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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우리가 만드는 학교도서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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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5-02 14:18 조회 6,29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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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에는 책을 읽는 대신에 PC통신에 접속하느라 밤새는 줄도 모르고, 삐삐의 음성메시지를 듣기 위해 공중전화 앞에서 줄을 서는 장면들이 속속 등장한다. 이런 드라마 속의 장치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문화를 모두 경험한 90년대 사람들의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화는 어떤 한 사람의 기억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들에 의해 그 활동들이 공유될 때 이루어진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X세대 대중문화의 흐름을 짚어냈다면, 그 시기의 학교도서관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97년도,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는 학교도서관이 있었다. 당시 별관 3층 자율학습실 옆에 위치했던 도서관은 불이 켜 있는 날보다 꺼진 날이 훨씬 많았으며 정리되지 않은 책들이 가득했다. 도서관을 관리해 주는 선생님이 계시지 않아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부가 학교도서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2003년도에 ‘학교도서관 활성화사업’을 실시한 이래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는 도서관이 설치되었고, 열악했던 학교도서관의 물리적 환경이 개선되었다. 또한 학교도서관은 기본 시설 및 장서 확충, 도서관 활용 프로그램 강화, 전담 관리 인력 배치 등의 과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며 외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학교도서관의 환경 변화와 함께 학교도서관 이용률이 크게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정부가 2012년을 독서의 해로 지정하고, 2014년부터 5년간 ‘독서문화진흥계획’을 내놓은 것을 보면 외적인 변화를 넘어 책 읽는 사회문화를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책 읽는 사회는 거창한 캠페인이 아니라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에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입시라는 큰 과제를 짊어진 학교교육 내에서 학생들의 바른 독서습관과 독서문화를 만드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이럴 때일수록 학교도서관이 제대로 된 역할 수행을 통해 책 읽는 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학교도서관은 학교교육의 핵심이며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필수 시설이다. 바람직한 ‘학교도서관 문화’는 학교도서관이 기존에 가진 역할과 기능들을 이용자인 학생과 교사들이 인지하고 폭넓게 활용할 때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 IASL(국제학교도서관협회)의 학교도서관정책설명서에는 학교도서관에 대한 역할을 ‘정보적 기능, 교육적 기능, 문화적 기능, 레크리에이션 기능’의 4가지로 명시되어 있다.
먼저 학교도서관은 정보와 교육의 장으로서 학 교 내의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교수·학습에 필요 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학교도서관의 가장 기 본적인 역할은 이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종류의 자료를 수집하고, 정보를 편리하게 활용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교도서관 은 학생, 교사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이용할 수 있 도록 하는 활동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특 히 교과교사와 연계한 도서관 협력수업은 교과의 주제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 력을 신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것은 ‘평생 학습자’로서 학생들이 졸업한 후에도 어떤 문제 를 해결할 때 도서관을 찾게 하는 바탕이 된다. 또 한 학교도서관에서는 도서관 이용교육이나 유인 물 제공을 통해 소장 자료, 추천도서목록, 제공하 는 서비스, 독서행사 등을 공지할 필요가 있다.
학교도서관은 열린 독서문화의 장으로서 자유 로운 독서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학교도서관의 장점은 학생들이 교실에서 느꼈던 심리적 압박감을 버리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는 것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본 질에 충실한 독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학 교도서관의 역할이다. 독서는 좁은 의미에서 책 을 읽는 활동이지만 넓은 의미로는 나와 너, 나아 가 세계와의 관계를 맺는 활동이다. 이것은 도서 관에서 제공하는 놀이 프로그램이나 독서행사, 독서동아리, 독서 프로그램에도 해당된다. 학교 도서관이 이러한 독서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할 때 중점적으로 고려할 것은 사교육 시장에서 행하는 ‘기능, 학습 중심의 독서’가 아니라, 독서의 즐거 움을 느끼고 소통하며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형성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도서관은 지식과 정보를 얻고, 도서관 놀 이와 프로그램이 있고, 친구들과 소통하고, 힘들 때 마음의 위안을 얻는 우리 모두의 공간이다. 이 모든 활동들이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학교도서관 의 문화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학교도서관을 ‘자 율학습실, 책 대여 공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에 인터넷과 스마트폰 문화까지 합세하 여 학교도서관의 역할이 크게 축소되고 있는 것 도 사실이다. 예전에 경험했던 불 꺼진 도서관의 모습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 생각에 사로잡혀 그 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학교도서관이 지 닌 정보의 장, 교육의 장, 문화의 장, 레크리에이션 의 장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는 앞으로도 사라지 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는 만큼 학 교도서관은 모든 면에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의 새로운 학교도서관 문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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