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책 전시, 도서관이 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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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5-02 14:45 조회 7,893회 댓글 0건본문
3월, 봄이다. 새싹이 돋는 계절에 작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했던 ‘책 전시’를 소개하는 것이 생뚱맞다. 하지만 참여한 아이들이 즐길 수 있었던 이유를 함께 생각해 보고 필요하다면 주제를 달리하여 각자 운영하는 도서관 상황에 맞게 시도하면 좋겠다.
대출 불가, 『주군의 태양』과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를 통해 소개된 『폭풍우 치는 밤에』와 『구운몽』은 한때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는 찾는 사람이 많아 한동안 대출 불가였다. 드라마에서 제목을 언급하고 표지를 보여주고 책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 준 영향으로 이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초등학생들은 『폭풍우 치는 밤에』를 엄마가 빌려다 줘서 읽었다는 경우가 많았고, 중학생은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초2, 초4, 중1 각각 한 학급의 아이들에게 다섯 권의 책 소개(『폭풍우 치는 밤에』 포함)를 하고 그중 무엇을 읽어 줄까를 물었더니 다수가 드라마에 나왔던 그 책을 원했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유명 연예인들이 책 한 권씩만 들었다 놨다 해도 책 안 읽어서, 책 안 팔려서 걱정할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평상시에 책 소개를 받을 곳이 없다는 것’과 ‘아이들에게는 책의 내용이 궁금한 것과 스스로 책을 읽는 것까지는 큰 간극이 있다는 것’도 실감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도서관과 얼마만큼의 간극을 느끼는 걸까? 도서관에 와서도 서가까지 또 얼마만큼의 간극을 느끼는 걸까? 간극을 자연스레 줄이고 책 읽기가 재밌도록 돕는 방법은 없을까? 함께 생각해 보자.
도서관, 재밌는 책 정보 제공
중학교 도서관은 초등학교 도서관과 달리 학부모가 드나드는 횟수가 매우 적다. 또 중학생들은 도서관에 책을 읽거나 빌리기 위해 찾을 때도 있지만 쉬는 시간에 친구와 수다 떨고 엎드려 있을 쉼터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누구는 어떤 이유로든 도서관에 자주 드나들다 보면 언젠가는 책을 읽을 거라고 말한다. 그래서 대출만 안 한다면 만화책 구비에 대해서도 너그러운 것 같다. 실제 학생들이 도서관을 더 많이 찾았던 때도 연재를 마친 웹툰을 구입했을 시기였다. 그러나 만화책만 보다 간다. 다시 와도 대개 만화책만 본다. 만화책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글 한 줄 안 읽는 아
이를 걱정하는 부모는 만화책이라도 읽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나 도서관이 만화방은 아니지 않는가! 만화 외에 재미있고 다양한 책이 많다. 학생들이 자연스레 스스로 책 읽기에 호기심을 갖도록 도우면 좋겠다. 그 한 방법으로 ‘책과 책 소개 글이 함께 있는 책 전시’가 아이들에게 도 움이 될 것 같아서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고양 화수중 학부모 책모임 ‘책사랑’과 사서선생님이 함께 준비한 ‘책 전시’다.
책 전시 규모는 작게
전시 주제는 시기상 ‘크리스마스’로 정했다. 또 전시 도서의 수를 적게 해서 소규모 전시를 기획했다. 왜냐하면 누구든 쉽게,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야 도서관 일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를 하다 보니 애초 15권 2세트로 전시를 계획했지만 실제 전시 권수는 단권으로 총 37 권이 되었다. 정해진 도서구입비로 여러 권을 구입하기보다는 한 권이라도 더 다양한 책을 아이 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는 바람이 많아서다. 화수중학교의 경우는 책사랑이 역할을 분담하고 함께 도와서 전시 도서의 종수가 문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서선생님 한 분이 도서관을 운영 하는 대개의 도서관의 경우, 염두에 둘 중요한 것은 꾸준히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를 정 하는 것이다. 그래서 ‘책 전시’를 도서관의 특별 이벤트가 아닌 일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 야 아이들 마음에 자리한 책과의 간극을 자연스레 줄일 수 있다.
책 전시의 기본과 선택
전시 도서 종수로 인한 부담은 최소로 하되 꼭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은 책 소개 글이다. 짤막하게라도 아니면 키워드 정도라도. 이것은 아이들 이 책 선택을 가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크리스마스 책 전시의 경우를 소개하면 이렇다.
[기본]
• 책 추천과 선정: 주제를 정하고 책사랑에서 각자 전시 희망도서를 1~2권씩 추천한 후, 책사랑과 사서선생님이 함께 추천도서 검토 후 전시 도서 최종 선정
• 책 소개 글: 전시 선정 도서 소개 글 쓰기(책 선택에 도움)
• 전시 책 목록지: 전시 도서 목록을 한눈에 알 수 있음(읽고싶은 책 고르는 데 활용)
• 책 추천과 선정: 주제를 정하고 책사랑에서 각자 전시 희망도서를 1~2권씩 추천한 후, 책사랑과 사서선생님이 함께 추천도서 검토 후 전시 도서 최종 선정
• 책 소개 글: 전시 선정 도서 소개 글 쓰기(책 선택에 도움)
• 전시 책 목록지: 전시 도서 목록을 한눈에 알 수 있음(읽고싶은 책 고르는 데 활용)
[심화]
• 내가 읽고 재밌었던 책 이미지에 스티커 붙이기: 도서관 이용자가 전시 도서 중 어떤 책에 관심을 가지는지 파악(도서구입에 참고)
• 음악과 영상: 크리스마스 캐럴, SNOW MAN(『눈사람 아저씨』) 영상(다시 찾고 싶은 도서관 분위기 연출)
[선택]
•포스터: 홍보(관심 끌기 작전1)
• 꾸미기(눈 결정 모양 매달기, 크리스마스 트리): 도서관에 도통관심이 없는 학생들이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길바람, 책사랑이 눈 결정 모양 오리고 코팅, 펀칭하여 서로 연결(관심 끌기 작전2)
• 책 소개 글 묶음: 전시 도서의 책 소개 글을 한데 묶어 놓아 관심도서 찾기 쉬움
•엽서에 소감 한 마디씩 적기
왼쪽에 소개한 세 단계 과정은 모두 도서관에서 하는 책 전시에 몇 가지를 더한 것 이다. 책 표지만 보여 주는 전시에 책 내용을 살짝 소개하는 글을 덧붙여 전시했다. 글만 있는 책의 경우 손이 잘 가지 않는데, 책 소개를 통해 자신이 관심 있는 내용인 지 알 수 있어 책 선택에 도움이 된다. 이번 화수중 도서관에서 전시된 37권의 책에 는 책사랑, 사서선생님, 도서부원 친구들이 자신이 추천한 책에 짧은 소개 글을 적어 서 책과 함께 전시하였다.
책 선택의 경험은 도서관이 주는 선물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 부모가 빌려다 주는 책을 읽고, 좀 자라면 선생님이 권하는 권장도서 목록에서 책 선택의 기회(?)를 갖는다.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찾아보는 경 험이 부족하면 자신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류의 책과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 지 잘 알지 못하게 된다. 결국 책 읽기와 멀어지게 된다. 여러 이유로 즐거운 독서와 거 리가 멀어진 아이들에게 ‘책 소개 글이 함께 있는 책 전시’로 다가가면 좋겠다.
아이들이 관심 가질 만한 주제를 정해서 만만한 책, 의외의 책, 깊이 있는 책까지 다양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책 전시’ 한 번 했다고 아니 열 번을 해도 아이들은 서가 에 들어가 전시된 책 외에 또 다른 관련 도서를 찾아 읽기를 어려워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책 전시’를 통해 안 보기도, 골라 보기도, 선택했다 실패하기도, 뜻밖에 맘 에 쏙 드는 책을 발견하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야말로 도서관이 주는 선물이 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마음에 와 닿는 책을 발견하고, 책 읽는 재미를 알게 되고, 책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아갈 수 있도록 도서관이 적극적으로 도 와야겠다.
그리고 이용자의 변화와 별개로 책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도서관의 기본적인 역할 이다. 예상되는 어려움은 사서선생님들의 과다한 업무량 속에서 이것을 어떻게 일상 적으로 해낼 것인가이다. 도서관마다 ‘책 전시’의 경험과 자료를 잘 보관하고, 도서관 간에 정보를 공유한다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다양한 책 정보를 풍성하게 제공하며 책 전시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생각 외로(?) 아이들이 책을 좋아해
책 전시에 참여한 학부모와 교사 모두 “생각 외로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네.”라고 말했다. 이 말은 학생들이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새롭기보다는 왜 책을 안 좋아하는지 돌아보게 했다.
첫째, ‘윤독’을 돌아보게 했다. 같은 제목의 책을 한 반 아이들이 동시에 읽을 수 있을 만큼 여러 권 구입하여 반별로 돌려 읽는 윤독. 이 방식은 아이들에게 책을 스스로 골라보는 재미를 안기지 못한다. 어른들이 선정한 책을 읽어야 할 뿐이다.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고른 책이 아니다 보니 건성으로 읽고 재미도 없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어떤 책이든 책이라면 진저리를 낸다. 크리스마스 책 전시는 주제를 아이들이 정한 것은 아니지만 글 없는 그림책부터 스토리가 있는 그림책, 시집, 짧은 단편 동화, 두껍지만 골라서 읽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 과학책, 크리스마스 인물책, 눈 결정 오리기 책, 꼭 한 번 읽어 보려 했을 장편 문학책 등 여러 책 중에서 아이들에게 골라 보는 자율권을 부여했다. 당연히 아이들은 자기 관심사를 찾아보느라 적극적이었고 그렇게 고른 책이니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이 읽고 재밌으니 다른 친구에게 책을 권하기도 하며 ‘즐거운 윤독’을 한 셈이다.
둘째, 중학교 도서관의 ‘그림책 구비 정도와 분류’를 돌아보게 했다. 화수중 학생들이 다시 읽고 싶은 책으로 고른 것 중에는 그림책이 많았다. 선택 이유로는 ‘글이 적어서’가 많았다. 하지만 느긋하게 감상하는 책 읽기에 대한 경험이 적고 세밀한 묘사를 상상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그림책은 매체가 된다. 그림책은 책 읽기의 버거움을 덜어주고 그림 감상하는 재미를 알게 해 준다. 이런 그림책이 크리스마스 책 전시에 많았으니 당연히 아이들이 책 읽기를 좋아할 수밖에.
그런데 그림책이 초등학교에서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중학교 도서관에서는 그림책의 수서 기준도 모호하고 그림책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림책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도서관에 그림책 코너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면, 이용자 스스로 자신의 독서 취향 을 알아 갈 수 있도록 돕는 그림책 서가의 도서 분류에 대해 생각해 보자. 장・단점은 있지만 출 판사별 분류가 아닌(학교도서관마다 다르다.) 작가 별로 분류하면 좋겠다.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면 (가나다순, ABC순) 서가에서 원하는 책과 그 작가 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기 수월하다. 그러다 보 면 작가마다 개성이 다름을 알 수 있고 좋아하 는 작가와 그림이 생긴다. 만약, 나중에 그림책 이 많아지면 그때 이렇게 분류하겠다고 한다면 이중으로 작업을 해야 할 수도 있으니, 아직 그 림책이 많지 않다면 구입할 때부터 작가별로 수 서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겠다.
책 소개 글이 있는 소규모 책 전시
다음 소개하는 사례들을 각 도서관 상황에 맞게 응용하여 활용하면 좋겠다.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전시 사례에 공통적으로 있는 것은 ‘책 소개 글’이다. 책 소개 글은 매우 중요한 역 할을 한다. 아이들은 이것을 참고하여 다 읽어 보기에는 두께가 부담되는 책도 제쳐 두지 않고 자신이 좋아할 내용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가늠 한다. 소개 글 대신 키워드를 적어도 좋다.
•전주 중앙초등학교 교실 전시 사례
2012년 10월 25일 전주 중앙초등학교 재량시간, 4학 년 1반 친구들이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선정한 어린이책 모임(동화동무 씨동무) 도서 15권 중 소개 글을 참고하며 자신이 읽고 싶은 책에 투표하고 있다. 쉬는 시간, 아이 들은 교실 전시에서 선택했던 책이 도서관에 있는지 찾아보고 대출해 갔다.
•고양 대곡초등학교 도서관 전시 사례
2013년 10월 7일부터 18일까지 2주간, 모든 학년을 대 상으로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소개하는 모험・추리・판 타지 동화 중 11권을 책 소개 글과 함께 전시했다. 전시 중에도 전시 도서를 대출해 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전시 한 책은 대출률이 높아 2세트씩 준비한 책이 부족했다.
•마포구립 서강도서관 전시 사례
2014년 1월 2일부터 2월 28일까지, 서울 마포구립 서강도서관이 어린이도서연구회와 함께 ‘얘들아 어떤 책이 읽고 싶니?’를 진행했다. ‘신나는 모험의 세계’를 주제로 선정된 15권의 전시 책과 북토크 선생님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모험을 떠날때 필요한 물건 담기, 내가 뽑은 최고의 책 인기투표 등도 진행되었다.(2014.1.14. <독서신문> 기사 참조)
전시 장소(교실, 학교도서관, 공공도서관)와 학년(초등학생~중학생)은 다르지만 아이들은 ‘책 전시’를 친구들과 수다를 떨어가며 자율적으로 즐겼다. 또 전시된 책을 바로 빌려 읽는 학생도 많았고 확실히 대출률이 높아졌다. 그리고 도서관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더 구입하기도 했다. 이런 책 전시가 수시로 있으면 좋겠다. ‘책 소개 글이 함께 있는 일상의 책 전시’가 도서관 문화의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