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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학부모로서 금지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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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9-11 11:47 조회 6,20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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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이야기, 우리 아이들이 읽지 않았으면
유명희
서울 장승중 학부모

예전에 ‘하이틴 로맨스’라는 이름의 책들이 있었다. 여중생들이 즐겨 읽던,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책이었다. 러브레터 같은 그 소설들은 읽기에 너무나 달콤해서 한 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던 친구들이 많았다. 나도 한 번 그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재미가 없는 것이었다. 뭔가 불량식품 같은 느낌이었다. 달콤하고 자극적인데 영양가 없는, 몸에 해로운 적색 102호 색소 같은.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제인에어』와는 다른 느낌의 책이었다. 많은 고전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로맨스 소설 속의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는 내가 읽었던 고전 속 연애와는 다른 느낌이랄까? 같은 사랑 이야기라도 고전 속 연애와 로맨스 소설들의 연애가 왜 달랐을까?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것은 무게의 차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볍고, 무거운 생각의 차이. 지금 우리 아이들이 너무 가벼운 소설들을 읽는다면 그들의 생각도 가벼워질 것이고 인생 자체도 가벼워질 것이다. 자극적인 웹툰들, 인터넷 소설들…. 심지어 그것들을 인쇄 매체로 만든 책들은 아이들에게 독이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생각의 호수로 빠질 수 있는 책들이 절실한 때다.
 
 
 
차라리!
우리를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윤선화
통영중앙중 학부모, 어린이책시민연대 회원

요즘 나를 갸웃거리게 만든 책은 고대영 작가의 ‘지원이병관이’ 시리즈다. 이 책을 본 보통의 엄마나 아이들에게 재미는 주나 불편함을 전혀 느끼게 하지 않는다. 각성도, 인식도 없다. 마치 모두가 그렇게 문제가 있고, 다들 이렇게 해결해 나가는 구나, 나는 그나마 좀 낫구나 혹은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정도의 팁을 주는 책으로서만 작용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보지 않고 고쳐야 할 문제, 가르쳐야 할 많은 무지를 가진 존재로만 보면서 재미로 버무린 책들은 가장 고민하고 도서관에 두어야 할 책이 아닐까?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이 이런 취급을 하는 것이 괜찮다는 것,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을 이렇게 봐도 된다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아닐까? ‘지원이병관이’ 시리즈 외에도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보지 않고 고쳐야 할 문제, 가르쳐야 할 무지한 존재로만 보면서 그것을 재미로 버무린 책들은 도서관에 비치할 때 신중하게 고려하여야 할 책이 아닐까? 우리를 깨우치게 하는 불편함 하나 없이, 편안하게 일상의 편견과 습관을 유지시켜줄 뿐인 책이라면 우리 아이들을 위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책, 폭넓게 접할 수 있도록
김남희
경기 토평중 학부모

아이들에게 읽힐 책을 고른다는 것은 많은 고민이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음식도 편식하면 해롭듯, 다양한 내용과 장르와 분량의 책들을 접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도한 성적, 폭력적 내용은 제외되어야겠지만.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는 그럴만한 역량이 충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없애고 무공해의 것들만 주려고 하는 어른들의 생각이 아이들에게 면역력도 떨어트리고 더욱 위약하고 의존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에서 볼 때, ‘00학년 필독서’라는 이름으로 묶여지는 책들이 아이들에게는 책과의 잘못된 만남으로 기억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중에는 정말 감동을 주는 좋은 책도 있겠지만, 자칫 아이들에게는 독서가 또 다른 학업의 연장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점이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스스로 결정해서 책이 읽고 싶어져야 하는데, 학교에서 도서관에서 선생님과 부모님이 꼭 읽어야 한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독서가 과제물로 전락한다. 이는 먹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먹은 밥처럼 우리 아이들이 평생을 읽고 즐겨야 할 책들을 체하게 하고 평생 멀어지게 하지는 않나 싶다.
요즘 인기가 입증된 웹툰을 책으로 내는 경우도 많다. 그중에는 작품성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책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내용이 없는 웹툰 소설이나, 인터넷 소설도 있다. 단순히 유명세를 타고 영화화된 책들이 주연배우들을 겉표지에 내세우고 재출간된 책들, 블로그를 그대로 복사해 놓은 듯한 책들은 학교도서관에 없었으면 한다. 또한 감동을 주는 몇몇 책들을 짜깁기해서 조잡하게 만든 자기계발서들, 외국에서 베스트셀러였다고 2권, 3권씩 별 다른 내용 없는 허접한 책들도 우리 아이들 곁에서 멀리 떨어트려 놓고 싶다. 숨어있는 보석 같은 책들을 우리 아이들이 학교도서관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우연히 만나고 사랑에 빠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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