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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학교도서관, 수서의 출발점에서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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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4-07 23:52 조회 11,23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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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미 순천제일고 사서교사
 
수서(收書, acquisition)란 단어 그대로 책을 모으고 획득하는 과정을 뜻한다.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수서 방법은 바로 ‘구입’이다. 그 어느 도서관 업무가 쉬운 일이 있겠냐마는 학교도서관에서도 ‘자료 구입’은 역시 간단하지 않으면서 도서관의 이용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용자에게 자료를 제공하는 출발점이 되는 수서는 마라톤과 같은 장기 레이스이다. 우선 도서구입신청서를 받아 그중에서 복본을 검토하고 수많은 참고 자료와 사이트를 통해 입수할 신간 도서를 선택해서 구입 예정 목록을 확정하는 데만도 여러 날이 걸린다. 여기에 홈페이지 게시 및 도서선정위원회 개최 후 품의작성까지 마치고 나서 자료가 입수되는 시간까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결국 학기 초 바쁜 일정들에 치이며, 수서의 철학은 부재한 채 이내 ‘돈을 쓰기 위한 수서’가 되고 만 적도 있었다.
 

1. 장서확충계획으로 청사진을 그려보자
이렇게 좌충우돌 구입을 하다가 3년 전부터 학기 초에 도서관운영계획과 함께 장서확충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이후 장서를 보다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학교도서관에 분야별로 어떤 책들이 얼마만큼 있는지 수치화하고, 학생들의 주제별 이용률까지 분석하고 나니 뜬구름 잡는 말인 것만 같았던 ‘장서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보였다. ‘예산집행계획’과 ‘주제별도서구입계획’, ‘자료선정기준’까지 계획서에 넣고 나니 일시적인 돈 쓰기식 구입이 아니라 장기적인 장서구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도서관은 ‘문학’이 총 장서 중 약 5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분야의 이용률이 68%에 육박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후 구입부터는 학교도서관 장서기준(2003)에 비해 부족한 사회과학 분야와 철학 분야의 책을 좀 더 구입하는 식으로 분석 결과를 반영하여 자료를 구입하였다.
 

2. 우리도 그림책 좋아해요
그림책과 동화책은 의외로 중・고등학생들에게 먹히는(?) 책이다. ‘이런 그림책은 우리 도서관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에 처음으로 산 그림책이 바로 『아름다운 가치사전』이었다. 워낙 유명한 책이지만 ‘고등학교에 무슨 이런 책이 있어?’라고 할까봐 사 놓고도 갸우뚱 했다. 그런데 학생들 반응이 “어? 이거 초등학교 때 읽었던 책이다!” 하며 반가워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절대 빌려가지는 않지만 삼삼오오 모여 앉아 책을 뒤적뒤적 넘기면서 본인들이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것이었다. 이후 몇몇 그림책을 더 구입했는데 모두 반응이 좋았다.
『꽃할머니』라는 그림책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에 대한 책인데, 이 내용을 『20년간의 수요일』이라는 책으로 확장시켜 학생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그림책은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도입단계에서 훌륭한 교수·학습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만약 중등학교에 근무하고 계시는 선생님이라면, 초등학교 사서선생님들께 그림책을 추천받아 구입하거나 어린이 도서관을 방문하여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에는 그림책을 열 권 이내로 꼭 구입한다.
3. 독서에 관심을 끌 수 있다면 오케이
독서 흥미를 고취시키기 위해 흥미 위주의 도서를 살 것이냐, 교과 관련 도서를 구입하여 교수·학습에 도움을 줄 것이냐. 사서교사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이 고민은 모두 수서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는 물음이다. 전에 근무했던 도서관에서 『식객』의 열풍은 정말 대단했다. 총 두 질을 구입했지만 1권은 모두 분실되었고 파손도서도 많이 생겼다. 돌아오지 않는 식객을 기다리며 만화책은 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만화책과 판타지소설은 책 읽기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이 책을 읽도록 하는 가장 빠른 촉매제라는 것이다.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던 『식객』의 인기는 강풀 만화 시리즈로 옮겨 갔고, 강풀 만화 시리즈를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그와 유사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로맨스소설과 추리소설 등을 추천해 주면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관심은 소설책으로 확장되었다. ‘식객효과’라고 해야 되나. 2년이 지난 후 『식객』의 대출은 고스란히 다른 책으로 옮겨 갔고 겨울쯤엔 친구에게 ‘넌 아직도 『식객』 읽냐?’라는 핀잔을 주는 학생도 생겼다.
『타이밍』이나 『아파트』를 읽는 학생에게는 추리소설을, 『26년』이나 『만화 토지』, 『만화 태백산맥』을 재밌게 읽은 학생에게는 한국 현대사 분야의 책을 소개해 주었다. 『쥐』나 『맨발의 겐』을 읽은 학생은 『안네의 일기』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삼국지』, 고우영의 역사만화 『초한지』, 『열국지』, 『수호지』 등은 중국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태일이』, 『만화 김대중』, 『만화 박정희』 등의 책은 글로 된 전기를 읽기 전에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다. 이외에도 『도토리의 집』, 『꽃』, 『먼나라 이웃나라』와 같은 교육 만화들이 있다. 앞으로도 좋은 만화는 꾸준히 구입할 예정이다.
2000년 『해리 포터』 열풍이 일면서 판타지를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바뀌었다. 탄탄한 스토리와 개성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많은 판타지 소설들이 스크린으로 옮겨졌고, 영화가 책으로 책이 영화로 연결되는 독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판타지 자료를 구입하지는 않지만 수서를 할 때 긍정적으로 고민하면서 책을 고른다.
4. 실용서적, 그래도 필요해요~

장서관리를 공부할 때 이용 주기가 짧은 도서의 구입을 지양하라는 항목이 있었다. 토론, 논술, 자기소개서, 자격증, 요리, 취미 분야의 실용도서는 학생들이 자주 찾는 책들 중 하나이다. 매번 수시 원서접수 기간이 되면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쓰기 위해, 또 정시 원서접수 기간에는 논술, 면접을 보는 학생들이 관련 책을 많이 찾는다. 코앞에 닥친 대입에 필요한 책을 빌리러 갈 시간도 없고, 인터넷으로 찾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책이 학교도서관에 있을 경우 학생들에게 꿀같은 도움을 줄 수 있다.
JLPT, HSK, TOEIC, TOEFL 등 어학 자격 수험서와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한자능력검정시험, 한국어능력시험 등과 관련된 책들도 한두 권 있으면 한두 명쯤은 꼭 찾는다. 포토샵, 엑셀, 파워포인트 관련 책들은 교직원이 자주 찾는 책 중 하나이다. 특히 요즘에는 요리, 제빵. 메이크업, 일러스트 관련 책이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비록 이용 주기는 짧지만 교사와 학생이 두루 찾는 실용서적은 이용자에게 가장 큰 만족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5. 윤독, 복본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한때 교장 선생님들 사이에서 선풍적으로 유행한 ‘윤독’이라는 독서활동이 있었다. 지금도 어느 학교에서는 타의로 진행하고 있는 사서선생님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나도 5년 전 한 종류의 책을 한 반의 인원만큼 사서 돌려 보는 형식으로 진행한 적이 있었다. 12종류의 책을 40권씩 사서 돌려 읽는데 그 예산만 해도 5백만 원 정도였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돌려 읽는데 그때마다 분실도서가 한두 권씩 발생했고, 한 학기가 끝날 때쯤엔 아무리 독촉해도 돌아오지 않는 책들이 꽤 생겼다. 더 큰 문제는 윤독활동이 끝난 다음이었다. 수백 권의 똑같은 책을 보관할 서가가 부족했던 것이다. 결국 많은 복본을 가진 책은 한두 권만 제외하고 서가 저편에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의 뼈아픈 경험이 나에게 처음으로 수서의 철학을 만들어 주었다. ‘복본을 최소화하자.’
윤독으로 인해 생겨나는 복본 쓰나미는 도서관의 가장 큰 재앙 중 하나이다. 서가는 항상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특정 교과 선생님의 요청으로 한 반의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을 만큼의 책을 구입했을 때에도 문제가 생긴다. 선생님이 학교를 옮기거나 더 이상 그 책을 활용하지 않을 경우 그 짐은 고스란히 학교도서관의 몫이다.
평소 이용되는 책은 전체 장서의 30% 정도이다. 처음에 인기가 많다고, 혹은 재밌어서 두세 권씩 구입한 책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자는 책’이 되기 십상이다. 복본의 최소화는 두말하면 입 아픈 소리인 것을 모든 사서선생님들께서 알고 계실 것이다.

6. 서가 산책하기
햇살이 들어오는 오후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 놓고 책을 보며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은… 사실 없다. 대신 점심시간이 끝나고 시간이 날 때면 메모지를 들고 도서관 서가를 산책한다. 서가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보면 잘못 정리된 책이 눈에 쏙쏙 들어오고, 1권이 없다거나 2권이 없다거나 하는 이가 빠진 책들을 찾아낼 수도 있다. 후속편이 들어왔는지 확인해 볼 수도 있고, 평소에 학생들이 찾던 책이지만 찾을 수 없었던 책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또 학생들이 재밌게 읽을 줄 알았는데 예상을 빗나간 책을 찾아 메모해 두고, 우연히 구입했지만 소위 ‘득템’을 한 책들도 적어 둔다.

7. 인터넷으로 도서구입예정목록 작성하기
인터넷 서점은 중요한 수서 도구이다. 특히 내가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서점은 알라딘과 인터파크이다. 인터파크–도서에서는 구입하고자 하는 책을 검색하여 ‘북카트’에 담은 다음 ‘엑셀다운로드’ 버튼을 눌러서 엑셀 형식으로 저장할 수 있다. 또 알라딘에서는 ‘장바구니’에 담은 후 ‘엑셀저장’을 눌러서 엑셀 형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인터넷 서점에서 제공하는 엑셀 형식은 원하는 형식의 도서구입 예정목록으로 편집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알라딘 서점의 경우 ISBN과 출간일 정보까지 제공한다.
시행착오 6년, 그동안 나에게도 거창하지는 않지만 수서에 대한 작은 노하우들이 생겼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고 했다. 사서선생님들의 작은 고민과 노력이 학교도서관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고 있다. 그리고 3월, 나는 다시 출발점에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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