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차별을 허무는 도서관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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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4-04 11:48 조회 4,111회 댓글 0건본문
포용하는 학교도서관으로 거듭나려면
이미숙 공주대 특수교육과 교수
“가 도서관에 들어서면 겁부터 난다. 오늘은 아무 문제 없이 수업을 마칠 수 있을지… 개학 이후로, 몇 주가 지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나는 가 도서관에 들어서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나의 예상처럼, 는 오늘도 도서관을 뛰어다니고, 책을 펼쳐 아무 페이지나 찢어 버린다. 의 이러한 행동은 가 책을 찢지 못하도록 막아 설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발생한다. 가 이러한 행동을 보일 때마다 사서교사로서 아이들의 독서지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의 무능력 함을 드러내는 것 같다. 그래서 를 향해 평소보다 엄하게 꾸짖지만, 문제는 나의 꾸짖음에도 불구하고 는 오늘도 여전히 소리 지르며 도서관을 마음대로 뛰어다니고 있다…”
-3월 어느 날, 사서교사의 노트에서
내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특수교육과는 문헌정보교육과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고, 내 연구실 바로 아래층이 문헌정보교육과 학생들이 사용하는 층이다. 문헌 정보교육과 학생들 중에는 필자가 강의하는 특수교육학개론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있다. 교사 자격증 취득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특수교육학개론을 이수해야 교사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과목을 반드시 수강해야 한다. 특수교육학개론 과목 수강은 예비 사서교사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사서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통합교육 차원에서 장애 학생을 이해하고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을 신장하도록 하고 있다. 예비 사서교사들이 필자의 수업을 수강하고 같은 건물에서 생활하다 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생긴다. 이들 학생들 중에는 사서교사가 되고 나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 지도의 어려움을 토로하거나 자문을 구하기 위해 필자에게 연락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 제자로 있었던 학생들이 교육현장에 나가 “교수님,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 때문에 힘들어요, 어떻게 해야 하지요?”라고 SOS를 칠 때면, 걱정보다는 뿌듯함과 반가움이 앞선다. 이제는 사서교사가 된 제자들이 이러한 상황을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고, 어떻게 하면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을 좀 더 잘 지도해 볼까 하는 고민의 발로에서 생겨난 요청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통합은 교실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통합교육의 확대는 장애 학생들이 일반 학교에서 교육받는 기회를 증가시켰으며, 일 반 학교 내의 다양한 교육시설 활용을 필요로 하고 있다. 통합교육의 확대에 따라 특수학교의 수는 정체되는 반면에 특수학급의 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전체 특수교육 대상 학생 중에서 일반 학교에 배치된 장애 학생은 70% 이상으로 통합교육을 받는 장애 학생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통합교육의 증가에 따라서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의 통합은 학급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학교의 다양한 공간에서 요구될 수 있으며, 학교도서관도 예외는 아니다. 비장애 학생들이 학교도서관을 이용하듯이 일반 학교에 통합된 장애 학생들도 그들이 이용하는 중요한 공간 중 한 곳이 바로 학교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은 교실과 마찬가지로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이 함께 있는 공간이며, 도서관활용수업, 독서지도 그리고 여가생활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도서관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학생들
사서교사들은 장애 학생을 지도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토로하는데, 그중에는 장 애 학생의 도서관 이용 예절과 규칙 준수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 장애 학생이 나타 내는 문제행동에 대한 대처 미비 그리고 장애 학생과의 의사소통에 대한 어려움, 장 애 학생의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을 언급한다.
일반 학교에서 통합교육이 확대되어 감에 따라 일반 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사서교사도 도서관에서 장애 학생을 만나게 된다. 통합교육에서 일반교사들의 장애 학생 지 도에 대한 인식과 능력을 신장시켜야 한다는 것은 강조되어 왔지만, 사서교사의 장애 학생 지도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을 받아 오지 못했다. 학교 내에서 장애 학생에 대한 책임이 특수교사의 책임만은 아니듯이, 사서교사도 마찬가지로 장 애 학생에 대한 지도의 책임을 가진다. 학교도서관은 학교 공동체 모두의 교수-학습 활동을 지원하는 기본적인 교육시설 가운데 하나이므로, 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 학 생을 위한 장서를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서교사 본연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가 가지는 이러한 중요한 기능과 역할에 비해, 우리의 학교 도서관 현실은 장애 학생에 대한 지도에서 여러 가지 부족함을 나타낸다. 장애 학생의 학교도서관 이용 특성을 살펴보자. 우선 장애 학생은 책에 흥미가 부족하고, 도서 관 이용 능력도 부족하여 학교도서관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비장애 학생이 이용하는 장서와 비교했을 때, 장애 학생에게 적합한 장서가 비치되어 있지 않아 장애 학생이 읽을 만한 다양한 장서가 부족하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장애 학 생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된 목적은 독서 능력 향상보다는 비장애 학생과 함께 어 울릴 수 있는 공간 혹은 사서교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도서관이 통합교육의 장으로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학교도서관이 장애 학생에게도 독서교육이나 정보활용능력 신장과 같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장애 학생들을 위한 지적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등한 이용자' 장애 학생을 위해 갖춰야 할 것들
일반 학교에서 장애 학생을 위한 학교도서관의 접근성과 프로그램이 어떤 형태로 제공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은 학교도서관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매우 중요하고 기초적인 활동이다. 일반적으로 사서교사는 장애 학생의 수준에 적합한 도서를 선
정하거나, 장애 학생의 수준에 맞도록 함께 책을 읽어 주는 등의 독서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비장애 학생이 장애 학생의 장애를 이해할 수 있도록 비장애 학생에
게 장애 관련 도서를 선정하여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 학생을 위한
이러한 사서교사의 역할은 소극적인 역할에만 머무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장애
학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독서지도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
서 이러한 소극적 역할에서 벗어나 장애 학생에 대한 적극적인 지도가 이루어지기 위
해서는 다음과 같이 고려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 장애 학생의 장애 특성·인지적 수준 그리고 생활 연령을 고려한 다양한 도서가 비치되어야 한다.
장애 학생 중에서도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 학생들은 비장애 학생들 수준에 맞추어 진 도서를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보다 쉬운 난이도의 수준별 도서를 갖출 필요가 있다. 시각장애 학생이나 낮은 문해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 들을 위해서는 음성으로 제공되는 도서를 비치하고, 청각장애 학생이나 발달장애 학생을 위해서는 그림이 추가된 도서나 e-book 등의 다양한 형태로 되어 있는 도서를 비치할 필요가 있다. 손지영, 박현옥, 이정은(2013)의 연구에서도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도서 비치가 장애 학생의 독서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둘째, 장애 학생의 특성을 고려한 학교도서관의 재구성이 요구된다.
학교도서관의 재구성은 장애 학생의 도서관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한 것으로, 장애 학생이 신체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장 애 학생들 중에는 신체적인 움직임 및 이동의 제한으로 학교도서관의 서가를 이용하 는 데 어려움을 가지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발달장애 학생들 중에는 청구 기호를 통해 서가에서 원하는 책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이 있다. 따라서 장 애 학생의 운동능력을 고려하여 서가 사이의 위치를 조정하거나 장애 학생들의 이용 이 많은 자료는 장애 학생들이 쉽게 꺼내어 볼 수 있도록 접근이 쉬운 서가에 배치할 수 있다. 김유리, 표윤희, 이종민(2020)은 장애 학생들이 혼자서 쉽게 책을 찾을 수 있도록 청구기호 대신 색띠나 도형과 같은 직관적인 분류를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하기 도 했다.
셋째, 학교도서관 내에서 장애 학생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
학교도서관은 비장애 학생, 장애 학생, 사서교사 그리고 학교를 이용하는 모든 이들 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 학생들이 학교도서관에서 차별이나 스트레스를 받 지 않고, 안정을 누릴 수 있도록 포용적인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서교사 스스로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보수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학교도서관을 이용하는 비장애 학생들도 장애 학생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사서교사의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사서교사가 수행하는 학교도서관의 역할이 범교과적이고 통합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특수교사와의 협력은 학교도서관의 역할 신장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사서교사가 장애 학생에게 보다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서교사와 특수교 사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특수교사와의 의사소통을 통해서 사서교사는 특수교육 분 야의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장애 학생의 구체적인 정보요구와 다양한 학습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 학생 부모나 보호자를 위한 정보나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성공적인 도서관 이용 경험을 함께 나눈다면
장애 학생을 위한 학교도서관 운영은 학생들이 도서관을 친숙하게 여기고 도서관에 서 즐겁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로 삼도록 해야 한다. 장애 학생은 학교도서관에서 자료 활용과 독서활동을 위하여 비장애 학생과 상호작용할 뿐만 아니라 혼자 힘으로 원하는 자료를 활용하려는 도전의식과 성공 경험을 겪게 되고 이는 자존감과 학업 성취도 향상으로 이어진다. 또한 학교도서관을 성공적으로 이용한 경험이 장차 대학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을 비롯한 평생학습시설의 활용에 중요한 기초 능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서교사와 사서의 장애 학생과 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장애 학생과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오늘은 가 기분이 좋은지 도서관에서 박수를 치면서 돌아다니고 노래를 부른 다. 이전 같았으면, 나는 의 이러한 행동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도서관에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를 향해 달려가 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애 썼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나의 모습은 여유롭다. 나만 여유로운 것이 아니라, 와 함께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도 여유롭다. 왜냐하면 도서관에서 박수를 치고 돌아다니고 노래를 부르는 의 행동은 교실을 벗어나 도서관에 온 것이 너무 나 행복하고 좋아서, 가 도서관에 올 때마다 보이는 하나의 의례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학급 아이들과 나는 이러한 의 행동을 이전처럼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 는다. 우리는 도서관을 돌아다니고 있는 에게 다가가 가 특별히 좋아하는 책 을 꺼내어 책상 위에 올려 두고 의 손을 이끌어 의자에 앉힌다. 우리는 도서관에 왔음을 알리는 의례를 마친 가 금세 독서의 황홀함에 빠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12월 어느 날, 사서교사의 노트에서
느린 학습자를 위한
쉬운 글 도서의 모든 것
함의영 피치마켓 대표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남궁훈 기자
국내에만 추정 80만 명의 경계선 지능을 가진 느린 학습자들이 있다고 한다. 필자는 대학생 때 쉬운 글 도서를 활용한 느린 학습자 교육 프로젝트 ‘참지마요’에 참여해서 뜻깊은 시간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교통, 통신, 의료 등 사회적 인프라의 미비로 느린 학습자들이 시설 밖으로 나오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울 지역의 여러 시설을 돌며 활동을 이어 가다 보니 왜 일상에서 이들을 만나기가 어려운 것인지, 비장애인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사회 구조가 피부로 체감되었다.
느린 학습자를 위한 특별한 도서가 있다면 시설 밖 사회로 나오기 위한 좋은 창구
가 될 것이다. 독서는 지식 습득과 사회화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느린 학습자를 위
한 쉬운 글 도서를 개발하고 있는 함의영 피치마켓 대표를 만나 쉬운 글 도서의 개념,
제작 과정, 활용법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인터뷰를 통해 쉬운 글 도서의
목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Q. 느린 학습자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계십니다. ‘느린 학습자’를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다양한 인지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통칭하는 개념인데요. 발달장애인만을 지칭하기 위해 만든 용어는 아닙니다. 경계선 지능 장애인과 고령의 노인이 느린 학습 자에 속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느린 학습자만을 위한 책’이라 는 발상이 사회적으로 낯설었고, 발달장애 학생들의 부모들도 “우리 애는 책을 읽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셨던 상황이었어요. 발달장애인은 학습 자체가 어려울 거라는 예 상이 많았어요. 하지만 교육을 계속 이어 가다 보니 이 분들이 학습하는 속도가 느린 것이지 학습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저희가 집중했던 건 ‘느린’보다 는 ‘학습자’였습니다. 속도는 대상자마다 다르지만,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 고 싶어서 ‘느린 학습자’라는 포괄적인 용어를 쓰게 되었습니다.
Q. 피치마켓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느린 학습자를 위한 읽기 쉬운 책'을 제작하고 계십니다. 일반 도서와 다른 편집과 문법이 필요할 듯한데, 누가 어떤 규정에 따라 책을 만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쉬운 책’, ‘쉬운 정보’라는 표현을 썼던 것을 후회한다는 점입니다. ‘쉬운’이라는 말이 공급자 중심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쉽다고 일컬어지는 책이 여전히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요. 이걸 쉽다고 하는 순간 누군가가 평가절하 될 수 있어요. 대체 누가 쉽고, 어려운지 기준을 정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지 금은 ‘쉬운 책’보다는 ‘적정한 책’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7년간 사업을 하다 보니 ‘쉬운 책’이 고유명사처럼 되어 버려서 아쉽습니다.
‘느린 학습자를 위한 적정한 책’은 한자어가 없고, 쉬운 단어를 쓰고, 단순한 문장 을 구사하는 것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읽히는 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핵심 이고 기억력과 집중력, 흥미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아무리 내용이 쉬워도 독자가 스스로 읽어야 의미가 생기잖아요? 어떻게 기획하고 어떤 이미지를 써야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펼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편집이 업무의 10%라면 90%는 기획입니다. 이해하기 쉬우면서 기억에 오래 남도록 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예컨대‘킬체인’을‘북한이 미사일을 쏘려고 할 때, 그 미사일을 먼 저 공격하는 미사일’이라고 설명하는 거예요.
책을 만들 때 편집, 삽화, 디자인 모두 외주가 아닌 내부에서 전문 인력을 고용해서 만들고 있어요. 외주를 맡기기엔 가이드라인이 너무 많아서요. 심지어 글꼴의 종류와 크기, 간격에 따라 느린 학습자들의 독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조정하고 있습니다.
Q. 쉬운 글 도서의 다양한 활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학교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일까요?
피치마켓에 교육 문의나 도서 구매 신청을 하시는 사서선생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특수교육을 처음 한다면 수업이나 관련 활동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어려워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에게 요청해 주시면 직무연수를 진 행하거나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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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마켓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의 경우 정보 전달이 핵심인데요. 이를 학생들에게 읽힐 시 글을 스스로 읽고 이 해할 수 있다는 데서 자기 효능감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요. 이때 학생들이 각각 책을 정독하는 활동보다는 함께 낭독하거나 대화를 하며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월간 지의 하단에 보면 추천하는 질문거리나 대화 주제가 나와 있습니다. 피치마켓 블로그(https://blog.naver.com/peach_ market)에서 현직 특수교사들이 공유하는 학습자료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
학생들과 대화를 많이 하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느린 학습자들은 의사소통 기회 가 적기도 하고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데 능숙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책을 어디까지 읽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기보다, 같이 읽고 공유할 수 있는 정보를 중 심으로 대화하는 게 중요해요. 여러 명의 느린 학습자들이 모여 있을 때 공통된 대화 주제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까요.
난독증 학생 눈높이에 맞는
독서교육을 고민한다면
정재석 한국난독증협회 대표, 소아과 전문의
난독증이란 “듣고 말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문자를 판독하는 데에 이상이 있는 증세(인터넷 두산 백과)”이며 특수교육학에서는 읽기 학습장애로 부르며 학습장애
의 일종으로 분류한다고 나와 있다. 난독증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국내 역학
연구는 거의 없는데, 대체로 인구의 5%가 난독증 환자일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난독증은 많은 오해에 둘러싸여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글자를 전혀
못 읽어야 난독증이다? 아니다. 난독증을 겪는 사람들 중에는 글자를 정확하게 읽는
경우도 있다. 읽기의 정확도와 속도가 학업에 지장을 줄 정도여야 난독증인데, 속도가
1분당 80어절 이하로 느리면 시간 내에 시험을 마칠 수 없고 과제를 하는 속도가 오래 걸린다. 난독증 환자는 꼭 글자를 거꾸로 읽거나 쓴다? 아니다. 난독증 학생 중 글
자를 거꾸로 읽거나 쓰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글자를 거꾸로 읽고 쓰는 것은 어
떤 문자든지 처음 배우는 초심자가 저지르는 실수인데, 글자를 거꾸로 쓴다면 문자학습 수준이 아직도 초심자 수준임을 보여 준다. 한글 습득이 늦어도 기다리면 언젠가
는 좋아진다? 아니다. 난독증으로 한글 학습이 늦었다면 읽기가 느리고 힘든 일이 되고 만다. 만 10세 이후부터는 문자를 판독하는 일이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되도록 빨
리 적절한 교육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단지 부모나 교사가 책을 많이 읽어 주
거나, 학생이 책을 많이 읽도록 하는 것만으로는 난독증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다. 이에 난독증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도서를 추천하고자 한다.
공교육 프로그램
2018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지자체에서 난독증 학생 지원을 위한 조례가 제정되기 시
작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난독증 지원 조례를 제정하였고 이에 발맞추어 각 시도
교육청에서도 특색 있는 난독증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을 예로 들
어 보자. 학교에서 기본 읽기 능력 진단을 해서 난독증이 의심되면 난독·경계선 지능
전담팀이 학교를 방문해서 심층 검사로 난독 여부를 진단한다. 여기서 난독이 진단된
학생은 치료비를 지원받고 전문 치유기관으로 연계된다. 현장 전문가 지원을 위해서 지역별로 학습 도움센터도 구축하고 있다.
연계할 치료센터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담임교사가 학생들을 남겨서 지도하거나, 전 국의 140개 학습종합클리닉센터의 학습상담지원단에 지도를 위탁할 수 있다. 이때 난독증 학생을 위한 교육용 프로그램을 적용하는데, 전 세계 어느 나라든 교육 프로 그램의 내용과 순서는 비슷하다. 음운인식 훈련, 체계적인 낱자-소리 대응 지도, 해독 훈련, 유창성 훈련, 철자교육의 순으로 이뤄진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프로그램이 2014년부터 여럿 나왔는데, 10만 권 이상 팔린 『읽기 자신감』 세트가 가장 널리 사용된다. 서울대학교에서 만든 『읽기 나침반』, 단국대학교의 『단어인지 및 철자 프로그램』, 한림대학교의 『한국어 말하기 읽기 성장 프로그램』도 많이 사용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김영숙 교수가 쓴 『읽기&쓰기 교육』은 난독증 치료이론에 관한 책으로 입문자에게 권할 만하다. 난독증 교육을 할 때는 수준에 맞추어 보조 교재를 이용한 읽기 연습도 병행한다. 이때 필요한 도서 목록은 다음과 같다.
학교도서관은 난독증 학생에게 교실이 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첫째는 독해가 힘든 학생이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다. 공교육 및 사설 기관에서 제공하는 난독증 교육 프로그램의 목록을 확보하고 학생의 수준에 맞추어 프로그램을 추천해 줄 수 있다. 둘째는 학생들에게 수준별로 읽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보 조 자료를 추천해 주는 것이다.
이외에도 (주)낱말 어휘정보처리연구소의 낱말닷컴(natmal.com)에서 제공하는 LQ 시스템을 이용하여 독서력을 검사하거나, 대교의 ‘한국어 독해 지수 산출 엔진’(kread. daekyo.co.kr)을 이용해서 텍스트 분석을 할 수도 있다.
읽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기가 지난 난독증 중고생에게는 약한 읽기 능력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매체를 제공할 수 있다. 오디오북과 텍스트 음성변환(TTS, text to speech) 프로그램이 여기에 포함된다. 오디오북은 성우가 녹음을 한 파일이기에 자료 의 다양성에 한계가 있지만 텍스트 파일을 음성으로 구현하는 TTS 프로그램은 자료 의 다양성이 무궁무진하다. 미국은 장애 학생 지원실에서 교과서를 스캔하여 텍스트 파일로 만들거나, 교과서를 녹음하거나 노트 필기를 대신해 주는 학생을 짝지어 주기 도 한다. 따라서 학교도서관은 난독증 학생을 위해 학교가 사용하는 교과서의 전자 책(ebook) 파일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난독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읽기’에 관한 최신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디지털 난독증을 다룬 『다시, 책으로』의 저자인 매리언 울프가 쓴
『책 읽는 뇌』는 좋은 입문서의 역할을 한다. 이보다 10년 후에 출간된 『리딩 마인드』
는 최신 지식이 추가된 책이다. 난독증의 바이블은 예일대 샐리 셰이위츠 교수의 『난독증 이겨내기』이다. 이 책은 『난독증의 진단과 치료』의 개정판이다. 난독증의 원인,
양상, 진단, 치료뿐 아니라 난독증 학생이 학교, 직장, 사회에서 적응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다루는 책이다. 프랑스 뇌과학자 스타니슬라스 드앤의 『글 읽는 뇌』는 난
독증 뇌과학에 관해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어 어렵지만 난독증 아이들이 글자를 거꾸로 쓰는 이유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다루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청주교대 엄훈 교수의
『학교 속의 문맹자들』은 중학교 현장에서 저자가 경험한 난독증 학생들을 실감 나게
묘사한 문제작이다. 이와 같은 책들을 통해 교사가 먼저 난독증을 깊이 이해한다면
교육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난독증 학생들과 더욱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2 <학교도서관저널> 4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