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돈 안 되는 책을 골라 읽는 이유-대안연구공동체에서의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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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9-18 15:45 조회 7,221회 댓글 0건본문
김종락 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조금 배고플 때 책을 읽으면 소리가 두 배로 낭랑해져서 책 속에 담긴 이치와 취지를 잘 맛보게 되니 배고픔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조금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기운이 소리를 따라 몸 안으로 흘러 들어와 편안해져 추위도 잊을 수 있게 된다. 근심 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면 눈은 글자와 함께 하나가 되고 마음은 이치와 더불어 모이게 되니, 천만 가지 생각이 일시에 사라져버린다. 기침이 심할 때 책을 읽으면 기운이 통하여 막히는 것이 없게 되니 기침 소리가 순식간에 그쳐 버린다.” 조선 후기, 간서치(看書癡, 책만 읽는 바보)로 유명한 이덕무가 제시한, 책을 읽는 이유들이다. 이덕무가 세상을 떠난 지 200여 년, 현대 사회에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안연구공동체(이하 ‘공동체’로 표기)에서 가장 활성화된 것은 책 읽기, 글쓰기 모임이다. 넓은 의미의 인문학과 문화 예술에 대한 공부를 기치로 출범한 단체니 책 읽는 모임이 활발한 것은 당연하다. 인문학 자체가 일차적으로 책, 즉 문자 텍스트의 이해를 통한 자유의 확장을 추구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공동체에서 읽는 책들은 철학이나 문학, 역사 등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인문학에 그치지 않는다.
직장인들이 모여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월요 책읽기, 글쓰기’ 세미나를 필두로 대다수 책모임이 분야의 제한 없는 책 읽기를 내세운다. ‘고전으로 읽는 지식의 충돌, 그리고 글쓰기’가 그렇고, ‘동서인문학 횡단교실’에서의 다양한 장르에 걸친 책 읽기가 그렇다. 청년 인문학 과정에서는 매주 한 차례씩 여러 분야의 고전을 읽고 세미나를 하는 것에 더해 매주 신간 한 권씩을 읽고 리뷰를 나눈다. 곧 시작하는 주부 공부 모임 역시 넓은 분야의 책 읽기가 핵심이다. 여기서 읽는 책은 철학과 문학 등 전통 인문학은 말할 것도 없고 문화 예술의 제 분야와 생태 환경, 과학, 기술 등에대한 책을 망라한다. 이에 비해 이미 3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서양고전 철학 읽기’나 그보다 연륜이 짧은 ‘근대 철학 고전 읽기’ 모임은 보다 전문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직장인들이 모여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월요 책읽기, 글쓰기’ 세미나를 필두로 대다수 책모임이 분야의 제한 없는 책 읽기를 내세운다. ‘고전으로 읽는 지식의 충돌, 그리고 글쓰기’가 그렇고, ‘동서인문학 횡단교실’에서의 다양한 장르에 걸친 책 읽기가 그렇다. 청년 인문학 과정에서는 매주 한 차례씩 여러 분야의 고전을 읽고 세미나를 하는 것에 더해 매주 신간 한 권씩을 읽고 리뷰를 나눈다. 곧 시작하는 주부 공부 모임 역시 넓은 분야의 책 읽기가 핵심이다. 여기서 읽는 책은 철학과 문학 등 전통 인문학은 말할 것도 없고 문화 예술의 제 분야와 생태 환경, 과학, 기술 등에대한 책을 망라한다. 이에 비해 이미 3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서양고전 철학 읽기’나 그보다 연륜이 짧은 ‘근대 철학 고전 읽기’ 모임은 보다 전문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3년 반 전, 철학을 중심으로 한 인문학과 여러 소수 외국어를, 주로 강좌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나누겠다며 출범한 공동체의 공부가 책읽기와 글쓰기, 그리고 토론으로 번져간 것에는 짧지만 역사가 있다. 처음에는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서였다. 이른바 인문학 열풍을 타고 강좌만 개설하면 사람들이 몰려올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 반대였던 것이다. 이유를 알고 보니 인문학을 하긴 해야 하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나마 인문학을 공부 할 필요를 느끼는 사람은 나았다.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조차 없었고 상당수는 인문학에 적대적이기까지 했다. 공동체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공부할 사람이 필요했다. 이곳에서 공부할 필 요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책 읽기가 필요했다.
모든 책은 실용서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고전이나 인문학 책도 실용적인 건 마찬가지다. 인문학서의 실용성은 창의와 상상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인문학이 실용적이라는 근거의 단골 사례는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다. 굳이 잡스를 들지않더라도 인문학, 즉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는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이는 건축이나 영화, 연극 같은 문화 예술 분야와 게임 같은 콘텐츠 산업에서 두드러진다.
모든 책은 실용서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고전이나 인문학 책도 실용적인 건 마찬가지다. 인문학서의 실용성은 창의와 상상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인문학이 실용적이라는 근거의 단골 사례는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다. 굳이 잡스를 들지않더라도 인문학, 즉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는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이는 건축이나 영화, 연극 같은 문화 예술 분야와 게임 같은 콘텐츠 산업에서 두드러진다.
그런데 문제는 공동체에서 진행 중인 대부분의 책 읽기 모임이 실용성을 도외시한다는 점이다. 이건 광범위한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하기야 실용성이 취업이나 돈벌이를 의미하고, 인문학이 돈벌이에서 다른 공부보다 유리하다면 학문보다 돈을 더 밝히는 대학에서 인문학이 고사할 리 없다. 그렇다면 공동체에서 다양한 분야의, 돈도 안 되는 책들을 골라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큰 이유는 전문화, 분업화한 현대 사회의 온갖 주제에 대한 종합적이면서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20세기 초 이후 심화 일로를 걸어온 근원적인 병폐 중의 하나는 이른바 전문화의 야만이다. 전문가가 누구인가. 아는 것은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가 전부인데다 그나마 제대로 아는 건 자신이 전공한 좁은 영역뿐인 사람이 아닌가. 하나만 알고 다른 것에는 무지한 인간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잔혹하며 공격적일 수 있는지는 우리가 익히 목도한 것과 같다. 안전성과 지속성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있음에도 한사코 핵발전소를 지으려고 하는 이들도, 단군 이래 최악의 삽질인 4대강 사업을 주도하는 이들도 다름 아닌 전문가 집단이 아닌가.
공동체에서 책 읽기의 또 하나 특징은 함께 읽고 토론하는 것이다. 혼자 읽은 책과 여럿이 읽고 토론한 책의 이해 수준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함께 길 걷는 동무가 있으면 험한 길이라도 즐겁게 갈 수있다. 혼자 읽을 수도 있는 책을 사람들과 더불어 읽는 것은 함께하는 것이 더 낫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공동체에서 책 읽기의 또 하나 특징은 함께 읽고 토론하는 것이다. 혼자 읽은 책과 여럿이 읽고 토론한 책의 이해 수준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함께 길 걷는 동무가 있으면 험한 길이라도 즐겁게 갈 수있다. 혼자 읽을 수도 있는 책을 사람들과 더불어 읽는 것은 함께하는 것이 더 낫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