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사무처장


요즘 어떤 벗들과 만나고 계신가요? 서로 마음이 통하고 말이 통하는 벗들이겠지요?

사람들은 평소 벗을 잘 사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제 아이들일 때는 더 마음이 쓰이지요? 내 아이보다 여러모로 나은 아이를 사귀었으면 하고 은근히 바라기도 하구요. 내 아이가 다른 아이의 좋은 벗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당부에 앞서서 말이에요.

예로부터 벗이 되기에 장유(長幼)를 뛰어넘고 귀천(貴賤)에도 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 둘레에서 그런 벗을 찾을 수 없다면 시대를 뛰어넘고 공간을 초월해서 벗을 만날 필요가 있다고도 했지요. 어떻게요? 바로 책읽기로 말이에요.

이번 여름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남양주 능내리 다산생가로 정약용 선생을 만나러 가보면 어떨까요? 저는 늘 마음으로 자랑스럽게 흠모하는 분이라 가끔 찾아가는 곳이에요. 생가 여유당 바로 뒤, 볕 잘 드는 언덕에 다산 묘소가 있습니다. 해마다 4월이면 다산을 그리워하고 배우려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묘제를 지냅니다. 올해도 9월 5일부터 4일간 다산문화제가 열려요.

유네스코(UNESCO, 국제 연합 교육 과학 문화 기구)가 선정한 2012년 세계문화인물이 4명이라고 합니다. 정약용, 루소, 헤세, 드뷔시 모두 알만한 분들이지요? 지난해는 다산 선생이 태어나신 지 250년 되는 해이기도 해서 온 세계 학자들과 다산연구소, 실학박물관이 다산과의 만남의 자리를 많이 마련했지요. 다산 정약용 선생도 독서상우(讀書尙友)를 이야기합니다. “천하에 벗 삼을 이가 없을 때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성현이 남긴 책을 벗 삼는다. 옛 성현을 벗 삼으려면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라고 했지요? 다산은 성호 이익이 남긴 책을 보고 민생을 위한 경세치용(經世致用)의 학문에 뜻을 두었다고 하지요. 외롭고 가난한 유배생활에서도 그 많은 글들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다산이 독서상우, 책으로 벗을 삼는 것을 제대로 실천한 지식인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상을 온몸으로 사랑하고 책읽기를 실천했던 우리의 고마운 벗, 다산 정약용 선생은 자신의 천재성을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에 쓰지 않고 모든 백성을 위해 쓰셨지요.


그 올곧은 마음이 그립다면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중앙선 전철을 타야지요. 팔당역에서 내려서 길 건너에서 버스를 잠깐 타고 다산유적지 입구에서 내려요. 잘 만들어진 산책길을 따라 10여 분 걸어 들어가면 다산생가가 있는 마재마을을 만납니다. 먼저 묘소를 찾아 인사 올려야지요. 멀리서 벗이 왔다고요. 다산생가 여유당과 기념관을 천천히 둘러보세요. 바로 앞 실학박물관에 들르면 18세기 이후 실학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산은 한강을 열수라 했다지요? 다산선생이 늘 산책했다는 초전나루까지 천천히 산책을 하면서 유장하게 흐르는 강가에서 다산을 만나보세요.

다시 버스에서 내렸던 곳으로 가면 옛 철길을 살려 만든 자전거길이 나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도 되고 강길 따라 1시간쯤 천천히 다산길을 걷다보면 운길산역이 나옵니다. 이 길도 다산이 즐겨 찾던 수종사를 가기 위해 걸었을 길입니다. 운길산역에 도착해서 다시 산길을 잡아 또 한 시간쯤 오르면 수종사에 도착합니다. 수종사에 오르면 멀리 두물머리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을 시원하게 합니다. 삼정헌이라는 무료찻방도 있는데 관동으로 가던 길목이었던 그곳엔 수많은 관료와 시인묵객들이 들러 남겨놓은 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조선의 명문장가였던 서거정은 “동방의 사찰 중 최고의 전망을 가진 사찰”이라 했고, 다산도 “호남 땅에 사찰들이 수백 개가 된다 하나, 수종 누각 이 하나만 못하리라.”라고 시를 읊었을 정도라니 그 느낌은 우리에게도 이어집니다.




이번 기행을 시작으로 실학기행을 시작해 보시라 권합니다.

•실학박물관(www.silhakmuseum.or.kr )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
수원 화성박물관(http://hsmuseum.suwon.ne.kr)
• 성호 이익을 찾아 경기도 안산의 성호기념관
(http://seongho.iansan.net)
• 반계 유형원의 반계서당(전라북도 부안군 보안면 우반동(우동리))
• 강진의 다산초당 / 흑산도로 정약전을 찾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