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행정실과의 관계에 있어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은? - 행정실과 유연하고 돈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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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7-06 12:52 조회 7,532회 댓글 0건본문
며칠 전 봄비가 내린 후 겨울 추위로 움츠러들었던 것들이 활발해지고 있다. 솜털 옷을 입고 있던 목련 봉오리가 자신을 드러내려 하고, 겨울잠을 자는 듯 뜸했던 학생들이 도서관에 참새 떼처럼 재잘거리며 쉴 새 없이 들락날락한다. 2012년도 신학기부터 학교 수업이 주 5일제로 전환되고 이에 맞춰 해야 할 업무들도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전 학년 각 반에 행복한 학급문고 배치, 학생들의 진급 처리와 이용지도 교육, 도서동아리 조직, 정기간행물 신청, 신학기 희망도서 구입 등등 멀티플레이를 하듯 업무를 수행하고 보니 어느덧 3월의 반이 지났다.
일 처리로 분주하지만 학생들이 아침에 도서관 문을 열자마자 “『해를 품은 달』, 아직 안 왔어요?” 물으면서 서로 먼저 읽겠다고 예약해 놓고 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함이 느껴진다.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도 웃고 가는 학생들이 있기에 양질의 수서 작업을 위해 힘쓴다. 행정실 외 층층시하 결재라인을 밟아야 하는 문서기안, 결재가 나면 냉큼 주문 처리해달라고 행정실에 애교+친절 목소리로 연락하기 등 도서를 구입할 때마다 거쳐야 하는 다단계 과정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학생들이다.
아이들 독서욕 높이기가 우선
올해도 역시 행정실 조기집행 요구가 있겠지만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도서관을 활성화시키는 일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조기집행을 하는 이유는 ‘소규모 중소기업체’를 살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즉 경제 살리기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어차피 써야 하는 예산을 미리 집행함으로써 소규모 기업체들을 도울 수 있고 이는 나아가 전반적인 경기 부양을 이끌어내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그 역할을 하자는 의도에서 추진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를 고려하면 국가적인 사업에 동참하는 일도 되겠지만 학생들과 바로 맞닿아 있는 학교도서관에서는 거국적인 계획보다는 신착도서 코너에서 보물찾기를 하듯 이리저리 살펴보는 학생들을 위해 신간도서를 자주 구입하여 독서 의욕을 높이고 도서관에 와서 책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확대시키는 것이 당면한 일이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사서가 앞장서서 수행해야 하는 책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는 지난해와 같이 올해도 최소한 4~5회 이상 도서를 구입할 계획이다. 3월은 행복한 학급문고와 신학기 학부모, 교사, 학생의 희망도서를 구입하고, 방학 전 7월에는 각 교과와 연결하여 방학 과제로 읽을 책을 구입하며, 9월은 독서의 달과 10월 도서관 문화제 기간에 맞춰 사용할 책을 구입할 것이고, 11월에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학습진도를 마치고 집중적으로 읽을 책을 구매할 예정이다. 이렇듯 도서 구입을 빈번히 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므로 행정실 조기집행에 매끄러운 협조를 못하는 게 사실이다.
우리 학교가 위치한 곳은 성남의 저소득층이 주로 사는 지역적인 특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여느 도시의 학생들처럼 다양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나마 쉽게 오갈 수 있는 학교도서관이 학생들의 문화체험 결여를 해소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주제별 잡지를 신청하여 구독하고, 000대~900대까지 여러 분야의 책들을 풍성하게 구입해 제공하며, 좋은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의 영상물을 엄선하여 상영하고, 학생들에게 좋은 강연을 들려줄 수 있는 작가를 초청하여 작가와의 만남도 주선하고, 독서콘서트 형식의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학생들이 책과 함께 즐겁게 놀 수 있는 문화마당의 장도 펼쳐주고 있다. ‘작은 학교 큰 배움터’라는 슬로건에 어울리게 우리 학교에서는 도서관이 학교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행정실과 도서관이 공생하려면
이런 일들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 질 좋은 프로그램의 구성, 양서의 다양한 구성 등 여러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행정실과의 유연한 관계가 그 바탕이 된다. 이를 위해 평소 행정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급식 지원이 되지 않는 방학 기간에는 함께 밥을 지어 먹으면서 서로 자연스럽게 친밀한 관계를 조성해간다. 이를 초석으로 서로 예민한 기안 부분에서는 ‘반려’되지 않도록 사전에 대화로 소통하고 조율한 다음 수량, 단위, 가격 등 세세하고 민감한 부분들을 주의하며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조절하여 기안하면서 불필요한 마찰을 만들지 않는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보니 처음에는 때로 모난 돌이기도 했던 내가 서서히 학교라는 수류水流에 조약돌로 다듬어져 서로 맞추고 적응해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도서관의 원활한 운영에 또 다른 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교장과 교감의 협력이다. 우리 학교의 교장, 교감 선생님은 독서를 좋아해 거의 매일 도서관을 방문하신다. 나는 교장, 교감 선생님께 평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 두었다가 이런 만남의 기회를 활용한다. 최근 도서관 운영의 전반적인 사항에 관한 소견을 살며시 말씀드리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사항을 염두에 두었다가 학교 경영에 반영되도록 힘써주시는 것이다. 도서선정위원회 준비도 도서관 운영의 중요 요소이다. 도서 구입을 할 때마다 도서목록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만 한 해의 계획과 의견을 제안하고 협조를 구한다. 도서 구입 문서기안 때 협의록도 첨부하므로 도서선정위원회를 잘 준비해야 한다.
행정실 조기집행 방침에 대처하는 핵심은 결국 학교 직원들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내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건대 한쪽 입장에서만 바라본 생각을 강요하기보다는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그렇게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공생의 실마리가 원만하게 풀려나가리라.
김지순 성남 창곡여중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