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사의 개인적인 도서 신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 구입 기준 마련하고 미리미리 안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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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7-06 12:46 조회 7,718회 댓글 0건본문
이걸 어쩌나… 이건 아닌데…
5년 동안 고등학교에 근무하며 많은 교사들과 친분을 쌓고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려 노력했다. 천성이 명랑한 탓일까, 다행스럽게도 나의 노력에 결실들이 맺어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도서관과 나를 편안하고 친절하게 대해줘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이 행복한 직장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학생과 교사에게 친절하고 좋은 책을 제공해주는 사서교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수서를 할 때마다 다양한 고민거리들로 난감한 상황에 부딪히고 만다. 필자의 학교는 100명이 넘는 교직원들이 근무하고 있고 2,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재학 중인 큰 규모의 학교인데, ‘신임 교사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근무하는 교사들의 평균 연령이 매우 낮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 나와 함께 온 신규 발령자만 열 명이 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선생님들이 결혼을 하고 임신과 육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교사 도서 신청 칸이 육아 책들로 도배되어 있는 걸 보고 ‘이걸 어찌해야 하나’ 막막했다. 그래도 나보다 연배가 있는 선생님들이고 더군다나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들이기에 ‘이건 좀 아닌데’ 하면서도 도서관에 육아 책들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어 마음 한곳이 콕콕 찔린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지역 특성상 신규 선생님들의 발령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고, 또 새로운 선생님들로 채워질 학교 구조를 생각하면 육아 책의 활용도가 그리 낮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2,000명의 학생들을 생각하면 한편으론 마음이 씁쓸하다.
이럴 때는 확실히 선을 그어야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런 책들을 다수의 이용자에게 읽히면 더 이상 개인 용도가 아닌 것이 되기에, 생각을 조금 달리하여 유아교육과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도 육아 책을 추천하고, 또 최대한 많은 선생님들이 육아 책을 대출해 갈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교사의 지극히 개인적 이유의 신청 도서지만 교사도 도서관 이용자이기 때문에 그 의견을 무턱대고 무시할 수는 없는 현실이고 교사 신청 도서의 구비 또한 사서의 중요한 임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교사 개인용 도서의 대부분이 교과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 해, 그 다음해에도 그 과목에 해당하는 선생님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추천하고 이끌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학생 도서보다 연구용 도서나 지극히 개인적인 도서가 많다면 분명 큰 문제이다. 요새는 과중한 교무 업무로 인해 바빠서인지 교사들의 도서 신청이 많지 않은 편이라 오히려 신청을 독려할 때도 많아 신청하면 대부분 구입하는 편이지만, 예를 들어 대학원 다니는 선생님의 경우 간혹 교재까지 신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확실하게 선을 그을 수밖에 없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학생 이용도서, 교사용 도서, 어른용 도서 등을 일정 비율로 구분하여 명확한 구입 기준을 마련하고 교사에게 정중히 사전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교사용 도서의 경우 수업연구에 관련된 도서나 교과연구 자료 등은 기준에 맞는 선에서 지원을 해주되, 교사용 도서비는 전체 도서 구입비의 10% 정도로 하고, 나머지 개인적으로 읽고 싶어 하는 책들은 일반도서로 구입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분명한 기준과 한정된 예산을 이해 못하는 교사는 교사의 기본 자질을 의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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