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여행! 세상은 열린 도서관이 되다] 권정생의 향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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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9-25 14:05 조회 6,597회 댓글 0건본문
조월례 아동도서평론가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는 이들에게 슬며시 권하고 싶은 곳이 있다.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님이 생전에 머물던 곳이다. 휴가를 갈 만한 여행지라면 눈과 입과 귀를 즐겁게 할 곳이라야 하는데 사실 이곳은 그렇지는 않다. 선생님이 머물던 경상북도 안동군 일직면 조탑동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시골마을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먼저 신라시대부터 마을을 지켜온 오층 전탑이 손님을 맞이한다. 마을 중간쯤에 『강아지 똥』에 나올법한 구부러진 돌담길을 따라 한참 들어가면 아무런 치장도 하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5평짜리 양철지붕을 얹은 흙집이 나타난다.
이곳은 한국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권정생 선생님이 생전에 몸을 담고 있던 곳이다. 어느 기사에서 보니 생가라고 했던데 생가는 아니고 선생님이 청년시절 조탑리 일직교회에서 지내다가 마을 청년들이 이 집을 지어주어 머물게 된 곳이다. 이제는 주인 없이 빈 고무신이 집을 지키고 있지만 이곳은 권정생 선생님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주인을 지키는 개 뺑덕이와 함께 『몽실 언니』, 『점득이네』, 『초가집이 있던 마을』,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강아지 똥』 등 주옥같은 한국 어린이 문학의 걸작을 탄생시킨 곳이다.
한국 어린이 출판물로서는 드물게 100만 부가 넘게 팔린 책들, 아니 그보다는 고통스런 한국 역사의 한가운데를 온몸으로 살아오면서도 꺾이지 않은 『몽실 언니』나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강아지 똥』 같은 사물에게조차 존재감을 드높인 권정생의 정신이 살아있는 곳이다.
다섯 평짜리 흙집을 안고 있는 마당에는 토끼풀과 질경이가 지천으로 깔려 있고, 집 둘레에는 탱자나무 대추나무 등 온갖 나무가 울타리를 이룬다. 집 뒤에는 권정생의 육신이 뿌려진 빌뱅이 언덕이 있다. 이곳에 오르면 조탑리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때 개구리와 생쥐와 티격태격하며 함께 살았던 일직교회를 포함한 너른 들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한국사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며 모질게 살아온 『몽실 언니』의 배경이기도 하고, 조선시대, 아니 그 이전부터 풀뿌리처럼 살아온 이들의 가슴 아픈 사랑이 싹텄던 『한티재 하늘 1, 2』의 배경이기도 하다. 풀처럼 나무처럼 말간 마음으로 착하게 살던 마을사람들이 전쟁의 불구덩이를 지나온 곳이기도 하다.
권정생 선생님은 몸을 누이면 가득 차는 조그만 5평 흙집에서 세상의 모든 목숨들이 공존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을 염원했다. 이제 권정생의 집에 권정생은 없다. 하지만 어떤 것으로도 꾸미지 않은 조그만 집에서 우리는 많은 걸 갖고 있으면서도 더 많이 갖고 싶어서 안달하며 살아가는 부끄러운 스스로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욕심을 내려놓을 용기를 얻게 된다. 어떤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도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낼 수 있다. 평생을 이 작은 집에서 아무것도 갖지 않고 마당의 풀과 나무, 지나가는 벌레와 자신의 집을 찾아오는 바람 한 줌에 감사하며 살아간 권정생 선생님이다.
권정생 선생님은 자신이 어린이 문학을 공부한 적이 없고, 어린이 문학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했다. 다만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누군가는 노래를 하고, 누군가는 춤을 추듯이 그렇게 풀어놓은 이야기라고 했다.
권정생 문학이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품을 수 있었던 것은 강자들의 폭력을 거부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들, 사물들에게조차 저마다의 존재감을 부여하는 뚜렷한 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무런 치장도 하지 않은 조그만 흙집에서, 그의 육신이 흩뿌려진 빌뱅이 언덕에서, 한때는 그가 한 끼 식사를 해결했을지도 모를 마당의 솥단지가, 밤새 눈물을 흘리며 병든 몸을 일으켜 마당을 가로질러 다녔을 푸세식 뒷간이, 그가 스스로 가꾸어 마을 할머니들과 부침개를 해서 나누어 먹었다는 손바닥만한 텃밭에서 햇살을 받으며 올라오는 푸성귀들이 그의 향기를 전한다.
눈과 귀와 입을 즐겁게 하는 여행지가 널려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그곳에 서면 권정생의 향기를 맡을 수 있고, 그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에게 부끄러움을 알게 하고, 욕심 부릴 줄 모르는 나의 욕심을 보게 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쓸모없어 보이는 나를 소중한 존재로 거듭나게 한다.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는 이들에게 슬며시 권하고 싶은 곳이 있다.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님이 생전에 머물던 곳이다. 휴가를 갈 만한 여행지라면 눈과 입과 귀를 즐겁게 할 곳이라야 하는데 사실 이곳은 그렇지는 않다. 선생님이 머물던 경상북도 안동군 일직면 조탑동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시골마을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먼저 신라시대부터 마을을 지켜온 오층 전탑이 손님을 맞이한다. 마을 중간쯤에 『강아지 똥』에 나올법한 구부러진 돌담길을 따라 한참 들어가면 아무런 치장도 하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5평짜리 양철지붕을 얹은 흙집이 나타난다.
이곳은 한국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권정생 선생님이 생전에 몸을 담고 있던 곳이다. 어느 기사에서 보니 생가라고 했던데 생가는 아니고 선생님이 청년시절 조탑리 일직교회에서 지내다가 마을 청년들이 이 집을 지어주어 머물게 된 곳이다. 이제는 주인 없이 빈 고무신이 집을 지키고 있지만 이곳은 권정생 선생님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주인을 지키는 개 뺑덕이와 함께 『몽실 언니』, 『점득이네』, 『초가집이 있던 마을』,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강아지 똥』 등 주옥같은 한국 어린이 문학의 걸작을 탄생시킨 곳이다.
한국 어린이 출판물로서는 드물게 100만 부가 넘게 팔린 책들, 아니 그보다는 고통스런 한국 역사의 한가운데를 온몸으로 살아오면서도 꺾이지 않은 『몽실 언니』나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강아지 똥』 같은 사물에게조차 존재감을 드높인 권정생의 정신이 살아있는 곳이다.
다섯 평짜리 흙집을 안고 있는 마당에는 토끼풀과 질경이가 지천으로 깔려 있고, 집 둘레에는 탱자나무 대추나무 등 온갖 나무가 울타리를 이룬다. 집 뒤에는 권정생의 육신이 뿌려진 빌뱅이 언덕이 있다. 이곳에 오르면 조탑리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때 개구리와 생쥐와 티격태격하며 함께 살았던 일직교회를 포함한 너른 들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한국사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며 모질게 살아온 『몽실 언니』의 배경이기도 하고, 조선시대, 아니 그 이전부터 풀뿌리처럼 살아온 이들의 가슴 아픈 사랑이 싹텄던 『한티재 하늘 1, 2』의 배경이기도 하다. 풀처럼 나무처럼 말간 마음으로 착하게 살던 마을사람들이 전쟁의 불구덩이를 지나온 곳이기도 하다.
권정생 선생님은 몸을 누이면 가득 차는 조그만 5평 흙집에서 세상의 모든 목숨들이 공존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을 염원했다. 이제 권정생의 집에 권정생은 없다. 하지만 어떤 것으로도 꾸미지 않은 조그만 집에서 우리는 많은 걸 갖고 있으면서도 더 많이 갖고 싶어서 안달하며 살아가는 부끄러운 스스로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욕심을 내려놓을 용기를 얻게 된다. 어떤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도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낼 수 있다. 평생을 이 작은 집에서 아무것도 갖지 않고 마당의 풀과 나무, 지나가는 벌레와 자신의 집을 찾아오는 바람 한 줌에 감사하며 살아간 권정생 선생님이다.
권정생 선생님은 자신이 어린이 문학을 공부한 적이 없고, 어린이 문학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했다. 다만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누군가는 노래를 하고, 누군가는 춤을 추듯이 그렇게 풀어놓은 이야기라고 했다.
권정생 문학이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품을 수 있었던 것은 강자들의 폭력을 거부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들, 사물들에게조차 저마다의 존재감을 부여하는 뚜렷한 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무런 치장도 하지 않은 조그만 흙집에서, 그의 육신이 흩뿌려진 빌뱅이 언덕에서, 한때는 그가 한 끼 식사를 해결했을지도 모를 마당의 솥단지가, 밤새 눈물을 흘리며 병든 몸을 일으켜 마당을 가로질러 다녔을 푸세식 뒷간이, 그가 스스로 가꾸어 마을 할머니들과 부침개를 해서 나누어 먹었다는 손바닥만한 텃밭에서 햇살을 받으며 올라오는 푸성귀들이 그의 향기를 전한다.
눈과 귀와 입을 즐겁게 하는 여행지가 널려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그곳에 서면 권정생의 향기를 맡을 수 있고, 그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에게 부끄러움을 알게 하고, 욕심 부릴 줄 모르는 나의 욕심을 보게 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쓸모없어 보이는 나를 소중한 존재로 거듭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