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학교도서관에서 학부모의 역할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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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1-09 20:27 조회 6,705회 댓글 0건본문
학교도서관은 언제나 일이 넘친다. 사서선생님이 계시다고 해도 그 많은 일을 혼자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학교도서관에서는 학부모들의 도움을 요청하고, 많은 학부모들이 기꺼이 그 요청을 받아들인다. 현재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학부모들을 만났다. 그들이 어떤 계기로 학교도서관 자원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 학교도서관에 바라는 점, 학교도서관 자원활동을 하면서 느낀 솔직한 감정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언제 2013년 10월 7일 월요일
누가
학부모A 초등학교에서 7년, 중학교에서 4년째 활동 중
학부모B 초등학교에서 6년째 활동 중
학부모C 초등학교에서 3년째 활동하고 있는 명예사서 대표
학부모D 초등학교에서 3년째 활동 중
(*개별학교와 관련된 민감한 이야기가 나오는 관계로 구체적인 소속과 이름은 적지 않았습니다.)
정리 홍주리 기자
다양한 학부모 자원활동의 모습들
A 학부모가 활동하는 시간과 규모, 활동 범위는 각 학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제 아이가 다녔던 초등학교 같은 경우는 반납, 대출 업무를 도와주는 도서도우미가 80명 정도, 책 읽어 주는 학부모가 20명 정도 되었어요. 규모가 꽤 큰 편이었지요.
C 저는 처음에는 도서도우미 활동만 하다가 점차 책 읽어 주기까지 활동 반경이 넓어지게 되었어요. 어떤 분은 책 읽어 주는 활동만 하는 분이 있기도 하고요. 지금은 책 읽어 주는 활동을 하는 학부모만 40명 정도가 되네요.
B 저희는 자원활동 신청서가 아이 편으로 집으로 왔어요. 도서도우미와 책 읽어 주기 활동 중 하고 싶은 활동에 체크해서 보내라는 신청서가 와서 책 읽어 주기 활동을 신청했지요. 저까지 포함해서 지금 현재 14명이 활동하고 있어요. 숫자가 적은 이유는 저학년 아이들만 책 읽어 주는 대상에 해당 돼서 그런데요, 지난번 교장선생님과의 면담 때 고학년 아이들과도 책 읽어 주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말씀은 드려 놓았답니다. 그러려면 학부모 인원이 더 필요하겠지만요.
D 저는 학기 초에 학부모 총회에 갔는데 거기서 학교도서관 도우미 신청을 받더라고요. 신청을 한 사람들만 도서관에 따로 모여 업무를 나누는 방식이었어요. 왜 그런가 하니 신청서만 보내면 대부분 저학년 학부모들만 오고 고학년 학부모들은 거의 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들 나와 있는 자리에서 의무적으로 각 반에 몇 명씩 신청하라고 하는 무언의 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C 그건 맞아요. 아이가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부모는 도서관 자원활동 신청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자기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게 없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있어요. 반면에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내내 학교도서관에 나오시는 학부모도 계시고요. 참, 중학교는 어떤가요?
A 초등학교와 다르게 중・고등학교의 경우 학부모 명예사서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제 아이가 들어간 학교에 학부모 도서도우미가 새로 생겼기 때문에 자리를 잡는 정도라 활동에 한계가 있지요. 활동 자체는 대출, 반납 업무, 서가정리, 라벨 작업, 도서관 청소 등 초등학교에서 했던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책 읽어 주는 활동은 일반 학생들에게 읽어 주는 것을 학교에서도 원하지 않고, 초등학교에서보다 아이들 다루기가 힘들어요. 처음 하시는 분은 더 그렇죠. 그래서 고민하다가 지금은 장애우반에서 책 읽어 주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학부모 2명이 1시간에 2권씩 책을 읽어 주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고요.
학부모들이 학교도서관에 오는 이유
A 저는 제가 도서관이나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줄 때 아이들과 교감을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활동을 해요. 제가 뭘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만, 책 읽어 주기도 분명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떤 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의 지시로 영어책 읽어 주는 활동을 열성적으로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물론 영어로 된 간단한 그림책 정도야 노래 배우듯이 자연스럽게 읽으면 되겠지만, 모국어가 아닌 책을 읽어 주면 아무래도 전달력도 떨어지고 아이들과 공감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보여주기 식의 책 읽어 주기가 되는 것 같아서 불편할 것 같아요. 지속적이지도 않을 것 같고요.
B 저는 책을 읽어 주는 것도 교과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담임선생님은 제가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에게 독서기록장부터 나눠 주더라고요. 아이들이 그런 부담 없이 편하게 책을 읽도록 두면 어떨까 생각도 들어요.
C 맞아요. 제가 선생님들의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누어 봤는데, ‘감시형’과 ‘방관형’, 그리고 마지막이 ‘독서기록장형’이에요. 어떨 때는 차라리 ‘방관형’ 선생님이 가장 편하죠. 첫 번째와 마지막 유형의 선생님들은 은근히 아이들을 잡는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요.
D 사실 학부모 자원활동을 하러 나가려면 제 아이를 먼저 ‘잡아야’ 해요. 여기서 잡는다는 건, 자원활동 하러 학교에 가야 해서 가뜩이나 바쁜 아침 시간에 아이가 늑장을 부리면 가만 두지 않는다는 거지요. 그러고 한판 크게 싸우고 나서 학교에 가서 다른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면서 속으로 ‘아,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란 회의감이 들기도 해요.
C 교장선생님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실 거예요. 학부모 명예사서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되게 아침에 학교에 나오는지….
D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저 아줌마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자기들에게 책을 읽어 주러 왔는지 알면 지금보다 분위기가 훨씬 달라질 걸요.
A 그런 점들 때문에 저도 10년이 넘도록 책 읽어 주기 활동을 하면서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책에 관심 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책에 관심과 흥미가 없는 아이들이 책과 접할 수 있는 시간은 내가 교실에 와서 책 읽어 주는 시간뿐이란 걸 생각하면 그만둘 수가 없었죠.
학부모가 학교에 바라는 점
A 서가정리부터 시작해서 책 읽어 주기까지 도서관에서 자원활동을 하려면 전문적인 지식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는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학교도서관 자원활동은 녹색어머니나 급식도우미 활동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잖아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다 보니 아이 등에 떠밀려 무작정 활동을 시작하게 되어, 시간이 지나면 차차 활동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돼요. 그렇게 되면 학교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점점 뜸해지지요.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서라도, 학교 측에서 학부모 자원활동가를 대상으로 도서관에 대한 교육이나 강좌 등을 마련해줬으면 좋겠어요.
D 하다못해 학교에서 행사 지원비나 재료비 10만원이라도 지원이 나왔으면 하네요. 우리 학교는 예산이 없어 학부모들이 돈을 모아 행사를 치렀답니다.
B 문제는 예산이죠. 사서선생님에게 강좌 요청을 해도 돌아오는 건 예산이 부족하다는 답변이에요. 물론 부족한 예산을 쪼개서 어렵게 강좌를 마련해 주시는 사서선생님들도 계시지만 쉽지 않아요. 그래서 속으로는 다들 필요성을 느끼지만, 그 이야기를 학교도서관 바깥으로 꺼내는 것은 무척 어렵죠. 학교 쪽에 의견 제시를 한다는 것은 무엇이든 간에 ‘안 될 걸요.’ 하는 생각부터 들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교장선생님이에요. 교장선생님의 성향에 따라 학교도서관의 많은 것이 바뀌는 것이 현실이지요.
C 제가 듣기로는 학교에서 예산을 짜는 시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 시기에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전달한다면, 꼭 필요한 부분에 예산이 책정되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그 시기를 알 통로가 없다는 게 참 안타깝지요.
학교에는 항상 끊임없이 요구를 해야 해요. 한두 번 요구한다고 해서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는 어렵죠.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처럼 열 번이라도, 백 번이라도 부지런히 학교에 요구해야 해요. 그러려면 먼저 우리가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하겠지만요.
D 학교에서 사서선생님들의 목소리가 좀 강하다면, 우리 요구가 좀 더 쉽고 빨리 전달될지도 모르겠네요. 비정규직 사서선생님의 경우, 학부모들과 이런저런 행사를 기획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시다거나 학교 쪽에 예산 관련한 문제로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에 비해 입지가 뚜렷한 정규직 사서선생님들이라면 이야기가 좀 쉬워지지 않을까요? 앞에서 말씀하신 예산 책정 시기도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아, 물론 이건 꼭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요. 사서선생님이 오래 계셔서 학교 사정을 잘 알고 계시다면 도서관 담당선생님을 통해서라도 의견을 전달할 수 있겠지요.
B 반대로 사서선생님이 학부모들한테 요구하는 게 어렵다는 말도 들었던 것 같아요. 가뜩이나 바쁜 시간 쪼개서 활동해 주시는데, 교육까지 들으라고 하면 학교도서관에 오는 학부모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거죠. 학기 초에는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줄 알고 들었다가, 한 번 더 강좌를 마련했다고 하면 귀찮아하는 학부모가 많지요. 사서선생님들은 양쪽으로 힘들 것 같아요.
A 바쁜 업무에 치여 피곤하신 사서선생님들에게 제가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전문성’을 좀 더 키워주셨으면 한다는 거예요. 무슨 책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방법, 서가의 배치, 책을 알리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것들이요. 학부모들도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학교도서관 본연의 역할을 사서선생님께서 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학부모들이 업무부분에서 많이 도와드려야 하겠지만요.
자원활동을 통해 얻는 기쁨과 아쉬움
C 아이들에게 얻는 기쁨만큼 어려움도 많아요. 특히 고학년 아이들 중에서는 엄마들이 책을 읽어 주고 있는데 다른 책을 읽는 아이가 한 반에 여러 명 있어요. 학년이 높아질수록 그 비율은 점점 늘어나지요. 힘들게 준비해서 책을 읽어 주고 있는데 그런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면 힘이 빠지기도 해요.
A 아이들뿐만 아니라 같이 활동하시는 다른 학부모님들 때문에 속이 상할 때가 있어요. 책 읽어 주기 활동을 하는 분이셨는데, 책을 미리 읽어 오지도 않으시고 아이들 앞에서 “이게 무슨 말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하시는 거예요. 집안일이다 뭐다 해서 바쁜 시간 쪼개어 준비하고 오는 사람들은 뭐가 되는 건지…. 그런 분들은 책 선정 회의를 할 때도 읽어 줄 책을 골라오지 않으시고 빈손으로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C 맞아요. 우리학교도 책 선정 회의를 할 때 항상 준비하는 사람만 해 오게 돼요. 그렇게 되면 점점 재미가 없어지는데, 활동을 하는 나도 재미가 없고 아이들도 점점 학부모들이 하는 활동에 관심을 잃게 되지요.
D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제 자랑 같아서 쑥스럽기도 하네요. 학교 수업 중에 ‘고마운 사람에게 편지쓰기’ 활동을 하는 시간이 있었나 봐요. 2학년 아이 한 명이 제게 편지를 써서 전해 주는데, 눈물이 날 뻔했어요. 책을 읽어 주는 게 결코 헛된 일이 아니었다는 것과 아이들도 우리를 많이 생각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더더욱 책 읽어 주는 활동이 좋아지게 되었죠.
A 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때가 정말 좋아요. 제 아이가 사춘기다 보니, 표정 변화가 없고 감정 표현이 많이 없는데 제가 책을 읽어 주는 장애우반 아이들은 표정 변화가 정말 가지각색이에요. 오히려 제가 이 아이들에게 치유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C 저는 제 목소리가 그렇게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어요. 그리고 발음이 불분명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행여나 아이들에게 책잡히거나 하지는 않을까 하고요. 그런데 잘 읽든, 못 읽든 일단 읽어 주자고 생각하고 얼굴에 철판 깔고 책을 읽어 주다 보니 “선생님, 목소리가 정말 좋아요.”란 소리를 듣게 되었네요.
B 저는 계속 공부가 되기 때문에 이 활동이 좋아요. 학교도서관을 드나들지 않으면 책과 접할 기회가 정말 없을 텐데, 자원활동을 하다 보면 책과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가 없지요. 게다가 얼마 전에는 함께 활동하는 학부모들과 가까운 박물관으로 현장학습을 갔는데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만날 기회가 없는 도서도우미 학부모들과 책 읽어 주기 학부모들의 서먹서먹함을 없애 보려고 나갔던 건데, 아이들까지 신청자를 40명 정도 받아 관광버스 한 대를 빌려 평일에 바람을 쐬러 나갔다 왔어요.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어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아직 해보지 않은 학교가 있다면 해보세요!
A 도서바자회 같은 행사를 해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겠네요. 사실 이렇게 말하다 보면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은데, 아직 우리가 학교도서관 자원활동의 좋은 점을 많이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 이렇게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언제 2013년 10월 7일 월요일
누가
학부모A 초등학교에서 7년, 중학교에서 4년째 활동 중
학부모B 초등학교에서 6년째 활동 중
학부모C 초등학교에서 3년째 활동하고 있는 명예사서 대표
학부모D 초등학교에서 3년째 활동 중
(*개별학교와 관련된 민감한 이야기가 나오는 관계로 구체적인 소속과 이름은 적지 않았습니다.)
정리 홍주리 기자
다양한 학부모 자원활동의 모습들
A 학부모가 활동하는 시간과 규모, 활동 범위는 각 학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제 아이가 다녔던 초등학교 같은 경우는 반납, 대출 업무를 도와주는 도서도우미가 80명 정도, 책 읽어 주는 학부모가 20명 정도 되었어요. 규모가 꽤 큰 편이었지요.
C 저는 처음에는 도서도우미 활동만 하다가 점차 책 읽어 주기까지 활동 반경이 넓어지게 되었어요. 어떤 분은 책 읽어 주는 활동만 하는 분이 있기도 하고요. 지금은 책 읽어 주는 활동을 하는 학부모만 40명 정도가 되네요.
B 저희는 자원활동 신청서가 아이 편으로 집으로 왔어요. 도서도우미와 책 읽어 주기 활동 중 하고 싶은 활동에 체크해서 보내라는 신청서가 와서 책 읽어 주기 활동을 신청했지요. 저까지 포함해서 지금 현재 14명이 활동하고 있어요. 숫자가 적은 이유는 저학년 아이들만 책 읽어 주는 대상에 해당 돼서 그런데요, 지난번 교장선생님과의 면담 때 고학년 아이들과도 책 읽어 주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말씀은 드려 놓았답니다. 그러려면 학부모 인원이 더 필요하겠지만요.
D 저는 학기 초에 학부모 총회에 갔는데 거기서 학교도서관 도우미 신청을 받더라고요. 신청을 한 사람들만 도서관에 따로 모여 업무를 나누는 방식이었어요. 왜 그런가 하니 신청서만 보내면 대부분 저학년 학부모들만 오고 고학년 학부모들은 거의 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들 나와 있는 자리에서 의무적으로 각 반에 몇 명씩 신청하라고 하는 무언의 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C 그건 맞아요. 아이가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부모는 도서관 자원활동 신청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자기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게 없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있어요. 반면에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내내 학교도서관에 나오시는 학부모도 계시고요. 참, 중학교는 어떤가요?
A 초등학교와 다르게 중・고등학교의 경우 학부모 명예사서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제 아이가 들어간 학교에 학부모 도서도우미가 새로 생겼기 때문에 자리를 잡는 정도라 활동에 한계가 있지요. 활동 자체는 대출, 반납 업무, 서가정리, 라벨 작업, 도서관 청소 등 초등학교에서 했던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책 읽어 주는 활동은 일반 학생들에게 읽어 주는 것을 학교에서도 원하지 않고, 초등학교에서보다 아이들 다루기가 힘들어요. 처음 하시는 분은 더 그렇죠. 그래서 고민하다가 지금은 장애우반에서 책 읽어 주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학부모 2명이 1시간에 2권씩 책을 읽어 주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고요.
학부모들이 학교도서관에 오는 이유
A 저는 제가 도서관이나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줄 때 아이들과 교감을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활동을 해요. 제가 뭘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만, 책 읽어 주기도 분명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떤 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의 지시로 영어책 읽어 주는 활동을 열성적으로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물론 영어로 된 간단한 그림책 정도야 노래 배우듯이 자연스럽게 읽으면 되겠지만, 모국어가 아닌 책을 읽어 주면 아무래도 전달력도 떨어지고 아이들과 공감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보여주기 식의 책 읽어 주기가 되는 것 같아서 불편할 것 같아요. 지속적이지도 않을 것 같고요.
B 저는 책을 읽어 주는 것도 교과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담임선생님은 제가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에게 독서기록장부터 나눠 주더라고요. 아이들이 그런 부담 없이 편하게 책을 읽도록 두면 어떨까 생각도 들어요.
C 맞아요. 제가 선생님들의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누어 봤는데, ‘감시형’과 ‘방관형’, 그리고 마지막이 ‘독서기록장형’이에요. 어떨 때는 차라리 ‘방관형’ 선생님이 가장 편하죠. 첫 번째와 마지막 유형의 선생님들은 은근히 아이들을 잡는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요.
D 사실 학부모 자원활동을 하러 나가려면 제 아이를 먼저 ‘잡아야’ 해요. 여기서 잡는다는 건, 자원활동 하러 학교에 가야 해서 가뜩이나 바쁜 아침 시간에 아이가 늑장을 부리면 가만 두지 않는다는 거지요. 그러고 한판 크게 싸우고 나서 학교에 가서 다른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면서 속으로 ‘아,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란 회의감이 들기도 해요.
C 교장선생님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실 거예요. 학부모 명예사서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되게 아침에 학교에 나오는지….
D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저 아줌마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자기들에게 책을 읽어 주러 왔는지 알면 지금보다 분위기가 훨씬 달라질 걸요.
A 그런 점들 때문에 저도 10년이 넘도록 책 읽어 주기 활동을 하면서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책에 관심 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책에 관심과 흥미가 없는 아이들이 책과 접할 수 있는 시간은 내가 교실에 와서 책 읽어 주는 시간뿐이란 걸 생각하면 그만둘 수가 없었죠.
학부모가 학교에 바라는 점
A 서가정리부터 시작해서 책 읽어 주기까지 도서관에서 자원활동을 하려면 전문적인 지식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는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학교도서관 자원활동은 녹색어머니나 급식도우미 활동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잖아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다 보니 아이 등에 떠밀려 무작정 활동을 시작하게 되어, 시간이 지나면 차차 활동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돼요. 그렇게 되면 학교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점점 뜸해지지요.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서라도, 학교 측에서 학부모 자원활동가를 대상으로 도서관에 대한 교육이나 강좌 등을 마련해줬으면 좋겠어요.
D 하다못해 학교에서 행사 지원비나 재료비 10만원이라도 지원이 나왔으면 하네요. 우리 학교는 예산이 없어 학부모들이 돈을 모아 행사를 치렀답니다.
B 문제는 예산이죠. 사서선생님에게 강좌 요청을 해도 돌아오는 건 예산이 부족하다는 답변이에요. 물론 부족한 예산을 쪼개서 어렵게 강좌를 마련해 주시는 사서선생님들도 계시지만 쉽지 않아요. 그래서 속으로는 다들 필요성을 느끼지만, 그 이야기를 학교도서관 바깥으로 꺼내는 것은 무척 어렵죠. 학교 쪽에 의견 제시를 한다는 것은 무엇이든 간에 ‘안 될 걸요.’ 하는 생각부터 들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교장선생님이에요. 교장선생님의 성향에 따라 학교도서관의 많은 것이 바뀌는 것이 현실이지요.
C 제가 듣기로는 학교에서 예산을 짜는 시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 시기에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전달한다면, 꼭 필요한 부분에 예산이 책정되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그 시기를 알 통로가 없다는 게 참 안타깝지요.
학교에는 항상 끊임없이 요구를 해야 해요. 한두 번 요구한다고 해서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는 어렵죠.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처럼 열 번이라도, 백 번이라도 부지런히 학교에 요구해야 해요. 그러려면 먼저 우리가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하겠지만요.
D 학교에서 사서선생님들의 목소리가 좀 강하다면, 우리 요구가 좀 더 쉽고 빨리 전달될지도 모르겠네요. 비정규직 사서선생님의 경우, 학부모들과 이런저런 행사를 기획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시다거나 학교 쪽에 예산 관련한 문제로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에 비해 입지가 뚜렷한 정규직 사서선생님들이라면 이야기가 좀 쉬워지지 않을까요? 앞에서 말씀하신 예산 책정 시기도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아, 물론 이건 꼭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요. 사서선생님이 오래 계셔서 학교 사정을 잘 알고 계시다면 도서관 담당선생님을 통해서라도 의견을 전달할 수 있겠지요.
B 반대로 사서선생님이 학부모들한테 요구하는 게 어렵다는 말도 들었던 것 같아요. 가뜩이나 바쁜 시간 쪼개서 활동해 주시는데, 교육까지 들으라고 하면 학교도서관에 오는 학부모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거죠. 학기 초에는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줄 알고 들었다가, 한 번 더 강좌를 마련했다고 하면 귀찮아하는 학부모가 많지요. 사서선생님들은 양쪽으로 힘들 것 같아요.
A 바쁜 업무에 치여 피곤하신 사서선생님들에게 제가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전문성’을 좀 더 키워주셨으면 한다는 거예요. 무슨 책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방법, 서가의 배치, 책을 알리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것들이요. 학부모들도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학교도서관 본연의 역할을 사서선생님께서 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학부모들이 업무부분에서 많이 도와드려야 하겠지만요.
자원활동을 통해 얻는 기쁨과 아쉬움
C 아이들에게 얻는 기쁨만큼 어려움도 많아요. 특히 고학년 아이들 중에서는 엄마들이 책을 읽어 주고 있는데 다른 책을 읽는 아이가 한 반에 여러 명 있어요. 학년이 높아질수록 그 비율은 점점 늘어나지요. 힘들게 준비해서 책을 읽어 주고 있는데 그런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면 힘이 빠지기도 해요.
A 아이들뿐만 아니라 같이 활동하시는 다른 학부모님들 때문에 속이 상할 때가 있어요. 책 읽어 주기 활동을 하는 분이셨는데, 책을 미리 읽어 오지도 않으시고 아이들 앞에서 “이게 무슨 말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하시는 거예요. 집안일이다 뭐다 해서 바쁜 시간 쪼개어 준비하고 오는 사람들은 뭐가 되는 건지…. 그런 분들은 책 선정 회의를 할 때도 읽어 줄 책을 골라오지 않으시고 빈손으로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C 맞아요. 우리학교도 책 선정 회의를 할 때 항상 준비하는 사람만 해 오게 돼요. 그렇게 되면 점점 재미가 없어지는데, 활동을 하는 나도 재미가 없고 아이들도 점점 학부모들이 하는 활동에 관심을 잃게 되지요.
D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제 자랑 같아서 쑥스럽기도 하네요. 학교 수업 중에 ‘고마운 사람에게 편지쓰기’ 활동을 하는 시간이 있었나 봐요. 2학년 아이 한 명이 제게 편지를 써서 전해 주는데, 눈물이 날 뻔했어요. 책을 읽어 주는 게 결코 헛된 일이 아니었다는 것과 아이들도 우리를 많이 생각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더더욱 책 읽어 주는 활동이 좋아지게 되었죠.
A 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때가 정말 좋아요. 제 아이가 사춘기다 보니, 표정 변화가 없고 감정 표현이 많이 없는데 제가 책을 읽어 주는 장애우반 아이들은 표정 변화가 정말 가지각색이에요. 오히려 제가 이 아이들에게 치유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C 저는 제 목소리가 그렇게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어요. 그리고 발음이 불분명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행여나 아이들에게 책잡히거나 하지는 않을까 하고요. 그런데 잘 읽든, 못 읽든 일단 읽어 주자고 생각하고 얼굴에 철판 깔고 책을 읽어 주다 보니 “선생님, 목소리가 정말 좋아요.”란 소리를 듣게 되었네요.
B 저는 계속 공부가 되기 때문에 이 활동이 좋아요. 학교도서관을 드나들지 않으면 책과 접할 기회가 정말 없을 텐데, 자원활동을 하다 보면 책과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가 없지요. 게다가 얼마 전에는 함께 활동하는 학부모들과 가까운 박물관으로 현장학습을 갔는데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만날 기회가 없는 도서도우미 학부모들과 책 읽어 주기 학부모들의 서먹서먹함을 없애 보려고 나갔던 건데, 아이들까지 신청자를 40명 정도 받아 관광버스 한 대를 빌려 평일에 바람을 쐬러 나갔다 왔어요.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어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아직 해보지 않은 학교가 있다면 해보세요!
A 도서바자회 같은 행사를 해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겠네요. 사실 이렇게 말하다 보면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은데, 아직 우리가 학교도서관 자원활동의 좋은 점을 많이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 이렇게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