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그것은 사서의 도리다 - 학교도서관 자료 선정의 기준과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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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7-06 12:37 조회 10,719회 댓글 0건본문
학교에 있어서 학교도서관이란?
학교도서관은 학교 안에 위치한다는 장소적인 개념을 넘어 학교 과정과 함께하는 곳이다. 여기서 말하는 과정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학교 과정school process과 교과 과정school curriculum의 이중적 의미를 다 포함한 접근이라 볼 수 있다.
학교도서관은 첫째, 학교에서 습득하는 지식과 학습에 대한 습득, 심화와 확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학교에서 다루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부분에서 자유롭게 접촉하며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지식과 정보를 축척하여 머리만 키우기 쉬운 환경에서 슬퍼하고 기뻐하고 옳은 일에 분노할 수 있어야 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가슴을 키우고 땀 흘리는 삶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학교에서 정해진 시간표와 제도적인 교과과정의 교과서를 넘어 세상의 살아 있는 책을 접하며 삶 속에서 체험하는 지식을 맛보며 쌓아가는 창구이기도 해야 한다. 좀 더 풀어서 생각하면 네 가지의 ‘공간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1. 학교도서관은 학습과 정보를 위한 ‘정보센터’다
학교도서관은 학교에서 운영되는 곳이기에 일차적으로 학습을 위한 공간으로 현재 배우는 주제와 과목을 보다 재미있고 심도 있게 공부하도록 도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참고자료 코너가 잘 준비되어야 한다. 문제는 구비를 해도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더 큰 문제이기에 신중해야 한다. 고가의 사전류나 백과사전 같은 것들은 더욱 그렇다. 인터넷 검색 기술이 발달하고 인터넷 상에 방대한 자료가 넘쳐나기에 도서관까지 와서 책을 꺼내 찾아본다는 것은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좀 더 독특한 사전들, 재미있는 사전들을 찾아 모아야 한다.
예) 불법사전, 학교대사전, 신기한 동물사전, 청소년사전, 상상력사전, 부자사전, 개념어사전, 경제상식사전, 가치사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기타코드사전, 철학라이더를 위한 개념어사전, 자기계발 대사전, 신구세대 소통사전, 전자책 허풍백과사전, 감성사전, 나는 꼼수다 정치상식사전, 위트상식사전, 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 등등 흥미와 상식을 동시에 주는 사전들을 구비하면 아이들을 불러 모으는 좋은 미끼가 될 것이다.
2. 학교도서관은 쉼과 회복을 위한 ‘휴게실’이다
어른들만 힘들고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 나름의 엄청난 두려움과 분노가 노출되거나 잠재되어 있다. 도서관에서만이라도 교과서와 학교 공부를 떠난 자기만의 관심 영역과 읽고 싶은 것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집 근처 고등학교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점심시간 도서관의 인기는 정말로 대단하다. 친구들과의 회합은 물론, 짧은 시간에 게임(장기, 오목)도 하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만화에 몰입하고, 때로는 PC를 통해 웹툰을 보기도 하고, 신간코너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하나같이 유쾌하게 소리치고 웃고 지껄이며 보낸다. 그러나 그것이 소음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학교에 그나마 이런 공간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싶다. 점심시간이라도 나름의 휴게실로 이용되는 것 같기에…. 하지만 아쉽게도 점심시간 이후에는 아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3. 학교도서관은 나를 찾고 관계의 변화를 도모하는 ‘상담실’이다
책 읽기는 두 가지 접근 방법이 있다. 내가 책을 찾아가는 경우와 책이 나를 찾아와 읽어주는 경우가 있다. 삶의 힘겨움과 고난 중에 책이 나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한 권의 책은 나에게 위안이며 안식처로 다가온다. 학교마다 상담실이 있지만 그곳에 출입하는 것은 눈치를 보게 된다. 오히려 도서관이 ‘상담실 같지 않은 상담실’이 될 수 있기에 상담교사나 담당자가 잘만 활용한다면 도서관은 뜻밖에 좋은 장소가 될 수 있다.
4. 학교도서관은 삶의 가치와 의미를 알아가는 ‘철학관’이다
철학관, 이렇게 적고 보니 주술적인 것처럼 들린다. 도서관은 공부도 하지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대학이 꼭 가야만 하는 곳인지 고민도 하고 질문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그와 관련하여 참고할 자료가 있는 공간이기도 해야 한다. 학생이 ‘왜 사느냐’고 물을 경우에 무엇이라 말할 것인가? ‘그냥 웃지요’라고만 말하지 말고 이때 사서(교사)로서 자연스럽게 건네줄 한 권의 책을 준비하자.
도서관에서의 자료란 무엇인가?
좋은 도서관이란 어떤 곳인가? 건물이 크고 디자인 좋고 책 종수와 권수가 많으면 좋은 도서관인가? 그렇다면 물론 나쁠 거야 없지만 누가 그곳을 운용하느냐, 어떤 자료들이 구비되었느냐, 양질의 도서가 얼마나 정선되어 있느냐, 이것이 관건이다. 이것이 바로 도서관의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기 위한 기본이다.
도서관의 가장 주된 구성 요소는 기계설비와 시스템, 그리고 자료, 또 이것을 잘 활용하도록 돕는 사서와 도서관 이용자다. 그중 이용자와 사서를 연결해주는 것은 책이고,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책을 통해 이루어지기에, 책이야말로 가장 기본이면서 주된 요소가 된다. 그러나, 모든 것이 가능한 자료지만 모든 것이 유익하지는 않다. 제한된 공간, 제한된 재정, 제한된 인원, 제한된 시간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기에 이 ‘책’은 늘 문제를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참으로 힘겨운 존재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더욱더 제대로 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1. 좋은 자료의 구성 요건
1) 주제의 적절함과 다양성— 초・중・고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다뤄지고 있는 내용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어느 정도의 심화학습도 필요하기에 초등학교 도서관은 중학교 정도의 자료를, 중학교는 고등학교 정도의 자료를 일정 부분 갖춰야 한다. 그렇게 본다면 고등학교 도서관에는 대학과 진로를 위한 책들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
2) 매체와 접근의 다양성— 적어도 세 가지 매체는 있어야 한다. 텍스트북, 오디오북, DVD는 있어야 한다. 내용에 있어서도 소설, 비소설, 다큐 등 수업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적절한 주제의 자료들을 구비해야 한다.
3) 난이도의 다양함과 적절함— 쉬운 자료일수록 연령의 폭이 다양하다. 그림책이 중・고등 도서관에 있어도 좋다. 오히려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짧은 글, 긴 생각, 긴 감동이 함께할 수 있기에 그렇다. 함께하는 사람이 어떤 질문과 더불어 소개하느냐에 따라 그림책이 더 진한 감동으로 어린이들에게, 청소년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4) 권위(수상작, 전문가, 출판사 등)와 건전함 그리고 작품성_ 그러나 이것에만 집중하고 의존하면 안 된다. 의외의 출판사에서 좋은 책이 나오고, 뜻밖의 신인이 멋진 작품을 내기도 하며, 수상작이긴 한데 그리 뛰어나거나 사랑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기에 그렇다. 저명한 작가의 책이 전작과는 달리 신통하지 않을 수 있기에 자료로 참고는 하되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2. 다양한 분류와 전시
현재 대부분의 학교도서관이나 일반도서관 모두 KDC 분류를 따른다. 편리함도 있지만 그보다는 익숙함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익숙한 것과 결별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기존 분류로 만들어진 것과 더불어 도서관 운영자 나름의 특정 주제에 대한 분류를 하여 아이들이 자주 모이는 공간에 전시하는 접근도 생각해봐야 한다.
신학기를 맞이한 아이들에게는 학교 적응에서 두 가지 중요한 ‘학습적응’과 ‘친구적응’에 관련된 책을 따로 모아보는 것도 좋겠다. 신입생을 위한 코너라면 말이다. 특별히 초등의 경우 학교 가기 싫어요, 글쓰기 싫어요, 학교 밥맛 없어요, 짝이 괴롭혀요 같은 경우를 위한 그림책이 많이 있기에 아이들에게 읽히면 좋다. 진로, 독서교육, 논술, 역할모델, 자기계발, 독서치료 코너 등 초・중・고 학생의 인지발달과 육체발달, 학습과 삶의 문제에 따른 자료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듯 지식과 학문 중심의 십진분류 방법과는 좀 다른, 아이들 삶의 상황과 현실에 따른 분류도 같이 필요하다.
필자가 연구하고 있는 ‘전방향 분류법’을 간단하게 적용한다면 아이들에게 두 개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 통로가 불편하다면 안경이라도 만들어줘야 한다. 새로운 시각으로 자료를 돌아볼 수 있는 안목을 말하는 것이다. 한쪽 문은 ‘지식과 정보’를 위한 문(현 한국십진분류법), 다른 한쪽 문은 ‘목적과 가치’를 위한 문이다. 전방향全方向 분류법의 네 가지 상징으로 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거울 코너. 자기 자신을 찾고 관계를 개선하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데 도움받을 수 있는 자료들이다. 심리적인 책들이나 내면과 관계된 책들을 모으면 좋겠다.
둘째, 나침반 코너. 삶의 가치와 의미를 말해주는 자료로 꿈, 비전, 목적, 소명과 같은 영역의 책들이다. 철학적 사고를 자극할 수도 있으며 통찰력을 주기도 하는 자료이다. 소설과 비소설 모두 가능하다.
셋째, 시계 코너. 삶에서 구체적으로 배우고 훈련하고 준비하며 갖춰야 할 실용적인 것들이다. 시간을 관리하고 건강을 유지하고 지식을 키워가며 돈을 어떻게 창출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관련된 책이면 되겠다.
넷째, 소파 코너. 쉼을 안겨주는 것으로 이곳에는 문화와 예술, 유머 그리고 스포츠와 자연과 관련된 자료가 함께할 수 있다. 사진집이나 여행 관련 책들도 좋다. 거친 분류이긴 하지만 서가 한 개 정도에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은 것들로 꾸민다면 아이들이 나름 찾아보고 관심을 갖는 데 좋을 수 있다.
자료 선정을 이야기하는 지면에서 분류를 말한 것은 사실 ‘이런 식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이런 식으로 자료를 선정한다’는 이야기와 같기 때문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분류라는 것이 자료 선정의 기준이면서 원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자료 선정 시 두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KDC 분류에 따라 적절하게 조화를 맞춰 자료를 선정한다. 다른 하나는 도서관 담당자 나름의 관심 주제나 ‘특별한 목적을 두고 특별한 분류를’ 시도하면서 자료를 개발해가는 방식의 자료 선정이다. 앞에서 소개한 전방향 분류법으로 해볼 수도 있고, 상황별 도서목록에 따른 자료를 선정해 사용할 수 있다. 각 도서관 사서의 철학과 가치관에 따른 분류, 학생들이 삶의 현장에서 실제 겪는 상황과 현실을 반영한 분류도…. 이렇게 저렇게 노력하고 시도한다면 보다 균형 잡힌 수서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학교도서관 한켠 단 한 개의 서가만이라도 사서의 꿀단지 같은 목록의 책들로 채워보자.
[Tip 1]
바람직한 수서를 위한 가나다라
가 능하면 균형과 조화 그리고 점진적인 자료개발을 하라. 의도성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
나 자신 사서부터 제대로 된 수서를 위한 준비와 출발을 해야 한다. 오늘 나는 어떤 책을 읽고 있나!
다 양성을 추구는 하되 다양성에 함몰되지는 말아야 한다. 정제되지 않은 다양함은 혼돈이다.
라 디오 청취처럼 오디오 자료와 DVD 등 다양한 매체를 준비해야 한다.
마 음을 만져주고 위로해주며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특별 자료코너도 함께 한다.
바 다가 그립거나 보고 싶을 때 떠나고 싶은 그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사진집, 여행서 등 다양한 예술과 문화 관련 책들도 함께 한다.
사 기 전에 충분히 다시 한번 더 고려하라. 적절한 자료인지, 우선순위를 따져본다.
아 이들만이 아니라 학부모, 교사가 함께 볼 수 있는 영역도 고려한다. 건강, 육아, 교육, 자기계발 등.
자 기 자신을 찾고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는 책들도 함께 해야 한다.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들도 더불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차 고 넘치는 자료 가운데 제대로 된 책을 적절하게 골라 수서하고 아이들에게 제대로 소개하여 나누는 마음과 기술을 배우도록 한다.
카 멜레온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에서부터 사회현상을 어떻게 읽어내며 적응할 것인지를 배울 수 있는 자료도 함께 한다.
타 도서관이나 다양한 종류의 도서관을 방문해서 정보 교환도 하며 배워보자. 그들은 무엇을 어떻게 펼쳐가고 있는지 말이다.
파 도처럼 밀려오는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자. 특별히 독서와 미디어 정보를 위한 당신만의 정보원은 무엇인가?
하 루하루 보내면서 꾸준히 자료를 축척해야 한다.
[Tip 2]
자료 선정을 위한 마음가짐
수집을 넘어 정선으로 : 수집collection을 커다란 개념으로 본다면 두 가지 의미를 다 포함하는 용어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의도 없이 목적 없이 모으다 보면 그냥 수집하는 차원으로 흘러간다는 이야기다. 도서관에서는 ‘의도를 가진 수집’으로 정선selection된 자료를 모아야 한다.
양을 넘어 질로 : 보통 도서관을 만들고 나면 재정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이 경우 어느 정도의 보여줄 것이 있어야 하기에 자료를 수집한다. 이것이야말로 새 집에 헌 가구와 낡은 벽지를 붙이고 인테리어를 대충 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부끄럽고 어리석은 행위다. 수집된 책들 대부분은 학교도서관의 철학에서 벗어나는 주제와 낡은 것으로 채워지기 쉽다. 이런 책이라면 오천 권이고 만 권이고 무슨 의미가 있으며 아이들에게 읽으라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읽어라, 저 책은 읽지 마라 할 수 있을까? 우선 무엇보다 정선된 목록을 확보해야 한다. 책 이전에 돈을 주고서라도 좋은 도서목록을 사라.
다양함을 넘어 특별함으로 : 어느 정도의 다양함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함을 추구하다가 길을 잃을 수 있다는 말이다. 다양함으로 가다보면 수집으로 흘러갈 유혹에 시달리다 결국 방치하는 경우로 끝날 수 있다. 도서관 운영자의 분명한 철학이 함께하지 않으면 특별함에서 일반적인 것으로 흘러가는 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 두 가지가 건강하게 긴장하며 같이 가야 한다. 예를 들어 과학전문도서관으로 시작했음에도 이용자들의 계속되는 원성에 일반 책을 조금씩 들여놓기 시작하면 처음과 달리 점점 그러한 책의 종수와 권수가 많아져 공간을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기 시작한다. 스페셜 도서관으로 시작했는데 제너럴한 도서관으로 되어간다. 그 도서관이 그곳에 존재하는 이유가 분명해야 할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예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want(원함)를 넘어 need(바람)로 : want는 이용자 입장에서 당장에 원하는 것들, 대중들이 지극히 개인적으로 원하는 것을 말한다. 일차적으로 이용자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수용할 수도 없다. 이때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자료 선정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있다면 공지하고 준수해야 할 것이다. 개인 연구나 수험서 등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분명 있을 수 있으며, 나쁜 책은 아닌데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원칙에서 벗어난다면 분명히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need는 거꾸로 도서관 운영자가 보기에 마땅히 이용자들이 읽어야 하고 알고 넘어가야 하는 자료다. 그러나 이것은 이용자가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기관과 대학 등에서 학생들이 꼭 읽어야 할 고전 명저 100선 등을 제시하면 명작이 꼭 수험서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도서관을 사랑하며 나름의 비전을 지닌 담당자라면 자신의 이름을 걸고라도 시도해보라. 우리 학교 학생이 읽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 30선, 절대로 읽지 말아야 할 책 30선 등의 목록을 뽑아 특별코너를 만들어보면 어떨는지.
갑작스러움에서 꾸준함으로 : 필자에겐 학교도서관으로부터 가끔 갑작스런 전화가 오기도 한다. 다음주까지 800만원어치 책을 사야 하는데 좋은 목록 있냐고…. 시쳇말로 헐이다. 다급함은 알겠지만 부끄러운 이야기고 누워 침 뱉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 난감하다. 그 학교의 주된 관심과 아이들 상황을 모르고 기존 장서도 모르는 가운데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필자는 매일 신간을 엿보고 주말 신문에서 신간 서평을 읽는다. 사냥을 위한 정보 습득이다. 그리고 인터넷서점에서 그 책을 찾아 보관함에 넣어 둔다. 당신만의 수서를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갑작스럽게 하면 정말 필요한 책을 놓칠 수 있기에 평상시 꾸준하게 목록을 뽑아야 한다.
편리함을 넘어 주체성을 : 선정에서 구매까지의 투명함과 사서의 도리를 놓지 마라. 요즘은 구매대행을 해주는 곳이 많고 옵션에 따라 가격과 편리의 조건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책은 꼭 지켜야 할 그 무엇이 있는 존재다. 양보하지 말고 거부해야 할 것들 말이다. 바코드 작업을 외부 업체에 다 줘버린다. 누가 사서인지 모르겠다. 물론 업체에서도 사서를 채용해 일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은 것들은 결단해야 한다. 물론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지만… 그래서라도 도서 구입은 자주 조금씩 하는 것이 좋다. 학교에서 어느 정도의 권한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겠으나, 도서관 운영자로서 당당하게 지키고 찾아야 할 것들이 분명 있다. 바로 그 지점이 사서의 도리와 전문성을 키워가는 출발선이 되어야 한다.
균형과 조화를 : 말이야 멋있지만 현장에서 이것을 구체화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학교도서관 사서인 나는 소신을 갖고 해보고 싶은 일이나 한번 독특하게 키워가고 싶은 주제가 있는가? 꼭 점검해봐야 한다. 하고픈 일과 관심 있는 주제가 있다면 일반적인 학습을 위한 자료와 더불어 균형과 조화를 이뤄갈 수 있다. 나만의 구색을 갖춘, 작은 보물 상자 같은, 서가의 한 부분부터 시작해 꾸준히 자료를 모아보길 권한다. 마치 구급함 응급약 같은! 전방향 독서법의 분류처럼 거울 같은 책, 나침반 같은 책, 시계 같은 책, 소파 같은 책을 모아보라.
박연식 전방향북레시피닥터 niceboo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