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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오늘의 독서교육] 학교도서관에서 독서교육의 길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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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6-10 17:35 조회 8,35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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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라 서울 경기여고 사서교사

필자는 최근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호흡법부터 팔을 젓는 방법까지 수영 교육은 순서와 체계가 확실했다. 킥판을 주고, 자유롭게 수영을 하도록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영장에서 스스로 수영을 익힌다고 해서 실력이 저절로 늘지 않기에 호흡법부터 발차기, 팔을 젓는 방법까지 단계적으로 하나씩 배워 나간다. 운동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축구를 지도할 때 축구공만 주고 한 시간 동안 축구를 자율적으로 하라고 학생들에게 말한다면 그것은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라 할 수 없다. 축구공을 멀리 차는 방법, 패스를 하는 방법 등을 꼼꼼히,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축구 교육일 것이다.

학교교육의 중심인 학교도서관의 독서교육도 체계와 방법이 위와 같이 확실해야 한다. 도서관을 지어놓은 후 책을 마련해 놓고 독서 환경만 조성하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학생들에게 책을 빌려주고, 제시하는 데에 그쳐서도 안 된다. 단순히 책을 제공하고, 학생들이 저절로 책을 읽도록 바라는 것은 영상매체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더욱 어려운 일이다. 수영장에서 호흡법과 영법을 단계적으로 배워 나가듯이, 축구장에서 패스를 하는 방법을 익혀 나가듯이 학교도서관에서도 주제와 목적에 맞는 효율적 책 읽기의 방법을 지도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독서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만들었다. 학교에서는 독서골든벨, 독서삼품제, 독서의 달 행사, 독서주간 등 다양한 독서흥미 유발 활동, 독서 대회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독서교육 방법이 독서표현 및 독서 흥미 유발에 초점이 맞춰 있다. 독서 흥미 유발 행사와 독후 표현 활동 중심의 독서 프로그램은 나름의 의미와 중요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독서교육의 본질인 상황과 목적에 맞는 효율적 책 읽기도 균형적으로 지도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독서교육은 책의 가치와 책 읽는 방법,책을 활용하는 방법을 일러 주고, 읽도록 이끄는 것이다.


현재 학교도서관 독서교육의 현실과 문제점
2009년 신규 발령을 받고, 도서관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1년간 진행했던 독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행사의 연속이었다. 3월 신입생 환영 도서관 캔디데이(맛있는 책읽기, 달콤한 도서관), 4월 책의 날 행사, 5~6월 책기증 운동, 8월 도서관 문화제, 9월 독서의 달 행사, 11~12월 독서기록장 대회 및 다독자 선발대회. 도서관 소식지도 계간지로 새롭게 만들어 보고, 끊임없이 독서 행사를 추진했다. 독서 흥미 유발 중심의 행사들은 ‘박물관’으로 불렸던 도서관을 비로소 ‘도서관’으로 거듭나게 했다.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은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불러 모으고, 독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교도서관은 책을 중심으로 한 교육의 장이며,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하며, 생각하고, 방법을 익히는 힘을 키워주는 곳이어야 한다.

독서교육을 하나의 실적으로 여기고, 단편적인 독서 행사를 추진하고 있는 학교가 많다. 예를 들면 독서 퀴즈 대회, 독후 활동 대회, 독서 골든벨 대회 등 대회 자체가 목적인 독서교육 활동이다. 일련의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고, 그 교육 활동과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창출되는 결과물이 있을 때 평가와 대회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대회 자체가 목적이 된 단편적인 독서행사와 독후 표현 활동은 학생들의 독서의 즐거움을 되려 잃게 한다. 이렇게 학교도서관의 사서교사는 각종 단편적인 행사와 대회로 에너지를 소진하고, 정작 가장 중요한 교수・학습의 지원, 교과 연계 독서에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도서관 또한 쉬는 시간, 점심시간, 수업 시간 등 모든 시간에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쉬는 시간에는 붐비지만, 수업 시간에는 텅 비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경기여자고등학교의 예
독서교육의 정답은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학교도서관은 제1의 역할이 교육과정에 기여하여 교육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므로 독서교육 또한 교과와 연계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교실, 과학실, 체육관에도 없는 학교도서관만의 최대 이점인 인프라(자료, 기기, 인적자원)가 있다. 독서교육에서 사서교사의 역할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학교도서관 인프라를 최대한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데 있다. 21세기 이제 독서도 공부며 학습이다. 단순한 도서의 대출과 반납, 소개 및 제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서 교육의 주체로서, 독서도 엄연한 교과학습으로 지도해야 한다. 사서교사는 학교도서관에서 학생이 학습하는 부분과, 교사가 가르치는 부분에서 제 역할을 해내야 한다.


사서교사는 그래픽 조직자와 학습도구를 개발하여 교과 특성과 주제에 맞게 제시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독서교육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
학교도서관을 교육적으로 활용하여 교육목적 및 교육과정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교수・학습 이론과 적용 방법에 숙달된 학교도서관 전문가, 즉 사서교사가 체계적으로 독서교육 및 정보활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학생들이 단순 암기와 반복에서 벗어나 정보를 지식으로 소화하고 재구성하여 창의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독서교육을 하자. 학습과 독서는 이제 통합되어 있고, 구분조차 불가능하다. 종이책 뿐만 아니라 전자매체 등 매체별 읽기 자료를 읽고, 분석하는 방법을 지도해야 한다. 학생들의 독서 흥미를 강화하고, 독서를 통해 스스로 학습한 내용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각 교과에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은 가능해진다. 범교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기회의 제공, 협력을 통해 독서능력을 신장시켜야 한다. 능동성과 자기주도적으로 책을 접하고, 삶과 자신의 존재가 분리되지 않는 책 읽기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

학교도서관의 독서교육, 더 넓게 말하면 학교도서관의 역할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려면 사실 사서교사가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 하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역할을 할 수 있는 발판이 필요하다. 국어교사가 전문 교육을 받고 학교에 가면 시수가 정해져 있고, 교과서가 있듯이 사서교사의 역할 또한 공교육에서 명확히 요구하여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서교사 배치만 해놓고, 너희들이 창의적으로 독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도서관 협력수업도 알아서 하라고 전적으로 떠맡기는 것은 곤란하다. 정부의 사서교사를 둘러싼 정책과 제도적 문제들, 교과서 중심의 강의식 수업, 객관식 평가의 교육 현실 등 학교도서관을 둘러싼 독서교육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교육적 역할을 좀 더 실천하고, 실험해 나가며 독서교육과 정보활용교육을 통해 학교도서관이 교육의 중심에 설 그날을 꿈꾼다. 학교를 졸업해서도, 우리의 아이들이 상황과 목적에 따라 책과 다양한 매체의 자료를 찾아 읽고,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치유해 나갈 수 있는 힘을 학교도서관에서 키워나가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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