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얘들아, 여행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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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2-24 03:19 조회 6,801회 댓글 0건본문
김영주 수원 광교고 사서교사
보상으로써의 여행
발령 3년 차가 되던 해 겨울, 처음 만났던 도서부 학생들이 졸업할 시기가 다가왔다.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온 학생들이라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해 도서부 학생들은 첫 제자들이어서 유독 시행착오와 곡절이 많았다. 덕분에 서로 정도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졸업한 후에도 인연을 이어가고 싶었다.
고심 끝에, 고3 도서부 학생들과 1박2일 여행을 가기로 했다. 1, 2학년 도서부들도 함께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수능시험을 치른 선배들만 데려가기로 했다. 3년 동안 성실하게 활동을 한 선배들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여행을 가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 잡는다면, 후배들이 동아리에 좀 더 애착을 갖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여행을 위한 기준
여행의 기획과 운영은 졸업생들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대학생들답게 MT 문화에 능숙했고, 추진력도 뛰어났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여행을 위한 기준’을 만들어 보여 줬는데,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했다.
첫째, 고3 후배들에게는 여행 경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 고생한 후배들을 격려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먹을거리를 조금 줄이더라도 동생들에게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졸업생을 대상으로 경비를 모아 두겠다고도 말했다. 또한, 추후에는 사서선생님의 부담도 없앨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러더니 첫해는 어쩔 수 없다면서, 자기들은 5만 원씩 걷고, 나에게는 10만 원을 뺏어 갔다. ㅋ;;;
둘째, 시험 성적 발표 전으로 일정을 잡기로 했다. 수학능력시험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평소 관계가 돈독한 친구 사이에도 성적으로 인한 위화감이 생길 수 있다. 행여 가채점 결과보다 점수가 낮거나 답지를 밀려 쓴 친구가 있다면, 분위기가 무거워질 우려도 있다.
셋째, 놀고 즐기는 것에만 충실하기로 했다. 이 부분은 학교마다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다. 재직했던 학교가 인문계 남자고등학교였기 때문에, 학생들은 귀찮다고 생각하는 일에 나서기 싫어했다. 독서토론이나 장기자랑, 게임 등을 제안하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억눌려 있던 영혼들에게 필요한 건 자유다. 한 번쯤 퍼져 노는 질펀한 여행도 모두에게 귀중한 경험이니까.
마지막으로, 인솔 교사의 노력도 필요하다. 도서부 여행은 사실 친목 모임이다. 운영 규정에 의거하여 움직이는 교외활동이 아닌 만큼, 학부모님들께도 승낙을 꼭 받아 두고 움직여야 한다. 또 여행 규모가 점점 커져서 짐이 많아질 경우, 선발팀을 꾸려 차로 동승해준다면 학생들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여행이 가져다 준 끈끈한 연대
재미 삼아 가 볼까 했던 여행이 벌써 6번째가 된다. 겨울여행이 호응이 좋아, 여름에도 정기적으로 시행(?)되었다. 도서부가 아니더라도, 도서관을 좋아했던 졸업생이라면 함께하기로 했다. 고등학생, 대학생, 군인, 선생님,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까지.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신기하고, 특별한 조합이다.
여행을 거듭할수록 아이들과의 관계도 특별해지는 것 같다. 제자에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친구가 되어 가는 기분이다. 도서관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의지하게 된다. 믿기 어렵겠지만 여름방학 동안 매일 도서관에 들려 리모델링 공사를 도와준 졸업생도 여럿 있었다. 월등히 커져 버린 학생들의 자부심을 감안한다면, 여행은 정말 해야만 하는 사업(?)이다.
수능이 끝나고, 카카오톡 단체방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어디를 가게 될까? 어딜 가더라도 너희들과 함께라면…. ^^
보상으로써의 여행
발령 3년 차가 되던 해 겨울, 처음 만났던 도서부 학생들이 졸업할 시기가 다가왔다.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온 학생들이라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해 도서부 학생들은 첫 제자들이어서 유독 시행착오와 곡절이 많았다. 덕분에 서로 정도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졸업한 후에도 인연을 이어가고 싶었다.
고심 끝에, 고3 도서부 학생들과 1박2일 여행을 가기로 했다. 1, 2학년 도서부들도 함께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수능시험을 치른 선배들만 데려가기로 했다. 3년 동안 성실하게 활동을 한 선배들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여행을 가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 잡는다면, 후배들이 동아리에 좀 더 애착을 갖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여행을 위한 기준
여행의 기획과 운영은 졸업생들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대학생들답게 MT 문화에 능숙했고, 추진력도 뛰어났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여행을 위한 기준’을 만들어 보여 줬는데,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했다.
첫째, 고3 후배들에게는 여행 경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 고생한 후배들을 격려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먹을거리를 조금 줄이더라도 동생들에게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졸업생을 대상으로 경비를 모아 두겠다고도 말했다. 또한, 추후에는 사서선생님의 부담도 없앨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러더니 첫해는 어쩔 수 없다면서, 자기들은 5만 원씩 걷고, 나에게는 10만 원을 뺏어 갔다. ㅋ;;;
둘째, 시험 성적 발표 전으로 일정을 잡기로 했다. 수학능력시험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평소 관계가 돈독한 친구 사이에도 성적으로 인한 위화감이 생길 수 있다. 행여 가채점 결과보다 점수가 낮거나 답지를 밀려 쓴 친구가 있다면, 분위기가 무거워질 우려도 있다.
셋째, 놀고 즐기는 것에만 충실하기로 했다. 이 부분은 학교마다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다. 재직했던 학교가 인문계 남자고등학교였기 때문에, 학생들은 귀찮다고 생각하는 일에 나서기 싫어했다. 독서토론이나 장기자랑, 게임 등을 제안하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억눌려 있던 영혼들에게 필요한 건 자유다. 한 번쯤 퍼져 노는 질펀한 여행도 모두에게 귀중한 경험이니까.
마지막으로, 인솔 교사의 노력도 필요하다. 도서부 여행은 사실 친목 모임이다. 운영 규정에 의거하여 움직이는 교외활동이 아닌 만큼, 학부모님들께도 승낙을 꼭 받아 두고 움직여야 한다. 또 여행 규모가 점점 커져서 짐이 많아질 경우, 선발팀을 꾸려 차로 동승해준다면 학생들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여행이 가져다 준 끈끈한 연대
재미 삼아 가 볼까 했던 여행이 벌써 6번째가 된다. 겨울여행이 호응이 좋아, 여름에도 정기적으로 시행(?)되었다. 도서부가 아니더라도, 도서관을 좋아했던 졸업생이라면 함께하기로 했다. 고등학생, 대학생, 군인, 선생님,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까지.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신기하고, 특별한 조합이다.
여행을 거듭할수록 아이들과의 관계도 특별해지는 것 같다. 제자에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친구가 되어 가는 기분이다. 도서관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의지하게 된다. 믿기 어렵겠지만 여름방학 동안 매일 도서관에 들려 리모델링 공사를 도와준 졸업생도 여럿 있었다. 월등히 커져 버린 학생들의 자부심을 감안한다면, 여행은 정말 해야만 하는 사업(?)이다.
수능이 끝나고, 카카오톡 단체방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어디를 가게 될까? 어딜 가더라도 너희들과 함께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