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학교도서관진흥법’, 이대로 둘 것인가 - 닥치고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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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6-07 14:17 조회 8,167회 댓글 0건본문
2012년 임용 1명, 사서교사는 불필요하다?
영국의 유명한 한 대학의 입학 면접 시험에서 한 학생이 조금은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화성인에게 인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학생이라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머리, 가슴, 배, 팔다리를 가진 생명체? 먹이사슬의 최상위 계층? 단순히 교과서 속 지식을 가지고 이야기를 했다면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는 학교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서 당신을 즐거운 독서의 길로 이끌 수 있는 사서교사일 것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사고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사서교사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지못합니다. 올해 2012년 임용고사에서 사서교사 TO가 전북 1명이었습니다. 그것도 신규 교사가 아닌 기존의 교사가 다른 지역으로 나가면서 필요한 인원을 임용한 것이지요. 우리에겐 사서교사 배치가 시급하지만 정작 다른 사람에게는 왜 그러하지 않은지… 가슴이 아팠습니다. 해맑은 미소로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활짝열려 있는 즐거운 학교도서관, 그리고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평생 머릿속에 남을 따스한책 한 권을 권해줄 수 있는 사서교사가 왜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학교도서관에 관련이 있는 많은 사람들은 사서교사 필요의 정당성을 외치며 가슴 아파하겠지요. 그렇지만 슬퍼하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지요. 우리의 문제점을파악하고 앞으로 해나아가야 할 일들을 찾아야만 합니다.
저들은 왜 학교도서관에 아낌없이 투자할까?
지난해 1월, 이찬열 의원을 대표로 학교도서관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이법률은 현재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실기교사·사서직원(이하 ‘사서교사 등’이라 한다)을 둘 수 있다.”는 임의규정을 ‘둔다’는 의무 규정으로 바꾸는 법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두 손들며 ‘드디어 우리 학교 도서관에도 사서교사가 오는구나’ 하고 내심 기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그 기대와는 달리 국회의 높은 벽에 막혀 지금까지 계류 상태입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미국에서도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을 파악하기 위하여 2007년부터 매년마다 시설, 장서, 직원 등에 대한 학교도서관 통계조사(School Libraries Count!)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통계를 살펴보면 시설, 장서 측면에서는 다행히도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부러운 건 직원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올해 조사한 통계조사를 보면 2007년부터 사서교사(School-librarian)의 수가 점차 많아져서 이제 모든 학교에 사서교사가 평균 1명씩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순수하게 사서교사만 말이죠. 그뿐만 아니라 사서교사는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데 있어 보조 직원을 두고 있습니다. 사서교사와 학교도서관이 학교의 교육과정을 돕는 데 미국은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지역사회와 교육당국 그리고 학교도서관 관련 단체는 학교도서관이 학교와 학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양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미국뿐만이 아니라 핀란드, 일본, 싱가포르 등 많은 국가들이 학교도서관과 독서교육을 위해서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자괴감 벗어던지고 초심으로 되돌아가야
우리나라도 역시 2003년 학교도서관활성화사업 이후 학교도서관에 지속적인 투자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도서관진흥사업을 극대화하고자 학교도서관진흥법이 통과된 2008년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사서교사에 대한 임용은 진흥법 개정 전보다 줄어들었습니다. 상황은 악화되어 우리는 결국 사서교사 임용 2011년 0명, 2012년 1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어도 될까요? 우리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요? 우선 지난날 우리에 대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가끔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스스로 자괴감을 느껴 ‘반성’이란 단어가 나오면 다시 한번 슬픔에 빠지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반성이란 우리에게 가장 충만한(?) 자괴감이 아니라 교직생활 동안의 우리를 되돌아보는 과정과 처음 교직을 하면서 가졌던 초심을 회고해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며칠 전,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사서교사와 결혼한다고 다른 학교에 있는 선생님들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어느 선생님은 “사서교사, 비정규직 아니었어? 사서교사는 무슨 일을 하지?” 매우 궁금해하며 한편으로 걱정했다고 합니다. 그 초등학교 선생님은 사서교사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드렸고 사서교사에 대한 많은 오해들은 잘 풀렸다고 합니다. 그 사서교사가 바로 접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나서 살짝 자괴감에 빠지기는 했으나 사서교사로서 나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발령 초와 같이 멋진 사서교사가 될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이 없어 너무 현실에만 안주하고 있었던 게 아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법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학교도서관 일이 정말 바쁘고 다른 것 신경 쓰기에는 너무 벅차다.”고 말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특히 정적인 우리 사서교사들은 더욱더 이러한 생각을 많이들 할 겁니다. 하지만 교직에 들어오면서 가졌던 그 마음가짐과 한 사람 한 사람이조금씩 노력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을 다시 한번 갖는다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그 자괴감에서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도서관진흥법, 내버려둘 것인가, 뜯어고칠 것인가
둘째,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학교도서관진흥법의 문제점을 확실하게 알아야 합니다. ‘왜 사서교사를 안 뽑지?’라는 단순한 생각만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헤쳐나가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의 근본부터 확인해봐야 합니다.
사서교사를 뽑지 않는 가장 큰 문제는 ‘학교도서관진흥법’에 있습니다. 제 12조 2항에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실기교사나 사서직원(이하 ‘사서교사 등’이라 한다)을 둘 수 있다.”고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항이 임의규정인 만큼 교과부나 지역교육청에서도 인원을 수급할 정당성을 갖지 못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와 같은 비교과 교사인 영양・보건・상담교사들은 자신들만의 특성을 반영하여 임용에 대한 의무규정을 만들어갔습니다(학교급식법 제 7조, 학교보건법 제 15조, 초중등교육법 제 19조). 이렇게 그들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고유한 특성들을 개진하며 보건과 같이 교과를 만든다거나 영양교사와 같이 장학사를 배출하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러한 임의규정뿐만 아니라 사서교사・실기교사・사서직원을 사서교사로 통합 명칭하는 문제는 우리의 교육적 측면을 배제시키는 큰 문제점이 되고 있습니다. 제 7차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서뿐만 아니라 교사가 주제를 제시하면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다양한 자료를 찾아 그에 따른 해답을 찾게 하여 학교도서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시된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학교도서관진흥법의 이런 문제점은 사서교사 배치뿐만 아니라 사서교사만이 가질 수 있는 독서교육과 정보활용교육 같은 고유한 특성들까지 잃게 하고 있습니다. 맛있게만 보이던 사과가 우리에게 독사과가 되어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우리는 똑바로 인식해야만 합니다.
셋째, 우리는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학교도서관진흥법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과 존경받는 사서교사가 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를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많은 사안에 대하여 우리는 여태껏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적이 많습니다. 학교도서관진흥법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도서관진흥법이 제정될 당시, 학교도서관의 주인인 우리의 의견보다는 안타깝게도 학교도서관과 무관한 다른 이의 의견이 반영되어 법안이 제정, 통과되었습니다.
영양교사는 무상급식을 통해, 상담교사는 학교폭력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키워왔습니다. 독서교육 또는 정보활용교육 하면 사서교사가 떠오를 수 있게 우리의 힘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사서교사의 대표단체인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에 힘을 실어주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여 더욱 큰 단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그리고 독서교육 및 학교도서관 관련 기관들과 함께 연계하여 학교도서관의 중요성과 사서교사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훌륭한 사서교사입니다. 우리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도서관에서 우리는 어떠한 책보다 중요한 교수매체이고, 어떠한 시설보다 필요한 인적자원입니다. 학교도서관의 주인인 우리는 그러나 학교도서관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한 채지켜보았습니다. 학교도서관이 올바른 교육 마인드와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의 손으로 운영되는 것을 그동안 보고만 있었습니다. 사서교사가 배치되기 전까지 대체 인력으로 고용한 것이라 이야기하지만 실상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베푼 학교도서관을 사랑하는 호의를 다른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도대체 사서교사들은 왜 너희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느냐?’는 애정 어린 타박을 하십니다. 사서교사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향해 가고 있나?’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제 우리는 학교도서관진흥법을 개정하여 우리의 뜻을, 우리의 권리를 되찾을 때입니다.
영국의 유명한 한 대학의 입학 면접 시험에서 한 학생이 조금은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화성인에게 인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학생이라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머리, 가슴, 배, 팔다리를 가진 생명체? 먹이사슬의 최상위 계층? 단순히 교과서 속 지식을 가지고 이야기를 했다면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는 학교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서 당신을 즐거운 독서의 길로 이끌 수 있는 사서교사일 것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사고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사서교사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지못합니다. 올해 2012년 임용고사에서 사서교사 TO가 전북 1명이었습니다. 그것도 신규 교사가 아닌 기존의 교사가 다른 지역으로 나가면서 필요한 인원을 임용한 것이지요. 우리에겐 사서교사 배치가 시급하지만 정작 다른 사람에게는 왜 그러하지 않은지… 가슴이 아팠습니다. 해맑은 미소로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활짝열려 있는 즐거운 학교도서관, 그리고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평생 머릿속에 남을 따스한책 한 권을 권해줄 수 있는 사서교사가 왜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학교도서관에 관련이 있는 많은 사람들은 사서교사 필요의 정당성을 외치며 가슴 아파하겠지요. 그렇지만 슬퍼하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지요. 우리의 문제점을파악하고 앞으로 해나아가야 할 일들을 찾아야만 합니다.
저들은 왜 학교도서관에 아낌없이 투자할까?
지난해 1월, 이찬열 의원을 대표로 학교도서관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이법률은 현재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실기교사·사서직원(이하 ‘사서교사 등’이라 한다)을 둘 수 있다.”는 임의규정을 ‘둔다’는 의무 규정으로 바꾸는 법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두 손들며 ‘드디어 우리 학교 도서관에도 사서교사가 오는구나’ 하고 내심 기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그 기대와는 달리 국회의 높은 벽에 막혀 지금까지 계류 상태입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미국에서도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을 파악하기 위하여 2007년부터 매년마다 시설, 장서, 직원 등에 대한 학교도서관 통계조사(School Libraries Count!)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통계를 살펴보면 시설, 장서 측면에서는 다행히도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부러운 건 직원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올해 조사한 통계조사를 보면 2007년부터 사서교사(School-librarian)의 수가 점차 많아져서 이제 모든 학교에 사서교사가 평균 1명씩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순수하게 사서교사만 말이죠. 그뿐만 아니라 사서교사는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데 있어 보조 직원을 두고 있습니다. 사서교사와 학교도서관이 학교의 교육과정을 돕는 데 미국은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지역사회와 교육당국 그리고 학교도서관 관련 단체는 학교도서관이 학교와 학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양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미국뿐만이 아니라 핀란드, 일본, 싱가포르 등 많은 국가들이 학교도서관과 독서교육을 위해서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자괴감 벗어던지고 초심으로 되돌아가야
우리나라도 역시 2003년 학교도서관활성화사업 이후 학교도서관에 지속적인 투자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도서관진흥사업을 극대화하고자 학교도서관진흥법이 통과된 2008년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사서교사에 대한 임용은 진흥법 개정 전보다 줄어들었습니다. 상황은 악화되어 우리는 결국 사서교사 임용 2011년 0명, 2012년 1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어도 될까요? 우리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요? 우선 지난날 우리에 대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가끔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스스로 자괴감을 느껴 ‘반성’이란 단어가 나오면 다시 한번 슬픔에 빠지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반성이란 우리에게 가장 충만한(?) 자괴감이 아니라 교직생활 동안의 우리를 되돌아보는 과정과 처음 교직을 하면서 가졌던 초심을 회고해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며칠 전,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사서교사와 결혼한다고 다른 학교에 있는 선생님들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어느 선생님은 “사서교사, 비정규직 아니었어? 사서교사는 무슨 일을 하지?” 매우 궁금해하며 한편으로 걱정했다고 합니다. 그 초등학교 선생님은 사서교사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드렸고 사서교사에 대한 많은 오해들은 잘 풀렸다고 합니다. 그 사서교사가 바로 접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나서 살짝 자괴감에 빠지기는 했으나 사서교사로서 나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발령 초와 같이 멋진 사서교사가 될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이 없어 너무 현실에만 안주하고 있었던 게 아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법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학교도서관 일이 정말 바쁘고 다른 것 신경 쓰기에는 너무 벅차다.”고 말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특히 정적인 우리 사서교사들은 더욱더 이러한 생각을 많이들 할 겁니다. 하지만 교직에 들어오면서 가졌던 그 마음가짐과 한 사람 한 사람이조금씩 노력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을 다시 한번 갖는다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그 자괴감에서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도서관진흥법, 내버려둘 것인가, 뜯어고칠 것인가
둘째,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학교도서관진흥법의 문제점을 확실하게 알아야 합니다. ‘왜 사서교사를 안 뽑지?’라는 단순한 생각만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헤쳐나가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의 근본부터 확인해봐야 합니다.
사서교사를 뽑지 않는 가장 큰 문제는 ‘학교도서관진흥법’에 있습니다. 제 12조 2항에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실기교사나 사서직원(이하 ‘사서교사 등’이라 한다)을 둘 수 있다.”고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항이 임의규정인 만큼 교과부나 지역교육청에서도 인원을 수급할 정당성을 갖지 못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와 같은 비교과 교사인 영양・보건・상담교사들은 자신들만의 특성을 반영하여 임용에 대한 의무규정을 만들어갔습니다(학교급식법 제 7조, 학교보건법 제 15조, 초중등교육법 제 19조). 이렇게 그들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고유한 특성들을 개진하며 보건과 같이 교과를 만든다거나 영양교사와 같이 장학사를 배출하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러한 임의규정뿐만 아니라 사서교사・실기교사・사서직원을 사서교사로 통합 명칭하는 문제는 우리의 교육적 측면을 배제시키는 큰 문제점이 되고 있습니다. 제 7차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서뿐만 아니라 교사가 주제를 제시하면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다양한 자료를 찾아 그에 따른 해답을 찾게 하여 학교도서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시된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학교도서관진흥법의 이런 문제점은 사서교사 배치뿐만 아니라 사서교사만이 가질 수 있는 독서교육과 정보활용교육 같은 고유한 특성들까지 잃게 하고 있습니다. 맛있게만 보이던 사과가 우리에게 독사과가 되어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우리는 똑바로 인식해야만 합니다.
셋째, 우리는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학교도서관진흥법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과 존경받는 사서교사가 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를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많은 사안에 대하여 우리는 여태껏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적이 많습니다. 학교도서관진흥법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도서관진흥법이 제정될 당시, 학교도서관의 주인인 우리의 의견보다는 안타깝게도 학교도서관과 무관한 다른 이의 의견이 반영되어 법안이 제정, 통과되었습니다.
영양교사는 무상급식을 통해, 상담교사는 학교폭력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키워왔습니다. 독서교육 또는 정보활용교육 하면 사서교사가 떠오를 수 있게 우리의 힘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사서교사의 대표단체인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에 힘을 실어주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여 더욱 큰 단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그리고 독서교육 및 학교도서관 관련 기관들과 함께 연계하여 학교도서관의 중요성과 사서교사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훌륭한 사서교사입니다. 우리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도서관에서 우리는 어떠한 책보다 중요한 교수매체이고, 어떠한 시설보다 필요한 인적자원입니다. 학교도서관의 주인인 우리는 그러나 학교도서관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한 채지켜보았습니다. 학교도서관이 올바른 교육 마인드와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의 손으로 운영되는 것을 그동안 보고만 있었습니다. 사서교사가 배치되기 전까지 대체 인력으로 고용한 것이라 이야기하지만 실상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베푼 학교도서관을 사랑하는 호의를 다른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도대체 사서교사들은 왜 너희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느냐?’는 애정 어린 타박을 하십니다. 사서교사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향해 가고 있나?’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제 우리는 학교도서관진흥법을 개정하여 우리의 뜻을, 우리의 권리를 되찾을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