은 전국의 도서관을
알리고, 다양한 활동 소개해 주는데 더 수고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추천위원으로서 좋은 책
소개하는 것에 책임감을 갖고 보다 신중하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염광미 더욱 좋은 책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어린이책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서 질 높은 책을
많이 추천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도서관저널도 계속 지속되고, 더 자리를
잡아야 되겠죠.

남정미 좋은 책을 고르고, 소개한다고 노력했는데, 부족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성과도 가상하다고 봐요. 다들 열정적으로 덤볐다는 것만으로도 박수 쳐주자고요.
박영민 지난 1년 동안 학교도서관저널과 함께하신 모든 분들 대단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1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장의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저널이 되었으면 해요. 추천위원으로서도
열심히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학생들의 생각에 주목해야겠지요.

배수진 도서관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사서선생님~ 재미있는 책추천해주세요.”라며 들어와요.
그러면 “네가 좋아하는 책들은 어떤 거니?”,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은 어떤 거니?” 하고 묻게 돼요.
학생들은 “그냥, 아무거나요.”,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책은 다 재미있어요.”하고 답해요. 그럼 사서
는 더욱 고민해요. ‘아. 정말 재미있었던 책, 혹은 지난번에 이런 책을 읽었으니, 생각의 확
장을 위해 이 책도 권해줘야겠구나.’ 하며,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곤 해요. 하지만 추천되지
못하고, 서가에 잠들어 있는 책들도 많아요. 하지만, 학교도서관저널이 생긴 뒤 달라졌어
요.

물론 내가 읽은 책들도 권해주면서, 아이들에게 다른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혀주었죠. “이 잡지는 매달 도서관에 들어오는데, 신간도서를 선생님들이 먼저 읽으시
고, 추천해주시는 책이야. 서평도 있고, 책 광고도 있고, 이거 한 번 볼래? 그리고, 읽고 싶은
책 생기면 샘한테 이야기해. 우린 매달 신간도서가 들어오니, 아마 거의 있을 거야.” 하고
저널을 권하게 돼요. 이젠 제법 저널을 먼저 찾는 아이들이 생겨나고, 관심분야의 책들을
먼저 찾아보기도 해요. 제가 추천하는 책들을 먼저 보게 되는 아이들을 보면서 늘 다짐하
곤 해요. 내가 먼저 양서를 고르는 안목을 키워야하겠다고. 많은 책들을 고루 보면서 아이
들에게 필요한 책을 권하는 사서가 되고자 해요.



김혜원 학교도서관의 추천위원으로서 현재 출판되는 어린이 문학 책을 힘닿는 한, 대부분
을 읽어 보고 고르려는 것이 목표예요. 2010년 한 해 동안 기획동화의 이름을 달고 나온 것
을 제외하고는, 손에 닿는 한 대부분의 책을 읽어냈어요. 그것이 공들여 책을 쓰는 작가나
책을 만드는 제작자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어린이 문학 추천위원들은
문학 비평 전문가 집단은 아니죠.전적으로 독자, 이용자의 시선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하지만 출판되는 책의 80% 이상을 읽어보니 한 해의 어린이 문학의 흐름이 보여요. 독
자의 눈에 보이는 것이 출판사나 작가, 비평가의 눈에 보이지 않을 리가 없어요. 우리는
2011년에도 깨어있는 독자의 몫을 열심히 할 거예요. 작가와 출판사들도 어린이 문학을
문학으로 지켜내는데 깨어 있어 주길 바라요.

김경숙 학교도서관저널은 존재만으로도 큰 위안이 돼요. 2011년에는 학교도서관이나
기관에서만 만나는 잡지가 아니라 개인들도 두고두고 볼 수 있었으면 해요. 그래서 작은
책모임들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활력 넘치는 책문화 움직임을 잘 담아냈으면 해요. 추천위원회와
서평단들도 온라인으로도 오프라인으로도 만남이 활성화되었으면 해요.

주한경 다들 고생 많으셨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좋은 책 읽고, 소개해야죠.
신정화 아이들이 책을 고르는데 절대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사서의 한마디 말인지도 모르
겠어요. 일반적인 경향과는 다르게 어느 한 학교에서 유난히 즐겨 읽히는 책이 있다면 그것
은 바로 그곳에 있는 사서의 영향인 경우가 많거든요. 학교도서관저널이 이렇게 줏대 있게
좋은 책, 아이들에게 필요한 책을 적극 권하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해요. 부모가 아이들에게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책을 읽히려 한다고 하여 출판사들도 모두 거기에 발맞추고 있
는 요즘이에요. 우리마저도 그런 책의 서평을 싣고 권장하는 분위기로 가야 할지를 생각해
야 해요. 어떻게 보면 학교도서관저널은 커다란 물결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지
식기반사회라는 틀 안에서 아직도 지혜를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지식이 많은 사람과 지혜
가 많은 사람을 비교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지 잠깐만 생각해보면
답은 뻔한데 팔릴 만한 책을 만들어야 하는 자본의 논리가 흐르는 방향에 우리의 저항이 힘
겹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 소신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다시 다짐합니다.

조월례 달마다 나오는 새 책들을 찾아내고 읽어내고 원고를 쓰는 일들이 참 만만치 않았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해 주셔서 늘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애쓴 결과들이 학교도서관이 건강
해 지는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방담에 참여해 주신 추천위원들께 감사드립니
다. 새해에도 책의 현장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선생님들 역할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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