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방학에 걷는 배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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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2-24 03:21 조회 6,888회 댓글 0건본문
박선미 목포여고 사서교사
교사가 되고 학교에 근무하면서 정말 신 났던 것 중 하나는 배움의 길이 열려 있다는 것이었다. 방학이면 다양한 연수를 찾아 들을 수 있고 때론 출장비까지 얹어 준다. 그중 기억에 남는 연수를 꼽으라면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하는 ‘문화재와 학교 교육’이다. 선생님들과 『간송 전형필』(이충렬, 김영사)을 읽고 간송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회에 찾아다닌 것이 계기가 되어 심봉사 눈뜨듯 우리 문화재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발동했고 연수를 듣게 되었다. 백자 끈무늬 병에 반해 ‘저걸 안겨 주며 청혼하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야무진 소망과 최순우 옛집에 반해 한옥에서 살고 싶은 꿈이 생겼다. 역사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하던 『도자기』(호연, 애니북스)에서 본 호자를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직접 보고 얼마나 신기하던지.
연수를 들으며 내 귀를 번쩍 뜨이게 했던 것은 해마다 부여문화원에서 운영하는 ‘유홍준과 함께하는 백제역사문화탐방’(년 4회)이었다. 학생들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 학교에서 독서 모임을 하는 선생님들과 1박2일 부여 여행 겸 함께 참여하였다. 이 팀과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유홍준, 창비)을 읽고 2박3일 제주도 여행도 함께했다. 지금은 이들 중 2명만 학교에 남고 모두들 학교를 옮긴 터라 방학 때 한 번씩 모이고 다음 여행지로 러시아 바이칼 호수를 꿈꾸며 매달 돈을 모으고 있다.
제주도 여행을 다녀와서는 바로 부산으로 이동했다. 『레미제라블』을 읽고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는 보수동 헌책방 골목과 인디고서원, 추리문학관, 바나나롱갤러리 등을 돌며 3박4일 여행을 했다. 제주도 여행 때 학교에 초청했던 승효상 건축가가 지은 추사 기념관에 갔는데, 우리가 부여에서 보고 온 유홍준 선생님 댁 반교리 휴휴당에 대해 그에게 이야기 했더니 새로 짓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하셨다. 지금은 이미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부산에서도 그가 지은 구덕교회에 일부러 다녀왔다. 올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를 위해 인디고서원에서 활동 중인 윤한결 선생님을 만나기도 했다.
계절이 반복되고 방학을 맞이하지만 나의 방학은 늘 같지 않다. 어느 때는 한 달 내내 계절이 다른 타국을 돌기도 하고, 다른 때는 노느라 못 들은 연수를 쉬지 않고 듣기도 한다. 올 여름엔 심보선의 시 「삼십대」를 중얼거리며 읽고 싶었던 책을 쌓아 두고 읽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꺽정』을 5권까지 읽다 덮었고, 5권은 아직도 책꽂이에서 먼지를 쓰고 있다). 요즘, 방학 때 뭐할 거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여름에 이어 이번 방학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최근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다니엘 튜더, 문학동네)와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엄기호, 따비)를 읽고 나서 이런 계획이 굳어졌다. 다만 몸부림쳐지도록 휴식이 지겨워지면 『게으름에 대한 찬양』(버트런드 러셀, 사회평론)과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지그문트 바우만, 동녘)을 읽게 되리라.
교사가 되고 학교에 근무하면서 정말 신 났던 것 중 하나는 배움의 길이 열려 있다는 것이었다. 방학이면 다양한 연수를 찾아 들을 수 있고 때론 출장비까지 얹어 준다. 그중 기억에 남는 연수를 꼽으라면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하는 ‘문화재와 학교 교육’이다. 선생님들과 『간송 전형필』(이충렬, 김영사)을 읽고 간송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회에 찾아다닌 것이 계기가 되어 심봉사 눈뜨듯 우리 문화재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발동했고 연수를 듣게 되었다. 백자 끈무늬 병에 반해 ‘저걸 안겨 주며 청혼하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야무진 소망과 최순우 옛집에 반해 한옥에서 살고 싶은 꿈이 생겼다. 역사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하던 『도자기』(호연, 애니북스)에서 본 호자를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직접 보고 얼마나 신기하던지.
연수를 들으며 내 귀를 번쩍 뜨이게 했던 것은 해마다 부여문화원에서 운영하는 ‘유홍준과 함께하는 백제역사문화탐방’(년 4회)이었다. 학생들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 학교에서 독서 모임을 하는 선생님들과 1박2일 부여 여행 겸 함께 참여하였다. 이 팀과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유홍준, 창비)을 읽고 2박3일 제주도 여행도 함께했다. 지금은 이들 중 2명만 학교에 남고 모두들 학교를 옮긴 터라 방학 때 한 번씩 모이고 다음 여행지로 러시아 바이칼 호수를 꿈꾸며 매달 돈을 모으고 있다.
제주도 여행을 다녀와서는 바로 부산으로 이동했다. 『레미제라블』을 읽고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는 보수동 헌책방 골목과 인디고서원, 추리문학관, 바나나롱갤러리 등을 돌며 3박4일 여행을 했다. 제주도 여행 때 학교에 초청했던 승효상 건축가가 지은 추사 기념관에 갔는데, 우리가 부여에서 보고 온 유홍준 선생님 댁 반교리 휴휴당에 대해 그에게 이야기 했더니 새로 짓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하셨다. 지금은 이미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부산에서도 그가 지은 구덕교회에 일부러 다녀왔다. 올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를 위해 인디고서원에서 활동 중인 윤한결 선생님을 만나기도 했다.
계절이 반복되고 방학을 맞이하지만 나의 방학은 늘 같지 않다. 어느 때는 한 달 내내 계절이 다른 타국을 돌기도 하고, 다른 때는 노느라 못 들은 연수를 쉬지 않고 듣기도 한다. 올 여름엔 심보선의 시 「삼십대」를 중얼거리며 읽고 싶었던 책을 쌓아 두고 읽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꺽정』을 5권까지 읽다 덮었고, 5권은 아직도 책꽂이에서 먼지를 쓰고 있다). 요즘, 방학 때 뭐할 거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여름에 이어 이번 방학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최근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다니엘 튜더, 문학동네)와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엄기호, 따비)를 읽고 나서 이런 계획이 굳어졌다. 다만 몸부림쳐지도록 휴식이 지겨워지면 『게으름에 대한 찬양』(버트런드 러셀, 사회평론)과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지그문트 바우만, 동녘)을 읽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