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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청소년도 그림책을!]그림책 통한 청소년 감정코칭 - 그림책, 여중생 마음을 다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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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2-04 22:06 조회 10,13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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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없다며 구슬피 울던 그 아이가…
“선생님~ 어려운 부탁이지만 말씀 드려도 될까요? 이런저런 문제들로 인해 학생부에서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학생이 있는데, 이 학생이 할 만한 괜찮은 활동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흔히 문제아라 불리는, 학생부로부터 넘겨받은 아이들… 이런 학생들을 대상으로 짠프로그램이 독서치료와 그림책 읽어주기였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주어진 상황에 알맞은 책을 선정해 목록을 만들어 총 10회기로 매주 수요일마다 정규 수업 시간에 맞춰 45분씩 진행했다.

활동 초기는 학생과 마음 나누기가 필요한 시간이었다. 도서관 출입이 드물어 이름만 얼핏 알고 있었던 학생인데, 한 번에 여러 명을 모아 진행하는 독서교육도 아닌, 1:1로 한 학생만을 대응하면서 책을 읽어주는 것이라 쉬이 매끄러운 상황이 펼쳐지진 않았다. 이는 그 학생에 대한 ‘문제아’라는 내 선입견이 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부드러운 상황을 위해 먼저 나의 고민을 이야기해주고 요즘의 핫 트렌드와 소소한 일상다반사에 대해 대화를 하면서 서먹함을 풀어보았다. 그런 후 독후 활동으로는 책을 읽어주고 그림 그리기를 했는데, 처음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 학생이 그린 그림을 보며 표현력이 좋은 것 같아 이에 대한 몇 가지 칭찬을 해주었더니, 학생의 표정이 확~ 밝아지면서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와 가족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해주었다. 이를 통해 서로에 대해 인간적으로도 조금씩 교감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도 시간 약속을 잘 지켜서 10회기를 하는 동안 한 번도 지각하거나 결석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내가 출장 때문에 못하는 날에는 다른 요일에 보충을 해주어야 할 정도였다.

어느 하루는 『쏘피가 화나면–정말, 정말 화나면…』(몰리 뱅, 케이유니버스, 2000)이라는 책을 읽어주었다. 이를 듣고 난 뒤 그 학생은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주인공 옆에 나란히 앉아 그 친구의 손을 꼭 잡은 모습을 그렸다. “여기앉아 있는 것은 누구야?” 하고 물었더니, “바로 저예요. 제가 지금 친구가 필요해요. 저는 친하고 싶은데 친구들이 나를 가까이 하지 않아서 속마음을 이야기할 친한 친구가 없어요.”라고 대답하면서 울먹이더니 눈물을 흘리다가 끝내 흐느껴 울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면서 “그래, 그랬구나.” 하며 지긋이 들어주기였다. 그동안 쌓여 있던 묵은 감정의 응어리가 빠져나오기라도 한 듯이 그날은 책 읽어주기를 접고 많은 이야기를 실컷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그날 이후 그 학생은 책 읽어주는 날이 아니어도 등교 후 오전 시간과 점심시간 틈틈이 도서관에 자주 찾아오게 되었다. 나는 변화된 그 학생의 모습을 보면서 책을 통한 소통의 의미를 새로이 맛볼 수 있었다. 또 요즘은 혼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 와서 그 친구에게 재미있는 책을 소개도 해주었다. 친구가 없어 구슬피 울었던 모습이 생생한데 도서관에 같이 오는 친구도 생기니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청소년 감정코칭에는 그림책이 그만이다
이렇게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부에서 넘어온 학생들에게 일정 회기를 정하여 그림책 읽어주기를 하면서 책을 통하여 서로의 마음을 열어 문제를 완화시키고 있다. 책은 그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매개체가 되며 완충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른바 문제아로 불리는 학생들 중 열악한 가정환경을 가진 학생이 대다수인데 그림책을 활용한 책 읽어주기가 그 학생들의 정서 함양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을 느끼며 이것이 그림책이 주는 긍정적 효과라고 생각한다. 그림 하나 없이 무수히 나열된 단어들을 보며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학생들에게는 일반적인 독서치료보다는 그림책 읽어주기가 알맞다고 여겨진다. 적절한 글과 그림을 통해 서로 마음을 나누면서 표현해보는 과정이 그림책을 통한 감정코칭이라고 보인다. 이렇듯 감정코칭에는 그림책이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무덤덤하게 읽어주는 것은 지루하니까 실감하는 정황을 위해 인형 등과 같은 책에 맞는 여러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또 마무리 작업으로 북아트를 해보길 권한다. 가끔은 서로 입장을 바꾸어서 읽어보고, 한 줄씩 번갈아가며 읽어보기도 좋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한 권의 책을 읽는 집중력을 기를 수 있고, 책을 통한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사고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는 물론 독서에 대한 흥미 유발의 동기도 되었다.



중학교 도서관에 그림책 서가를 둔 까닭
언젠가 두 명의 학생에게 한꺼번에 읽어주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첫날은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북뱅크, 2000)라는 책을 읽어주었는데 깔깔거리며 웃더니 “우리가 아기도 아닌데 왜 이런 책을 읽어주는 거예요?” 하면서 의아해했다. 하지만 계속 읽어줄수록 아이들의 표정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어떤 교과 시간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던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와서 그림책 읽어주기를 통해 행복해하는 표정을 볼 수 있었다. 한 학생은 “꼭 어릴 적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라며 내 앞에서 어리광을 피우며 숨김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떤 학생은 “이렇게 쉬운 책은 초등학생들이 읽는 책인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읽어주시니까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하며 배시시 웃기도 했다. 또 다른 학생은 글자보다 그림이 많은 책, 글자 없는 그림책은 힘들게 외워야 하는 수학 공식도 아니고, 독해가 되지 않는 외국어도 아니어서 머리를 편안하게 식힐 수 있어서 좋다며 기분 좋아했다. 어쩌면 가족들로부터도 느끼지 못한 유대감이나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도 풀벌레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오는 9월 문턱의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몰려와 서로 그림책을 읽어주는 풍경이 연출됐다. 예전엔 쉬이 그려지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진다. 한 학생이 그림책을 읽어주면 친구들은 옹기종기 앉아서 경청하는 것이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친구가 그림책을 읽어주니 어때?” 학생들은 한결같이 “재미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그림책을 미니 서가에 따로 모아 두었다. 뭐 쉬운 책 없냐고 말하는 친구들에게 짧지만 생각할 수 있는 책을 권하기도 하고, 친구와 싸웠다며 울적해하는 친구에게 그냥 넘기면서 그림을 감상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그림책을 통하여 학생들은 공감하고,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고, 평온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림책이 주는 아름다운 색채와 형상은 아마 정체되어 있던 아이들의 상상력, 창의력, 잠재력이 파동을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할 거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수확은 문제아로 불리는 학생들도 등교할 때나 방과 후에 도서관 문턱을 쉽게 드나들면서, 꼭 책을 읽지 않아도 수시로 와서 자신의 일상과 감정을 이야기하고 다른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감정코칭을 인도할 수 있는 훈훈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들로 볼 때 청소년에게 그림책이 주는 좋은 점은 잠재된 상상력을 확장시켜주고 마음의 정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나의 그림책 읽어주기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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