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학부모의 요구와 의견을 조율하는 좋은 방법은? - 학부모 문제는 학부모 열쇠로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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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7-06 12:54 조회 8,164회 댓글 0건본문
수서 기준 안내하고 의견 들어보고
어린이는 독서력과 이해력 성장이라는 점에서 성인의 독서와는 다른 독서 선정 기준이 필요하다. 특히 학교도서관의 경우 교사나 학생, 학부모 등의 이용자 요구에만 맞춘 장서구성을 우선으로 삼게 된다면 이상적인 도서관이라 할 수 없다. 그 도서관이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반영하여 그 나름의 장서구성을 만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학교 도서관만의 수서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학교도서관의 일반적 특성, 이용자의 특성, 예산, 현재 장서구성 비율, 사서 가치관 등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기준을 세운 후 장기적인 구입 계획을 체계적으로 갖춰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등학생들은 부모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한다.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와는 달리 학부모들이 학교 일에 많이 참여하며, 도서관이나 독서교육에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바쁜 아이들을 대신해서 대출을 하거나 반납을 받는 등 도서관을 많이 이용한다. 그래서 종종 사서(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마찰이 생기는데, 그중 하나가 도서 구입과 관련한 의견 충돌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앞에서 언급한 우리 학교 도서관만의 수서 기준에 대해 설명을 한다.
우리 학교 도서관은 분기별로 도서를 구입한다. 그때마다 도서관 소식지에 희망도서목록 신청서를 만들어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신간도서를 구입한다는 것을 알리며, 또한 학부모들도 함께 도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한 사람이 겨우 다섯 권의 도서를 신청할 수 있을 뿐이지만,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도서를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안겨줌은 물론 학부모들 의견까지 듣고자 하기 위함이다. 올해는 이를 좀 더 개선하여 안내장(가정통신문)을 보내 보다 많은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 그것을 토대로 학부모들이 어떤 도서를 요구하는지 파악하고 도서목록 작성에 참고하려는 것이다.
학부모 명예사서는 든든한 지원군
학교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도서 구입과 관련한 학부모와의 의견 충돌이 발생했을 때 감정적으로 부딪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엔 이해시키려 했지만 막무가내인 학부모 앞에선 목소리가 커지고, 결국엔 말싸움으로 번지다 감정싸움으로 마음이 다치기도 하였다. 그래서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을 위해 구입을 원하는 도서목록을 작성해서 보내달라고 요구하였다. 사서가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지만 일을 하다보면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들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부모들이 요구한 도서목록을 명예사서교사의 자체 심의를 거쳐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였다. 명예사서교사는 단순히 도서관 봉사활동만을 하는 모임이 아니라 학교 독서교육에도 관심을 갖고 있으며, 무엇보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에 사서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그렇게 하여 명예사서교사에 의해 선정된 도서목록을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에 참고 자료로 제출하고 추후 구입하도록 하였다.
전집과 만화 구입에 대한 학부모의 요구가 있을 때 전집은 초등학교 저학년이 많이 활용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위인전, 전래동화, 명작동화, 자연과학, 원리과학 등의 교과 관련 도서를 일부 구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이들이 즐겨 보는 학습만화도 어느 정도의 수서 비율을 정해서 구입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도서예산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명예사서교사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하고 다른 선생님의 의견을 참고하기도 했다.
도서 구입과 관련하여 학부모의 지나친 요구로 인해 갈등을 겪는 일이 종종 있다. 사서 한 명이 학부모 여러 명을 상대하다보니 지치기도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이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가 함께 이끌어가는 곳이기 때문에 누구하나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도서관 수서 기준에 대해 안내하는 것이고, 이런저런 민원들이 발생할 때에는 명예사서교사를 활용해 대처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박지영 수원 잠원초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