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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오늘의 독서교육] 책을 읽게 하려면 도서관에서 놀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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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6-10 17:23 조회 7,11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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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혜 서울 청계초 사서교사

명나라 사람 장조는 “모든 일에 심각한 것은 좋지 않지만 독서만은 심각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일에 욕심 사나운 것은 마땅치 않아도 책 사는 일만큼은 욕심 사납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1 나는 책 욕심이 많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책 사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책향기가 좋고 책을 가득 꽂아 놓으면 행복하다. 나의 직업이 사서교사인지라 이것도 일종의 직업병(?)이 아닐는지……

◆1
정민.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 보림. 2012. p.167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책 읽기
‘책’. 그 이름만 들어도 나는 행복해진다. 책을 좋아하고 책 속에 묻혀 살고 있는 나에게 책은 삶이다. 그런데 사서교사인 나도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다. 책에 항상 둘러싸여 있으니 손만 뻗으면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손을 뻗어 책을 열기가 쉽지 않다. 나뿐만이 아니다. 학교, 학원 등의 스케줄로 빡빡하게 하루가 짜여 있는 우리 아이들, 가정, 직장 생활에 지쳐 책장을 넘기기 어려운 현대인들 모두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로 시간 핑계를 댄다.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 글을 읽어보면 이것은 한낱 핑계일 뿐이다.

조선후기 대제학을 지낸 홍석주는 대단한 독서광이다. 그가 평소에 얼마나 책을 열심히 읽었는지 동생 홍길주가 쓴 『수여방필』에 보면 기록되어 있는데 그중 시간 핑계를 대는 우리들의 정곡을 찌르는 부분이 있다.

비록 하루 종일 공무를 보거나 임금을 모시다가 밤 깊은 뒤에 퇴청해 돌아오더라도 반드시 책을 가져다가 등불 아래서 서너 줄 읽은 뒤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과는 하나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사정이 있다고 거르게 되면 일이 없을 때에도 또한 게을러지게 마련이다.” 또 일찍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을 만큼 길게 한가한 때를 기다린 뒤에야 책을 펼친다면 평생 가도 책을 읽을 만한 날은 없다. 비록 아주 바쁜 중에도 한 글자를 읽을 만한 틈만 있으면 문득 한 글자라도 읽는 것이 옳다.◆2

◆2
정민.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 보림. 2012. p.61~62


이 글을 본 순간 얼굴이 달아오르며 부끄러워진다. 한 글자 읽을 시간이라도 있으면 책을 펴는 것이 맞다니… 올해 초 이 글을 접한 이후로 난 정말 한 글자를 읽을 시간만 있으면 책을 들었다. 그 덕분에 3월 중순이 된 지금 예년에 비해 3배 이상의 책을 읽었다. 독서의 가장 큰 관건은 아무래도 ‘시간’인가 보다.

하루 중 자투리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그 시간을 잘만 사용하면 책을 읽을 수 있다. 시간이 없어 읽지 못한다는 것은 홍석주 선생 앞에서는 이유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루하루 빡빡하게 채워진 스케줄 속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할 시간은 언제일까?

아이들에게 나의 자투리 시간을 적어보게 하자. 하루나 이틀 정도 나의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나의 자투리 시간은 언제인지 기록해 보게 한다. 그러고 나서 그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다. 학원 가는 버스 안에서, 화장실에서, 떡볶이 가게에서 줄서서 기다리면서… 수없이 그냥 흘려보내는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보자. 그러려면 가방에는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책이 한 권 들어 있어야 할 것이다. 작년부터 본교에서도 ‘아침을 깨우는 굿모닝 독서’라고 아침독서 10분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교장선생님께서 과감히 각종 아침방송들을 줄이고 교사와 학생이 함께 책을 읽는 아침독서 10분을 실천하고 있다. 이것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책읽기의 하나이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가장 훌륭한 자투리 시간은 아마도 출퇴근 시간. 예전에 출퇴근 시간 지하철을 보면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요즈음은 그렇지 않다. 다들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귀에는 헤드폰을 끼고 있다. 과감히 스마트폰을 던져버리고 책을 들어보자. 이를 통해 삶이 여유로워질 것이다.

혹시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책읽는 지하철’ 행사를 아는가? 지난 1월 이벤트에 7살 아들과 함께 참여하였는데 참으로 벅찬 시간을 보냈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 10시에 인터넷을 통해 탑승수속을 마친 불특정 다수가 모여 2호선 전철을 타고 돌면서 책을 함께 읽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가 바로 지하철에서 책을 읽자는 것이다. 시간을 내어 ‘책읽는 지하철’에 탑승해 보라. 어디를 가든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는 시간은 바로 자투리 시간이다.


책과 친해지는 방법
이렇게 시간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책과 친해져야 한다. 학교도서관에서 15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나름대로 도서관을 운영하는 철학이 있다. 그 철학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책과 친해질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내가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꼭 지키는 나의 도서관 운영 철학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언제나 오고 싶은 편안한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다. 도서관 하면 조용하고 숨소리도 내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을 누구나 한다. 그러나 내가 운영하는 도서관은 다르다. 너무 조용하게 책장도 살~짝 넘겨야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편안한 책읽기의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도 너무 조용한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편안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 활용한 것이 바로 음악이다. 내가 운영하는 도서관에는 항상 음악이 흐른다. 365일 같은 음악이다. 지금 활용하고 있는 음악은 6~7년 전 학도넷에서 음악치료 관련 연수를 했었는데 그곳에 강사로 오신 선생님께서 주신 음악이다. 제목도 모르는 이 음악을 항상 틀어 놓는다. 아이들의 반응은 아주 좋다. 음악을 들으면 집중이 잘된다며 음악 파일을 달라는 친구도 있고 책을 읽으며 음악을 흥얼거리는 친구들도 있다. 가끔 음악 트는 것을 깜박하면 아이들이 와서 오늘은 왜 음악을 틀지 않느냐고 이야기할 정도다. 음악을 틀어놓으면 딱딱한 도서관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음악에 어느 정도 묻힌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음악이 흐르는 도서관 한번 시도해 보기 바란다.

두 번째는 아이들을 나의 책방에 온 고객처럼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나는 평생 처음 만나는 사서선생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의 첫인상이 사서에 대한 아이들의 첫인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아이들이 나의 책방에 온 고객처럼 친절하게 대하려고 애쓴다. 사서교사가 불친절하거나 무서우면 아이들은 도서관에 오지 않는다. 담임교사는 무서워도 아이들이 보지 않을 수 없지만 사서교사가 불친절하고 무서우면 아이들은 보지 않으면 된다. 공공도서관에 갔을 때 무뚝뚝한 직원 때문에 불쾌하고 그 도서관에 다시 가기 싫었던 경험들 종종 있을 것이다.(물론 보이는 곳에 있는 분들은 사서가 아닌 분들이 더 많지만…) 아이들이 사서선생님을 보러 도서관에 오는 것은 아니지만 사서선생님이 싫어서 도서관에 오지 않으면 책을 읽을 기회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 번째는 평생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평생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도서관 이용의 기초를 만들어준다는 것을 말한다. 학교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네 작은 도서관, 공공도서관도 사랑방처럼 드나들 수 있도록 기초를 잡아주는 것이다. 그래서 공공도서관 규칙과 우리 학교도서관 규칙을 같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분류 규칙 KDC를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의 학교도서관이 그렇기 때문에 생략한다.) 첫 번째로 대출카드를 각자 가지고 다니는 것이 공공도서관과 같다. 많은 초등학교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이 대출카드를 잘 잃어버리기 때문에 대출카드는 도서관에 보관해준다. 그러나 이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어느 공공도서관에 가도 대출카드를 보관해주는 도서관은 없다. 또한 스스로 자신의 대출카드를 잘 관리하는 것이 교육의 일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잃어버리는 아이들은 많다. 그러면 다시 만들어 주면 된다. 재발급하는 일이 굉장히 번거롭고 힘들지만 그래도 그게 뭐가 대수랴, 책을 읽고 싶다는데. 또 연체되면 연체된 기간만큼 대출해 주지 않는 것도 공공도서관과 같다. 어느 학부모님께서 아이가 연체돼서 책을 못 빌린다고 하면서, 책을 읽겠다는데 왜 책을 빌려주지 않느냐고 항의한 적이 있다. 근거를 가지고 오라면서. 그래서 근거를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가 평생 도서관을 이용하게 만들고 싶으시냐고 그러려면 도서관 규칙이 공공도서관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연체되면 책을 대출해주지 않는다고. 그 규정은 우리 학교도서관 운영 규정에 명시되어 있다고 했다. 그제야 수긍하시며 가셨다.

물론 연체된 기간만큼 정말로 다 빌려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100일, 200일 연체된 아이들에게 정말 책을 빌려주지 않으면 그 아이는 영원히 도서관에 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니까, 교육기관이니까 융통성을 발휘하여 최장 7일 정도 대출 중지기간을 주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도서관과 친해지면 그것은 곧 평생 독자가 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남송 때 학자 우무는 “배고플 때는 책을 읽으며 고기라고 생각했고, 추우면 책을 읽으며 가죽옷이라고 여겼다. 외로워도 책을 읽으며 마음에 맞는 벗이려니 하였고, 번민에 차 있을 때에도 책을 읽으며 온갖 아름다운 음악 소리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3 이렇게 책이 삶의 모든 것이 되려면 아이들이 책과 도서관과 벗이 되어야 할 것이다.

◆3
정민.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 보림. 2012.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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