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학부모, 학교도서관 변화의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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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1-09 20:48 조회 7,906회 댓글 0건본문
박석주 대전 전민중 학부모 명예사서
학교도서관에 활기를 불어넣다
전민중학교 도서관에는 모두 열 명의 학부모 명예사서들이 있다. 조회나 수업으로 바쁘신 사서선생님을 대신해 학부모 명예사서들은 주로 오전에 도서관을 맡아 운영하는데 매일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토요일이나 방학 때도 예외 없이 도서 대출・반납이나 환경정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독서토론회 겸 사서회의를 하고 때때로 장서점검, 대청소, 도서바자회, 독서 장려 이벤트 등을 주관하고 일 년에 한두 번 문학 기행, 독서캠프 등에 참여하는 것도 우리들의 일이다.
그런데 내가 학부모 명예사서로서 처음 학교를 찾았던 2011년 봄 전민중 도서관의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종이책 대신 전자책이 유행하는 시대에 새 책이 꽉꽉 들어차 있어도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까 의문인데 아무리 둘러봐도 우리 도서관에는 오래된 책들만 눈에 띄었고 그나마 권수도 충분치 않은 데다 공간도 협소했다. 그러다 보니 찾아오는 아이들도 별로 없었고 어쩌다 찾아오는 아이들조차 책은 거들떠도 안 보고 지나간 졸업앨범만 주구장창 늘어놓고 보고 가곤했다. 처음에 나를 포함한 제1기 학부모 명예사서들은 ‘중학교 도서관은 그저 구색 맞추기용 공간일 뿐인가?’라는 자조 섞인 대화를 나누며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힘이 빠졌다.
하지만, 지금 우리 학교도서관의 모습은 예전에 비해 확실히 활기차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침 8시에 문을 열자마자 찾아오는 아이들도 제법 있고 책을 대출해 가는 아이들도 예년에 비해 세 배나 늘었다. 물론 점심시간엔 언제나 만원사례이다. 빌리고 싶은 책이 반납되었는지 쉬는 시간마다 확인하러 들르는 아이, 틈만 나면 와서 묻지도 않은 자기 얘기를 조잘조잘 털어놓고 가는 아이, 가끔은 배고프다며 간식을 얻으러 오는 남자아이들을 매일 상대하는 것도 이제 학부모 명예사서들의 당연한 일상이다.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체험하다
이처럼 우리 학교도서관이 아이들에게 사랑방처럼 친숙한 공간이 되기까지는 지난 3년간 도서관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한 학부모 명예사서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내 아이 책 한 권 더 읽히고 싶은 엄마의 마음으로 사서선생님과 함께 중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의견을 교환하고, 적은 돈으로 도서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선생님들의 우호적인 관심을 끌어내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지에 대해서도 수없이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나오면 바로바로 실천에 옮겼다.
우선 묵은 때를 벗기는 대청소를 시작으로 엉망으로 꽂혀 있던 책들을 다시 분류하여 정리하고 새로운 책장을 사고 새 책을 꾸준히 채워 나갔다. 꼭 책을 빌리러 오지 않아도 도서관을 찾는 모든 아이들을 따뜻하고 반갑게 맞이하자고 서로 다짐하고,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을 뵐 때마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십사 부탁드리고, 다른 학부모들을 만날 기회가 생길 때마다 도서관에 대한 홍보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서선생님께서 독서캠프, 문학기행, 책 읽는 반 같은 행사를 기획하시면 학부모 명예사서들은 도서바자회, 뽑기 행사, 스승의 날 감사 손편지 쓰기 행사, 칭찬릴레이 행사 등을 준비했다.
물론, 이런 여러 가지 노력들이 늘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었다. 뽑기 행사 때는 사탕만 받고 금방 책을 반납해버리는 아이들도 있었고, 도서 바자회 때는 매 시간 내려와 만화책만 골라가며 읽고 그냥 가버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또 책 읽는 시간에 아이들이 딴짓을 해도 지도 하시지 않는 선생님들도 계셨다.
하지만, 3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은 ‘아이들은 어른들이 기대하는 만큼 자란다’는 것이었다. 뽑기 행사가 끝나고 나면 대출률이 금방 떨어질 것 같지만 의외로 책 빌리러 오는 아이들이 행사 전보다 많이 늘어났다. 스승의 날 감사 편지 쓰기 행사 때는 요즘 누가 손편지를 쓰냐며 부정적인 예상을 내놓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감사 편지를 나뭇가지가 휘도록 주렁주렁 달아주기도 했다. 어떤 계기로든 도서관에 한 번 정을 붙이기 시작하면 졸업할 때까지 꾸준히 찾아오고 또 찾아오는 횟수가 늘면 책을 읽는 빈도수도 자연히 늘어났다. 새 책이 들어오면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이 금방 불어났고 선생님들도 자주 찾아주셨다. ‘대한민국 중학생이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겠어?’라고 생각하면서 포기해 버렸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긍정적인 변화를 우리는 몸소 체험했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에서도 엄마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사춘기 아이들은 작은 공기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도서관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기분이 좋고 즐거우면 아이들도 함께 즐거워하고 우리가 조금이라도 우울해 하면 아이들도 어떻게 아는지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오길 꺼린다. 또 이 시기의 아이들은 책을 많이 읽은 사람보다 자기가 읽는 책에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을 더 친근하게 느끼는 특성도 있다. 대출하는 책이나 반납하는 책에 대해 사서가 “재미있는 책이냐?” 물어보고 “다음엔 나도 한번 읽어봐야겠다.”라고 말해 주면 대답하는 목소리가 금방 부드러워진다. 특히 “명찰 똑바로 달아라.”, “인사 좀 하자.”, “넥타이는 어디 갔냐?” 등 잔소리는 사랑을 담아 하는 말인지 단순한 훈계인지 대번에 알아차린다. 그래서 우리는 사서 회의 때마다 혹시 무안 당할까 두려워하지 말고 내 아이라 생각하고 애정을 담아 잔소리를 많이 해주자는 얘기를 서로 나눈다. 이진주 사서선생님께서 늘 해주시는 말씀처럼 학부모 명예사서의 역할4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히는 것이 아니라 답답한 일상에 지친 아이들에게 엄마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이나 몇 권 꽂아 주고 바닥 청소나 좀 해 주면 되는 일인 줄 알고 시작했다가 제대로 코가 꿰었느니 하면서 우리끼리 가끔 엄살을 부릴 때도 있지만 사실 우리 학교 학부모 명예사서 열 명 중 일곱 명은 자진해서 2년째 혹은 3년째 이 일을 계속 해오고 있다. 버릇 없는 아이들이나 도서관에 무관심한 선생님들을 만날 때면 그만둬 버릴까 하다가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책을 빌리는 아이들이나 학교를 위해 애써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시는 선생님들을 만나면 또 금방 표정이 밝아지는 사람들만 모였다.
가끔 지인들이 “아침 8시까지 나가는 거 힘들지 않아? 토요일에도 나간다며? 생각보다 일이 많은 거 아니야?”라고 물어오면 나는 거리낌 없이 “힘든데 재미있어!”라고 대답한다. 언제 튈지 모르는 중학생들 틈에서 살다 보니 심심할 일 없어 좋고, 학교 돌아가는 일을 잘 몰라서 답답해 할 일 없으니 좋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열정적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해서 좋다고 말한다.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인 작은 아이가 전민중학교에 들어오게 된다면 아마 나는 내년에도 계속 전민중 도서관을 지키고 있을 것 같다.
학교도서관에 활기를 불어넣다
전민중학교 도서관에는 모두 열 명의 학부모 명예사서들이 있다. 조회나 수업으로 바쁘신 사서선생님을 대신해 학부모 명예사서들은 주로 오전에 도서관을 맡아 운영하는데 매일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토요일이나 방학 때도 예외 없이 도서 대출・반납이나 환경정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독서토론회 겸 사서회의를 하고 때때로 장서점검, 대청소, 도서바자회, 독서 장려 이벤트 등을 주관하고 일 년에 한두 번 문학 기행, 독서캠프 등에 참여하는 것도 우리들의 일이다.
그런데 내가 학부모 명예사서로서 처음 학교를 찾았던 2011년 봄 전민중 도서관의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종이책 대신 전자책이 유행하는 시대에 새 책이 꽉꽉 들어차 있어도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까 의문인데 아무리 둘러봐도 우리 도서관에는 오래된 책들만 눈에 띄었고 그나마 권수도 충분치 않은 데다 공간도 협소했다. 그러다 보니 찾아오는 아이들도 별로 없었고 어쩌다 찾아오는 아이들조차 책은 거들떠도 안 보고 지나간 졸업앨범만 주구장창 늘어놓고 보고 가곤했다. 처음에 나를 포함한 제1기 학부모 명예사서들은 ‘중학교 도서관은 그저 구색 맞추기용 공간일 뿐인가?’라는 자조 섞인 대화를 나누며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힘이 빠졌다.
하지만, 지금 우리 학교도서관의 모습은 예전에 비해 확실히 활기차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침 8시에 문을 열자마자 찾아오는 아이들도 제법 있고 책을 대출해 가는 아이들도 예년에 비해 세 배나 늘었다. 물론 점심시간엔 언제나 만원사례이다. 빌리고 싶은 책이 반납되었는지 쉬는 시간마다 확인하러 들르는 아이, 틈만 나면 와서 묻지도 않은 자기 얘기를 조잘조잘 털어놓고 가는 아이, 가끔은 배고프다며 간식을 얻으러 오는 남자아이들을 매일 상대하는 것도 이제 학부모 명예사서들의 당연한 일상이다.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체험하다
이처럼 우리 학교도서관이 아이들에게 사랑방처럼 친숙한 공간이 되기까지는 지난 3년간 도서관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한 학부모 명예사서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내 아이 책 한 권 더 읽히고 싶은 엄마의 마음으로 사서선생님과 함께 중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의견을 교환하고, 적은 돈으로 도서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선생님들의 우호적인 관심을 끌어내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지에 대해서도 수없이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나오면 바로바로 실천에 옮겼다.
우선 묵은 때를 벗기는 대청소를 시작으로 엉망으로 꽂혀 있던 책들을 다시 분류하여 정리하고 새로운 책장을 사고 새 책을 꾸준히 채워 나갔다. 꼭 책을 빌리러 오지 않아도 도서관을 찾는 모든 아이들을 따뜻하고 반갑게 맞이하자고 서로 다짐하고,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을 뵐 때마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십사 부탁드리고, 다른 학부모들을 만날 기회가 생길 때마다 도서관에 대한 홍보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서선생님께서 독서캠프, 문학기행, 책 읽는 반 같은 행사를 기획하시면 학부모 명예사서들은 도서바자회, 뽑기 행사, 스승의 날 감사 손편지 쓰기 행사, 칭찬릴레이 행사 등을 준비했다.
물론, 이런 여러 가지 노력들이 늘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었다. 뽑기 행사 때는 사탕만 받고 금방 책을 반납해버리는 아이들도 있었고, 도서 바자회 때는 매 시간 내려와 만화책만 골라가며 읽고 그냥 가버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또 책 읽는 시간에 아이들이 딴짓을 해도 지도 하시지 않는 선생님들도 계셨다.
하지만, 3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은 ‘아이들은 어른들이 기대하는 만큼 자란다’는 것이었다. 뽑기 행사가 끝나고 나면 대출률이 금방 떨어질 것 같지만 의외로 책 빌리러 오는 아이들이 행사 전보다 많이 늘어났다. 스승의 날 감사 편지 쓰기 행사 때는 요즘 누가 손편지를 쓰냐며 부정적인 예상을 내놓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감사 편지를 나뭇가지가 휘도록 주렁주렁 달아주기도 했다. 어떤 계기로든 도서관에 한 번 정을 붙이기 시작하면 졸업할 때까지 꾸준히 찾아오고 또 찾아오는 횟수가 늘면 책을 읽는 빈도수도 자연히 늘어났다. 새 책이 들어오면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이 금방 불어났고 선생님들도 자주 찾아주셨다. ‘대한민국 중학생이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겠어?’라고 생각하면서 포기해 버렸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긍정적인 변화를 우리는 몸소 체험했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에서도 엄마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사춘기 아이들은 작은 공기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도서관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기분이 좋고 즐거우면 아이들도 함께 즐거워하고 우리가 조금이라도 우울해 하면 아이들도 어떻게 아는지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오길 꺼린다. 또 이 시기의 아이들은 책을 많이 읽은 사람보다 자기가 읽는 책에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을 더 친근하게 느끼는 특성도 있다. 대출하는 책이나 반납하는 책에 대해 사서가 “재미있는 책이냐?” 물어보고 “다음엔 나도 한번 읽어봐야겠다.”라고 말해 주면 대답하는 목소리가 금방 부드러워진다. 특히 “명찰 똑바로 달아라.”, “인사 좀 하자.”, “넥타이는 어디 갔냐?” 등 잔소리는 사랑을 담아 하는 말인지 단순한 훈계인지 대번에 알아차린다. 그래서 우리는 사서 회의 때마다 혹시 무안 당할까 두려워하지 말고 내 아이라 생각하고 애정을 담아 잔소리를 많이 해주자는 얘기를 서로 나눈다. 이진주 사서선생님께서 늘 해주시는 말씀처럼 학부모 명예사서의 역할4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히는 것이 아니라 답답한 일상에 지친 아이들에게 엄마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이나 몇 권 꽂아 주고 바닥 청소나 좀 해 주면 되는 일인 줄 알고 시작했다가 제대로 코가 꿰었느니 하면서 우리끼리 가끔 엄살을 부릴 때도 있지만 사실 우리 학교 학부모 명예사서 열 명 중 일곱 명은 자진해서 2년째 혹은 3년째 이 일을 계속 해오고 있다. 버릇 없는 아이들이나 도서관에 무관심한 선생님들을 만날 때면 그만둬 버릴까 하다가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책을 빌리는 아이들이나 학교를 위해 애써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시는 선생님들을 만나면 또 금방 표정이 밝아지는 사람들만 모였다.
가끔 지인들이 “아침 8시까지 나가는 거 힘들지 않아? 토요일에도 나간다며? 생각보다 일이 많은 거 아니야?”라고 물어오면 나는 거리낌 없이 “힘든데 재미있어!”라고 대답한다. 언제 튈지 모르는 중학생들 틈에서 살다 보니 심심할 일 없어 좋고, 학교 돌아가는 일을 잘 몰라서 답답해 할 일 없으니 좋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열정적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해서 좋다고 말한다.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인 작은 아이가 전민중학교에 들어오게 된다면 아마 나는 내년에도 계속 전민중 도서관을 지키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