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어린이들에게 책 읽어 주는 청소년 동아리 ‘도란도란'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12-13 09:34 조회 7,846회 댓글 0건본문
이유민
고등학교 3학년
안녕하세요, 저는 책 읽어 주기 3년차인 청소년 활동가입니다. 대한민국 고3인 저는 다른 친구들처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며 전쟁 같은 입시를 치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책 읽어 주기 활동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금껏 해온 이 활동이 제게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의미 있기 때문입니다.
‘책읽어주는 청소년’ 활동을 시작하다
고1 때 (사)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이신 엄마가 지회에서 진행하는 ‘책읽어주는 청소년’(줄여서 ‘책청’)활동에 대해 알려주셨습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호기심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책 읽어 주기’와 봉사의 의미, 옛이야기 책, 리더십, 그림책에 대한 네 번의 교육을 받고 정식으로 ‘책청’ 1기 활동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 10월 8일, 유치원부터 초・중・고교 교육이 이뤄지는 특수학교인 ㅁ학교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어 주는 동안 눈을 책에다 두고 있는 친구가 한두 명 있을까 말까 한 정도였고, 책 읽어 주는 도중 갑자기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거나, 서가에 가서 다른 책을 빼내 소리 내어 읽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처음으로 책을 읽어 준 저는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잘 하고 있는 걸까?’, ‘내가 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꿋꿋하게 질문도 해보고 대답이 없으면 제가 대신 대답도 하고 눈도 맞추려 노력하며 책 읽어 주기를 계속하자 아이들에게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아이들은 『누구야 누구』(심조원 지음, 권혁도 그림, 보리출판사)처럼 동물들이 나오는 책을 읽을 때면 아주 좋아하며 동물 울음소리를 신나게 따라 하곤 합니다.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나카가와 리에코 지음, 야마와키 유리코 그림, 한림출판사)를 읽어 주었을 때에는 샛노란 카스텔라 빵을 보고 다들 좋아했는데 특히 박수까지 치며 좋아하던 한 유치부 여자아이는 다 듣고 나서 빌려가기까지 했습니다. 제 이름을 기억해서 불러준 친구도 있고, 치마를 입고 갔던 날엔 예쁘다는 칭찬도 제게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관계도 많이 가까워졌고, 책을 읽어 주는 데에 여유도 생겼습니다. 책을 읽어 주며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바라보는 것이 참 좋고 행복합니다.
동아리 ‘도란도란’을 만들다
저는 ‘책청’ 활동을 하는 동안 반 친구들을 앉혀 놓고 그 앞에서 책 읽어 주는 연습을 했습니다. 읽어 주는 저도, 듣는 친구들도 어색했지만 친구들은 초등학생, 유치원생마냥 “으악!! 안 돼 아기새야!!”–『알을 품은 여우』(이사미 이쿠요 지음, 한림출판사) 중 여우가 아기새를 먹으려던 장면에서– 이런 격한 반응을 보여 주며 잘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책 읽어 주기 활동에도 관심을 보였고요. 그런 모습을 보며 이 활동을 더 많은 친구들과 나누고 싶어져서 고2가 되던 해 3월에 동아리 ‘도란도란’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ㄱ고등학교에 동아리 설립 신청서와 활동 계획서를 제출하고, 근처 ㄱ초등학교를 찾아가 활동을 허락 받았습니다. 동아리 담당 선생님을 구한 뒤 창립 멤버 3명을 모으고 동아리원을 모집했습니다. 16명을 모집하는데 60명이 넘는 친구들이 신청해 면접을 했습니다. 면접 과정에서 공모를 통해 ‘도란도란’이라는 동아리 이름도 지었습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화정지회에 부탁해 ‘책읽어주기’ 활동에 대한 교육을 받고, 화정 어린이도서관에 가서 다양한 그림책을 접하고 책 고르는 연습도 했습니다. 그 후 ㄱ초 돌봄교실인 ‘꿈나무안심학교’로 향했습니다.
저희 동아리의 주된 활동은 30분 책 읽어 주고 1시간 30분 아이들과 노는 것입니다. 방학 때는 2~3시간 놀 수 있었고요. 학기 중에는 한 달에 한 번, 방학 때는 매주 아이들을 만나 책을 읽어 줍니다. 1학년과 2학년으로 나눠 다른 교실에서 ‘책 읽어 주기’를 진행했고요. 각각 3권씩 총 여섯 명이 순서를 정해 돌아가며 책을 읽어 주었습니다. 읽어 준 후에는 날씨만 괜찮다면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돌봄교실에는 1, 2학년 합쳐서 스무명 정도의 친구들이 있었고, ‘도란도란’ 동아리 친구들도 스무 명이었기에 거의 일대일로 짝을 지어 놀 수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모여 축구, 피구, 꼬마야 꼬마야 등을 하는 사이, 저는 운동장 구석에서 혼자 놀기를 즐기고 있는 친구들을 챙기곤 했습니다.
어느 날, 저를 유난히 따르던 한 아이가 제 손을 잡아끌며 저를 운동장 한구석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곳엔 장미꽃이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 꽃들을 가리키며 “언니, 이 꽃 예쁘지?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미꽃이야.”라고 말했습니다. 아이의 말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눈이 많이 쌓였던 겨울날에는 혼자서 눈밭에서 신나게 놀던 아이 곁에 다가가 같이 놀았습니다. 눈밭 위에 글씨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눈천사도 만들고, 얼어붙은 눈 위에 쿵쿵 주먹 자국을 찍으며 킹콩놀이를 하다가 눈 위에 콕콕 찍힌 참새발자국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는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 그 부분을 동그랗게 남겨둔 후 다시 킹콩놀이에 열중했습니다.
이렇게 돌봄교실 아이들과의 시간은 저뿐만 아니라 팍팍한 고등학교 생활에 지쳐있던 ‘도란도란’ 친구들 모두에게 휴식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책 읽어 주기에 대한 두 가지 오해
‘책 읽어 주기’를 시작한지 2년, 주변 사람들에게 이 활동을 소개할 일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많이 하는 두 가지 오해가 있었습니다.
하나, ‘책 읽어 주기’는 동화구연이다? 아니다.
‘책 읽어 주기’를 시작할 때 부담을 느끼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동화구연 하듯이 과장되게 읽어 줘야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친구들에게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 줄 때처럼 아이와 눈을 맞추고, 자신이 느낀 책의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읽어 주면 된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읽다가 흥이 나 감정이입 해서 실감나게 읽게 된다면 좋지만, 억지로 기계적으로 하려다 보면 힘들어서 하기 싫고, 아이들도 책이 와 닿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겁니다.
둘, 독후활동은 꼭 해야 한다? 아니다.
‘도란도란’ 활동 초기에는 독서기록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돌봄교실 선생님이 독후활동을 부탁하셨고, 저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두세 번 하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겨우 1, 2학년. 아직 책의 재미를 잘 모르고, 책보다는 바깥놀이를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책에 집중하며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최대(?) 시간인 30분만 책을 읽고 나머지 시간은 밖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은 저희를 같이 놀아주는 사람으로 대하고 좋아하는 언니, 형이 책을 읽어 주는 것이기에 더 관심을 가졌습니다. 책 읽어 주는 시간이 끝난 후에도 다른 책을 가져와 무릎에 앉으며 읽어달라고 하거나, 아까 읽어 주었던 책이 재미있었다며 가져가서 또 보는 아이도 생겼습니다. 독후활동을 강요하는 것은 활동가와 아이 모두에게 부담이 됩니다. 그보다는 아이들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말
저는 ‘책 읽어 주기’ 활동을 하면서 우리 아동문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국문학과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아동문학을 가르치는 학교가 없다시피 해서 국문학과 함께 아동학, 교육학을 공부할 계획이에요. 하지만 대부분의 ‘책 읽어 주기’ 활동가들에게 이 활동이 진로와 연결 지을 만큼 관계가 깊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그 친구들에게 ‘책 읽어 주기’가 의미 없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친구들은 ‘도란도란’활동을 통해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고, 나중에 친구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 아이에게 책을 잘 읽어 주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회장 자리를 물려준 후 2기를 모집한 ‘도란도란’은 지금도 열심히 활동 중입니다. 그런데 활동처를 바꿔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ㄱ초등학교 교감 선생님께서 남학생들이 온다는 이유로 활동하러 오지 못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요즘 세상이 흉흉하니 걱정하시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도란도란’에 ㄱ초 졸업생들도 많고, ㄱ초가 가장 가깝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1년 넘게 만나 정이 많이 들어서 너무 아쉽고 속상합니다. 만약 학교 측에서 ‘책 읽어 주기’ 활동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셨다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활동을 중단시키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책 읽어 주기’ 활동이지만, 학생들만의 힘으로 동아리를 꾸준하게 이끌어나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이 즐거운 활동에 대해 관심과 의미를 가져주시고,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안녕하세요, 저는 책 읽어 주기 3년차인 청소년 활동가입니다. 대한민국 고3인 저는 다른 친구들처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며 전쟁 같은 입시를 치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책 읽어 주기 활동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금껏 해온 이 활동이 제게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의미 있기 때문입니다.
‘책읽어주는 청소년’ 활동을 시작하다
고1 때 (사)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이신 엄마가 지회에서 진행하는 ‘책읽어주는 청소년’(줄여서 ‘책청’)활동에 대해 알려주셨습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호기심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책 읽어 주기’와 봉사의 의미, 옛이야기 책, 리더십, 그림책에 대한 네 번의 교육을 받고 정식으로 ‘책청’ 1기 활동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 10월 8일, 유치원부터 초・중・고교 교육이 이뤄지는 특수학교인 ㅁ학교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어 주는 동안 눈을 책에다 두고 있는 친구가 한두 명 있을까 말까 한 정도였고, 책 읽어 주는 도중 갑자기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거나, 서가에 가서 다른 책을 빼내 소리 내어 읽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처음으로 책을 읽어 준 저는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잘 하고 있는 걸까?’, ‘내가 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꿋꿋하게 질문도 해보고 대답이 없으면 제가 대신 대답도 하고 눈도 맞추려 노력하며 책 읽어 주기를 계속하자 아이들에게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아이들은 『누구야 누구』(심조원 지음, 권혁도 그림, 보리출판사)처럼 동물들이 나오는 책을 읽을 때면 아주 좋아하며 동물 울음소리를 신나게 따라 하곤 합니다.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나카가와 리에코 지음, 야마와키 유리코 그림, 한림출판사)를 읽어 주었을 때에는 샛노란 카스텔라 빵을 보고 다들 좋아했는데 특히 박수까지 치며 좋아하던 한 유치부 여자아이는 다 듣고 나서 빌려가기까지 했습니다. 제 이름을 기억해서 불러준 친구도 있고, 치마를 입고 갔던 날엔 예쁘다는 칭찬도 제게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관계도 많이 가까워졌고, 책을 읽어 주는 데에 여유도 생겼습니다. 책을 읽어 주며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바라보는 것이 참 좋고 행복합니다.
동아리 ‘도란도란’을 만들다
저는 ‘책청’ 활동을 하는 동안 반 친구들을 앉혀 놓고 그 앞에서 책 읽어 주는 연습을 했습니다. 읽어 주는 저도, 듣는 친구들도 어색했지만 친구들은 초등학생, 유치원생마냥 “으악!! 안 돼 아기새야!!”–『알을 품은 여우』(이사미 이쿠요 지음, 한림출판사) 중 여우가 아기새를 먹으려던 장면에서– 이런 격한 반응을 보여 주며 잘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책 읽어 주기 활동에도 관심을 보였고요. 그런 모습을 보며 이 활동을 더 많은 친구들과 나누고 싶어져서 고2가 되던 해 3월에 동아리 ‘도란도란’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ㄱ고등학교에 동아리 설립 신청서와 활동 계획서를 제출하고, 근처 ㄱ초등학교를 찾아가 활동을 허락 받았습니다. 동아리 담당 선생님을 구한 뒤 창립 멤버 3명을 모으고 동아리원을 모집했습니다. 16명을 모집하는데 60명이 넘는 친구들이 신청해 면접을 했습니다. 면접 과정에서 공모를 통해 ‘도란도란’이라는 동아리 이름도 지었습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화정지회에 부탁해 ‘책읽어주기’ 활동에 대한 교육을 받고, 화정 어린이도서관에 가서 다양한 그림책을 접하고 책 고르는 연습도 했습니다. 그 후 ㄱ초 돌봄교실인 ‘꿈나무안심학교’로 향했습니다.
저희 동아리의 주된 활동은 30분 책 읽어 주고 1시간 30분 아이들과 노는 것입니다. 방학 때는 2~3시간 놀 수 있었고요. 학기 중에는 한 달에 한 번, 방학 때는 매주 아이들을 만나 책을 읽어 줍니다. 1학년과 2학년으로 나눠 다른 교실에서 ‘책 읽어 주기’를 진행했고요. 각각 3권씩 총 여섯 명이 순서를 정해 돌아가며 책을 읽어 주었습니다. 읽어 준 후에는 날씨만 괜찮다면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돌봄교실에는 1, 2학년 합쳐서 스무명 정도의 친구들이 있었고, ‘도란도란’ 동아리 친구들도 스무 명이었기에 거의 일대일로 짝을 지어 놀 수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모여 축구, 피구, 꼬마야 꼬마야 등을 하는 사이, 저는 운동장 구석에서 혼자 놀기를 즐기고 있는 친구들을 챙기곤 했습니다.
어느 날, 저를 유난히 따르던 한 아이가 제 손을 잡아끌며 저를 운동장 한구석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곳엔 장미꽃이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 꽃들을 가리키며 “언니, 이 꽃 예쁘지?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미꽃이야.”라고 말했습니다. 아이의 말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눈이 많이 쌓였던 겨울날에는 혼자서 눈밭에서 신나게 놀던 아이 곁에 다가가 같이 놀았습니다. 눈밭 위에 글씨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눈천사도 만들고, 얼어붙은 눈 위에 쿵쿵 주먹 자국을 찍으며 킹콩놀이를 하다가 눈 위에 콕콕 찍힌 참새발자국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는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 그 부분을 동그랗게 남겨둔 후 다시 킹콩놀이에 열중했습니다.
이렇게 돌봄교실 아이들과의 시간은 저뿐만 아니라 팍팍한 고등학교 생활에 지쳐있던 ‘도란도란’ 친구들 모두에게 휴식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책 읽어 주기에 대한 두 가지 오해
‘책 읽어 주기’를 시작한지 2년, 주변 사람들에게 이 활동을 소개할 일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많이 하는 두 가지 오해가 있었습니다.
하나, ‘책 읽어 주기’는 동화구연이다? 아니다.
‘책 읽어 주기’를 시작할 때 부담을 느끼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동화구연 하듯이 과장되게 읽어 줘야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친구들에게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 줄 때처럼 아이와 눈을 맞추고, 자신이 느낀 책의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읽어 주면 된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읽다가 흥이 나 감정이입 해서 실감나게 읽게 된다면 좋지만, 억지로 기계적으로 하려다 보면 힘들어서 하기 싫고, 아이들도 책이 와 닿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겁니다.
둘, 독후활동은 꼭 해야 한다? 아니다.
‘도란도란’ 활동 초기에는 독서기록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돌봄교실 선생님이 독후활동을 부탁하셨고, 저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두세 번 하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겨우 1, 2학년. 아직 책의 재미를 잘 모르고, 책보다는 바깥놀이를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책에 집중하며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최대(?) 시간인 30분만 책을 읽고 나머지 시간은 밖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은 저희를 같이 놀아주는 사람으로 대하고 좋아하는 언니, 형이 책을 읽어 주는 것이기에 더 관심을 가졌습니다. 책 읽어 주는 시간이 끝난 후에도 다른 책을 가져와 무릎에 앉으며 읽어달라고 하거나, 아까 읽어 주었던 책이 재미있었다며 가져가서 또 보는 아이도 생겼습니다. 독후활동을 강요하는 것은 활동가와 아이 모두에게 부담이 됩니다. 그보다는 아이들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말
저는 ‘책 읽어 주기’ 활동을 하면서 우리 아동문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국문학과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아동문학을 가르치는 학교가 없다시피 해서 국문학과 함께 아동학, 교육학을 공부할 계획이에요. 하지만 대부분의 ‘책 읽어 주기’ 활동가들에게 이 활동이 진로와 연결 지을 만큼 관계가 깊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그 친구들에게 ‘책 읽어 주기’가 의미 없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친구들은 ‘도란도란’활동을 통해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고, 나중에 친구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 아이에게 책을 잘 읽어 주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회장 자리를 물려준 후 2기를 모집한 ‘도란도란’은 지금도 열심히 활동 중입니다. 그런데 활동처를 바꿔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ㄱ초등학교 교감 선생님께서 남학생들이 온다는 이유로 활동하러 오지 못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요즘 세상이 흉흉하니 걱정하시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도란도란’에 ㄱ초 졸업생들도 많고, ㄱ초가 가장 가깝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1년 넘게 만나 정이 많이 들어서 너무 아쉽고 속상합니다. 만약 학교 측에서 ‘책 읽어 주기’ 활동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셨다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활동을 중단시키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책 읽어 주기’ 활동이지만, 학생들만의 힘으로 동아리를 꾸준하게 이끌어나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이 즐거운 활동에 대해 관심과 의미를 가져주시고,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