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특집 힐링 나를 치유하는 것들, 내게 힘이 되는 것들]쓸데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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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3-10 17:09 조회 6,319회 댓글 0건본문
2001년 첫 근무지는 구리의 한 초등학교였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뒤 초등학교 도서관으로 출근을 하게 된 나는 모든 것이 흥분되었다. 학창 시절 좋은 선생님만 만나 행복한 학생 시절을 보낸 터라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이 정말 좋았다. 조잘대는 귀여운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어 잠도 오지 않았다.
나의 첫 도서관은 1992년 초등학교의 한 교실 귀퉁이였다. 다른 교실보다 1.5배는 더 큰 교실에 한쪽은 낮은 서가가 만들어져 있고, 그 반 담임이 학교도서관을 함께 맡아보는 형태였다. 도서도우미로 첫 활동을 하게 된 그 도서관은 책을 좋아하고 책이 귀하던 나에겐 환상의 나라였다. 마음껏 이 책, 저 책을 볼 수 있는 게 정말 좋았다. 그리고 1993년 중학교로 진급하면서 보게 된 도서관은 폐가식이었다. 어두침침한 공간에 높은 서가, 빽빽이 꽂힌 책들. 먼지가 수북한 그곳이 도서관이라고 했다. 들어가서 숨을 쉬면 먼지가 폐 속으로 다 들어가서 몸에 해로울 것 같은 공간이 도서관이었다. 개가식과 폐가식을 경험했던 나는 아이들에게 최대한 쾌적한 환경에서 좋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출근했다.
행정실장님의 인솔로 들어선 ‘도서실’은 말만 도서실이지 그 옛날 나의 중학교 도서관과 다를 것이 없었다. 아무렇게나 묶여서 쌓여 있는 책 꾸러미, 천정만큼 닿아 있는 높은 서가, 이동하다가 풀어져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책들을 보자 내 중학교의 도서관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쓸데없는 짓…
3월이었지만 칼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온기도 없는 도서관에서 정장 차림으로 하루 종일 먼지를 닦고, 바닥을 쓸고, 청소만 하다가 일주일을 보냈다. 서가에 쌓인 먼지도 닦이고, 배열하여 자리를 잡으니 도서관 꼴이 좀 났다. 청소를 하는 내내 관리자들이 오며가며 ‘아직도 그러고 있냐?’, ‘대충 책을 꽂고 애들이 대출을 할 수 있게 하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갔지만 분류는커녕 맞춤법도 맞지 않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읽힐 수는 없었다. 버릴 책, 취할 책을 선별하고 보니 서가에 꽂힐 책보다는 버려질 책들이 더 많았다. 담당선생님과 상의하고, 포대에 버릴 책을 담는데, 교장선생님께서 오셨다.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네. 이렇게 책을 많이 버리면 책꽂이는 무슨 수로 채워! 책도 얼마 안 되는 걸 도서실이라고 하라는 거야! 그냥 다 갖다 꽂아!” 하시는 말씀에 전산 작업을 하기 전에 맞춤법 개정 전의 도서, 가치를 상실하여 더 이상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책은 정리하여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설득하며 간신히 책을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잘하겠다고 하는 일들이 ‘쓸데없는 짓’으로 전락하자 힘이 쭉 빠졌다. 하지만 ‘그래, 모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하면서 다시 힘을 냈다. 그리고 업체의 지원을 받아서 도서 전산 작업을 마치고, 학부모 도서도우미 어머니를 모집했다. 전산 작업이 끝난 도서에 라벨을 붙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떻게 하면 도서관을 아이들이 재미있게 드나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찰나 도서관을 꾸며보자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담당선생님이 예산이 잡혀 있으니 도서관을 꾸미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기에 행정실에 가서 도서관 환경정리로 예산을 쓰고 싶다고 했지만 행정실장은 달가워하지 않았고, 예산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그럼 예산 없이 도서관 환경미화를 하는 것은 괜찮냐고 물었고, 마음대로 하라는 말을 전달받아 토요일 오후 아이들이 빠져나간 시간에 도우미 어머니들과 작업을 시작했다. 점심시간에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곳에는 아이들이 실내화를 벗고 앉을 수 있도록 매트를 깔고, 도서관 출입문을 밝은 색 페인트로 다시 색칠하고, 유치원에서 쓰다 내놓는 낮은 서가를 가져와서 페인트칠을 하고, 서가 위를 장식할 화분들을 구입하는 등 도서도우미 어머니들과 함께 해가 지는지도 모르고 깔깔깔 웃으며 도서관을 변신시켰다. 모두들 도서관을 찾으면 행복해 할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아주 늦은 퇴근을 했다.
쓸데없는 사람…
월요일 아침 뿌듯한 마음에 출근을 했더니 행정실에서 난리가 났다. 먼저, ‘학교 사람도 아닌 사람’(그 당시 경기도 문화재단에서 사서를 고용하고 학교로 인력을 보내줬다)이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있었던 것을 문제 삼았고, 두 번째로 학교에 속한 교실을 마음대로 바꾸었다는 것에 화를 냈으며, 세 번째로 도서관 환경정비에 예산을 줄 수 없다고 했는데도 도서관 환경정비를 했다는 것에 못마땅해하며 ‘쓸데없는 사람’이 들어와서 학교를 우습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행정실에 불려가 들은 ‘쓸데없는 짓’, ‘학교 사람도 아니면서’, ‘어린 게 자기 마음대로, 멋대로’ 등등의 말들이 대못이 되어 가슴에 쿵쿵 박혔다.
그런데, 다시 하루가 지난 뒤 행정실장님이 불러서는 “어제는 미안했다, 도서관이 정말 예뻐졌다.” 하며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도서도우미 어머니들 중 한 분이 학교운영위원이셨고, 토요일 늦게까지 함께 일하면서 도서관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으며 일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어머니들 중 한 분이셨다. 봉사하러 왔다가 눈이 벌게져 일하던 나를 보며 가슴이 아파 교장선생님께 그간의 나의 노력들을 다 얘기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매번 점심시간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책을 권해주는 사서가 있어서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해하는 줄 아냐고 말했다고 했다.
나의 행동은 관리자들이 보는 시각에서는 쓸데없고 하지 않으면 더 좋을 일이었지만 함께 지내는 아이들은, 어머니들은 행복하고 좋은 시간들이었다는 말에 다시 힘이 나서 일을 하게 되었다. 관리자가 알아주지 않으면 어떠하랴,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도서관에 오는 것을 좋아하게 되고, 책을 더욱 가깝게 여기게 된다면 몸이 조금 수고스러운 것은 가뿐히 웃으며 넘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10년, 아이들이 웃어주며 ‘선생님이 좋아요’, ‘선생님이 우리 반 친구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권해준 책은 항상 재미있어요’ 하는 아이들 덕분에 난 오늘도 몸은 춥지만 마음은 따뜻한 학교도서관에 있다.
사서를 한 지 10년이 되고 있지만 변한 것은 별로 없는 학교… 하지만,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힘을 얻고, 동료 선생님들의 말씀 한마디에 다시 힘을 내는 학교도서관 사서입니다. 우울해 있는 어느 날 아이들이 “선생님, 완전 빵~! 터지게 해드릴게요!" 하고는 여러 가지 동화책의 제목을 가지고 만들어온 글귀. 몇 장의 사진이 있었는데, 이 한 장만 남아 있네요.
학생들과 동료 선생님들께 매번 책을 추천해드리지요. 우리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는 대림인은 누구든 “선생님, 재미있는 책 없어요?”, “추천해주세요. 지난번 책 재미있더라고요.” 하지요. 늘 그렇듯 책을 추천해주고, 가지고 간 책은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그런데 어느 날 선물과 함께 아주 귀한 손편지를 받았어요. 학교는 힘들어도 이렇게 챙겨주는 아이들과 동료 선생님들이 있으니 힘든 줄 모르고 학교에서 계속 지내나 봅니다.
나의 첫 도서관은 1992년 초등학교의 한 교실 귀퉁이였다. 다른 교실보다 1.5배는 더 큰 교실에 한쪽은 낮은 서가가 만들어져 있고, 그 반 담임이 학교도서관을 함께 맡아보는 형태였다. 도서도우미로 첫 활동을 하게 된 그 도서관은 책을 좋아하고 책이 귀하던 나에겐 환상의 나라였다. 마음껏 이 책, 저 책을 볼 수 있는 게 정말 좋았다. 그리고 1993년 중학교로 진급하면서 보게 된 도서관은 폐가식이었다. 어두침침한 공간에 높은 서가, 빽빽이 꽂힌 책들. 먼지가 수북한 그곳이 도서관이라고 했다. 들어가서 숨을 쉬면 먼지가 폐 속으로 다 들어가서 몸에 해로울 것 같은 공간이 도서관이었다. 개가식과 폐가식을 경험했던 나는 아이들에게 최대한 쾌적한 환경에서 좋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출근했다.
행정실장님의 인솔로 들어선 ‘도서실’은 말만 도서실이지 그 옛날 나의 중학교 도서관과 다를 것이 없었다. 아무렇게나 묶여서 쌓여 있는 책 꾸러미, 천정만큼 닿아 있는 높은 서가, 이동하다가 풀어져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책들을 보자 내 중학교의 도서관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쓸데없는 짓…
3월이었지만 칼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온기도 없는 도서관에서 정장 차림으로 하루 종일 먼지를 닦고, 바닥을 쓸고, 청소만 하다가 일주일을 보냈다. 서가에 쌓인 먼지도 닦이고, 배열하여 자리를 잡으니 도서관 꼴이 좀 났다. 청소를 하는 내내 관리자들이 오며가며 ‘아직도 그러고 있냐?’, ‘대충 책을 꽂고 애들이 대출을 할 수 있게 하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갔지만 분류는커녕 맞춤법도 맞지 않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읽힐 수는 없었다. 버릴 책, 취할 책을 선별하고 보니 서가에 꽂힐 책보다는 버려질 책들이 더 많았다. 담당선생님과 상의하고, 포대에 버릴 책을 담는데, 교장선생님께서 오셨다.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네. 이렇게 책을 많이 버리면 책꽂이는 무슨 수로 채워! 책도 얼마 안 되는 걸 도서실이라고 하라는 거야! 그냥 다 갖다 꽂아!” 하시는 말씀에 전산 작업을 하기 전에 맞춤법 개정 전의 도서, 가치를 상실하여 더 이상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책은 정리하여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설득하며 간신히 책을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잘하겠다고 하는 일들이 ‘쓸데없는 짓’으로 전락하자 힘이 쭉 빠졌다. 하지만 ‘그래, 모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하면서 다시 힘을 냈다. 그리고 업체의 지원을 받아서 도서 전산 작업을 마치고, 학부모 도서도우미 어머니를 모집했다. 전산 작업이 끝난 도서에 라벨을 붙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떻게 하면 도서관을 아이들이 재미있게 드나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찰나 도서관을 꾸며보자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담당선생님이 예산이 잡혀 있으니 도서관을 꾸미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기에 행정실에 가서 도서관 환경정리로 예산을 쓰고 싶다고 했지만 행정실장은 달가워하지 않았고, 예산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그럼 예산 없이 도서관 환경미화를 하는 것은 괜찮냐고 물었고, 마음대로 하라는 말을 전달받아 토요일 오후 아이들이 빠져나간 시간에 도우미 어머니들과 작업을 시작했다. 점심시간에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곳에는 아이들이 실내화를 벗고 앉을 수 있도록 매트를 깔고, 도서관 출입문을 밝은 색 페인트로 다시 색칠하고, 유치원에서 쓰다 내놓는 낮은 서가를 가져와서 페인트칠을 하고, 서가 위를 장식할 화분들을 구입하는 등 도서도우미 어머니들과 함께 해가 지는지도 모르고 깔깔깔 웃으며 도서관을 변신시켰다. 모두들 도서관을 찾으면 행복해 할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아주 늦은 퇴근을 했다.
쓸데없는 사람…
월요일 아침 뿌듯한 마음에 출근을 했더니 행정실에서 난리가 났다. 먼저, ‘학교 사람도 아닌 사람’(그 당시 경기도 문화재단에서 사서를 고용하고 학교로 인력을 보내줬다)이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있었던 것을 문제 삼았고, 두 번째로 학교에 속한 교실을 마음대로 바꾸었다는 것에 화를 냈으며, 세 번째로 도서관 환경정비에 예산을 줄 수 없다고 했는데도 도서관 환경정비를 했다는 것에 못마땅해하며 ‘쓸데없는 사람’이 들어와서 학교를 우습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행정실에 불려가 들은 ‘쓸데없는 짓’, ‘학교 사람도 아니면서’, ‘어린 게 자기 마음대로, 멋대로’ 등등의 말들이 대못이 되어 가슴에 쿵쿵 박혔다.
그런데, 다시 하루가 지난 뒤 행정실장님이 불러서는 “어제는 미안했다, 도서관이 정말 예뻐졌다.” 하며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도서도우미 어머니들 중 한 분이 학교운영위원이셨고, 토요일 늦게까지 함께 일하면서 도서관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으며 일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어머니들 중 한 분이셨다. 봉사하러 왔다가 눈이 벌게져 일하던 나를 보며 가슴이 아파 교장선생님께 그간의 나의 노력들을 다 얘기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매번 점심시간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책을 권해주는 사서가 있어서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해하는 줄 아냐고 말했다고 했다.
나의 행동은 관리자들이 보는 시각에서는 쓸데없고 하지 않으면 더 좋을 일이었지만 함께 지내는 아이들은, 어머니들은 행복하고 좋은 시간들이었다는 말에 다시 힘이 나서 일을 하게 되었다. 관리자가 알아주지 않으면 어떠하랴,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도서관에 오는 것을 좋아하게 되고, 책을 더욱 가깝게 여기게 된다면 몸이 조금 수고스러운 것은 가뿐히 웃으며 넘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10년, 아이들이 웃어주며 ‘선생님이 좋아요’, ‘선생님이 우리 반 친구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권해준 책은 항상 재미있어요’ 하는 아이들 덕분에 난 오늘도 몸은 춥지만 마음은 따뜻한 학교도서관에 있다.
사서를 한 지 10년이 되고 있지만 변한 것은 별로 없는 학교… 하지만,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힘을 얻고, 동료 선생님들의 말씀 한마디에 다시 힘을 내는 학교도서관 사서입니다. 우울해 있는 어느 날 아이들이 “선생님, 완전 빵~! 터지게 해드릴게요!" 하고는 여러 가지 동화책의 제목을 가지고 만들어온 글귀. 몇 장의 사진이 있었는데, 이 한 장만 남아 있네요.
학생들과 동료 선생님들께 매번 책을 추천해드리지요. 우리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는 대림인은 누구든 “선생님, 재미있는 책 없어요?”, “추천해주세요. 지난번 책 재미있더라고요.” 하지요. 늘 그렇듯 책을 추천해주고, 가지고 간 책은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그런데 어느 날 선물과 함께 아주 귀한 손편지를 받았어요. 학교는 힘들어도 이렇게 챙겨주는 아이들과 동료 선생님들이 있으니 힘든 줄 모르고 학교에서 계속 지내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