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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나 자신이 나인 것을 잊지 않게 해 주는 것,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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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6-28 20:50 조회 6,63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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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혜 서울청계초 사서교사
사람들은 왜 인문학에 열광하는가?
괴테는 “나 자신이 나인 것을 잊지 마라.”라고 말했다. 개인의 정체성을 굳건히 지키라 는 말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나 자신을 잊은 채 여기저기 시류 에 휩쓸려 다닐 때가 많다. 내가 왜 학교에 가는지, 내가 왜 밥을 먹는지, 내가 왜 책을 읽는지에 대한 생각 없이 남들이 학교에 가니까 가고 남들이 책 읽는 것이 좋다고 하니 까 책을 읽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소한 일상에서도 내가 나임을 잊지 말아야 하지만 중요한 일이 닥쳤을 때는 더더욱 나의 심지를 굳건히 하고 나의 존재 이유를 알고 있어 야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요즈음 대형서점에 나가 보면 하루가 다르게 인문학 서적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동 안 자기계발서가 홍수이던 시절을 지나 잠시 소설이 서점가를 덮더니 이제는 인문학 이다. 왜 사람들은 어려운 인문학에 열광하는 것일까? 바로 잊고 있던 나를 찾기 위해가 아닐까 싶다. 어떤 일을 하든 나를 잊는 순간, 나의 삶의 이유는 없어지게 된다. 인문학은 나를 찾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EBS에서 인문학 특강을 했던 최진석 교수는 인문학을 “사람이 그리는 그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람이 그리는 그림을 우리가 알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올바른 나를 세우기 위해서이다. 자기계발서가 지금의 나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기술을 가르쳐 주는 책이라면 인문서는 그 밑바탕을 다져 주는 책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K–POP STAR 시즌 3>의 심사위원 박진영은 Top10을 결정하는 자 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부터는 기본기가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다.” 바로 이것이다. 기본기! 그게 바로 인문학이다. 초・중・고를 거치며 우리가 차곡차곡 기본기를 다졌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우리 교육은 그걸 충분히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 서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 뒤늦게 나의 기본기를 채우려고 인문학 서적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 인문학 책을 살피는 신중함
어린이 책 출판 동향은 늘 어른 책 출판 동향을 쫓아간다. 그래서 어른 책 중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들이 “어린이를 위한~”이라는 부제를 달고 출판되기도 한다. 어른들의 인문학 열풍만큼 어린이 책에서 인문학으로 포장된 많은 책들이 출판되고 있다. 인문 학 자체가 꽤나 어려운 사유의 학문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어린이 책으로 출판되는 인문학 책들에 대해 염려스러운 부분들이 있다. 어린이 인문학 책을 출판할 때는 어른 책보다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 책이 아이들 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어른들의 책을 흉내 내거나 철학, 미술, 신화 등 소위 어른들 이 말하는 인문학 분야의 주요 지식을 요약해 주거나 훑어 주는 것은 진정한 인문학 책이 아니다. 그건 아이들이 읽기 어려워하는 것들을 씹어서 요약해 주거나 얕은 배경 지식을 실어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일 뿐이다. 또한 인문학을 가장한 자기 계발서들이 마치 인문학인 것처럼 출판되기도 한다. 좋은 인문학 책은 아이들의 가치 관 형성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옥석을 가리는 것은 우리 어른들, 사서들의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림출판사에서 나온 ‘질문쟁이 시리즈’는 참 좋은 인문학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죽나요”, “거짓말은 왜 할까요”, “욕심은 왜 나빠요” 등 인간이 가지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아이들 수준에서 읽고 생각하게 한다. 아이들이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대답하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 기본기가 강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니어김영사에서 나온 ‘인성의 기 초를 잡아주는 처음 인문학동화 시리즈’도 좋다. 원문을 싣지 않고 출처를 밝히지 않아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공자,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훌륭한 철학자의 중요한 사상들을 동화 속에 녹여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과 학교도서관의 역할
학교도서관에서는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것이 아닌 철학, 역사, 미술 등 인문 전 분야에 깊이 있는 사유를 담고 있는 책을 골라 소장해야 함은 당연하다. 또한 사유 이전에 정체성의 골격을 세울 수 있는 『사자소학』, 『명심보감』, 『소학』 같은 우리 고전 을 구비하고 아이들에게 읽혀 튼튼한 정체성의 골격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전 은 우리 조상들이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가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밤낮으로 읽었던 책이 다. 이런 책을 고를 때는 만화 등으로 쉽게 풀어 쓴 책보다는 반드시 원문이 함께 있는 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약의 쓴맛을 덜하게 하기 위해 단 성분을 많이 넣은 것이 약효 가 덜하듯 어려운 책은 어려운 대로 곱씹으며 여러 번 읽어 자기 것으로 만들 때 그 효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리 내어 읽고, 눈으로 읽고, 기록하며 읽다 보면 어느새 나의 몸과 마음에 현인들의 정신이 아로새겨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요즈음 교육청에서도 고전 읽기를 강조하고 학교도서관 장서구입 시 일정량은 고 전을 사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정책으로 내려올 때 그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고전이 많이 출판되지도 않은 시점에 일정량을 구입하라고 하면 좋지 않은 책까지 살 수밖에 없다. 정책으로 내려진 전시행정이 아닌 진정으로 아이들 에게 고전을 읽히고 이를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가 고민해 봐야 한다. 무조건 일정량의 책을 사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전을 읽히라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까? 박웅현의 『여덟 단어』(북하우스)에 보면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이자 가장 큰 조건이 “자존”이라고 말한다. 또한 자존을 형성하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인이 우리 교육이 라고 이야기한다. 미국 교육이 “네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궁금해 한다면 우리 교육은 “네 안에 무엇을 넣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정책도 이 와 상통한다. 아이들에게 자존을 키워 주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게 하기 위해서 는 고전을 통해, 제대로 된 인문학 서적을 통해 스스로 사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조건 고전이나, 인문학이라는 이름이 붙은 책을 사서 꽂아 두고 “네 안에 넣어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오답일 확률을 줄여 주는 것은 바로 ‘나로서의 정체 성’과 ‘나로서의 자존감’이다. 그것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은 바로 인간이 그려온 그림 의 집적체인 ‘인문학’이다. 『인문학 명강 동양고전』(강신주 외, 21세기북스)에 보면 “고전은 부분에 사로잡히거나 좁은 영역에 갇혀 있는 것을 전체로 확대시키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우리가 처음과 끝을 다 꿰뚫도록 어떤 부분을 증명해서 그것을 사실로, 모든 것으로 판단하지 않도 록 유보할 수 있는 힘과 부분에서 전체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 준다.”라는 부분이 있다. 선택과 판단의 오류를 줄여 주고, 오류를 범하고 실수를 하더라고 극복할 수 있는 문을 열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고전이고 인문학이다. 한때 대학에서 인문학이 죽어간다, 순수학문이 내몰리고 있다는 말이 들리던 때가 있다. 실용성에 밀려 연구기관인 대학에서 마저 순수학문, 인문학을 천시하던 때를 우 리 스스로 반성하며 우리가 있는 현재를 만든 기본기는 바로 인문학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료함과 위험함을 줄여 주는 감속과 가속의 균형 잡힌 운전을 통해서 흥미와 즐 거움과 안전을 누릴 수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만드는”(『인문학 명강 동양고전』) 『논어』의 가르침처럼 좋은 인문학 책을 구비하여 우리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 스스로의 가속과 감속의 즐거움이 넘치는 행복한 삶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어른들의 역할, 학교도서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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