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두런두런 소리 내어 읽기의 반가운 진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12-13 09:16 조회 7,572회 댓글 0건본문
김혜연
인천 강화중 사서교사
책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
“승우부터 첫 번째 문단을 읽어줄래?” 독서토론 방과후 수업이 시작되고, 나는 김해원 작가의 『열일곱 살의 털』이란 책을 가지고 아이들을 맞이했다. 처음엔 조용히 읽히려다가 나른한 오후, 분명히 책을 손에 든 채 졸고 있을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지자 잠도 깨울 겸 아예 읽혀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앞쪽에 앉은 아이에게 읽기를 시켰다. 그런데 웬걸, 스무 명 남짓 둘러앉은 교실에서 겨우 한두 명만이 띄어 읽기와 발음을 정확하게 하고 있었다. 아무리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아이들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더듬거리거나 띄어 읽기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헉’ 소리가 날 것 같았다.
최근 3년 간 남자 고등학생 중에서도 중상위권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서토론활동을 주로 해온 터라 갑작스런 학년 차이에 적응하지 못한 탓도 있겠으나, 중학생들의 읽기능력이 이렇게 떨어지는 게 차후 이들이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시험 지문을 이해하지 못해서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한탄으로 이진실어질 지 몰라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이들이 수학 성적이 낮은 이유 중에 하나도 지문을 이해하지 못해 문제를 풀지 못해서 그렇다고 하지 않은가? 우리가 독서를 중요시하게 되면서 학교도서관이란 환경을 마련하고 양질의 자료를 수집·관리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읽고 있는지 그리고 잘 이해하고 있는지 깊이 관여하지 않은 것 같다. 나 역시도 도서관을 활성화하기 위한 행사를 준비하고, 신간자료를 확보하는 일이 곧 아이들의 독서활동에 도움을 줄 것이라 믿고 방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제대로 읽기가 안 되니 수업 분위기는 금방 어수선해졌다. 너무 더디게 읽는 아이, 띄어 읽기가 안 되서 내용 파악이 안 되는 아이…. 그러다 보니 책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기보다 뒤죽박죽 섞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내가 읽기 시작했다. 차분하게 때론 강하게.
효과적으로 책 읽어 주는 방법
책 내용을 이해하고 제대로 된 독서가 되도록 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시 강조되고 있는 것은 ‘낭독’이다. 특히 책 읽어 주기를 통해 학생들이 듣기 경험을 많이 하면 읽기능력뿐만 아니라 이해능력까지 향상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책 읽어 주기를 실천해 볼 수 있을까?
첫째, 아침독서시간을 이용해 보자. 학교마다 아침시간 운영방식이 다를 수 있지만, 매일 하지 못한다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꾸준한 것이 중요하다. 짧은 글일수록 좋고, 처음에는 수필로 시작하면 좋겠다. 요즘 비속어의 사용이 지나치다 보니 간단한 어휘인데도 의미를 몰라서 대화의 맥이 끊기거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김혜니 교수님의 『중학생 필독 수필』로 시작했다. 본문을 읽어 준 다음 아이들에게 복사해서 나누어 주고 스스로 국어사전을 이용해서 모르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게 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작품에 대한 설명과 함께 두세 문항을 제시하여 작품을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답을 맞히기 위한 풀이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풀기 위해 단어를 찾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왕이면 낭독 후 바로 이와 같은 활동을 함으로써 교과학습에도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둘째, 교과시간을 활용해 보자. 도서관을 운영하다 보면 아이들을 위해 책을 추천할 기회를 찾기 위해 많이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이들이 도서관에 달려와서 책을 찾는 것이다. 그 책은 학교 필독도서도 아닌데 아이들이 스스로 찾는 것이 신기하여 아이들에게 이유를 묻자 하나같이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책 내용을 이야기해 주셨는데 재밌을 것 같아서 찾는다고 했다.
그때 무릎을 탁 치며 생각이 났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책을 추천하려고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교과 학습이나 청소년 고민과 관련된 책을 추천해서 그분들이 수업시간을 통해 조금씩이라도 책의 일부를 낭독해 주도록 한다면 자연스럽게 독서 흥미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듣기교육이 시작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업시간에 아이들 주의도 환기시킬 겸, 독서에 대한 흥미도 일으킬 겸 책의 재미있는 부분을 낭독해 주는 활동을 꾸준히 해보자. 그리고 사서교사들은 그런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책을 추천해 보자. 직접적인 낭독은 아니지만, 교과교사들을 통해 실천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셋째, 책 읽어 주기 봉사활동을 해보자. 예전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도서부 학생들과 인근의 유치원을 방문하여 매일 1시간씩 그림책을 읽어 주고 간단한 독후활동을 함께한 적이 있다. 고등학생들의 바쁜 일정 때문에 자주 하지는 못하고 방학 때만 했지만, 아이들의 호응이 상당히 좋았다. 고등학생들은 유아들의 관심을 끌어보고자 소리 내어 읽기 연습을 하기 시작했고, 서로 들어보며 어색한 부분을 지적해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서로 읽고 듣는 연습이 되는 것이다.
책 읽어 주기 봉사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하는 것도 좋을 거란 생각도 든다. 언젠가 공공도서관에서 한 달에 한 번 토요일에 외고 학생들이 유아들을 대상으로 영어책 읽어 주기를 하고 간단히 퀴즈를 낸 후 사탕을 나눠주는 모습을 보았는데 무척 인상 깊게 남았다. 책을 읽어 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꾸준히 읽어 주는 생활을 통해 읽기와 듣기, 이해 능력을 향상시킬 기회를 가져보자.
이외에도 공공도서관이나 독서권장을 위한 관련 기관에서 추진하는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최근 모 출판사가 신간도서를 대상으로 그 책을 읽고 활동한 내용을 제출하면 책 속에서 언급된 매운 짬뽕을 쏜다는 내용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행사를 통해 책 읽어 주기를 실천한다면 또 다른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까?
책 읽어 주기가 좋은 이유
사람의 뇌에 지식이 전달되는 것은 눈과 귀를 통해서인데 그 중에서도 귀를 통한 훈련이 가장 빠른 길이다. 아이들이 혼자서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순간 당황하고 그것에 대해 물어보려는 의지를 가지지 못했다면 더욱이 ‘책은 어렵다’고 단정 짓기 쉽다. 그러나 책을 읽어 주는 사람이 가령 ‘거북하다’라는 표현이 무엇인지 뉘앙스나 설명을 곁들여서 읽어 준다면 아이들은 상황맥락 속에서 충분히 쉽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이 반복될 때 아이들의 어휘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사람의 지능 중에는 언어에 대한 지능이 따로 있다고 한다. 듣는 자극을 많이 받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어휘력이 풍부하다는 것은 아이를 키워 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듣는 자극을 어린 시절에 많이 받았다고 해서 청소년이 되어서 반드시 어휘력이 풍부해지는 건 아닐 것이다. 그 중에는 스스로 책 읽기에 흥미를 갖게 되어 굳이 읽어 주지 않아도 알아서 책을 찾아서 읽는 아이들이 있고, 아니면 지속적으로 장기간 동안 듣는 자극이 필요한데 영유아 또는 초등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런 자극에서 멀어져서 어휘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있다. 사실 후자가 더 많다. 그래서 학교급을 떠나서 어휘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언어적 감수성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때론 이해력이 충분한 아이일지라도 들으며 글자의 매력을 느끼고 책의 감동을 오감으로 맛보고자 하는 아이들을 위해 책 읽어 주기가 필요한 것이다.
외국어 교육만 해도 그렇다. 영어를 제1외국어로 지정하고 열심히 교육하고 있지만, 정작 듣는 교육이 턱없이 부족하다. 학교 수업 중에 읽어 주고, 듣는 수업보다 외우고 풀이하는 수업이 더 많다보니 아이들의 입에서 영어가 바로 나오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우리말이든 외국말이든 듣는 양이 많은 만큼 입으로 나오는 양도 많음을 기억하자. 어휘력과 감성과 배경지식을 풍부히 하기 위해 책을 읽어 주자. 우리 아이들에겐 듣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중・고등학생들에게 책을 읽어 주자
책 읽어 주는 것을 언제까지 경험해 보았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그보다도 어릴 때에 엄마가 읽어 주던 것 정도로만 기억하게 된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에게 책을 읽어 준다는 사례는 나 역시도 한 번 들어본 것뿐이다. 요즘 하루 10분에서 30분까지 지속적인 독서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독서운동이 참 많이 생겼다. 짧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하는 습관이 그만큼 오랫동안 효과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읽어 주기도 처음에 시작하려면 참 부담스럽다. 심지어 다 큰 아이들을 앞에 앉혀놓고 읽어 주려니 참 어색하기도 하다. 그러나 흥미로운 부분을 골라서 목소리의 톤을 달리하고 표정을 바꿔가며 읽어 주자. 아이들이 어려워할 만한 어휘는 간단한 설명과 적절한 뉘앙스를 곁들여서 읽어 주자. 처음엔 분명히 ‘졸린다’, ‘싫다’, ‘차라리 다른 걸 하겠다’며 실망스런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절대 그런 반응에 마음을 두지 말고 짧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읽어 주자. 그러면 어느새 아이들도 빠져든다. 책 속으로.
Tip. 바르게 읽어 주기의 이해와 실제
1. 작가의 의도를 알고 있어야 한다.
2. 내용의 전달이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라.
3. 뇌 과학을 이해하라.
4. 듣는 이를 이해하라.
5. 책은 표지부터 모두 읽어라.
6. 많이 읽어라.
7. 문자언어가 아닌 음성언어로 들려주라.
8. 들려주기의 힘을 믿어라.
Tip. 추천도서
『하루 15분, 책 읽어 주기의 힘』
짐 트렐리즈 지음|눈사람 옮김|북라인|2012
– 책 읽어 주기가 왜 좋은지 그리고 어떻게 읽어 주면 좋은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책이다. 영유아나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읽어 주기에 대한 책이긴 하지만, 읽어 주기의 힘을 참고하기에 좋다.
『더 빨강』
김선희 지음|사계절출판사|2013
- 남자아이들만 있는 중학교에 근무하며 아이들에게 독서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책을 선정하는 데에도 신중을 기해야 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 겪는 관심사에 대해 이해하고, 스스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어서 특히 남중에 계신 선생님들에게 추천한다.
『중학생 필독 수필』
김혜니 엮음|타임기획|2008
- 이 책은 성적은 중상위권인데 어휘력이 너무 부족한 우리 반 아이를 위해 학습에 도움이 되는 책 읽기를 시켜야겠다 싶어서 선택한 책이다. 물론 꼭 이 책이 아니라도 좋다. 어휘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서는 수필을 읽어 주자!
인천 강화중 사서교사
책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
“승우부터 첫 번째 문단을 읽어줄래?” 독서토론 방과후 수업이 시작되고, 나는 김해원 작가의 『열일곱 살의 털』이란 책을 가지고 아이들을 맞이했다. 처음엔 조용히 읽히려다가 나른한 오후, 분명히 책을 손에 든 채 졸고 있을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지자 잠도 깨울 겸 아예 읽혀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앞쪽에 앉은 아이에게 읽기를 시켰다. 그런데 웬걸, 스무 명 남짓 둘러앉은 교실에서 겨우 한두 명만이 띄어 읽기와 발음을 정확하게 하고 있었다. 아무리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아이들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더듬거리거나 띄어 읽기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헉’ 소리가 날 것 같았다.
최근 3년 간 남자 고등학생 중에서도 중상위권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서토론활동을 주로 해온 터라 갑작스런 학년 차이에 적응하지 못한 탓도 있겠으나, 중학생들의 읽기능력이 이렇게 떨어지는 게 차후 이들이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시험 지문을 이해하지 못해서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한탄으로 이진실어질 지 몰라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이들이 수학 성적이 낮은 이유 중에 하나도 지문을 이해하지 못해 문제를 풀지 못해서 그렇다고 하지 않은가? 우리가 독서를 중요시하게 되면서 학교도서관이란 환경을 마련하고 양질의 자료를 수집·관리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읽고 있는지 그리고 잘 이해하고 있는지 깊이 관여하지 않은 것 같다. 나 역시도 도서관을 활성화하기 위한 행사를 준비하고, 신간자료를 확보하는 일이 곧 아이들의 독서활동에 도움을 줄 것이라 믿고 방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제대로 읽기가 안 되니 수업 분위기는 금방 어수선해졌다. 너무 더디게 읽는 아이, 띄어 읽기가 안 되서 내용 파악이 안 되는 아이…. 그러다 보니 책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기보다 뒤죽박죽 섞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내가 읽기 시작했다. 차분하게 때론 강하게.
효과적으로 책 읽어 주는 방법
책 내용을 이해하고 제대로 된 독서가 되도록 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시 강조되고 있는 것은 ‘낭독’이다. 특히 책 읽어 주기를 통해 학생들이 듣기 경험을 많이 하면 읽기능력뿐만 아니라 이해능력까지 향상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책 읽어 주기를 실천해 볼 수 있을까?
첫째, 아침독서시간을 이용해 보자. 학교마다 아침시간 운영방식이 다를 수 있지만, 매일 하지 못한다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꾸준한 것이 중요하다. 짧은 글일수록 좋고, 처음에는 수필로 시작하면 좋겠다. 요즘 비속어의 사용이 지나치다 보니 간단한 어휘인데도 의미를 몰라서 대화의 맥이 끊기거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김혜니 교수님의 『중학생 필독 수필』로 시작했다. 본문을 읽어 준 다음 아이들에게 복사해서 나누어 주고 스스로 국어사전을 이용해서 모르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게 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작품에 대한 설명과 함께 두세 문항을 제시하여 작품을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답을 맞히기 위한 풀이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풀기 위해 단어를 찾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왕이면 낭독 후 바로 이와 같은 활동을 함으로써 교과학습에도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둘째, 교과시간을 활용해 보자. 도서관을 운영하다 보면 아이들을 위해 책을 추천할 기회를 찾기 위해 많이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이들이 도서관에 달려와서 책을 찾는 것이다. 그 책은 학교 필독도서도 아닌데 아이들이 스스로 찾는 것이 신기하여 아이들에게 이유를 묻자 하나같이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책 내용을 이야기해 주셨는데 재밌을 것 같아서 찾는다고 했다.
그때 무릎을 탁 치며 생각이 났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책을 추천하려고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교과 학습이나 청소년 고민과 관련된 책을 추천해서 그분들이 수업시간을 통해 조금씩이라도 책의 일부를 낭독해 주도록 한다면 자연스럽게 독서 흥미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듣기교육이 시작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업시간에 아이들 주의도 환기시킬 겸, 독서에 대한 흥미도 일으킬 겸 책의 재미있는 부분을 낭독해 주는 활동을 꾸준히 해보자. 그리고 사서교사들은 그런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책을 추천해 보자. 직접적인 낭독은 아니지만, 교과교사들을 통해 실천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셋째, 책 읽어 주기 봉사활동을 해보자. 예전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도서부 학생들과 인근의 유치원을 방문하여 매일 1시간씩 그림책을 읽어 주고 간단한 독후활동을 함께한 적이 있다. 고등학생들의 바쁜 일정 때문에 자주 하지는 못하고 방학 때만 했지만, 아이들의 호응이 상당히 좋았다. 고등학생들은 유아들의 관심을 끌어보고자 소리 내어 읽기 연습을 하기 시작했고, 서로 들어보며 어색한 부분을 지적해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서로 읽고 듣는 연습이 되는 것이다.
책 읽어 주기 봉사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하는 것도 좋을 거란 생각도 든다. 언젠가 공공도서관에서 한 달에 한 번 토요일에 외고 학생들이 유아들을 대상으로 영어책 읽어 주기를 하고 간단히 퀴즈를 낸 후 사탕을 나눠주는 모습을 보았는데 무척 인상 깊게 남았다. 책을 읽어 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꾸준히 읽어 주는 생활을 통해 읽기와 듣기, 이해 능력을 향상시킬 기회를 가져보자.
이외에도 공공도서관이나 독서권장을 위한 관련 기관에서 추진하는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최근 모 출판사가 신간도서를 대상으로 그 책을 읽고 활동한 내용을 제출하면 책 속에서 언급된 매운 짬뽕을 쏜다는 내용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행사를 통해 책 읽어 주기를 실천한다면 또 다른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까?
책 읽어 주기가 좋은 이유
사람의 뇌에 지식이 전달되는 것은 눈과 귀를 통해서인데 그 중에서도 귀를 통한 훈련이 가장 빠른 길이다. 아이들이 혼자서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순간 당황하고 그것에 대해 물어보려는 의지를 가지지 못했다면 더욱이 ‘책은 어렵다’고 단정 짓기 쉽다. 그러나 책을 읽어 주는 사람이 가령 ‘거북하다’라는 표현이 무엇인지 뉘앙스나 설명을 곁들여서 읽어 준다면 아이들은 상황맥락 속에서 충분히 쉽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이 반복될 때 아이들의 어휘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사람의 지능 중에는 언어에 대한 지능이 따로 있다고 한다. 듣는 자극을 많이 받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어휘력이 풍부하다는 것은 아이를 키워 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듣는 자극을 어린 시절에 많이 받았다고 해서 청소년이 되어서 반드시 어휘력이 풍부해지는 건 아닐 것이다. 그 중에는 스스로 책 읽기에 흥미를 갖게 되어 굳이 읽어 주지 않아도 알아서 책을 찾아서 읽는 아이들이 있고, 아니면 지속적으로 장기간 동안 듣는 자극이 필요한데 영유아 또는 초등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런 자극에서 멀어져서 어휘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있다. 사실 후자가 더 많다. 그래서 학교급을 떠나서 어휘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언어적 감수성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때론 이해력이 충분한 아이일지라도 들으며 글자의 매력을 느끼고 책의 감동을 오감으로 맛보고자 하는 아이들을 위해 책 읽어 주기가 필요한 것이다.
외국어 교육만 해도 그렇다. 영어를 제1외국어로 지정하고 열심히 교육하고 있지만, 정작 듣는 교육이 턱없이 부족하다. 학교 수업 중에 읽어 주고, 듣는 수업보다 외우고 풀이하는 수업이 더 많다보니 아이들의 입에서 영어가 바로 나오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우리말이든 외국말이든 듣는 양이 많은 만큼 입으로 나오는 양도 많음을 기억하자. 어휘력과 감성과 배경지식을 풍부히 하기 위해 책을 읽어 주자. 우리 아이들에겐 듣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중・고등학생들에게 책을 읽어 주자
책 읽어 주는 것을 언제까지 경험해 보았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그보다도 어릴 때에 엄마가 읽어 주던 것 정도로만 기억하게 된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에게 책을 읽어 준다는 사례는 나 역시도 한 번 들어본 것뿐이다. 요즘 하루 10분에서 30분까지 지속적인 독서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독서운동이 참 많이 생겼다. 짧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하는 습관이 그만큼 오랫동안 효과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읽어 주기도 처음에 시작하려면 참 부담스럽다. 심지어 다 큰 아이들을 앞에 앉혀놓고 읽어 주려니 참 어색하기도 하다. 그러나 흥미로운 부분을 골라서 목소리의 톤을 달리하고 표정을 바꿔가며 읽어 주자. 아이들이 어려워할 만한 어휘는 간단한 설명과 적절한 뉘앙스를 곁들여서 읽어 주자. 처음엔 분명히 ‘졸린다’, ‘싫다’, ‘차라리 다른 걸 하겠다’며 실망스런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절대 그런 반응에 마음을 두지 말고 짧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읽어 주자. 그러면 어느새 아이들도 빠져든다. 책 속으로.
Tip. 바르게 읽어 주기의 이해와 실제
1. 작가의 의도를 알고 있어야 한다.
2. 내용의 전달이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라.
3. 뇌 과학을 이해하라.
4. 듣는 이를 이해하라.
5. 책은 표지부터 모두 읽어라.
6. 많이 읽어라.
7. 문자언어가 아닌 음성언어로 들려주라.
8. 들려주기의 힘을 믿어라.
Tip. 추천도서
『하루 15분, 책 읽어 주기의 힘』
짐 트렐리즈 지음|눈사람 옮김|북라인|2012
– 책 읽어 주기가 왜 좋은지 그리고 어떻게 읽어 주면 좋은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책이다. 영유아나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읽어 주기에 대한 책이긴 하지만, 읽어 주기의 힘을 참고하기에 좋다.
『더 빨강』
김선희 지음|사계절출판사|2013
- 남자아이들만 있는 중학교에 근무하며 아이들에게 독서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책을 선정하는 데에도 신중을 기해야 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 겪는 관심사에 대해 이해하고, 스스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어서 특히 남중에 계신 선생님들에게 추천한다.
『중학생 필독 수필』
김혜니 엮음|타임기획|2008
- 이 책은 성적은 중상위권인데 어휘력이 너무 부족한 우리 반 아이를 위해 학습에 도움이 되는 책 읽기를 시켜야겠다 싶어서 선택한 책이다. 물론 꼭 이 책이 아니라도 좋다. 어휘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서는 수필을 읽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